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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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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용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30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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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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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페이지 수 약 5만자, 약 1만 단어, A4 약 32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48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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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정한용
1958년 충주에서 태어났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고, 1985년 『시운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얼굴 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 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평론집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 『울림과 들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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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베끼다」전문

출판사 리뷰

● 편집자의 책 소개

문학동네시인선 078 정한용 시인의 시집 『거짓말의 탄생』을 펴낸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먼저 당선되고 1985년 『시운동』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되었으니 시에 관한 그의 이력이 35년쯤 된다. 말쑥하고 멀쑥한 청년기의 세월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총 네 개의 챕터로 부를 나누어 전개되고 있는 이번 시집 속 시편들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거짓말’의 난무를 저마다 품에 안은 폭탄처럼 감추고 있는데 얼마나 그 숨기는 재주가 탁월한지 이게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내 고개와 당신의 고개를 연신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거짓말’을 행함에 있어 잘했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유일하게 문학의 세계가 아닐까. 이 세계의 위선을 툭툭 치고 퍽퍽 찔러서 우리들 스스로 제 자신의 ‘거짓’을 토해낼 수 있게 자극하는 유도제로 ‘거짓말’처럼 진가 있는 약은 또 없을 것이다. 영리하고 명민한 정한용 시인은 이를 한껏 사용했다.

보르헤스가 세상을 뜨기 전, 그러니까 1980년대 초반,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였는데요. 그의 문학에 매료된 나는 용감하게도 아르헨티나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지요. 당신의 소설은 마치 ‘시’ 같다, 서사와 상상의 울림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등등, 칭찬을 하고 나서, 나의 시집 『유령들』을 당신이 근무하는 ‘바벨의 도서관’에 기증하고 싶다, 뭐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그로부터 국제우편 답장이 왔고, 이것 때문에 한 열흘은 마음이 들떠 있었는데요. (아마도 앞을 못 보는 그를 대신해 비서가 보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답장의 내용은 단 석 줄이었습니다.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죠. “당신 시집 기증에 감사한다./ 우리 도서관에 백 년 동안만 보관하겠다./그다음에는 다시 찾아가기 바란다.”
-「보르헤스의 추억」전문

그의 시는 발랄하다. 그의 시는 재미있고 그의 시는 특유의 농담 투로 한철 피는 꽃대처럼 웃음을 터뜨리느라 분주한데 이 구절구절들이 가만 보면 ‘구라’다. 그런데 이 ‘구라’가 단순히 ‘구라’에 그치는가 하고 보면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농익어 들어찬 부분들이 또한 대부분의 배경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현실과 가상의 뒤섞임이 아주 교묘하게 짜깁기되었다는 말이다. 웃자고 읽기 시작한 시의 끝에서 웃음을 잃게 되는 경험, 그렇게 세계를 다시 보게 되는 경험, 그렇게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게 되는 경험. 정한용 시인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그런 양극의 삶이 아니었을까. 그러니 참이든 거짓이든 그 여부를 따지는 일보다는 그렇듯 격자로 짜인 이불을 덮고 누워 이것이 어쩌다 두툼한 내 몸의 덮개가 되었을까 그 현실을 묻고 따지는 일이 더 귀함을 어쩌면 시인은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대부도?자월도 사이에는 새들이 산다. 오가는 뱃길 내내 따라오더니, 그중 몇은 낯이 익었다. 집에 돌아와 노곤한 몸으로 TV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을 보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카톡 소리에 잠을 깼다. 낮에 본 새, 바다로 직하하던 갈매기였다. “몇이 모여 새우깡에 소주 한잔하는 중이니 건너오시라.” 잠시 망설이다 답을 보냈다. “몸 버리기 전에 좋은 안주 좀 챙겨 드시라.”

새를 이해하기 전, 그 어둡던 시절에 새우깡에 깡소주를 붓곤 했다. 콩나물국이라도 얹으면 더없는 호사였다. 새우와 콩나물이 맑은 술과 어울려 빛나는 현상을 그들의 언어로 ‘현현’이라 불렀다. 그 유식하고 어려운 말을 한번 되뇔 때마다, 시간은 일 세기가 흐르고, 우리 사이는 일 광년씩 멀어졌다. 오늘은 모처럼 새가 된 우리가 질문 없는 울음을 울었던 것이다. 더 비우자 했던 것이다.
-「새우깡」전문

가만가만 은근하게 우리를 속이는 듯한 이 ‘구라빨’에는 그러나 ‘이빨’이 없다. 그렇다면 잇몸으로 우리를 꽉 문다는 얘기인데 이 기술이야말로 숙련공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특기라 하겠다. 우리는 아프지 않고 우리는 때로 간지럽기까지 한데 우리들의 모양새를 보자니 꽉 물린 거다. 딱 물려버린 거다. 물고 물린다는 연결 고리가 이가 없는 잇몸과 살이 만나 이뤄진다는 얘기다. 아픈 줄도 몰랐는데 마음의 살점이 떨어져나갔다는 결과다. 주로 쓰는 시어들이 육식성이 아닌 식물성에 가까운데 눈을 뜨고도 당한 격이다. 예컨대 파리지옥풀 같은 것이 정한용 시인의 시에 예로 들 수 있으려나.
‘구라’가 진실로 통하려면 ‘오버’란 것이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된다. 정한용 시인에게는 실로 그 들키는 들뜸 같은 게 전무하다. 시에 있어 그 표정의 변화라는 게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늘 같은 옷도 같고 늘 같은 옷을 입는 것도 같다. 그런 시와 그런 시인이 훨씬 무섭다는 걸 훗날에야 안다. 그런 시와 그런 시인이 우리 세계를 훨씬 더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안다. 이 ‘식물성 구라쟁이’에게 속는다 한들 우리에게 어떤 피해가 있을까. 이렇게 즐거운 뒤통수 얻어맞기는 시에서만이 즐길 수 있는 손맛이다. 정한용의 손맛은 맵다. 그래서 더 따갑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도’가 ‘아씨좆도’로 읽힌다, ‘아홉시반’이 ‘아씨발년’으로, ‘제대로’가 ‘지랄도’로, ‘겐세이 놓는다’가 ‘개새끼 낳는다’로 읽힌다, 세월이 좆같고 씹 같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 새끼들이 웃고, ‘점령하라’에 나갔던 젊은이들은 모조리 감옥으로 가고, 홍콩 민주화를 외치던 깃발에 불이 붙는다. 바다로 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광화문에서 청계천까지 노란 리본이 휘날리고, 남에서 북으로 삐라를 날리고, 북에서 남으로 총알을 보내고, 낙동강에선 괴물 쥐가 어슬렁대고, 제3한강교 밑에선 큰빗이끼벌레가 녹차를 마신다. 에볼라가 붉은색 장미처럼 웃는다.

바야흐로, 아름다운 시절이다. 아동 교육비 최고, 저출산율 최고, 노인 빈곤율 최고, 자살율 최고, 빈부 격차 최고, 얼씨구, 기록 풍년이다, 단식 농성 최고, 공권력 남용 최고, 간첩 조작 최고, 법인세 감면 최고, 황혼 이혼 최고, 절씨구, 사는 게 지랄이다, 전화 감청 영장 최고, 사생활 침해 최고, 개인 정보 유출 최고, 기업 친화 정책 최고, 독서 빈곤율 최고, 비정규직 증가 최고, 잘한다, 죽여준다, 끝내준다, 낙하산 인사 최고, 핸드폰값 최고, 간접세율 최고, 중산층 감소 최고, 언론 자유 순위 하락 최고, 전셋값 폭등 최고, 권력에 빌붙기 최고, 약한놈 짓밟기 최고, 옳거니, 이게 우리 네 민낯이다.
-「아름다운 시절」부분

● 시인의 말
여섯번째 시집이다.
거친 언어 중에 당신 정곡에 닿을 말
하나 있음 좋겠다.

2015년 초겨울
정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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