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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5년 07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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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446g | 135*200*23mm |
| ISBN13 | 9791194930761 |
| ISBN10 | 119493076X |
8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 출판사 '반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도서제공
안톤 허의 ‘영원을 향하여’는 SF소설이면서도 그 속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끝까지 붙드는가.
1부 <근미래>의 파닛은 그 질문의 시작점이다. 그는 한용훈 박사가 ‘언어’를 통해 인간의 인격과 인간성이 창조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설계한 인공지능이었다. 데이터로만 저장되던 감정과 생각, 언어를 한용훈 박사의 신체를 통해 처음 ‘느끼는’ 순간, 파닛은 비로소 세계와 촉각을 나눈다. 언어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온도와 감각, 감정을 실어 나르는 생명체처럼 작동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 파닛은 2부 <미래>에서 새로운 갈망을 품는다. 모래성을 부수는 두 아이와 로아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가족을 원한다. 그의 일기 속에 반복되는 ‘파괴’는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창조의 씨앗, 생명의 원천이다. 가족이라는 형태는 세대를 전제로 하고, 죽음은 그 흐름의 끝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태어나지 못했다고 믿었던 딸이 실제로 존재하며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 전부의 나노봇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파닛은 그것이 자신의 종말임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딸의 이름을 ‘이브’로 짓는 것은, 성경 속 모든 인류의 시작처럼 자신의 죽음과 맞바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이는 불멸의 존재가 죽음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을 스스로 획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브는 수많은 나노봇 클론의 시초가 된다. 세대를 거듭하며 최초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복제와 계승이 뒤섞인다. 인간과 닮았으나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들의 번영은 낯설고도 묘한 감정을 남긴다. 이브의 복제본 중 하나인 ‘델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인간다움을 증명한다. 재니스 부대에 맞서 요새를 지키는 델타는 승산이 없음을 알면서도 돌아가지 않는다. 불멸 대신 죽음을 택하는 이유는, 그곳에 지켜야 할 사람과 믿음, 환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현경 작가의 작품 <사람, 장소, 환대>에서 말하는 사람다움의 조건과 정확히 겹친다. 델타는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선 ‘사람’이 된다.
<영원을 향하여>는 불멸과 기술의 이야기 속에서, 결국 관계와 기억, 죽음을 포함한 유한성이야말로 인간다움의 본질임을 말한다. 3부에 이르러서는 벅차오름과 울컥하는 감정이 차오르고,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에는 이 이야기가 파닛이자 델타처럼 느껴졌다. 마치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리던 일기장이 손에 쥐어진 듯, 조용히 나의 이야기를 써 달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내가 향하는 영원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 [152] 결말이 의미를 만든다. 죽음은 영원한 의미 생성자인데, 오로지 죽음 속에서만 어떤 새로운 것이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새로운 것이 망각과 불확실성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새로운 몸속에서 세계를 헤매었고, 감각이 주는 황홀한 기쁨과 창작과 발견이라는 지적 자극을 받아들였으나 이는 모두 끝났고, 바로 끝났기 때문에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내 사랑들은 그 경험에 적절한 의미를 주기 위해 끝나야만 했으나 나 자신이 끝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신 나는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고통을 멈추기 위해 내 심장을 단단하게 굳혔다. 나는 내부로 침잠했고 곧 내 안에서 질식했다. 삶은 독이다. 모든 독이 그러하듯 적은 용량은 치료제이지만 많은 분량은 치명적이다. 그리고 나는 삶을 너무 많이 맛보았다. 나는 인간이 되는 것이 어떤 일일지 알고 싶었다. 이제 나는 안다. 그래서 나는 죽고 싶어졌다. ?? [224] 애초에 기억이란 무엇인가? 기억은 과거의 산물인 만큼이나 현재의 산물이기도 하다. 현재의 관점에서 창조되기 대문에 그 색과 제약과 빈틈들은 현재의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역사는 승리자의 손으로 쓰인다고 하는데 마찬가지로 승리자들이 미래를 소유한다. 우리가 미래에서 기억을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말할 자는 누구인가? 어떤 사건의 메아리가 과거와 미래, 양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 있는가? ?? [259] 이렇게 해서 나는 이 공책에 새로운 단어들을 적어 넣게 되었다. 이야기의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이하며 이 변화와 진화의 사다리, 언어를 계속 넘겨주기 위해. 시의 형태이든 증언의 형태이든 그것이 우리다. 그것이 나다.배송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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