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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5년 04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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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 쪽수, 무게, 크기 | 224쪽 | 324g | 130*190*15mm |
| ISBN13 | 9791190669658 |
| ISBN10 | 119066965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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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신의 신념대로 올곧게 살아가는 사람을 줏대 있다고 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라는 어린아이가 줏대, 즉 가치관을 형성하며 어른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인간 개개인은 그저 존재하는 사물과 같은 즉자적 존재가 아닌,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유롭게 존재를 구성하며 미래를 지향하는 대자적 존재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바라보는 지향점은 정확히 일치할 수 없으며 각자 고유한 가치관을 가진다. “데미안”은 전쟁으로 끝맺음된다. 이곳에서 전쟁은 그저 사회의 갈등이 아닌 개개인의 가치 차이로 충돌이 일어나는 우리 사회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를 선택하기 이전에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이다(피투성). 싱클레어는 처음 ‘밝은 세계’라는 안정적이고 도덕적인 질서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이는 싱클레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싱클레어는 곧 ‘어두운 세계’의 존재를 자각하면서 자신의 피투성을 깨닫는다. 작중 싱클레어에게 영향을 미치는 큰 요인 중 부모의 가치관, 종교 등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며 이를 자각함에 따라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내면의 갈등을 완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데미안이다. 작중 데미안은 마치 ‘무게추’처럼 기능한다. 고층빌딩은 그 높이가 높을수록 바람에 취약하다. 건물을 단단하게만 지을 경우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파괴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건물이 바람에 따라 휘어지도록 설계하되,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무게추 역할을 하는 것을 내장시킨다. 싱클레어는 선의 세계에서 악의 세계로, 악의 세계에서 선의 세계로 반복하여 이동한다. 처음 싱클레어가 악에 가까워졌을 때(크로머와 조우), 데미안은 그를 다시 선의 세계로 돌려보내주었다. 하지만 후에 싱클레어가 선의 세계에 집착하자 데미안은 악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 균형을 맞춘다. 대체로 인간은 선과 악, 둘 중 하나의 세계에만 몸담고 살지 않는다. 두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크로머 또한 조력자라고 볼 수 있다. 싱클레어가 크로머와 조우한 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끝없이 자문함으로써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 즉 대자적 존재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세계의 이원성이며, 아브락사스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김나지움에 진학한 싱클레어는 왜 악의 세계에 급격히 가까워졌을까? 나는 급진적인 억압의 소멸을 그 원인으로 본다. 싱클레어의 부모님은 제어, 억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악의 세계가 아닌, 선에 세계에 머물도록. 그것이 싱클레어 부모님의 가치관이었기에. 부모님의 따뜻한 선의 세계에 살고 있을 때에도 싱클레어는 지속적으로 악의 세계에 이끌렸다. 다만 한쪽 세계에 끌리는 만큼, 따른쪽 세계에서도 끌어당기는 것이 존재했을 뿐이다. 김나지움에 진학하면서 싱클레어가 느끼는 편안함, 안정감이 있는 선의 세계는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한 선의 세계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일종의 관성에 따라 싱클레어는 악의 세계로 자빠뜨려졌다. 거기다 한 번 빠진 악의 세계에는 함께 방탕한 생활을 즐기며 쉽사리 탈출하지 못하게 하는 존재들 또한 있었기에 그 유혹은 실제보다 과장되어 나타났을 것이다.
작중 중요하게 살펴볼 만한 개념이 있다. 바로 ‘사랑’과 ‘운명’이다. 사랑과 욕구의 형성은 청소년의 성장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싱클레어의 사랑은 베아트리체에서 꿈속 여인과 같은 무언가로, 에바 부인에서 에바 부인, 데미안, 싱클레어 자신의 모호한 경계로 진행된다. 초반 베아트리체를 향한 싱클레어의 사랑은 묘사로 보아 에로스적 사랑이다. 첫 눈에 반한 여인, 베아트리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싱클레어는 선의 세계로 회귀하고 모범적 인간으로 거듭나려 노력한다. 흔히 ‘잘 보이고’ 싶어하는 이성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베아트리체를 신격화하고, 데미안과 싱클레어 자신을 닮은 무언가로 모습이 변화하였을 때는 그것이 에로스, 필리아, 아가페 그 어떠한 것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타자 인식을 전제로 하는 사랑을 넘어선 자기 자신으로의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데미안은 상황을 끊임없이 의심하되 운명을 거스르지는 말라고 하였다. 상황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은 외부의 질서, 종교, 부모의 가치관, 사회의 규범 등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며, 외부로부터 주어진 삶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그 안에 존재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깨닫는 것이다. 즉,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서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이다. 운명을 거스르지 말라는 것은 단순히 운명에 순응하라는 수동적 체념이 아니다. 이 구문에서 운명이란,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진실한 자아, 삶의 방향성, 실존적 소명이다. 그러므로 곧 자기 안의 진실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며, 스스로가 향해야 할 길을 거부하지 말 것을 의미한다.
싱클레어를 미숙한, 일반적인 인간상에 관점을 두고 등장인물을 바라보았을 때,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추구하는 완전한 존재로 여길 수 있다. 에바 부인은 얼핏 보면 데미안에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데미안과는 달리 싱클레어가 동질감을 느끼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미안보다는 싱클레어에 가까운 인간상이라고 생각한다. 크로머는 악의 세계에서의 싱클레어로,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때는 싱클레어가 악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데미안”은 가치관이 미숙한 인간이 선과 악의 세계를 경험하고,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수많은 자신을 만나면서 가치관을 형성하며 주체적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깨닫는 과정이다.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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