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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19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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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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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 파일/용량 | EPUB(DRM) | 55.69MB 파일/용량 안내 |
| ISBN13 | 9788954657082 |
| ECN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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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소설(집)의 제목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라니. 제목부터 흥미를 끌었다. 언제 어디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봤는지는 모르겠다. 내내 카트에 묵혀두다 구입. 구입하고서 또 한참을 묵혀두다 읽었다. 이렇게 멋진 책을 내내 묵혀만 두다니 하고 후회했다.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대부분 매우 잔잔하다. 지나간 순간들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 끝내 이어지지 못한 관계의 균열과 안타까움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채로 두고 현재에 집중하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자꾸 뒤를, 과거를 끄집어내고 그 순간의 감정을 되새기곤 한다. 그러다보면 지나간 삶이 현재의 삶을 흔들게 되는 것이다. 끝내 이어지지 못한 인연, 끝내 닿지 못한 관계, 그리고 그것의 뒤늦은 인식. 하지만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앤드루 포터는 여기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총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구멍', '코요테',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강가의 개', '외출', '머킨', '폭풍', '피부', '코네티컷'.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가장 인상적이다. 하지만 나머지 작품들도 과거의 말과 인물을 둘러싼 관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인식되는 말과 행동의 의미 등을 섬세하게 다룬다.
작품에 기본적으로 흐르는 정서는 상실감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별로 인한 것이다. 그것은 가까운 이나 주변인의 죽음(구멍, 아술)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말 그대로의 이별(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강가의 개 등)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며 기억과 존재의 사라짐(코네티컷)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특정한 사건 이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잃고 살아가는 인물들은 시간이 지나서야 그 사건들이 여전히 자신의 기억과 삶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인식하는 순간 눈앞에 남는 것은 뒤늦은 이해와 후회, 상실감일 수밖에 없다. 특히 '아술'에서 주인공 부부는 교환학생인 아술에게 애정을 투사하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게 된다. 타인에 대한 애정은 결코 방임과 방치가 될 수 없음을 알려주지만 포터는 자신이 타인을 해치게 되는 행위와 말을 하는 그순간조차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 이성의 허점을 파고든다. 이성에 바탕을 둔 기억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은 그 기억을 통해 상황을, 삶을 분석하고 해석한다. 여기에 그 누구도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에서 헤더는 로버트와의 관계를 회상한다. 로버트는 물리학 교수이며, 헤더에게 지적 매혹과 정서적 친밀감을 동시에 주는 인물이다. 그러나 헤더의 삶에는 안정적인 사랑의 대상도 존재한다. 이 관계는 흔히 말하는 삼각관계로 단순화할 수 없다. 헤더가 겪는 감정은 한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서로 다른 방식의 사랑이 동시에 진실일 수 있다는 불편한 사실 앞에 선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헤더는 누군가를 배신하려는 인물도 아니고 단순히 자기 욕망에 취한 인물도 아니다. 로버트와 나눈 대화, 그와 함께한 시간, 그에게서 느낀 정서적 친밀감은 헤더의 삶에 깊은 흔적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 흔적이 곧 현실적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실하다고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또 사랑이 결실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랑이 거짓이거나 가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헤더에게 로버트는 빛과 같은 것으로 스쳐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못할 존재로, 콜린은 물질과 같은 것으로 인식하지 않아도 언제나 주변에 존재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까?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제시하는 상황은 상당한 화제였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떠올리게도 한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닌' 그런 모순적이면서도 이해불가능한 상황. 결국 사람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존재이며 심지어 자기의 마음조차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이렇게 인간을 불완전하며 이 불완전함으로 인해 인간은 끝없이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사랑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이 삶을 흔든다. 그리고 누군가를 잃고 떠나보내고 또 후회를 하며 상실감을 느낀다.
사실 작품 속 대부분의 인물은 상당히 정적이다. 어찌보면 햄릿형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도 않고 또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침묵에 가깝게 절제를 하기에 상상의 틈이 생긴다. 흔히 말하는 여백의 미다. 그렇기 때문에 앤드루 포터의 소설은 느린 호흡으로 읽어야 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간격과 여백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해야 인물이 처한 상황과 인물들의 관계-특히 가족 관계-를 조금은 깊에 엿볼 수 있다. 서로가 사랑한다 하면서도 결코 심리적 위안과 안정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 그 부족해 보이는 여백은 역설적이게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포터는 사람도, 사랑도, 삶도 이렇게 명확하지 않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욱 서로에 대한 애착 그리고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살아가다 보면 그리고 중년의 나이를 넘어선 지금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우리 삶의 결정적 순간들은 사실 결정적인 사건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말로 큰 사건이나 갈등은 의외로 파급력이 크지 않다. 단지 그 순간, 그 상황에서 너무나도 크고 중요한 일이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그 상황에서 매듭지어졌다. 반면에 내 삶의 방향을 이끈 계기나 사건들은 그리 크지 않은 것들이었다. 미처 말하지 못한 순간들. 끝내 표현하지 못하고 이별을 택했던 사람과 순간들, 분명 다른 선택이 가능했던 그런 순간들이 어쩌면 지금 우리를 만든 힘인지도 모른다. 그 작은 기억과 선택은 후회를 가져오고 그 후회는 다시금 불완전한 기억 속에 또아리를 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삶을 지배한다. 그리고 이것을 인식하는 순간은 이미 그 선택과 후회가 지나간 순간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앤드루 포터는 이 소설집에서 지나간 것들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게 한다. 과거가 쌓여 현재가 이루어지듯 우리가 흘려보내 그 작은 순간들이 사실은 여전히 우리의 현재에서 살아숨쉬고 있음을 일깨우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소설 속 인물들처럼 후회와 자책, 상실에 젖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어제를 딛고 우뚝 서서 오늘의 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내 곁의 소중한 사람을 다시금 인식하고 여전히 불완전한 사랑을 나눠야 한다는 것. 이것이 앤드루 포터의 소설을 읽은 나의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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