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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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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05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438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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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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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10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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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38.40MB 파일/용량 안내
글자 수/페이지 수 약 3.8만자, 약 1.3만 단어, A4 약 24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74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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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94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경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다녔다. 2017년 『시인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2020년 7월 24일 불의의 사고로 영면했다. 1994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경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다녔다. 2017년 『시인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2020년 7월 24일 불의의 사고로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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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사라지는 건 없어
밤으로 스며드는 것들이 짙어가기 때문일 뿐


문학동네시인선 146번째 시집을 펴낸다. 2017년 『시인동네』를 통해 등단한 김희준 시인의 시집이다.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이다, 다. 김희준 시인. 1994년 9월 10일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으니 올해로 만 스물여섯의 시인. 2020년 7월 24일 불의의 사고로 영면했으니 만 스물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시인. 그러하니 이것은 시인의 유고시집. 시인이 태어난 날이자 시인이 떠난 지 사십구일이 되는 날에 출간되어 시인 없이 어쩌다 우리끼리 돌려보게 된 시인의 첫 시집. 이럴 수가 있는가 하면 이럴 수밖에 없음으로 하염없이 쓰다듬게 되는 시집. 이런 김희준 시인의 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제목 끝 쉼표 하나 어떻게든 붙잡고 보는데 시인의 말마따나 그 어떤 이유로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뼈아픈 어처구니의 심정 속에 읽어나갈 수밖에 없는 시집, 그런 시집.

정말이지 무엇 때문이었을까. 말하고 있다지만 정확히 알 수 없음으로 자꾸만 찾아 읽게 되는 김희준 시인의 그 ‘때문,’. “형, 우리는 버려진 거였어 그림 형제의 일기를 훔쳐보던 형과 바늘로 찔러버리고 싶은 세상이라고 그날의 일기를 써내려가던 내가 그리고 정글짐 너머에서 나눈 혀가 녹슨 맛이 났던 건 그런 이유 때문,”(「백색소음」)이라거나 “그날 손을 놓친 건 지구로부터 몸을 버리러 온 밤이었기 때문,”(「환상통을 앓는 행성과 자발적으로 태어나는 다이달로스의 아이들」)이라거나 “옷소매는 죽어버린 절기로 가득했고 빈틈으로 무엇을 키우는지 알 수 없었어 주머니에 넣은 꽃잎을 모른 체했던 건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친애하는 언니」)이라거나 “쏟아지는 일은 생각보다 흔해서 멍이 들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물구나무선 내가 태양으로부터 버려질 수 있었던 건 군네라가 숨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탁아소의 쌍생하는 낮잠」)이라하면서 도합 4편의 시에서 4번씩이나 반복하여 쓰고 있는 시인의 이 ‘때문,’. 밑줄 그어 연거푸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때문,’은 주어진 제 상황에 대한 탓이거나 떠넘김이라는 전가가 아니라 꼿꼿하고 반듯한 자세 속 현실을 직시하고 환상을 감내하는 주체적인 제 태도 속 표현임을 쉬이 짐작하게 한다.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시인의 시들을 보라. 총 57편의 시가 담긴 이번 시집 속 시인의 크게 뚝뚝 잘라 뱉은 부의 제목들부터 먼저 보라. “단지 여름이 실존했네”(「악수」)라고 했다. “천진하게 떨어지는 아이는 무수한 천체가 되지”(「환상통을 앓는 행성과 자발적으로 태어나는 다이달로스의 아이들」)라고 했다. “지금 내가 그린 우리 가족처럼 말이야”(「연필」)라고 했다. “애인이 없어야 애인을 그리워할 수 있었다”(「아무나씨에게 인사」)라고 했다. 제 시집의 뱃머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듯 모를 듯 그러한 혼돈의 울렁임 속에 그러나 특유의 솔직함으로 더한 발랄함으로 그 어떠한 눈치를 보는 일에 타협이란 없이 툭툭 주절주절 우지끈우지끈 시심을 발동시키고 시어를 내뱉고 시라는 리듬에 춤을 춰가며 제 시들을 한껏 부려낸 김희준 시인. 부의 제목만으로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유추하고 추출해보자 하니 ‘죽음’이 튀어나오고 ‘유년’이 튀어나오고 ‘가족’이 튀어나오고 ‘여성’이 튀어나온다. 크고도 넓은 시의 주제, 깊고도 높은 시의 주제, 그리하여 처음이자 끝에 늘 마주하게 되는 시의 주제를 사방 줄로 묶고 이 줄 저 줄 고무줄놀이에 바빴던 시인. 욕심일 수 있겠으나 제 안의 폭발하는 에너지 또한 타고남이라 어찌할 바 몰랐을 세상과의 마주함이 벅찼을 시인.

김희준 시인은 몹시 뜨겁고 아주 찬 언어의 소유자다. 그 중간의 미지근한 온도를 맞출 줄 모르고 그 맞춤에 에이 하고 욕조에서 나올 만큼 제 몸의 언어를 믿고 제 몸의 언어를 사랑해온 이임을 특유의 그 시들로 충분히 짐작하게도 한다. 시인의 언어는 달려가고 시인의 언어는 넘어지고 시인의 언어는 구르고 시인의 언어는 뛰어들고 시인의 언어는 껴안고 시인의 언어는 밀어내고 시인의 언어는 얼어붙고 시인의 언어는 불탄다. 시로 목적이 있는가 하면 그 초점을 흐릿하게 한 채 가벼워짐을 가뿐해짐을 좇을 줄 아는 타고난 관록으로 어딘가 하면 삶의 무용의 꼬리를 찾고 잡아 휘휘 휘두를 줄 알았던 시인 김희준.

사라지는 건 없어
밤으로 스며드는 것들이 짙어가기 때문일 뿐


등단작 「머메이드 구름을 읽어내는 방식」 속 이 두 구절에 오래 눈이 간다. 사라짐이 아닌 스밈으로의 짙음. 그러니 신화 속 천착과 동화적 상상력, 이 두 세계를 저글링하며 “어쨌거나 여름은 자기를 기다리는 일”(「7월 28일」)과 같은 구절을 툭 하고 내뱉을 수 있었겠지. “우리는 아침으로 알탕을 먹는다 입안에서 알이 터질 때마다 응앙응앙 소리가 들리는 건 비밀로 하자”(「생경한 얼굴」). 귓속말을 하듯 우리에게 이런 소리도 공유하게 했겠지. 시인이 이 시집으로 내미는 악수. 동명의 시 「악수」를 한번 읽어보시겠는가. “비의 근육을 잡느라 하루를 다 썼”다고 하더니 이리 귀결하는 이 시를.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들어올리는 내가 있네 빗줄기를 잡느라 손은 손톱자국으로 환했네 물집이 터졌으나 손금에는 물도 집도 없었네 단지 여름이 실존했네”. 우리들의 이 ‘여름’이 사라지겠는가. 우리들의 이 ‘실존’이 없어지겠는가. 우리들이 없어도 이 여름은 영원히 있고 우리들이 없어도 이 실존은 잠자코 있다. 그걸 믿음으로 그걸 희망으로 우리는 있다 없어짐에 악착같음을 놓고 비루먹음을 버릴 수 있는 거겠지.

시인의 말을 읽고 또 읽는다. “올리브 동산에서 만나요”. 올리브 컬러를 머금은 시집을 만지고 또 만진다. 올리브 동산이 지금 여기 없다 해도 시인이 만나자 하니 언젠가 거기 있겠지. 만나요, 하는 말만큼 기대 속 설렘을 부추기는 예쁨과 따스함 속 시집을 덮자 하니 장옥관 시인이 시집 끝에 보탠 발문이 아파 쉽게 그러해지지가 않는다. 시인 김희준과 더불어 사람 김희준을 정확하고도 투명하게 관통해낸 이야기가 이 시집을 넘나드는 데 있어 긴요한 ‘곁’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싶다. 장옥관 시인의 발문 끝처럼 이 글의 말미도 이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인터넷 잡지 『웹진 시인광장』에서 김희준 시인이 한 말이라 한다. 두루 새김이 명복을 비는 일이라 할 것이다.

“모든 시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가 아주 사랑한다고요. 늘 고민하던 말이었는데 마땅한 기회가 없어서 꺼내지 못했거든요. 선생님, 시가 너무 좋아요. 매일 절절 생각해요. 정말 아끼고 사랑해요.”

김희준 시인은 “소행성09A87E”로 돌아간 게 틀림없다. 아니다, 그는 아직 이 별에 머물고 있다. 이 시집이 나오는 9월 10일. 자신의 스물여섯번째 생일이자 사십구재가 드는 그날, 시집을 안고 자기 별에 돌아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 우리는 지구별의 언어와 감정으로 김희준 시인을 소환해선 안 된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면서 그를 떠올려야 한다. 자신의 엄마에게 남긴 마지막 메모처럼, “엄마 나는 좋아, 다 좋아” 하며 짓던 환한 웃음.
─장옥관 발문, 「위태롭고 불안한 문장들의 호명」 중에서


[시인의 말]

올리브 동산에서 만나요

2020년 9월 10일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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