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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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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580쪽 | 646g | 142*210*30mm |
| ISBN13 | 9791130675633 |
| ISBN10 | 11306756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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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장편소설 '나의 친구들'을 읽고
우정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자, 어쩌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프레드릭 베크만의 장편소설 '나의 친구들'은 바로 그 우정이자 사랑을 따뜻하게 풀어낸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여러 번 웃었고, 지난 기억을 떠올렸으며, 마음 한쪽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문득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릴 적 우리가 꾸던 꿈은 언제나 컸고 때로는 무모할 만큼 자유로웠다.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이유 없이 설레던 꿈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냉담해, 쉽게 상처받기 쉬운 곳이다. 어른인 지금도 우리는 쉽게 흔들리고 무너지는데, 아직 열네 살에 불과했던 아이는 어땠을까.
이 소설은 세상의 기준과 벽 앞에서 쉽게 부서질 수 있었던 한 아이가 ‘나다운 그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세계적인 예술가가 된 이유를 쫓는다. 그것은 뛰어난 재능이 발현돌 수 있도록, 여러 우연이 겹쳐 만들어낸 기적 같은 결과였다. 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켜주려는 마음. 예술의 힘을 알아보고 건네진 따뜻한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곁을 지켜준 친구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을 지탱해 주었고 결국 성장하게 만들었다.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처럼 따뜻하지만은 않다. 냉담한 세상은 때로 ‘대중’이라는 이름 아래 숨어 모든 이들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밀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이들은 쉽게 소외시킨다.
작품 속 어린 화가는 그렇게 소외된 아이였다. 미술시간에 선생님이 빈 상자를 그리라고 하면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꽃을 그리라고 하면 꽃부터 그리는 대신 주변을 먼저 채우는 아이. 그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할 뿐이었지만, 그 다름은 쉽게 이해받지 못한다. 올빼미를 닮은 미술 선생은 자신의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하여 창의성을 꺾어버린다. 이 장면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다름’을 ‘틀림’으로 바꾸어버리는지를 보여준다.
이 대목을 통해 나는 부모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켜주는 일,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껴졌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다. 약물 중독, 가정 폭력, 방임과 같은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서로라는 존재였다.
가장 불행한 순간과 가장 행복한 순간. 모든 순간 곁에 머무르며 함께 웃고 울어주는 존재. 그 반짝이는 존재가 바로 친구다. 요아르와 화가, 테드, 알리의 우정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그리고 이 우정은 단지 그 시절의 그들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함이 이어진다. 특히 테드와 루이사의 관계는 그 연속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들의 우정이 세대를 건너 지금을 살아가는 루이사에게까지 닿는 과정은 감동적이었다. “우리랑 비슷한 과야!”라는 한마디와 함께, 화가가 남긴 그림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테드가 들어주면서 우정이 연결된다. 과거에 울고 웃었던 시간과 감정,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이 함께 전해진다.
처음에 루이사는 어른들을 무섭고 이해할 수 없으며, 이기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테드를 만나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간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며, 그녀를 향해 따뜻한 응원의 손길을 건넨다. 그 덕분에 루이사는 천천히 마음을 열고, 그동안 받지 못했던 온기를 받아들이며 치유되어 간다. 그 따스함이 나에게도 전해져, 나도 저들처럼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 안에서 이어지는 테드와 루이사의 대화 속 ‘화가가 화가가 된 계기’는 이 소설의 핵심을 드러낸다. 한 사람의 삶은 결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우연과 선택, 그리고 곁에 있어준 사람들의 시간들이 쌓여 완성된다.
잔교에 앉아 있던 아이들, 푸르른 바다, 그리고 웃고 있던 열네 살의 얼굴들.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14살 아이들의 모습은 무모해 보이지만 진실하다.
반면 어른이 된 우리는 진실한 마음에 앞서, 많은 것을 계산하기 바쁘다. 이 작품 속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장면들은 우리가 한때 분명히 가지고 있었던 감정이다. 우리들의 우정과 사랑 또한 한 폭의 그림처럼 오래 기억된다.
우리는 모두 불안과 나약함을 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다면,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힘을 내어 걸어갈 수 있다.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을 『오베라는 남자』와 『나의 친구들』 두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있다. 그는 언제나 세상의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소외된 존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따뜻하게 어루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책을 덮으며, 내 곁을 항상 같은 모습으로 지켜 준 친구들이 떠올랐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익숙함에 무뎌져서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순간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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