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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저는 삶에 대한 책, 특히 파란만장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 책을 통해 삶을 성숙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소설가에게 독서는 운동선수가 훈련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운동선수가 매일매일 꾸준한 훈련을 통해 몸을 단련시키는 것처럼 저도 매일 책을 읽고 영화를 봅니다. 운동선수의 하루가 훈련으로 채워져 있는 것처럼 저의 하루도 글쓰기와 독서로 단순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저에게 독서는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 오히려 하지 않으면 이상합니다.

소설가.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불멸의 이순신』, 『열녀문의 비밀』, 『방각본 살인 사건』, 『허균, 최후의 19일』,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나, 황진이』, 『리심』 등 치밀한 사상사적 연구가 바탕이 된 장편 소설들을 발표했다. 2006년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디지털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자기 삶을 성숙시키는 책
앙투안 드 베크,세르주 투비아나 저/한상준 역 | 을유문화사

이 책은 열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트뤼포는 맨 처음에는 보는 것을 즐기다가 나중에는 본 것을 만들게 되는 예술가죠. 소설가도 그렇죠. 처음엔 읽는 것을 좋아하다가 쓰는 것으로 가게 되니까요. 소설가는 주로 독자를 위해 소설을 쓰지만 가끔 자신만을 위해 쓰는 글도 있는데, 트뤼포의 영화를 볼 때마다 이 사람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구나, 그런 것이 느껴집니다. 예술을 창작하는 사람으로 공감 같은 것이 느껴져 트뤼포와 그의 영화를 더 좋아합니다.
홍성영 역 / 에드가 앨런 포 저 | 하늘연못

흔히 추리와 판타지를 전혀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디지털과 이미지가 맞물려있듯 추리와 판타지는 맞물려 있습니다. 추리와 판타지는 그 시작부터 한 뿌리였음을 에드가 앨런 포의 『우울과 몽상』을 읽고 나면 알게 됩니다. 정말 좋은 책이죠. 『방각본 살인사건』을 쓰면서 추리와 판타지를 결합시키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때 에드가 앨런 포의 분석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글쓰기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제가 원래 추리와 호러물을 좋아해서 예전부터 무척 즐겨 읽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 저 / 김창석 역 | 국일미디어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책의 내용보다 마르셀 프루스트라는 작가의 삶이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작가는 어느 순간 자기 삶과 작품 속의 삶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순간이 옵니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면서부터 자기 삶이 없었고, 소설을 다 완성시킨 후 곧 사망합니다. 이 작품을 심리 소설로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이 소설을 과거의 기억과 시간에 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긴 소설을 쓰다보면 자기가 살고 있는 시간보다 소설 속의 시간 속에 더 몰두하게 되죠. 삶의 반경도 좁아지게 되고요. 그런 것이 소설가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황학주 저/김중만 사진 | 생각의나무

저는 소설 끝나면 무조건 제주도로 갑니다. 제주도는 아프리카 박물관과 섬이 없는 바다, 수평선이 있어서 좋습니다. 올해도 제주도에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아프리카 박물관 1층에는 이 책에 실린 아프리카 사진들을 장기 전시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사진들을 보면 가슴이 아릿하죠. 동시대에 다른 방식의 삶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요. 지구는 원시시대에서 포스트모던까지 여러 시대를 함께 살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잊어버리고 살죠. 김중만 선생이 찍은 아프리카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이 보여줍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프리카 여행을 꼭 다시 떠나고 싶습니다.
남영로 저/김풍기 역 | 그린비

대학과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고전소설에 대해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책입니다. 18세기와 19세기에 창작된 우리 고전소설 중에서 좋은 작품이 참 많습니다. 이 작품이 그 좋은 예로, 참 잘 짜여진 소설입니다. 김만중의 『구운몽』 이후 몽자류 소설들이 유행하는데 그 중 가장 잘 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스케일이 아주 큽니다. 지리적으로는 북부 베트남에서 몽고까지를 다루고 있고, 천상과 지상을 오고갑니다. 스케일로만 따지면 『반지의 제왕』에 비견될 정도입니다. 지금 읽어도 무척 재미있는 소설이기도 하지요. 18세기 우리 소설가의 상상력이 지금 소설가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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