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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1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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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페이지 수 약 6.5만자, 약 1.6만 단어, A4 약 41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47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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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대 및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다.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독한 연애』가 있다. ‘시힘’ 동인이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대 및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다.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독한 연애』가 있다. ‘시힘’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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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연애가 연애를 할 때」중에서

출판사 리뷰

문학동네시인선 67번째 시집이 새 봄 새 선을 보인다.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윤이 시인의 두번째 시집 『독한 연애』가 출간된 것. 첫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이 2011년 3월에 출간되었으니 마친 계산이나 한 듯 햇수로 딱 4년 만이다. 첫 시집과 두번째 시집이 우연찮게 4년 간격으로 올해 등단 8년 차를 맞이한 마흔의 이 여성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물고 늘어진 것은 제목에서도 어림짐작할 수 있듯 그 무시무시한 이름의 ‘사랑’, 그것도 ‘독한’ 이름의 ‘연애’.

힌트를 얻고 싶어 시인의 말부터 찾아 읽는다. 장장 네 페이지를 차지하는 자서, 이러한 분량으로 적어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을 시인의 속내부터 열고 들어간다. 그 순간 이미 알아차린다. 이 시집은 아주 오래 아주 천천히 아주 아프게 아주 힘들게 읽힐 수밖에 없도록 제 ‘생살’을 낱낱이 찢고 나타났구나! 어찌 보면 한 편의 장광설로 꽉 찬 장시로도 볼 수 있는 그의 자서 속에서 힌트 몇 가지를 건져낸다.

“어느 날 시간이 호된 질책처럼 나에게 한데 임박했고, 여지없이 사랑을 잃은 인생으로 내몰았듯이 다신 못 가볼 그 길을 불현 무상으로 돌려주려는 생, 그 둥긂의 형상들. 이젠 개인적 부채였던 몇몇 그녀와 그의 이야기를 돌려드린다.
지순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대체 어딨는 거냐, 함부로 부정하며 나를 단념에 포함시킬수록 불가능한 영원과 불가피한 사랑의 형상에 대해 쓰고 싶었음을. (……) 내가 사라져도 영속성으로 살아 있을 섬, 격랑으로 부서진 사랑에 머물러 쓴다. (……) 문학은 내 사랑의 직무였다. 나는. 있겠다.”
―‘시인의 말’에서

김윤이 시인은 첫 시집을 통해서도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충분히 남겼다. 물론 파격이다 할 작심 아래 놓인 이번 시집과는 사뭇 다른 행보이긴 했다. 난해하다 할 시어들의 남발도 삼가는 편이었고, 기교에 있어 화려한 부림도 작정한 바 없었는데 그럼에도 그녀만의 낯섦은 그 어떤 성향을 가진 일군의 그룹들과도 사뭇 달랐다. 이 차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고집, 그녀만의 특별한 안간힘, 그러니까 시인이기에 가능한 자존심. 이번 시집과 앞선 시집의 차이를 굳이 대보자면 그건 원숙미도 아니고 어떤 타협도 아니고 더욱 질겨진 ‘시’라는 물성에 대한 단호함에 있을 것이다. 예컨대 이런 시의 구절들 말이다. 이러한 표현으로밖에 설명할 길 없는 김윤이 시인만의 시, 그 ‘있음’이란 얼마나 생짜이며 얼마나 생생한 부침과 부딪침의 언어란 말인가.

제자리에 빛을 물어다 실에 꿰어 구명정 떴습니다
당신 사라지고 몇 밤 자고 난 뒤같이
안쪽으로 깊어졌네요 한풀 꺾인 계절 마루, 이별 잦은 시절에서
채곡채곡 파고들어온 가슴팍 금사자수 무늬들
마음 몰아쳐 하늘 푼 어엿한 군락새 내 것이고요
한량없는 날갯짓도 내 것이네요

온 지상의 돌멩이 깨뜨려 떼놓아도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떼놓아도 조약돌

인부들 다정 쪼을 거야 나는 못 품어 물 끼적이며 수놓겠지
생물의 소란 전연 없이도 막새 들이고 불붙는 금실 완성되느라 몸에 정 들이겠지
심정 한가운데 봄, 봄, 한수(寒水) 앞의 새가 재촉하여 새파란 하늘이겠지
―「스란」 부분

여름 해바라기 밭가에서 줄기를 타고 오른다
끝나가는 가을을 기억하는 나다
시암. 타이의 옛말이었지 너는, 그러니까 지난번 여행지를 말하고 싶어했다 너는 패배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너는, 열패는.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인간이 있을 수도 있다 혁명도 내전도 이김도 모르는 순하디순한 패배. 내 이 나일 거다 맑스의 독단까지 너였다 네 표정의 둔화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절대 보지 않는다
너와의 갈등이라는 것은 향일성 같아 까만 해바라기 얼굴로 굳이 네게 대들었다 이다지도 쇠락한 계절 앞에서야 내 글을 서두만 남기고 하략하고 싶다
낙하하는 이파리이고
싶다
―「왈츠 추는」부분

그를 압축해 보여주는 그이 가슴은 일렁이는 조개껍데기, 돌, 푸른 산호초여서
그때 머문 바다, 눈감아 주형 뜨면 일 밀리미터 오차도 없이 내게 찾아다는 그였네
티 없이 깨끗한 물살이 나를 누이고 희고 맑은 조가비를 쓸고 왔네
깔끄러운 모래알갱이만큼 퉁겨대는 심장박동
내 심장이 빨리 뛰는 통에 모래 위 물고기 교제와 같이 화르르 숨 아찔하였네
―「바다행 주형을 뜨다」부분

총 4부로 나누어 전개되고 있는 이번 시집은 ‘시’라는 어떤 장르적이면서 형식적인 틀로부터 되도록 멀리 벗어나 있음과 동시에 계산기라고는 도통 눌러댈 줄 모르는 ‘시’라는 생겨먹음, 그 자체의 울림으로 그 메아리가 크고 굵고 또 아프다. 한 편의 완성도를 가장한 시의 빤함으로부터 멀리 에둘러가는 시의 더딤, 그 말의 회복 속에서 새로이 배우는 사랑의 언어들은 때론 불편하기도 하지만 때론 그 민낯의 발가벗음으로 우릴 또 순간순간 무릎 꺾게 한다.
그렇다면 김윤이의 시는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는가. “꽃잎이 흩날”림을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들로 기록할 줄 아는 예민한 통증의 여인. 때론 수다스러웠다가 때론 과묵했다가 때론 용감함을 가장한 솔직함으로 때론 두려움의 두건을 둘러쓴 위장으로 우리들 심사를 자유자재로 파고드는 시인. ‘말씀’과 ‘말씀의 허세가’ 난무하는 현대 시단에서 또다른 종류의 새로운 ‘말법’로 제자리 제 구덩이를 찾는 용감한 여인.
언어와의 싸움에서 백전백패를 당하는 척하면서도 언어와의 싸움에서 이길 공산으로 져주는 척하는 김윤이 시인. 그녀의 ‘사랑에 대한 변론’을 듣기 위해서는 일단 무릎을 굽혀 귀를 가져다대는 우리라는 독자의 구부러짐이 앞서 요구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을 위한 변론’이라는 것. 귀하다, 이 여자! 나름의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이 여자, 희귀다!

● 책 속에서

연애가 연애를 할 때

연애란 영화 아니겠어요 당연 여자가 근사한 용모의 남자에게 내동댕이쳐지죠
남자는 무엇보다 인간미가 넘쳤습니다
나는 말예요 여자가 그만을 바라볼 때 남자는 주위를 살피는
그걸 보고 울음 터뜨렸어요 사랑을 이룰 순 없다는 것도 틀림없다 여겼죠
여자가 하도 바보 같아 내가 연애에 다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흰 시트에 몸 누인 여자를 도꼬마리 풀섶으로 끌고 가
단추가 끌러지도록 왕창 패주고 싶었다고요
그러다가 말았습니다

거기 공간에 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별안간 버려진
여자를 이미 걷어들여 살리고 있으니까요
액면 그대로 보라곤 마세요
너무 심원하다거나 심취했다고도 마세요
당신이 남의 형편을 몰라 하는 얘깁니다
오래 지연되어 모를 당신, 후일 미안한 마음일 것 같거든
실없는 미소로만 말고 이후 제게 알려줘요 어서 투욱? 툭 벗어버려요
나는 계속 사랑하면서 영화를 봤고 도꼬마리가 달라붙은지도 몰랐거든요
얄궂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어서겠죠

● 저자 소개
김윤이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대 및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다.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이 있다. ‘시힘’ 동인이다.

● 시인의 말
누구나 자신과 타인의 부재를 존재의 상태로 전환시키는 연인의 형상을 꿈꾼다. 나 역시도 이런 사랑의 자장에 놓여 있음은 물론이다. 이 얼마나 천문학적 넓이의 규모를 가지는 아리땁되 ……무섭고 슬픈 말인가. 사랑의 ……존재.
나는 이제 만인에게 사랑받는 연인을 원하지 않는다. 상처만이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한 방식이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사랑을 품은 사람은 점차 작은 사랑이 아닌 곳에, 그리고 사랑의 일부는 더더욱 아닌 곳에 살게 되며, 이것이 나로선 매우 견디기 어렵고…… 그러함으로 너무 큰 것 안에는 정작 사소하고 작은 사랑의 일이 설자리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옳게 알고 있는가. 혼돈스런 사랑의 본성에 대해 단언할 권리도 정녕 있는 것인가.
소유했던 오랜 서적을 처분하고 생일날 이사를 했다. 시도. 그 곁의 섬에 산다. 그럼에도 바다로 나가지 않고 있다. 여기를 떠나기 전, 하루면 족하다고. 그날은 조밀하고 간격 좁은 물길 아닌 가닥수를 변형시켜 직조한 너른 바닷길, 나의 지형학적 바다를 보겠다고. 반짝대는 환영의 영상을 기어코 분에 넘치게 담겠다며 그날을 기다린다. 아직은 쓸쓸한 바닷길, 하늘길이다. 낯섦으로 뒤바뀐 밤낮이 오간다.

격앙된 숨결로 말하는, 권리. 그것의 삶을 붙잡다. 머묾과 떠남에 존재하는 초점 같은 순간과 지나침. 쌓이면서 함축되는 생. 연명한다는 것. 오히려 그리하여 눈부신 생애. 나의 생에 정면승부를 건다. “인생도 사랑도 제가 책임져요. 일도 찾고 공부도 하겠어요……!!” 이 말은 ‘그녀’(Die Fremde, 2010)에게서 주워섬긴 말이지만, 쓰는 순간 그 결정은 내 결심으로 자리하였다. 인습과 기성화된 현실이라는 지배 체제 그 거대한 괴물 앞에 선 이방인, 나의 우마이. 그녀가 떠날 때다. 노예의 금기를 범하듯 생각보다 위험한 양극단의 가능성 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때로 무지한 듯 막막함이 밀려든다. 아르테미스와 아테나 사이, 비추는 것이 저 스스로 발광체라는 이성이 되어야 한다. 극명한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섬김이 섬광이 되는 그런 변이의 과정으로 끝남으로써……
네가 내 시를 받아볼 그즈음 네가 알던 곳은 말소된 장소일 것이다. 한동안 고스란히 바닷가 폭설에 갇혀 겨울을 날 것이다. 섬에서 근린의 뭍으로 가기 전. 그렇게 바람, 구름, 나의 시도. 그마저도. 그 무엇에 비길 만한 것이 없는 사랑도 미완인 채 아직은 비켜섬으로 간다.

어느 날 시간이 호된 질책처럼 나에게 한데 임박했고, 여지없이 사랑을 잃은 인생으로 내몰았듯이 다신 못 가볼 그 길을 불현 무상으로 돌려주려는 생, 그 둥ㅤㄱㅡㄻ의 형상들. 이젠 개인적 부채였던 몇몇 그녀와 그의 이야기를 돌려드린다.
지순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대체 어딨는 거냐, 함부로 부정하며 나를 단념에 포함시킬수록 불가능한 영원과 불가피한 사랑의 형상에 대해 쓰고 싶었음을. 현재 사랑에 대한 좌절과 우수로 심하게 손상되었음에도 사랑과의 다툼에선 여전히 역부족임을 느끼며 바다로 흘러가는 큰 배들을 날마다 바라본다. 그렇게 떠나고 머묾에 존재하는 영혼들.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는 흰 것들. 황해로 뻗어가는 물길이 전신으로 파문진다.
두 발로 설 수 있는 곳의 끝. 땅끝이다. 끝…… 이유 없이 찾아오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지만, 끝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건짓고 이유를 동반한다. 그럼에도 공간의 차별성이 무화된 상태로 늘 가까이 있는 섬광—신성한 눈부심이 오늘도 표나게 두드러진다.
차례에 있어 맨 끝인 꼴찌인 양 일부러 표현에 지각인, 내 생에 호흡을 맞춰준 당신께. 내가 사라져도 영속성으로 살아 있을 섬, 격랑으로 부서진 사랑에 머물러 쓴다.

용서해달라. 모든 사건이 시작된 시간이자 끝인 공간에서 하양을 보며 내가 잊겠다. 섬약하고 고결한 흐름.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이고 싶었고.
문학은 내 사랑의 직무였다. 나는. 있겠다.

책이 나오기까지 맘 써주신 선생님들께 그리고 나의 언니와 동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애닯던 그해 늦여름 먼저 씀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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