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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 EPUB ]
정재학 | 문학동네 | 2022년 07월 28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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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0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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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페이지 수 약 1.9만자, 약 0.7만 단어, A4 약 13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54687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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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6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하였다. 2001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첫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로 2004년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 말부터 새로운 문학적 코드로 떠오른 '환상'을 구체적 작품으로 실현시키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젊은 시인들 가운데 한 사람인 그는 도시적 욕망의 야만성을 공격하며, 리얼리즘적 세계의 부조리를 환상성...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6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하였다. 2001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첫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로 2004년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 말부터 새로운 문학적 코드로 떠오른 '환상'을 구체적 작품으로 실현시키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젊은 시인들 가운데 한 사람인 그는 도시적 욕망의 야만성을 공격하며, 리얼리즘적 세계의 부조리를 환상성을 통해 증폭시킴으로써, 묘사와 재현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조롱하는 일련의 시들을 쓰고 있다.

두번째 시집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는 충격적인 신선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동시에 한층 정제되고 치밀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시 세계의 강한 밀도를 느낄 수 있다. 언어의 질량뿐 아니라 시각적 질감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정재학의 시들은 언어와 음악의 관계를 끈질기게 재구성하고, 그 실험은 젊음과 젊음의 모험이 무엇인가를 극대화하여 보여 준다.

그는“시인에게 시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좋아서’, 달리 할 말이 없다. 더 멋진 의미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발표된 시의 주인은 시인이 아니다. 시인의 의도보다는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시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감상이나 해석이 천차만별인 것도 시의 매력이다. 한 가지로만 해석되는 교과서 시들은 그런 점에서 불행한 시가 아닐까.”(동아일보) 라는 말을 독자들에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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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숨쉬는 글자를 알려줘!”
모든 것이 시가 되고, 시는 모든 것이 되는 경이
세계의 사물과 언어에서 시를 추출해내는 마법적 리트머스


문학동네시인선 174번으로 정재학 시인의 네번째 시집을 펴낸다. 1996년 『작가세계』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재학은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에서 환상적 상상을 구체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모더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는 그런 그가 언어가 가질 수 있는 음(音)과 색(色)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시집 『모음들이 쏟아진다』 이후 8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시집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번 시집을 통해 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간 그는, 세계의 사물과 언어에서 시가 될 수 있는 것을 추출해내는 방식을 통해 보다 깊은 시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1부 ‘아빠, 돼지곱창 음악이 왜 이렇게 아름다워?’에서는 이제 막 언어를 익힌 아들의 세계 인식을 통해 언어의 기저에 존재하는 미학을 발견해내고, 3부 ‘떨리는 것들은 악기가 될 수 있다’에서는 일상의 소음들에서 언어적 선율을 포착해내며, 4부 ‘주춤주춤 춤춤’에서는 샤먼의 몸짓에서 시적 진동을 감지하고, 6부 ‘어떤 시간은 나에게 공간입니다’에서는 공간을 통해 시간을 감각하는 식으로 시라는 언어 형식을 재구성한다.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정재학은 시의 외부로 나가, 다각도에서 시 내부로의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러한 모색의 결과로서 이 시집 안에 혼재하게 된 다채로운 목소리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언어에 근본적으로 내재한 시적 아름다움을 새삼스럽게 재발견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나비가 꽃대를 기어올라
말랑말랑한 허공을 걸어간다

날개를 움직이지도 않고
빈 곳이 아니라는 듯
편안하게

점점 날개가 커지는데
마음껏 걷고 있다

저 아래 땅바닥이 보이지만
그 아래 또하나의 땅바닥도 보인다

가볍게 겹쳐지는
나비차원
_「나비차원」 전문

시집을 열면 첫 장에서 만나게 되는 시 「나비차원」에서는 허공을 나는 나비의 몸짓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데, 이는 시인이 일상 언어에서 시를 추출해내는 메커니즘을 이미지화한 것처럼 보인다. 날개를 팔랑거리며 부드럽게 날아가는 나비의 모습에서 시인은 나비가 “빈 곳이 아니라는 듯/ 편안하게” 딛고 걸어가는 ‘허공의 바닥’을 본다. 맨 밑 땅바닥 위에 따로 또 존재하는 나비의 바닥. 그가 ‘나비차원’이라고 명명한 그것은 다층적인 언어의 스펙트럼에서 시인이 딛고 걷는 시적 언어의 층위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시인은 다른 이들은 일반적으로 허공이라고 인지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말랑말랑한” 무언가를 눈으로 보고 만지며, 그것을 시화(詩化)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와 같이 허공, 즉 언어의 공기라고 할 수 있는 일상 언어에서 시적인 것을 포착해내는 작업은 1부에서 주를 이루는 방식이다. 이제 막 한글에 흥미가 생긴 아들과의 대화에서 “숨쉬는 글자를 알려”달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심장박동을 크게 만드는 멋진 말들은 시가”(「글자의 생」) 된다고 대답하는 시인. 이는 언뜻 어린아이를 이해시킬 만한 쉬운 말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의 본질을 꿰뚫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 글자를 써달라고” 하는 아들에게 ‘여름’이라고 써주자 아들이 “무성한 푸른 잎을 거느린 나무 그림을 보여주며 여름 글자 필요 없어. 이게 여름이니까”라고 말하는 부분은 자못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실내악’ 연작에서는 일상적 소음에서 시를 발견해내기도 한다. 「실내악―중3 아이 둘의 욕설과 선풍기 3중주」에서 “선풍기가 욕설들을 창밖으로 밀어내자/ 운동장에서는 진화한 신종 욕설들이 회전하고” 뒤이어 “선풍기는 반복해서 예각의 짧은 고갯짓을 하며/ 분쇄된 까치의 뼈를 뱉어낸다”고 표현한 부분은 소리에서 시작해 그 소리에 묻은 감정까지를, 손에 잡힐 듯 감각적이고 선명한 이미지로 구현해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어머니의 물
공기의 어머니

밥공기의 아버지
아버지의 달

달이 낳은 태양
춤이 낳는 춤

함께 울어주는 신
_「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심방」 전문

4부 ‘주춤주춤 춤춤’에 수록된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 연작도 주목할 만하다. 무속, 즉 어떤 종류의 믿음에서 비롯된 몸짓은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디뎌내는 시인의 몸짓과 닮았다. “모든 소리는 음악이 되고/ 어떤 시간은 공간으로 창조된다”고 말하는 「신들의 땅」을 지나면 “함께 울어주는 신”(「심방」)을 마주하게 된다. 그 신은 “춤이 낳는 춤”이라는 표현에서 엿볼 수 있듯 언어를 낳는 언어, 시를 낳는 시를 써내려가는 시인이 이윽고 마주할 존재, 어쩌면 또는 시인 그 자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시집을 닫는 시 「12월, 괄호 속으로」를 보자. 지금까지의 흐름을 본다면 “시계의 초침소리 사이마다” “무한히 길어”지는 ‘괄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시인은 초침처럼 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 세계의 모든 존재들 사이에 존재하는 ‘무한히 긴 괄호’로서의 시를 발견해내고 있었던 것 아닐까? 괄호는 “가면 같고, 계단 같고, 관(棺) 같고, 때로는 천 권의 책을 지닌 거대한 도서관” 같으며, 그 속에는 “노여움의 침묵, 서먹함의 침묵, 무시하는 침묵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끝내 “괄호 속으로” 들어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그가 시인의 말에서 “어차피 평생 써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일종의 각오와도 연결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허공의 바닥’, 연속되는 시간과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무한한 괄호’로서의 시를 발견해내는 일, 그것이 바로 시인의 일이고, 그 안에 이 시집의 제목이 품고 있는 질문의 대답이 들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정재학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시집으로는 오랜만에 독자들을 찾아뵙게 되었는데요, 2014년 『모음들이 쏟아진다』 이후 8년 만의 신작 시집입니다. 이번 시집을 내는 소회를 들려주세요.
네번째 시집이 꽤 오래 걸렸네요. 시집 ‘시인의 말’에서 썼듯이 제가 매우 게으릅니다. 하지만 느리고 게을러야 쓸 수 있는 시들도 있지요. 8년 동안 쓴 시들을 책으로 내니 기쁘고 마음이 편안합니다. 오랜만에 내는 시집이라 설레기도 하고요.

Q2. 이번 시집에서는 자신보다 타인을 향한 시선이 눈에 띕니다. 이 시집의 첫 부에 놓은 시들은 대부분 아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고, 3부의 ‘불’ 연작 등에서는 타인이 되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형식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모음들이 쏟아진다』의 「태동」에 처음 등장했던, 엄마(작년 문학동네에서 시집 『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을 낸 김향지 시인) 뱃속에 있었던 아들이 지금은 열 살입니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해준 말랑말랑한 말들에 많은 영감을 받았고, 아들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쓴 시들이 1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3부의 〈불〉 연작은 처음에는 티베트 독립을 위해 많은 스님, 시민들이 ‘분신(焚身)’한 것에 대해 느낀 슬픔과 분노가 계기가 되어 쓰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육체적 고통이 화상입니다. 그것을 감수한 ‘공적(公的)인 죽음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적(公的)인 죽음’이기에 ‘분신자살’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티베트의 저항적 분신을 계기로 다른 분들의 분신도 연작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Q3.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이번 시집에서는 시라는 표현 양식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작가님에게 시란 무엇인가요? 질문이 너무 크다면, 시를 쓸 때 작가님은 어떤 마음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 시집에 있으니 말을 아끼겠습니다. 하하……
등단한 지 26년이 넘었습니다. 뭐든지 26년을 했으면 달인, 숙련공이 되어야 하는데 저는 시를 쓸 때마다 처음 쓰는 듯 막막합니다. 시 쓰는 법을 매번 까먹나봐요. 며칠 동안 한 글자도 못 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혼자 저를 다독입니다. 괜찮아, 괜찮아, 평생 쓸 거니까 지금은 못 써도 괜찮아. 막막함이 늘 우선이고, 잘 풀리면 해피엔딩입니다.

Q4. 시 외적인 부분도 궁금합니다. 최근 작가님이 일상에서 가장 자주, 혹은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조금 심리테스트 같은 질문인 것 같습니다만…… 요즘 일상의 관심사와 함께 이야기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비애, 슬픔, 우울함보다는 기쁨, 행복, 빛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작년에 문득 ‘내가 슬픔, 우울함을 느끼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집에서도 다루었지만, ‘윤회’를 믿게 되었습니다. 종교를 믿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어떤 종교도 믿지 않습니다. 불교조차도 믿지 않습니다. 샤머니즘도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고요. 『모음들이 쏟아진다』에서도 「샤먼의 축제」라는 연작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 ‘제주-히말라야 샤머니즘의 만남展’ 연작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샤머니즘은 그 자체로 상당히 아방가르드한 측면이 있지요. 단번에 돌파하고 초월하는.
예전에는 실존주의자로서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나는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가 화두였다면, 요즘에는 윤회론자로서 ‘내가 계속 몸을 벗으며 영원히 산다면, 지금 이 生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화두가 바뀌었습니다.

5. 끝으로 이 시집을 읽을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인사말을 남겨주셔도 좋고요.

시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독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한국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시집을 많이 출간하는 국가일 겁니다. 글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울림과 확장을 준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여전히 마음이 설레는 일입니다. 제가 오랜 시간 천천히 쓴 시들이듯이 여러분들도 지치지 않고 천천히 읽으셨으면 합니다.


■ 시인의 말

이번 生의 역할놀이를 나름 계속 해나가고 있다.
네번째 시집이다.

게으른 것은 알고 있다.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평생 써야 하는데.

다행히 아직 지겹지는 않다.
시 쓰는 법을 매번 까먹기 때문이다.

2022년 이른 여름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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