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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발행일 | 2016년 03월 10일 |
|---|---|
|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 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444g | 128*188*30mm |
| ISBN13 | 9788932917436 |
| ISBN10 | 8932917434 |
2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폴 오스터의 전작 읽기 제 1순위에 있어야 할 이 작품의 뒤늦은 출간이 왠지 의미심장하다. 전작 곳곳에서 이미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대충 유추해볼 수 있었던 걸 감안하더라도. 회고록인 <내면 보고서>는 '당신'이라는 2인칭 시점을 내세운 한 편의 탄탄한 소설 기법을 차용한 듯한 에세이다. 폴 오스터가 아니더라도 장르 구분이 묘연한 이런 작품 참 좋다.
일기라고 해도 무방할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나도 나의 일대기가 고스란히 담긴 지난 기록들이 떠올랐다. 일기와 시, 그리고 에세이라 할만한 그 밖의 잡문들이. 나의 기원(부모)과 존재 심지어는 내가 처한 환경과 삶 전체를 부정하는데 할애한 고독의 집약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그것들은 현재 내 수중에 거의 없다. 어디에 있는지를 곰곰 생각해보고 찾아본 게 언제였던가. 이제 그런 과정은 '그 따위'로 전락해 심드렁해진 지 오래. 아니, 그 보다 더 촉각을 다투는 '삶'이란 놈 때문에 나는 나를 찾는 일마저 무기한 연기해야 했다. 그랬다고 생각했다. <내면 보고서>를 읽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다. 삶과 나는 늘 함께였다. 때론 다정하고 때론 무정하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삶에게서 얻은 거라곤 '고독과의 사투'밖에 없노라고 다시금 시답잖은 변명을 해본다. 폴이 그랬던 것처럼.
끔찍할 정도의 지루함, 단조롭고 조용하기만 했던 길고도 외로운 시간들, 세상이 당신 주위를 돌기를 멈추어 버린 오전과 오후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황량한 바탕은 당신이 안에서 뛰놀던 정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당신은 바로 거기서 스스로 혼자 있는 법을 배웠다. 사람은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로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된다.(52쪽)
당신은 유대인이다. 우상 주의에 한창 열을 올렸던 유년 시절, 당신은 당신 아버지와 에디슨이 같은 이발소를 이용했던 기막힌 우연을 운명적 필연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당신의 우상은 고작 당신의 아버지를 해고한 반유대주의자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곤 큰 충격을 받는데, 그것은 인간과 삶, 나아가 세상에 대한 절망의 서막에 불과하지 않았다.
전쟁놀이에 심취해있던 당신은 참전용사였던 자신의 아버지들로부터 군용 도구를 가져온 친구들에 반해 그것들을 가져올 수 없었다. 이유인즉, 당시 당신의 아버지는 입대하기엔 나이가 많았던 데다, 병역 면제를 받은 유전 직장인이었기 때문. 아버지가 군용 물자 판매점에서 구입한 양철 수통을 밤에 당신의 침대에 몰래 두고 갔던 날, 당신은 군용 도구가 생긴 기쁨보다 그의 거짓말에 더 큰 증오심을 느낀다. 후에 당신은 야구선수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맨에 대한 존경심을 키우던 유년시절을 거쳐 점점 고립무원에 나동그라진 듯한 일상을 점거하게 된다. 그렇게 된 데에는 가정환경이 크게 한몫하는데, 늘 부재중이었던 부모는 끝내 이혼을 하고, 당신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내 엄마를 기다리며 울다 지친 누이는 급기야 20대 초반에 정신병자가 돼버린다. 이렇듯 고독과 어울리기 좋은 외부 환경은 당신의 내적 요소(기질이라든가 성격 혹은 성향)와의 마찰을 앞당기는 단초가 된다.
두 번째 챕터인 '머리에 떨어진 두 번의 타격'이란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와 <나는 탈옥수>란 영화 감상 후 받은 충격을 말한다.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는 당신을 온통 뒤집어 놓고 우주에 대해 당신이 생각하던 방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작품이다 - 그것의 충격은 철학적인 충격, 형이상학적인 충격이다. 그 칙칙한 작은 흑백 영화의 힘은 너무도 엄청나서 당신을 숨도 쉬기 힘들 정도의 흥분 상태에 빠뜨린다. (116쪽) 그리고 당신의 삶에 지진과도 같은 충격을 줬다던 <나는 탈옥수>는 당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의 '탈출'이란 당신의 꿈을 부채질하는, 안성맞춤의 영화로 보인다.
21 세기인들이 보기에 위 두 편의 영화는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의 근저엔 어떤 진지한 메타포가 있다. 더욱이 인간과 삶, 사회를 다루는 데 있어서 그것은 시공을 초월한 제자리걸음이거나 교묘하게 변질되고 악화된 양상을 재연해주기에 접할 때마다 섬뜩하기까지 하다. 요컨대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의 키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30센티미터, 9센티미터로까지 작아지다 아예 사라져버린다는 상상을 해보라.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가 이 세상에 건강하게 존재함에 새삼 감사하게 되는 영화라면, <나는 탈옥수>는 인간과 법, 사회에 대한 회의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장발장>를 연상시키는, 배 고픈 주인공에게 싸게 햄버거를 사 먹을 수 있는 가게로 유인해 돌연 권총을 들이대곤 계산대에서 돈을 빼오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한 강도와 얽히는 바람에 한순간에 죄수로 복역하다 탈옥해 실력과 명망 있는 엔지니어가 되지만, 결국엔 다시 붙잡혀 재차 탈옥에 성공, 하지만 이미 모든 희망이 사라진 그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는 연인의 질문에 '도둑질로요'라고 말하는 결말 앞에서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연민과 슬픔을 느꼈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 딱 그렇지 않은가. 끝없는 배신과 위선이 뒤섞인 삶에서 연거푸 겪게 되는 패배감과 절망이란 것. 인간이 인간을 가장 고역스럽게 하는 실체라는 사실.
캠프에서 바로 옆에 있던 소년 단원이 번개를 맞아 죽은 사건은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데, 그것은 삶을 한순간에 죽음으로 바꿀 수 있는 비인간적인 힘에 당신이 처음 접한 계기였기 때문이다. (146쪽)
사춘기를 지난 당신은 고전음악과 (미국 문학을 위시한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독서에 심취하고, 세계 평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열렬한 핵무기 폐지론자, 인권 운동의 발전을 도모하는 등 서서히 정치적 인간이 되어감과 동시에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죽음에 관한 한 예외인 사람은 없다. 삶에 부대끼느라 죽음은 자주 남의 이야기로만 머물러 있곤 한다. 자살, 병사, 돌연(사고)사 등은 노화로 죽는 자연사를 앞지르는 추세다. 준비할 수 있는 죽음보다 그렇지 못한 죽음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당신이 말한 '비인간적인 힘'이란 바로 그런 것.
현재에만 갇혀 있어서 당신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대가 실은 미래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은 일기장을 내려놓았고, 그 후로 47년 동안 조금씩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193쪽) - 당신은 그 엄청난 양의 종이들이 바로 당신이 사춘기 후반과 청년기 초반을 넘은 타임캡슐, 기억 속에서 거의 희미해진 시기를 가장 선명하게 잡아 낸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당신에게 과거를 향해 직접 열리는, 이제야 찾아낸 유일한 문이라는 점에서 귀중한 것이었다. (195쪽)
이 책을 쓰기 시작한 두 달 남짓 지난 어느 날, 당신은 전처로부터 500 페이지가 넘는, 지난날 그녀에게 보냈던 100통의 편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관해 묻는 전화를 받는다. 그를 계기로 당신은 잊고 있었던 당신 자신과 비로소 조우하게 된다. 챕터 3장의 '타임캡슐'은 전처에게 보낸 편지(일기)를 담담하게 공개한다. 나라면? 사후라면 모를까, 나는 그럴만한 담력도 용기도 없다. 그러고 보면 <내면 보고서>는 '일기'의 다른 이름이지 싶다. 어쨌든 열혈팬으로서 당신의 용기 덕분에 나는 감히 여기저기서 당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반가움과 기쁨을 맛보았다. 이를테면,
가끔씩 내가 누구에게도 사랑받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몸서리를 친다거나 타고난 이상주의 때문에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좋아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 나의 외로움이 자학적인 욕망이라는 것도... 주변을 둘러보면 온 사방이 쩨쩨함, 어리석음, 위선뿐이야. 그러다 보니 점점 참을 수가 없어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면 사회에서 멀어지는 수밖에 없어. 다른 사람들을 참지 못하는 나 자신이 미워. 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는 걸...(257~8쪽)
이토록 직설적이면서도 단도직입적으로 탄로를 내다니... 이건 딱,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하긴 재언하건대, 그런 면면을 나는 당신의 작품에서 자주 접하긴 했다. 소설(시, 시나리오 등등)과 번역이 당신의 심적 고통을 덜어주고 생계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음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겠다.
마지막 챕터인 '앨범'은 전장前章의 참고 사진들이 꽤 많이 첨부되어 있다. <내면 보고서>가 폴 오스터의 유년시절부터의 기록이므로 대략 1950년대를 기점으로 시대(정치/사회/문화) 변천사를 회고해 볼 수 있는 장이다.
언제나처럼 좀체 감정이입이 절제되지 않는 독서였다. 몰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과 글쓴이가 자청해 보여준 일기를 읽는 느낌은 다르다. 전자가 죄의식과 불안, 스릴이란 격한 감정적 동요 속에서 이루어지는 부정 행위라면 후자는 그와는 상반되는, 감상 자체에 천작하게 된다. 폴 오스터 작품 전반에 흐르는 묵직한 '고독'의 기원을 이제야 바로 알았다.
《내면 보고서》는 1947년생인 작가가 (그쪽의 나이 계산법으로) 예순 여섯이 되던 해인 2013년에 발표하였다.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년기에서 청년기에 걸쳐, 폴 오스터 자신을 들추어내어 다시 되새기는 작업이다. 아마도 거리를 두기 위해서인지 (우리는 때때로 삼인칭으로 쓰는 일기를 꿈꾸고는 한다) 책은 ‘당신’이라는 이인칭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의 일인칭인 내가, 그때의 나를 이인칭으로 두어 풀어내는 자서전이다.
“여섯 살. 어느 토요일 아침 이제 막 옷을 다 입고 신발 끈을 매고(이제는 다 컸다. 제 할 일은 다 할 수 있는 소년이다),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가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다 마치고, 이른 아침 봄날 햇빛 속에서 서 있는데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평안과 기쁨을 억누를 수
없는, 황홀한 느낌이었다. 잠시 후 당신은 혼잣말을 했다. 여섯 살보다 더 좋은 건 없어. 여섯은 될 수 있는 나이 중에서 단연코 최고의
나이야. 당신은 그 순간을 3초 전만큼이나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 아침으로부터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당신 안에서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또렷하게, 당신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기억들 중 그 어느 것보다도 밝게 타오르고 있다...” (p.19)
책은 모두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챕터는 ‘내면 보고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며 열두 살 이전까지의 시기,
작가 어린시절의 내면에 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작가는 이 내면 보고서로만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해 본다.
그럴 수만 있다면 작가는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물론 무엇이 그러한 작가를 가로막았을지 짐작이 간다.
“지루함은 사색과 몽상의 원천이므로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신은 어린 시절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홀로 멍하니
빈둥거리며 보냈다... 밖에 비가 내리거나 너무 추워서 나갈 수가 없을 때도 생기를 잃고 기분 나쁜 무기력에 빠져 있곤 했다. 책을 읽기엔 아직
어린 나이였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만한 나이도 아니었다. 같이 놀아 줄 친구를 애타게 그리면서 창가에 앉아 유리창 위로 미끄러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곤 했다... 끔찍할 정도의 지루함, 단조롭고 조용하기만 했던 길고도 외로운 시간들, 세상이 당신 주위를 돌기를 멈추어 버린 오전과
오후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황량한 바탕은 당신이 안에서 뛰놀던 정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당신은 바로 거기서 스스로 혼자 있는 법을
배웠다. 사람은 홀로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로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된다.” (pp.51~52)
책은 소설이 아니므로 작가는 상상력을 최소한으로 하고, 이인칭으로 설정한 자기 자신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최대치, 그때 그 순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그 순간이 도래하기 전과 후를 비롯하여 그 순간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 그 순간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뉘앙스뿐만 아니라, 어렴풋하게라도 떠오르는 색이든 소리든 촉감이든 후각이든 닥치는 대로 떠올렸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치게 되지 않았을까.
“당신은 조금씩 어린 시절의 끝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열 살부터 열두 살까지의 시간은 여덟 살부터 열 살까지의 시간 못지 않은
엄청난 여행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자신이 빨리 움직이고 있으며 사춘기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눈 깜짝할 새 생일이 다시 돌아온다...” (p.100)
그렇게 두 번째 챕터 ‘머리에 떨어진 두 번의 타격’은 두 편의 영화 이야기로 넘어간다. 1957년 작가가 열 살 때 보았던
영화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 (The Incredible Shrinking Man) > (1957년 4월 개봉, 상영 시간 81분,
잭 아널드 감독, 리처드 매시선 원작, 그랜트 윌리 주연)와 1961년 열 네 살 때 보았던 영화 <나는 탈옥수 (I Am a
Fugitive from a Chain Gang)> (1932년 11월 개봉, 상영 시간 93분, 머빈 리로이 감독, 폴 무니 주연) 가
그것이다. 십대 시절에 작가가 보았고, 그것이 육십이 넘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이 두 편의 영화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두 편의 영화를 찾아보고 싶게 만든다)
세 번째 챕터는 ‘타임캡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작가의 첫 번째 아내인, 전처이기도 한 리디아와 교환한 (물론 그중 한
쪽인 폴 오스터 쪽의) 편지가 주로 실려 있는 챕터이다. 편지는 1966년 여름부터 1970년대 말까지 쓴 것들이고, 특히 1967년과
1968년 그의 나이 열아홉 살과 스무 살에 집중되어 있다. 아직 작가가 되기 이전, 시나리오와 시와 소설을 마구잡이로 쓰기 시작하던 시기의 폴
오스터를 근접에서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챕터는 ‘앨범’인데 제목처럼 이미지들의 모음이다. 책의 다른 세 챕터에서 거론되었던 모든 것들 중
일부를 이미지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일기를 쓸 때의 문제는 당신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주어야 할지,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인지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향해서라면 너무 이상하고 당혹스러워 보였다. 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굳이 수고스럽게 자신에게 들려준단
말인가. 왜 벌써 경험한 것을 다시 되새기는가 말이다.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이라면, 그 사람은 누구이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일기 쓰기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은 그 당시엔 너무 어려서 나중에 얼마나 많은 것을 잊어버리게 될지 몰랐다. 현재에만 갇혀 있어서 당신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대가 실은 미래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은 일기장을 내려놓았고, 그 후로 47년 동안 조금씩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p.193)
책을 읽는 동안 개인적으로, 과거의 나를 끄집어내어 기록해보고자 하는, 오래 되었고 지금도 지속되는 욕구가 다시금 떠올랐다.
얼마 전 《존 치버의 일기》를 읽고서도 비슷한 추동을 느꼈다. 지금 적기를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의 자신’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움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조금씩 잃어버리기 전에, 그것이 설령 조금쯤 변형된 것이라고 하여도, 완전히 잃어버리기 전에
적고 볼 일인데...
폴 오스터 Paul Auster / 송은주 역 / 내면 보고서 (Report
From The Interior) / 열린책들 / 366쪽 / 20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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