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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오이디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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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영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13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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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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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페이지 수 약 4.4만자, 약 1.4만 단어, A4 약 2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47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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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서상영
1967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서울시립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1993년 『문예중앙』 겨울호에 「들판의 노래」 외 10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꽃과 숨기장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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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오직 아버지가 되겠다는 외침들뿐!”
오이디푸스를 뒤집은 ‘신가족로맨스’

서상영 시인이 세운 신화적 상상력의 판테온
그 “야단법석의 신전” 속으로……


1993년 데뷔 이후 13년 만에 담백한 시어들을 꼼꼼히 엮어 숙성된 첫 시집을 선보인 바 있는 서상영 시인의 두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을 펴내기까지의 시간보다는 빨라졌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지나 나온 시집 『눈과 오이디푸스』다.
또 한번의 오랜 시간의 숙성을 거듭하면서 시인의 시세계 또한 변화를 이루었다. 과거의 작품들에서 나타난 정신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첫 시집과 두번째 시집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나, “서상영의 시는 호흡을 토대로 삼아서 만들어진 노래다. 그는 자주 소월과 미당과 혜산을 차운하여 시를 지었다”는 첫 시집의 권혁웅 해설과 “서정을 포기한 자리에 육두문자와 외설과 패러디가 난무하고, 대중가요와 연극적 대화가 수시로 개입하며, 말장난과 소설적 서사가 포진한다. 시인지 소설인지 우화인지 연극인지 분간할 수 없다. 말하자면 집 안에서 그의 시세계는 전통적인 장르의 경계를 가뭇없이 허무는 해체와 재구성의 미학적 실험실이다”라는 이번 시집의 류신 해설의 간극에서 볼 수 있듯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주목되는 것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오이디푸스’ 신화가 서상영 시인의 시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나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 눈을 찌름으로써 자신을 단죄한 오이디푸스의 뉘우침은 종결된 것이 아니라는 데에서 그의 시는 출발한다. 오이디푸스의 통곡은 신화를 뛰어넘어 지금, 여기에서도 여전히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현대적 오이디푸스가 시 속에 살아 있다.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가 된 오이디푸스. “오직 아버지가 되겠다는 외침들뿐”인 세상이 시의 무대이다.

소낙눈이 내린다
뜨거운 눈물이 얼어 하얀 꽃으로 핀다
대궁도 없이, 벽 없는 허공에
헛되이 몸을 부딪치며, 끝도 시작도 없이
오오, 그러나 사내여
그 숱한 뉘우침은 정당하단 말인가
누구도 아버지의 이름을 부를 자유는 없으리

눈으로 무엇을 덮을 수 있으며
눈으로 무엇을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삼거리의 마차였던가
거만한 패거리의 욕지거리였던가
너의 눈을 완강히 거부했던, 그 어떤 덩어리가
그토록 무서운 진실로 남게 될 줄이야

아내이자 어머니인 여인의 몸에서
흘러나온 다홍빛 피가
무구한 테베의 흙을 놀라게 했을 때
너는 손가락으로 두 눈을 찌르고

죽음으로도 면책될 수 없는 인간의 죄여
우리 모두는 차라리 고통을 택했구나
소낙눈이 내린다, 희생양 없는 순수한 경배가
세상을 풍요롭게 했던 황금의 시대, 그 순백의
꿈들이 들판을 덮는다, 시작도 끝도 없이
……붉은 꽃을 든 사내들……
버림받은 아이처럼 하얀 언덕을 떠돈다
-「눈과 오이디푸스」 전문

현대판 오이디푸스들이 가득한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시인은 가족을 무대 위로 올린다. 철저한 반공주의자이자 이기적이고 가부장적인, 게다가 자신의 딸을 욕망하는 아버지, 막내아들과 근친 관계에 있는 엄마, 아버지와 형을 동시에 욕망하는 누나, 결국 아버지를 배반하고 새로운 아버지로 등극하는 형. 근친상간의 야릇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이 가족은, 서로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끊임없이 갈등을 빚는다. 바야흐로 오이디푸스 근친상간 모티프의 전면적인 교정이자 전방위적 확대라 부를 만한 ‘신가족로맨스’가 펼쳐지는 것이다.

형은 마르크스를 사랑했고 아버지는 비스마르크를 사랑했고
집안을 한시도 열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고
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을 똑같이 사랑했다
그래서 특이한 사랑의 방식을 택했는데
부자(父子)간의 투쟁을 빌미로 바람을 피워보자는 작은 소망을 가졌다
부자간의 증오가 증폭될수록 그녀의 소망도 증폭됐지만
막상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녀에게서 불륜의 꿈은 사라졌다
나는 형이라는 형이상학을 통해 세상을 봤으나
원체 지지리라 아버지조차 나를 동정했다
누나는 아버지를 가장 사랑했고 오빠를 가장 사랑했는데
그런 사실을 공공장소에서 밝혔다
그때마다 아버지와 형의 싸움을 격렬해졌고
엄마는 누나의 귀싸대기를 때렸다,
여우 같은 동생은 순수했다, 냉소를 향한 순수
동생은 아르바이트로, 냉소의 편의점에서 빙신 아니 빙수를 팔고 있다
-「눈과 오이디푸스-행복한 가족」 전문

이들의 욕망이 반복되고 서로 자리를 바꾸면서 구동되던 가족 관계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형이 새로운 아버지가 됨으로써 변화를 맞는다. 하지만 그 변화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버린다. 형도 결국 아버지의 부정적인 면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권력자로 군림하려 하면서 가족의 비극은 또다시 반복되고 만다. 아버지를 죽인 자리에 또다시 아버지가 된 오이디푸스. 계속해서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아버지의 질서’ 앞에 “새아버지도 헌아버지일 수밖에 없”(「눈과 오이디푸스-안녕, 발가벗은 영혼아」)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시인이다. 이 모든 걸 지켜본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인이다. 그의 시가 선 자리를 바라보는 것은 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른다. 2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두 편의 시에서, 독자들이 이 불편한 가족 이야기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됨을 짐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나는 홀로 시를 읊네
까닭 없이 권태로운 목소리로
안개비에 몸을 적시며
시를 읊네, 하지만
나는 나의 마음을 모르네
아름다움에 더욱 목이 마른 아름다움
이 슬픔을 나는 용서해야만 할까

나는 홀로 시를 읊네
쓰러지고 싶어하며 간신히
간신히 흘러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목소리들
길게 귀를 늘어뜨리고, 나는
봄을 다 써버린 초록 나무에 기대어
먼 전설의 마법에 빠져드네

사랑 증오 고독에게조차
지친
흑석동 거리의 흐린 하늘
집 잃은 개가 뛰어간 길로
눈에 우울 가득한 내가 걸어가고

살금살금 발끝을 세워
이데아 위를 걷는 야윈 발레리나처럼
비는 내리네, 하지만
나는 나의 마음을 모르네
이 토할 것 같은 몸 안의 비틀림
지상의 모든 것들에겐 죄가 없다
-「내 마음의 실루엣」 전문

그러면 시인은 지금 어느 쪽에 있는가? 시인은 집 안과 밖, 가족과 자연, 실험과 서정, 첨단과 낭만이 대치한 최전선에 있을 것이다. 경계에서 피는 꽃이 가장 위험하고 아름답다. 부디 정치와 미학의 영토가 맞닿은 국경에서 서상영 시의 꽃이 계속해서 만개하길! (……) 두 겹의 삶을 견디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이 새로운 질서를 부여받는 접점에서, 정치와 미학의 청원이 충돌하고 길항하고 교호(交互)하는 전위에서, 서상영의 시세계가 조금 더 독해지고 악해지길 소망한다. _류신, 해설 「안티 오이디푸스 시극(詩劇)」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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