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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소설 소재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삶을 통한 경험으로부터 얻습니다.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얻게 된 감정과 감각과 사유, 즉 직접경험은 내 속 어딘가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자극해서 일깨워주는 것이 간접경험인데요. 비율로 치면 30퍼센트의 직접경험에 70퍼센트의 간접경험이라고 할까요. 간접경험? 물론 독서입니다.

국문과를 졸업한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일했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이중주>가 당선되어 등단, 『새의 선물』로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1998년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창작집 『타인에게 말걸기』, 장편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그것은 꿈이었을까』, 『내가 살았던 집』, 『비밀과 거짓말』,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상속』, 그리고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등이 있다.
   나를 깨우기도 하고 가라앉혀주기도 하는 산문집
이우일 글, 그림 | 마음산책

유쾌한 만화가 이우일이 말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실로 뜬 검은 모자, 소주병, 프로레슬링 장난감에서 월남국수 포와 딸이 그린 영화 그림, 카프카의 표정, 아라키의 사진집 등 'My favorite thing' 55가지. '옥수수빵파랑'은 그가 좋아하는 푸른색의 이름이자 표지의 색깔이기도 하다. 그림은 당연하지만 글까지 이렇게 재미있다니, 만화가가 '글과 그림'의 작가임을 알 것 같다.
이우환 저 / 남지현 역 | 디자인하우스

이우환은 화가로서도 거장이지만 평론가로 일본 화단을 이끌었으며 일본 교과서에도 실린 산문가이다. 그의 절제된 작품만큼 글 또한 군더더기 없이 단아하지만 그 안의 사유는 예술가답게 자유롭고 삶에 대한 애정에 차 있다. 나는 산문을 잘 쓰지 못해 산문 청탁을 피하는 편이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때는 먼저 이우환의 문장을 읽는 것으로 그 준비를 한다.
윤대녕 저 | 문학동네

<은어낚시통신>의 소설가 윤대녕이 쓴 여행 산문집. 한 여자와 만나 헤어질 때까지 그녀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썼다. 아름답고 다정한 문장. 하지만 인간의 관계가 도달한 지점이 으레 그렇듯 결국은 쓸쓸하다. 이 책을 읽은 뒤, 내가 '그녀'가 되어 늦은 밤 그의 차 옆자리에 앉아서 함께 동해로 출발하는 꿈을 꿨다.
서경식 저 / 김석희 역 | 창비

'20세기 악몽과 온몸으로 싸운 화가들'이란 부제가 붙은 미술 에세이집. 지은이 서경식은 재일 일본인 2세로, 유학생 간첩사건의 혐의를 뒤집어쓰고 군사정권에서 고문 끝에 사형선고를 받아 20년 가까이 복역했던 서승과 서준식의 동생이다. 가족에게 닥친 엄청난 비극을 견디다 못해 부모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질문한다. 예술이 고통 속의 인간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청춘은 악몽과도 같은 이 현실을 과연 어떻게 통과해가야 하는가. 고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의 문장은 아프고 절박하여 아름답다.
강운구 저 | 문학동네

사진작가 강운구의 글을 읽다보면 한국어로도 참 품위 있는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유가 깊으면 말은 짧아지고 쉬워지는 대신 여운이 오래 간다. 그의 시선이 가닿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삶의 풍광 속에 세상살이의 간난과 모순, 남루함, 그리고 지혜로운 자의 담담한 수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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