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등장한 이후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이제 무엇을 아는 것이 사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해주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코드를 만들고, 서로 다른 지식까지 연결해 주는 AI 앞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저는 이 질문을 단지 교육을 바라보는 한 사람으로서만 해온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제 아이들을 홈스쿨링하며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어떤 순간에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는지 꽤 오랜 기간 지켜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읽으며 특히 공감했던 점은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 질문하는 능력, 맥락을 읽는 능력,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점입니다. AI는 점점 더 좋은 답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엇을 물을 것인지, 그 답이 어떤 상황과 사람에게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힘은 정말 중요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만드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참 좋습니다.
여기서 ‘만든다’의 의미는 단순히 코딩을 배우고 무언가를 제작하는 일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관찰하고, 남들과 다른 것을 감지하고, ‘왜 그럴까’라고 질문하고, 필요한 지식을 찾아가며 자기 생각을 실제 세상에 꺼내놓는 과정을 말합니다. 홈스쿨링을 하며 제가 느꼈던 것도 비슷했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궁금해하는 것을 마주하게 될 때 배움의 속도를 완전히 달리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와 자신이 알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질문 하나가 수학으로 이어지고, 기술로 이어지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AI 시대 인간의 가치를 ‘통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영감’으로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저 역시 AI가 통찰의 상당 부분까지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정보를 읽고 연결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일조차 AI가 꽤 잘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실패하고, 고민하고, 다시 일어서면서 만들어낸 이야기는 AI가 하지 못합니다. 이 이야기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를 AI보다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도, AI를 이용해 더 많은 정답을 얻도록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세상의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질문을 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AI가 모든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교육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떤 사람으로 자라게 할 것인가’를 더 깊이 물어야 합니다. 『만드는 아이들』은 그 질문을 아주 현실적인 경험과 언어로 우리 앞에 꺼내놓는 책입니다.
- 고승원 (『솔로프리너의 시대』 작가)
한국 아이들은 수학 성적 세계 1위, 자아효능감 62위다. 이 책은 그 간극에서 시작한다. 가장 잘 푸는 아이들이 자기를 가장 못 믿는 이유는 단순하다. 푸는 것은 시켜서 해봤지만, 무언가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칭찬이나 점수에서 오지 않는다. 내가 만든 것을 누군가 쓰는 경험에서 온다. 저자는 엔지니어 출신답게 이 원리를 교육 이론으로 말하지 않고 로블록스로 게임을 만드는 열다섯 살 소년, 시각장애인 보조기기를 만들다 교실에서 잠든 아이들의 기록으로 이를 증명한다.
AI가 코드를 대신 쓰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역량은 무엇일까? 새로운 지능을 발판 삼아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하는 힘이다. 그 힘은 문제지가 펼쳐진 책상 앞에서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 필요한 것을 만드는 도전과 실패,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여정에 마음껏 오르길 기대한다. 그런 길을 응원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만드는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만든다.
- 김상균 (인지과학자, 경희대학교 교수)
좋은 교육이란 어떤 교육일까? 교육철학자 거트 비에스타(Gert Biesta)는 현대 교육이 지나치게 ‘학습’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학습에만 집중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개인의 능력을 쌓는 데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비에스타는 이것을 학습화(learnification)라고 했다.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시험 점수를 잘 받고 개인의 스펙을 쌓는 일로만 여기는 것을 비판하는 말이다. 이처럼 공부를 개인의 능력 향상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라는 삶의 방향성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 좋은 교육이란 어떤 교육일까? 비에스타는 세상과 마주하는(encounter) 교육을 좋은 교육이라고 했다. 세상과 마주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밤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저 우주를 직접 들여다보고 있다니!’ 우리는 우주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자들만의 관심사로만 여기고, 실제로 내가 그 안에 살고 있고, 밤마다 맨눈으로 우주를 보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통해 보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또 얼마나 다른가! 그것은 단순히 지식을 얼마나 배울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위대함 앞에 나는 어떤 태도와 호기심, 철학을 갖고 우주를 대할 것인가의 문제다.
얼마 전, 톰 크루즈가 내한했다. 우연히 그를 보았는데 실제로 눈앞에서 살아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우리가 맨눈으로 우주를 보는 것의 경이로움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맨눈으로 톰 크루즈를 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바로 그런 경험이다. 상대와 내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존재함으로써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경험.
세상을 마주한다는 것이 바로 그런 거다. 맨눈으로 톰 크루즈를 보거나, 맨눈으로 우주를 보는 경험.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맨눈으로 세상을 배우지 못한다. 학교라는 격리된 공간에서 교과서와 파워포인트, 화면을 통해 배운다. 그것은 세상과 마주하는 교육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만드는 아이들』은 비에스타가 던진 교육의 본질과 기존 교육의 한계를 AI라는 도구로 어떻게 돌파할 수 있는지 명쾌하게 보여줘 신선하다.
책 속의 아이들은 AI를 지렛대 삼아 그동안 수많은 교육학자가 역설해 온 ‘세상의 문제를 푸는 배움’을 현실로 구현해 낸다.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보조기기를 만들고, 농인과 청인이 소통할 수 있는 앱을 구상한다. 아이들은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만들고, 실패하면 다시 고친다. 우리 어른들이 일하는 방식 그대로다. 이 여정 속에서 수학과 과학 그리고 코딩은 또 하나의 과목이 아닌, 세상을 바꾸기 위한 무기가 된다. 이것이 바로 비에스타가 말한 ‘세상과 만나는 교육’이다.
물론 AI를 이용해 더 빠르게 정답을 찾고 더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반드시 더 나은 인재가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아이 스스로 깊이 고뇌하고 판단하며,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귀한 경험을 놓칠 위험도 커진다. 현재 우리나라 AI 교육에서 가장 뼈아프게 결핍된 것 역시 ‘왜 만들어야 하는지’, ‘이것이 타인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지’, 그리고 ‘나의 선택과 창작물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철학적 사유다. 철학적 사유가 부족한 이유는 세상을 마주하지 않고 문제집의 문제를 푸는 것으로 대신 하는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좋은 교육을 두고 ‘아이의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꼭 성인이 되어야만 세상의 구성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속에서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고 있다. 그 점에서 보게 되면 교육은 아이들이 세상과 만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현실에 부딪쳐 보고 다른 사람의 관점과 요구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이 책은 AI 시대에 이러한 교육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세상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바라는 모든 교육자와 부모에게 이 책을 권한다.
- 권정민 (서울교육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