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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의
예술가로서 나의 본령, 나의 무기는 여전히 문학, 그중에서도 시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극단적인 순간에도 창작할 수 있으니까요.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독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문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 겨울호에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외 9편의 시로 등단하였고, 1994년 계간 「상상」 가을호에 단편소설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시집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 소설집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무정한 짐승의 연애』 『약혼』, 장편소설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전갈자리에서 생긴 일』, 소설선집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등이 있다. 2008년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영화 <Lemon Tree>(40분)가 뉴욕아시안아메리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파리국제단편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어둠에 대처하기 위한 다섯 권의 책
님 웨일즈,김산 공저/송영인 역 | 동녘

탐욕과 엄살을 일삼는 스스로가 역겨울 적마다 나는 저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같은 삶을 만나러 간다. 몸과 영혼의 전부를 걸고 투쟁하지 않으면 죽음마저 사치가 되는 지옥 속에서 살아야 했던 그는 오늘 여기 냄새 나는 천국에서 어디가 좀 가렵다고 칭얼대는 나보다는 훨씬 행복했다. 자신은 비록 무자비한 고통 속에서 사라진들 자신이 사랑했던 인간의 역사는 반드시 진보하리라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기껏해야 일상과 일신의 알량한 자존심 따위에 안달하고 있다면 그는 인간이라는 물음표와 문명의 미래를 걱정했고 그 대가를 치르느라 짐승처럼 죽어갔다. 김산은 말했다. “내 인생에서 오직 한 가지를 제외하고 나는 모든 것에서 패배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승리했다.” 인간이 절망의 모욕 앞에서도 어떻게 하면 고결한 불멸이 되는지를 이 책 속의 한 사내는 가르쳐 준다.
앙드레 말로 저/김붕구 역 | 지식공작소

요망한 사르트르는 감히 앙드레 말로의 위대함 앞에서 명함을 내밀 수 없다. 프랑스 현대사의 영웅이자 행동주의 문학의 대부가 피의 본색으로 적어 내려간 인간 실존의 극단 실험. 상해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독한 혁명가들은 제 사상과 운명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폭탄을 끌어안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다면 이런 류의 인간들을 이해한 뒤에야 비로소 사랑하라. 그리고 21세기에도 예술을 하고 싶다면 누구든 20세기의 이런 것들을 섭렵하라.
김수영 저 | 민음사

김수영은 화려한 시인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시인이었다. 큰 사람은 아니었지만 스스로에게마저 신랄할 수 있는 정직한 시인이었다. 그는 남한과 북한을 통틀어 처음으로 시 안에서 현대의 철학과 과학을 실현했다. 그리고 죽어서는 자기가 그렇게도 혐오해 마지않던 대한민국 시단의 옥좌에 과연 ‘삐딱하게’ 앉았다. 다만 주의할 점 한 가지. 좋아는 하되 닮지는 말 것. 성격이 상당히 비뚤어질 수 있다. 내가 그랬다.
죠반니노 과레스끼 저 | 서교출판사

예수님이 얼마나 유머로 가득 찬 존재인가를 알고 싶다면, 도그마를 조장하고 또 그것에 갇힌다는 것이 얼마나 악질 반동적이고 반종교적인 짓인가를 알고 싶다면 이 이야기책을 읽어라. 원수 같은 이웃과 당장 죽일 듯 다투면서도 항상 인간미를 잃지 않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이야기책을 읽어라. 그 외에도 좋은 점들이 참 많지만 그저 그냥 낄낄거리거나 배를 잡고 웃고 싶어도 이 이야기책을 읽어라. 하나님이 우리의 말도 안 되는 기도들을 다 들어주시느라 얼마나 피곤한지 알고 싶어도 이 이야기책을 읽어라. 어떤 심각한 일들 속에서도 하나님이 개그콘서트를 연출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의심하지 말지니, 세상에 웃지 못할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아멘.
데라야마 슈지 저/김성기 역 | 이마고

일본 현대문학 예술의 우측 끝에 미시마 유키오가 있다면, 그 좌측의 끝 절벽을 넘어서는 어느 허공 위에 데라야마 슈지가 UFO처럼 둥둥 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좌파의 극단이 아니라 어떤 전위라고 부른다. 데라야마 슈지의 아방가르드 월드는 장르의 한계가 없었으며 그 불온한 진지함은 종교적 희생에 가까웠다. 우건 좌건 허공에서건 쓰레기통 속에서건 간에 극단으로 치닫는 예술가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로선 너무나 부러운 일이다. 왜 우리에게는 공무원보다 더 공무원처럼 행동하는 예술가들만 득실거리는 것일까? 제발 부탁이다. 풍자는커녕 자살이라도 좀 해라! 감각이 양심을 이끈다고 믿는 예술가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데라야마 슈지를 권한다. 그를 다 보고 난 뒤에는 그마저도 버리고 거리로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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