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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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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5.85MB 파일/용량 안내
글자 수/페이지 수 약 4만자, 약 1만 단어, A4 약 25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48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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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김상혁
김상혁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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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십일월」 중에서

출판사 리뷰

편집자의 책 소개

2009년 『세계의 문학』으로 데뷔하여 첫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를 펴낸 바 있는 김상혁 시인이 3년 만에 두번째 시집을 선보인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는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해낸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새집이다.

신작을 꺼내들 때의 시인들이란 기존과는 사뭇 다른 세계관을 펼치며 변모 양상을 자랑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예서 소개하려는 김상혁 시인의 경우 첫 시집과의 차이가 아주 남다르고 특별하다 하겠다. 일단은 그가 지은 새집에서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나라를 갖추면서 새로운 세상을 일궈낸 이들의 이야기라는 알레고리가 참으로 신선한데, 이때의 이 ‘이야기’라는 서사가 단순히 저멀리 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가까이 현실 언저리를 끊임없이 치고 때리면서 그 울림의 변주가 무척이나 큰 원주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세계임에도 김상혁 시인은 그 안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홀연히 그곳으로부터 걸어나와 그 먼 거리감을 담보로 제 사는 곳을 아주 객관적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장기를 선보인다. 이 지극한 거리 두기 덕분에 읽는 우리들은 그 어떤 의심 없이, 한치의 망설임 없이 김상혁 시인을 믿고 따르게 된다. 예컨대 그는 제 몸에 묻어 있을지도 모를 먼지부터 불고 터는 일로 자신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특유의 결벽성을 자랑하는데,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망치같이 단단한 울림과 신의로 그의 시를 일단은 안심하며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세상 모두를 믿어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은 끝끝내 믿지 못하겠다는 자기 불안의 기재로 시가 가져야 할 나름의 균형감을 탄탄히 구축하게 된 김상혁 시인의 이번 시집은 크게 4부로 나뉘어 총 52편의 시가 고루 담겨 있다. 해설을 쓴 조강석 평론가의 말마따나 “'그와 그녀의 사정'이라 할 만한 것들로 가득차 있”는데 그의 사정과 그녀의 사정이라 하면 우리 모두의 사정이라는 의미일 터, 좀더 풀어보자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라는 뜻으로도 확장될 수 있기에 이 한 권의 시집이 품고 있는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세상살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함은 너무도 당연할 듯싶다. 사실 저마다의 '사정'이라 할 때 그 단어가 품은 절절함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절실함으로 다가오는가. 사정이 있기에 사연은 기록되고 그 사연을 가만 듣는 데서부터 우리의 오늘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기에 이 시집이 비유하는 우리들의 갖가지 '현실'에 주목도를 요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이야기, 그 안팎의 모든 이야기랄까. 물론 이런 이야기는 끝이 없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죽은 뒤에 무엇이 남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먹고 자란 우리들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건강한' 생명들로 성숙해질 수 있다는 데는 분명한 확신과 믿음이 있다. 시단의 독특한 '이야기꾼' 김상혁 시인의 시에서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면, 읽는 '나'와 읽히는 '너'의 순간과 순간을 발견함으로써 수다와 침묵을 동시에 경험했다면, 이 시집은 시인의 것임과 동시에 우리의 것임이 분명하다는 이야기가 성립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애매하고도 모호한 세계 속에 걸쳐져 있다. 그 두려움과 떨림이라는 교집합 속에 우글거리는 우리들. 김상혁의 새 시집이 바라보는 방향이라면 바로 거기다.

이 시집은 어떤 말씀도 아니고 가르침은 더더욱 아니고, 그 방향을 다같이 바라보기라도 하자는 제시에서의 한 제스처다. 거대하고 웅장한 서사시 같기도 하고 소박하고 조용한 단어들의 조합 같기도 한 이 시집은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마음껏 늘어났다 줄어들 줄 아는 어떤 생명체들의 보고 같다. 아마도 매 편마다 그 면면들이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백지 속에 찍힌 활자들이 서로 어울려 생명을 이루는 기적, 시만이 할 수 있는 그 능력이 그렇다고 모든 시인에게 부여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시들 중에는 영원히 죽음 그 자체여서 아름다운 시가 있고, 영원히 삶 그 자체여서 슬픈 시가 있으니. 그렇다면 김상혁은 후자가 아닐는지. 그의 이야기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앓고 있어도 건강하다. 이 극과 극의 당김 속에 팽팽해지는 그의 시라는 피부는 주름 하나 없이 나이 듦이라는 구태의연함으로부터 앞으로도 가장 멀 것이라는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다. 이렇듯 김상혁 시인의 두번째 시집은 처음보다 이렇게 더 처음으로 우리 앞에 놓였다. 더 젊어지고 있는 이 노릇을 더 설명할 수 있는 그릇을 차마 나는 꺼내들지 못하겠다.

시인의 말
한 떠돌이 부부가 마을로 흘러들었다.
그들은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외곽,
아슬아슬한 암벽 밑 울퉁불퉁한 황무지에 집을 지으려고
온 마을에 아부했고 겨우 집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허락한 주민 가운데 그 누구도
땅의 주인은 아니다. 주인은 나중에 온다, 군대와 함께.
부부의 영혼과도 같은 그 집을 무너뜨리러 온다.

2016년 10월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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