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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27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12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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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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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5.86MB 파일/용량 안내
글자 수/페이지 수 약 3만자, 약 1만 단어, A4 약 19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4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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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김안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4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인스턴트’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현대시』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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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04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현재 『현대시』의 편집장이기도 한 시인 김안의 첫 시집 『오빠생각』을 드디어 선보인다. 7년 만이니, 첫 시집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다. 그러나 김안을 조금이라도 아는 독자라면, 바깥 세계의 속도에서 완전히 독립하여 시세계를 구축해온 그의 독보적 행보를 힌트 삼아 오히려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겠다.
시를 다른 대상에 닿기 위한 투명한 도구로 쓰는 시인들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시의 육체 자체를 유일한 대상으로 여기는 시인들이 있다. 김안은 이 첫 시집으로써 후자임을 천명하고 있다. 김안에게 시는, 그리고 언어는 영원한 궁구(窮究)의 소실점이며 세계이며 애인이다. 애인은 애인이되 둘 사이의 사랑은 이미 위험한 단계다. 문학평론가 신진숙이 지적했듯이 이 사랑은 죽음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 “위반의 언어”로 하는 애무는 “비명과 사랑, 향락과 죽음이 하나”인 것이다. 시인이 시인했듯, “아내 같은 애인과 파경 직전”(「설국(雪國)」)의 상황. “그날 밤 애인의 표정이 벌레가 되어 날아갔습니다”(「라 쿠카라차」) 하고 말하면서, 이 돌이킬 수 없음을 곱씹어본다.

죽어 있는, 얼어 있는 애인의 몸을 자르다

대상을 너무 사랑하면, 사랑하고 사랑하다보면 결국 어떤 파괴성이 움튼다. 김안은 애인을 죽여버렸다. 아니, 애초에 죽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헤어진 애인을 만난다면 내 입을 찢어/ 탈옥하겠습니다”(「아가리 속의 날들」)라는 선언이 연상시키는 악몽 같은 파국 속에 놓여 있다. 시집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파아란 파란”(「파란 밤」) 이미지는 식다 못해 차가워진 체온을 그대로 전달한다.

소녀는 이름 없는 아가를 향해 파아랗게 얼어버린 가슴을 꺼내주었다 아가의 끈적하고 뜨거운 침이 소녀의 언 가슴을 녹이고 있었다(「부활절」부분)

파아랗게 얼어 있는 주먹만한 당신의 심장을 꺼내 목금 속에 넣고(「오빠생각」부분)

하얗게 기쁘게 눈이 내리네 눈빛만 남은 여자가 나무에 다가가 아가의 손등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핥아먹으며 시퍼런 손등 위에 입맞춤하네(「하얗게 기쁘게」부분)

나는 당신의 노래를 움키고 당신의 푸른 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요 온갖 은유를 만져요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 먹지 않을게요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 먹지 않을게요(「서정적인 삶」부분)

얼어붙은 개구리 알이 주렁주렁 달린 그대의 머리칼(「보뮈뉴에서 온 사람」)

그러나 김안은 애인이 그대로 잠들게 두지 않는다. “그것이 사랑이 아닌 것을 알고 있지만”(「서정적인 삶」) 파란 몸속을 헤집고 자르고 토막낸다. 시인의 말에서와 같이 “말의 관절을” 쥐고 힘껏 비틀어보는 것이다. “가위로 가득 찬”(「가위 소리」) 관계다. 날카로운 도발과 전복을 계속하다보면 어딘가 새로운 곳에 닿을 것 같다. 완전히 죽을 수도, 다시 태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두 가지가 과연 다른 것인지 시인은 고민한다. “당신의 언어는 어린아이 같아 범하고 싶어요 어젯밤 꿈에 당신의 언어와 나의 언어가 근친상간을 했어요”라고 뜨악한 고백을 하거나, “당신은 언어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본 적이 있나요? 조여드는 언어의 항문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그 속은 깊고 어둡고 사랑스럽고 싱싱해요”(「언어들」) “당신의 항문으로 들어간 검은 구름이 내 입 밖으로 나왔지요” “당신의 손가락은 물고기가 되어 내 방광 속을 유영하지요”(「흔들리는 구름」)처럼 극한의 관능을 시사하는 것은 시인의 치열함 때문이다. 시인은 “불가능한 체위에 대하여” 모색함을 멈추지 않는다. 망설이지 않고 “희롱당한 여자가 울고 있는 지하철 안에서 너는 태연하게 그것을 요구한다”고 발언한다. 이 치열함은 심지어 어린아이의 순수함까지 연상시킨다. “막대사탕”(「소나기」) 같고 “애벌레 모양의 젤리를 삼키”(「입춘」)는 것 같다.

액상(液狀)의 서정

아이가 면도칼로 벌레를 베듯 베고 또 베자 애인의 몸에서 물이 흐른다. 「버려진 말의 입」이라는 같은 제목으로, 번호 하나 붙이지 않고 이어지는 일곱 편의 시들은 반복되는 칼질을 닮았다. 수 번의 칼질 끝 할상(割傷)의 틈새로, 단단하게 언 육체 안으로 아직 흐르고 있었던 것들이 스며나온다.

창밖으로 손을 내밀면 당신의 혀가 느껴진다. 당신의 말은/ 시즙(屍汁)(「버려진 말의 입」 부분)

당신의 발가락을 물면/ 내 입은 언제나 철썩이는 물의 살갗이었습니다 그저(「버려진 말의 입」 부분)

방 안에 틀어박혀
매시간마다 애인을 바꾸며 몽현간(夢現間)을 헤맨다.
내가 낳은 자식들은 모두 액체다.
시즙(屍汁)이다.
이 몸은 액상(液狀) 창고이고,
나는 그 많은 자식들 중 단 한 명의 얼굴도 기억할 수 없다. (중략)
온종일 텔레?전을 껴안고 지내던 아버지는 편육(片肉)이 되었다.(「일요일들」 부분)

흐르는 체액들은 그러나, 슬프게도 생명의 체액은 아니다. “서로의 뱃속으로 수많은 낮과 밤을 쏟아부어도 이제 더이상 우리에게 유전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붉은」)”다는 서술처럼 다음을 잉태하지 않는 물이다. 정확히 그것은 부풀어오를 대로 부풀어오른 등창, 악저(惡疽)에 고인 액에 가깝다.

그때 아버지의 몽둥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개의 정수리를 내리쳤습니다. (중략)
개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개보다 큰 비명을 지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중략)
온몸을 비벼 악저를 파헤치면 작고 보드라운 묘혈
그 속으로 들어가 웅크립니다.
개가죽을 뒤집어쓴 채 흘러가는 세월을 봅니다.
비가 와도 젖지 않는 하얀 유령림이 됩니다.(「유령림」 부분)

개나 먹으라지, 개나 먹으라지 하며
말이다, 말이다
개보다 나은 삶을 살기도
개보다 맛있는 시를 쓰기도 어렵다고 키득거리고 싶었다(「곰팡철」 부분)

개 같은, 살해되고 먹히는 개 같은 절망은 시집 도처에서 출몰한다. 어쩌면 시인은 물집과 고름을 터뜨리고 또 터뜨리기 위해 파괴를 일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해체와 해부의 극단에 어떤 대단원이 있는 것일까? 전혀 다른 성질로의 변환, 이 쓰디쓴 서정의 전환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인은 믿는다. 신념이라기보다 본능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언어를 막무가내로 성교시키던 시인의 격한 실험이 사실 “하루 사이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애인의 머리칼을/ 하얗게 변색시키는 시간의 연은술(鍊銀術)”(「라 쿠카라차」)처럼 정교한 것이었는지도.
드디어 만물이 멈추고 죽어 있는 “얼음이불” 속에서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물비늘로 가득”(「악흥의 한때」) 차기 시작했다. 변신이다. 시인이 그의 첫 시집을 덮자, 때맞추어 상자가 하나 배달되어 온다. 상자 안에는 애인의 가슴이 들었다. 시인이 기억하던 차고 언 가슴이 아니다. 시인의 입이 약간 벌어진다.

작은 마분지 상자 속에서
고요히 숨 쉬고 있던
당신의 검붉은 젖꼭지를 입에 넣었습니다(「에리다누스」 부분)

언어라는 질료에의 유례없는 천착(穿鑿)을 통해, 문단의 시 흐름으로부터 고집스럽게 고립함을 통해 빚어낸 첫 시집이 어떻게 해석될지 궁금하다. 독자들이 상자를 열면 시의 몸 어느 부분이 들어 있을지, 이렇게 충격적인 인사를 전해온 ‘시인 오빠’ 김안이 다음으로 또 어떤 생각을 선보일지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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