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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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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산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13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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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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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5.87MB 파일/용량 안내
글자 수/페이지 수 약 2.6만자, 약 0.9만 단어, A4 약 17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47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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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리산
2006년 『시안』으로 등단했다. 센티멘털 노동자 동맹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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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함께 나부낄 깃발 하나 없이 혼자 펄럭”이는 시,
“상처받은 채로 가책도 없이” 외치는 시의 혁명!


‘말하지 않음’은 목소리를 회복하는 일이다. 의미의 방파제를 걷어내고 순간적인 사건 그 자체로서의 목소리를 통해 휘몰아치는 바람이 되는 것. 그것이 시인이 할 일이다. 리산 시인 역시 그 소명을 향해 온몸을 던져 떠난다.
-성기완, 해설 「시는 어떻게 혁명에 관여하나」 중에서

2006년 『시안』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시인 리산. 그의 7년 만의 첫 시집이 문학동네시인선 043으로 출간되었다. 리산 시인의 등단 당시 “현란할 정도로 시적 몽상이 돋보이는 개성적인 작품”이라고 심사평을 쓴 오탁번 시인은, “산문체의 시가 빠지기 쉬운 고시적인 구문을 용케 벗어나서 그때그때 점화되는 이미지가 얼음꽃처럼 차갑고 냉정하다. 또 고답적 언어의 멋도 알고, 능청을 부릴 줄도 안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 첫 시집에는 리산 시인 특유의 시적 몽상과 이미지, 멋과 능청이 녹아든 언어를 담아낸 55편의 시가 오롯이 들어 있다. 이름하여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이다.

표제작인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의 제목은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가 지은 동명의 소설집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시집이 그 책과 특별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록된 역사 속에 담기지 않은 ‘쓸모없는 노력들’을 불러들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찾을 수 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리산의 첫 시집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각각의 시편을 아우르며 울리는 시인의 목소리의 발현 방식이다.

우리는 말을 했다, 패치워크로 감산 주전자에 두고두고 따뜻한 차를 내려 마시며 우리는 말을 했을 뿐인데, 가슴에 꽂힌 칼날들은 다 어디서 온 걸까 이건 또 무슨 풀지 못한 난수표처럼 우리가 깨닫지 못한 채 사멸돼가는 고대의 언어인 걸까 우리는 말을 했다, 서로 다른 구석을 그리워하는 멧새떼처럼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점령군처럼 우리는 말을 했다
-「오드아이」 부분

서시인 「오드아이」에서는 “우리는 말을 했다”라는 구절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 말은 무엇인가. “평생토록 뒷마당을 서성이며 허블망원경만 들여다본 과학자” “육 년간이나 계속되었다는 화산겨울의 암흑” “칠천사백 년 전 해안선을 따라 이주해온 순다열도의 원주민” “곰과 새와 순록의 소래를 내며 추는 춤” “자정이 돼서야 어두워지는 여름 툰드라” “벼락의 빛으로 나아가는 한밤의 항해” 등과 같이 현실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그것. 이러한 ‘쓸모없는’ “우리”의 말은 “서로 다른 구석을 그리워하는 멧새떼처럼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점령군처럼” 소통이 되지 못한다.
시인은 두 눈동자에 각각 다른 빛깔을 담고 있는 ‘오드아이’로서, 소통되지 못하는 서로 다른 빛깔의 말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시인은 소통할 수 없는 그 말들 속에 감춰진 “가슴에 꽂힌 칼날”과 “풀지 못한 난수표처럼 우리가 깨닫지 못한 채 사멸돼가는 고대의 언어”를 발견한다. 어쩌면 거기서 시인으로서의 해야 할 일을 깨닫게 되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나는 옛날 거닐던 강가 안개와 바람을 먹이는 한 마리 검은 짐승 제 발자국 안에 제 발자국을 새기며 걷는 천천히 눈멀어가는 저격수, 함께 나부낄 깃발 하나 없이 혼자 펄럭일 때면 먼 기항지를 향해 암부호를 타전하는 퇴락한 적성국가의 스파이
-「그리워라 애니 로리」 부분

시인 성기완은 “시인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시적 혁명에 참여한다”라고 역설하며, 이 시집을 통해 “말하지 않음에 관하여” 말해보겠다는 말로 리산 시인의 첫 시집의 해설을 시작하고 있다. 그는 또한 시인을 “말을 저격하고 말의 목을” 치는 사람으로 보고, 그것이 “우리는 말을 했다”의 참뜻이라고 설파한다.
이렇듯 말의 “저격수”인 시인에게 시란 발설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나부낄 깃발 없이 혼자 펄럭”이는 것. 그 ‘펄럭임’이 바로 시인의 목소리가 된다.
펄럭이는 깃발로부터 혁명이 시작되듯, 시인은 “혼자 펄럭”이며 시의 혁명을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리산 시인에게 혁명을 위한 구호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시간을 읽는 방법으로는 4997개의 길이 있지만
그건 완전히 다른 식으로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웅크린 고양이의 눈을 들여다본다
새벽 세시 낯선 고도

상처받은 채로
가책도 없이

지난밤에는 죽은 사람들의 손톱으로 만든 배를 타고
긴 불면의 강을 떠다녔다
처녀들의 노래를 듣고 싶었는데
길 잃은 양과 말을 위해 나 혼자 노래를 했다

두고 온 것도 기다리는 것도 없지만
귀환하는 국경수비대처럼 산림감시원처럼
얼굴을 가리고 황금빛 사막으로나 가고 싶다

일람표와 통계로 가득 찬 서랍에 못질을 하고
작은 황조롱이 하나 머리 위에 띄우고
그곳으로 가면 불면이 완성될 수 있을까
사라져버린 외로운 창자를 만날 수 있을까

바람은 불어 사막을 서성이는 차도르가 펄럭이고
검은 눈동자 속 주홍빛 허벅지
흥청이는 바람을 다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도록

먼 산에 눈이 쌓이면 독사의 입 냄새가 약해지고
새들의 가슴에 살아남은 들꽃의 씨앗이
모래산을 넘어 먼 곳까지 날아간다

몇 번의 그믐을 더한 어둠
잊혀진 도시를 수십 번 뒤덮을 모래 먼지 속에
뒤적뒤적 이름들을 새겨 넣으며
불면의 시간인지 불멸의 시간인지나 탕진해야지

꽃송이 팡팡 터지는 화승포를 쏘아대며
10월의 혁명이 가고
11월의 혁명이 온다

상처받은 채로
가책도 없이
-「검정은 색깔이다」 전문

세상의 모든 것은 색깔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 같은 풍경도 받아들이는 빛깔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검정은 색깔이다”라는 시인의 구호를 통해 우리는 시인의 시선이 어둠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의 어둠과 상처에 민감한 시인이 바라는 것은 “황금빛 사막으로나” 가는 것. 그곳에서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은 것.
하여 시인은 “상처받은 채로/ 가책도 없이” “길 잃은 양과 말을 위해 나 혼자 노래를” 하고, “꽃송이 팡팡 터지는 화승포를 쏘아대며” 혁명을 외친다. 필사적인 펄럭임으로 강렬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시인 박정대는 리산 시인의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과 「국경수비대」 연작에서 “르 클레지오의 신화적 상상력과 미셀 투르니에의 깊은 철학적 사유를 읽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또한 다층적 시간의 혼재를 보여주는 방법을 채택한 일련의 시편들에서는 단선적이고 순환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난 다양한 무늬의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지 않게, 등단 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잘 익은 와인처럼 향이 진한 시편들을 묶어낸 리산 시인의 첫 시집에 담긴 시인의 목소리는 이 시인의 앞으로 펼쳐나갈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시인의 말
휴일에 만들어진 맥주는 불량이 많다고 한다.
내 시의 대부분은 휴일에 씌어졌다.

2013년 5월
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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