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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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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의 창조

마르셀 데티엔 저 / 남수인 역 | 이끌리오 | 2001년 10월 31일 | 원제 : The Creation of Mythology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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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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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4쪽 | 37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295656
ISBN10 89882956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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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마르셀 데티엔(Marcel Detienne)
고전 인류학 특히 고대 '신화' 연구에서 명성이 높은 프랑스 고전학자이자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석학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종교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저술 활동을 하였으며, 고대 사회에 대한 인류학적·비교학적 접근으로 사회·문화적 역사를 밝히는 데 공헌하였다. 현재 존 홉킨스(Johns Hopkins) 대학의 교수이다. 데티엔의 책은 여러 국가에서 번역 출판되고 있는데, 대표작으로는 『아도니스의...
역자 : 남수인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보르도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불문학 박사이다. 현재 상명대학교 교수. 〈발벡과 소녀들〉, 〈게르망트가〉 등, 마르셀 프루스트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냈으며, 역서로는 가에탕 피콩의 『프루스트의 읽기』,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 『알렉시』, 롤랑 바르트의 『라신에 관하여』, 자크 데리다의 『글쓰기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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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보면, 예전에 할머니 무르팍에 앉아 듣던 이야기들은 종류는 몇 가지 안 되지만, 매번 어딘가는 다른 이야기였다. 글을 깨우친 후로 이야기는 하나가 되었다.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마냥 아름답고 교훈적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뭐, 그랬던 것 같다. 황당하고, 천박하고, 곶감같이 무섭기도 해 오줌을 찔끔거리게 하기도 했을 터인데, 여하튼 아드레날린 팍팍 당기는 흥분과 재미만큼은 확실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한없이 어렴풋할 뿐이다. 프랑스의 신화학자 마르셀 데티엔은 이 책 『신화학의 창조』에서 문자를 갖지 않은 원시 상태의 부족만 빼고 모든 사람이 겪는 이러한 기억의 단절과 공백 상태를 이야기한다.

고대 그리스의 권력자들은 소피스트라는 오해를 받을까 저어하여 글쓰기를 꺼렸다고 한다. 강력한 구어 전통은 그렇게 신화를 보호하고 있었다. 모든 노인이 설화와 우화를 알고 있었고, 자신이 어린 시절 노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그대로가 아니라 나름대로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말은 곧 사라질 것이기에, 말해지자마자 사라질 것이기에 책임감이 없어도 될 상상이 만들어낸, 풍요롭다는 말로도 부족할 이야기가 수도 없었다.

데티엔은 독일 낭만주의와 헤겔 철학이 그리스에게 고향땅이라는 특권을 부여한 이래로 유럽의 강단이 겪어야만 했던 혼란상과 분주함을 보여준다. 그리스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 신화와 그 반대편의 선 모든 것들. 19세기 사람들과 20세기 인류학자들의 노력으로 이 둘은 사이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처음엔, 그러니까 최초의 역사가와 철학자가 나타날 시기엔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 로고스를 발견하고 그것의 권위를 느낀 이 군단은 호메로스가 최초로 문자화한 '신화'의 이야기에 대한 가차없는 심판관이 된다. 불온한 상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 그 자체, 전체가 불온한 것이다. 아무 생각이나 "의지 없이" 누구나 말했을 뿐인 신화는 호메로스 이래로 이중성을 향한 창을 넘어 이야기 자체말고도 이미 해석과 자기 검열을 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신화학이 되었고, 모방은 이제 아주 협소한 범주 안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신화에 대해 재미있기만 했지, 황당하고 천박하고 엽기적이기 이를 데 없다고 선고 내리는, 속 편하게 목소리만 큰 선배 역사가와 성직자들과 달리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온 19세기의 새로운 인류학자들은 훨씬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들은 기이하고 잔혹하고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에서 그리스를 구원해야 할 의무감을 느꼈다. 그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스캔들적인 것"을 추출하여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했다. 신화에 그렇게도 많은 악습, 잔인한 살인이나 근친상간 같은 것이 등장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스캔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스캔들적인 요소를 빼면 그 '신화' 속에 담겨 있는 신성(神性)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좋게 좋게 행복해진다는 이야기.

20세기의 늙은 소년들은 선배들의 결론이 있었음에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오지를 여행하면서 그들은 그곳에서 구어적 전통에서 생명의 활기를 보장받고 분출하는 이야기의 풍요로움을 발견하고, 인정해야만 했다. "한 민족과 한 국가의 살아 있는 말이 그것의 풍요로움과 통일성을 신화학적 언사 속에서 발견하게 되면, 신화학적 언사에 부과되는 모든 표기 마크는 결국 이 살아 있는 말을 훼손시키고 마는 듯하다." 망각의 피의자가 된 문자.

말은 기록되지 않기에 필연적으로 변모의 과정을 겪는다. 신화는 어디에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전세계에서 신화는 신화처럼 인식된다"고 말했다. 말해진, 말해질 수 있는 신화는 전세계 인구의 머리수만큼 버전을 갖고 있다. "이 다양성은 갖은 수단 방법을 동원한다 할 정도로 완벽하다." 그러나 글은 변할 수 없다. 기억은 편파적이고 융통성 없게 다른 기억과 변화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샤를 페로는 유럽에 퍼져 있던, 어린아이(든 누구든) 들어서는 안 될, 원래는 무시무시하고 끔찍하며 선정적인 우화를 모아 판타지는 판타지되 깔끔하고 모범생다운 판타지를 제작했다. 그걸로 끝.

"표기 시스템이 운반해 온 소외"로 줄곧 핀치에 몰려온 신화적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20세기기의 인류학자들은 자괴감에 빠진 대로 그래도 발분하지만, 기록하는 자로서 다시 읽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원시인들은 듣지만, 우리들은 읽는다. " '구어적인 것으로 머물러야 하는' 전통을 상정함은 신화적 사고가 존재한다고 상정함과 똑같이 판타즘에 속한다. 철학자들의 이성처럼 서구의 글쓰기는 자기와 반대적인 얼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너무나 강박적이어서 끝내, 사회에 대해 글쓰기의 효율성, 요컨대 기억 활동, 기억의 작업, 기억의 인식력이 측정되는 근본적인 장소를 은폐하게 되는 얼굴을."

치밀한 집중력과 박학함으로,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 안에 고대의 크세노파세스, 헤로도토스, 헤시오도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근대의 타일러와 랭, 뮐러, 현대의 레비-스토르스까지의 지성사를 임팩트해 놓은 데티엔의 글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 품을 들여 더듬더듬이라도 쫓다 보면, 체에 받쳐 바싹 말려낸 언어가 아닌, 고전이라는 힘없는 명예로 남은 것이 아닌, '지성의 술수'에 빠지지 않은 신화와 상상을 이야기를 듣는 우리 개개인에게 돌려주자는 그의 구호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저자가 자신은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화라는 자전거에 올라탄 독자의 뒤를 밀어줄 뿐이라고 했을 때, 그것을 치레 정도로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될 일인 것이다. 각자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가지고 언제, 어디서인지 모르게 끊어진 기억의 줄기를 이어 붙이는 일이 남았다. 옛날 이야기 하나 풀어낼 줄 모르는 노인이 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문은실 / bowl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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