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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채식주의자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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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빛과 실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채식주의자 세트

[ 4권,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
한강 | 문학동네+문학과지성사+창비 | 2025년 04월 18일 리뷰 총점9.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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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 + 채식주의자 세트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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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4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996쪽 | 1,249g | 153*224*72mm

이 상품의 구성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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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저 | 창비 | 2014년 05월 19일

    13,500(10% 할인)

  •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 2026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 2023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수상작

    한강 저 | 문학동네 | 2021년 09월 09일

    15,120(10% 할인)

  •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양장, 개정판

    한강 저 | 창비 | 2022년 03월 28일

    15,300(10% 할인)

  • 빛과 실

    빛과 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04월 18일

    13,500(10% 할인)

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2023년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 2025년 출간도서 시상식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로 2026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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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10점 | e******4 | 2025-10-07 | 신고

책띠지를 벗기면

어느 해안가가 책표지 전체에 담겨 있다

그런데 저 하늘색 벽 같은 건 뭘까

살아서는 넘어설 수 없는 무언가일까

저너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니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미 <소년이 온다>에서

작가님의 문장력과 표현력에 압도당했으므로

믿고보는책이라고 충실한 신념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경하의 계속되는 악몽으로 시작하는데

경하는 삶에서 어떠한 희망이나 의지가 보이지않았다

곧 자살이라도 할 사람같이

저조한 에너지로 글이 시작된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인선의 갑작스런 호출로 인해

인선의 사고를 알게 되고

인선이 키우던 새의 생존을 위해

본인의 삶도 포기하려던 사람이

폭설이 내리는 제주로 향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 새가

아직까지 살아있을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급작스럽게 제주에 간다는 것이...

새장 안에 새는 사람이 먹이를 주고 돌봐주지 않으면

횟대에서 아무렇지않게 버티다가도

돌연 죽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누군가를 지키기위해

기상악화와 먼거리에도 불구하고 가게 된다

어쩌면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살리는 일인지도...

모든 생명체는 중요하고 또 중요하지만

새 한마리를 살리기 위해 가게 되지만

2부에서 경하는

신비롭다고 해야할지 미스테리하다고 해야할지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 병원에 있어야 할 인선이

아무렇지않게 와서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 건너마을 사람들의

바로 그 제주 4.3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쩌면 인선의 잘려나간 손가락의 신경은

내 피붙이기에 아파도 버릴 수 없고

고통을 계속 참아가며 지켜내고싶은

어머니, 아버지, 건너마을 사람들은 아니었을까

뻐근한 사랑이 살갛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 311

제목처럼 <작별하지 않는다>는

어머니가 제주에서 시체조차 찾지 못한

인선의 외삼촌을

혹은 인선이 어머니를

작별하지 않았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을까

인선의 외삼촌이

어느 갱도에 총살로 쓰러져 뼈만 남았는지

아니면 극적으로 탈출해서 마을에서 옷을 빌려 입고

어디선가 살아있었을지

혹은 어디론가 떠내려간건지

인선의 외삼촌은

인선의 어머니 가슴 속에 여전히 존재하며

정신을 잃어갈 때도 함께였다

작별하지 않았다

10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조차 멸절시키는 중에도

몸은 작별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작별하지 않았다

영원히 가슴 속에서 작별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어디에선가

후환이 두려워서 조용히 살아있었을까를 생각하는데

이것은 상대성 이론의 현실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성 이론은

아예 전혀 다른 세계에서 존재하며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사실 그 진실을 목격한 일이 없으니

현실판 상대성 이론은 아닐지......

개념과 맥락이 비슷해보였다

훌륭한 작품이고

한 번쯤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성냥개비에 불을 붙히며 의식을 잃어가는건지

뭔가 애매하고 흐릿하게 결말이 끝나서

책장을 덮어도 찜찜함이 남는다

그게 우리의 역사적 트라우마여서였을까

추리소설 장르였다면

범인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사건의 전말이 수면 위로 나타나고

떡밥들이 회수되고

결과가 보이게 깔끔하게 끝났을텐데

이 소설의 중심은 아직도 끝나지않은채

많은 사람들과 유족들의 가슴 속에 현재진행형이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일 수도ㅠㅠ

<소년이 온다>의 전개속도보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전개속도는 느리다

때론 몽환적이고 의구심이 들며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사건의 진행과 과정이 어찌되었던

그 발단의 시시비비를 떠나

모든 생명의 죽음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글을 빌어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8 댓글 6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뻐근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o | 2025-09-19 | 신고
뻐근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해석(解釋)하지 않는다. 아니,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어떤 식으로든 독자의 생각을 풀어 얘기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고쳐 써야겠다. 한강 작가가 쓴 <작별하지 않는다>의 두 주인공 ‘경하’와 ‘인선’은 오랜 친구 사이로 닮은 구석이 많다. 한 사람은 글을 쓰고, 다른 한 사람은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며 ‘이야기 전달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소설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경하는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와 단편소설 『작별』을 쓴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쓴 소설들을 통해 왜 인간은 이토록 아름답고도 잔인한가에 대한 답을 찾아볼수록 삶의 결핍감과 부채감은 응어리처럼 가슴속에 쌓여간다. 인선은 역사라는 수레바퀴에 치이거나 깔린 사람들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고이 담아내다 돌연 작가가 절필하듯 고향인 제주로 가서 목수(木手)로 활동한다. 
  어느 겨울날, 인선은 목공일을 하다 그만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겪는다. 누구에게나 ‘손(手)’은 소중하다. 작가와 목수에게 더더욱 없어서는 안 될 ‘손’의 연장(延長)이자 도구로서의 연장일 테다. 병원에서 수술 후 재활하던 인선이 자기 집에서 얼마간 반려조를 ‘손’봐달라고 경하에게 부탁한다. 언뜻 보면 집에 두고 온 새 한 마리가 그토록 중요한가 싶겠지만, 이 ‘새’야말로 경하와 인선, 나아가 그들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전령으로서 기능한다.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에서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보이지 않는 남자가 어두운 건물 안에 갇힌 ‘새’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 떠오른다.
  하염없이 내리면서 쌓이는 ‘눈’ 때문에 경하가 인선이 아끼는 새를 구하러 가는 길은 여간 녹록하지 않다. 마치 소설 『흰』에 등장한 ‘눈’이 이 소설 전반에 내리는 것 같기도 하다. 경하는 “눈처럼 가볍고, 새처럼 가볍다”고 여겨지는 그들에게도 ‘무게’가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독자는 새와 눈의 역할 못지않게 ‘바람’의 영향력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바람은 눈을 날리게 하고 새가 날 때 일어나는 존재이자 주변의 소리를 머금는 특성을 가진다. 즉 소리를 잘 들리지 않게 만드는 요인인 셈인데, 반대로 무언가를 귀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고 속삭이거나 고함치는 것처럼 감각된다. 어쩌면 인선이 누워 있는 병실의 창문에서, 경하가 도착한 인선의 집 문 앞에서 두드리는 소리를 낸 것이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해몽(解夢)하지 않는다. ‘꿈속에서 문득 다른 꿈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것 같은(233쪽)’ 생시 같은 꿈이 연속해서 펼쳐진다. 사건의 발단 역시 몇 해 동안 거듭되는 경하의 꿈에서 비롯한다. 인선에게 전해진 꿈, 그러니까 흰 눈이 내리는 가운데 수많은 무덤이 물에 잠겨가는 공간에서 어쩔 줄 모르는 경하의 모습은 서서히 현실로 구현된다. 갈피를 잡지 못해 고통스럽던 경하도 인선의 집에서 그 꿈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차린다. 여기서 꿈이란 무의식의 욕구와 억압된 감정을 드러내는 상징적 활동이라고 해석한 프로이트와 다른 결의 설정이 퍽 흥미롭게 다가온다.
  요즘에 소설, 웹툰,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소재로 사용되는 ‘평행우주’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슈퍼 히어로 영화 속 대사처럼 “꿈은 또 다른 세계의 나를 만나(보)는 창문”을 여닫으며, 경하와 인선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윗세대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과거의 크고 작은 선택과 행동이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는 종종 만약에 그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 혹은 후회를 하곤 한다. “인선의 손가락이 잘리지 않은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155쪽).” 경하 또한 이런 가정을 해보는 것이다.
  더불어 경하는 인선의 집으로 가는 길에 내리는 눈이 수십 년 전 학살의 현장 위로 내리던 비는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된 존재가 아닐까 하는 물음을 자신과 독자에게 던진다. 개인과 역사의 수난이 마치 이처럼 순환하여 거듭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더 늦기 전에 악순환을 멈추고 선순환을 이루기 위하여 개인과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설령 악몽이더라도 깨어난 현실에서 어떤 마음가짐, 또는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꿈보다 해몽 같은,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운 것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작별(作別)하지 않는다. 인선이 경하에게 묻는다.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 건지, 정말 작별하지 않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작별이 완성되지 않는 건지, 작별을 기한 없이 미루는 건지”를. 두 사람의 곁에서 숨죽여 지켜본 독자로서 생각건대, 작별은 서로가 ‘잘 있음’이 전제되어야 하는 헤어짐이 아닐까 싶다. 떠나거나 보내고 남은 이 모두가 무사히 지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작별이 아닌 이별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어떤 면에서 경하와 인선은 일종의 작별의식을 치룬 것인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어느 시점을 계기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길을 걷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둘을 묶어준 ‘실’이 끊어지려 하는 그 순간을 한강 작가가 포착한 게 아닐까 싶다. 인하의 죽음으로 인해 당장은 (현)실이 끊어지는 듯 보이지만, 인선로부터 건네받은 ‘촛불’이 경하로 하여금 계속해서 어둠을 헤쳐나갈 수 있는 (구)실이 되어준 것이리라. 이 이야기가 단지 둘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선이 경하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엄마가 이곳에서 저 건너를 봤듯이, 아버지가 섬을 떠나 십수 년간 저 건너편을 지켜봤듯이 경하와 독자는 사건 너머 진실을 똑바로 응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우 거북스럽거나 가슴이 뻐개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멈추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어렵사리 다 읽고 나면 힘에 겨워 벅찬 기분을 어떻게 진정시키면 좋을지 모를 수도 있다. 읽고 들을수록 눈이나 새, 바람처럼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저 개인의 악몽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제주 4·3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봐서일 테다. 그래서 소설은 고요히 외친다. 이 미결의 얽히고설킴을 다 함께 차근차근 풀어나가자고. 이제 당신에게 ‘뻐근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건네니 받아 보시길 바란다. 

2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27 댓글 19 접어보기
eBook 구매 주간우수작 고통 속의 너에게 건네는 생명의 금빛
평점10점 | s*******i | 2025-07-31 | 신고

폭력. 

나를 많이 괴롭게 하는 누군가의 말과 태도가 어느날 나에게 행하는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왜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가. 그는 왜 자신의 말과 행동이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가. 그는 왜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가. 그는 왜 자신의 폭력으로 타인의 마음이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가. 그는 왜 자신의 폭력으로 아파하는 이에게 쿨하지 못하고 뒤끝이 있다고 하는가.

나는 왜 그것을 폭력으로 느꼈는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폭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런 기준은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폭력을 행하는 자와 폭력에 맞는 자. 폭력에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자와 폭력에 맞서는 자. 나는 폭력을 행하고, 동조하고, 방조하는 자로부터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폭력을 행사하는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고 비난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며 흘러가던 생각이 가닿은 곳은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던 때의 기억이었다.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과, 그것을 폭력이라고 생각해 거부하는 사람의 결말. 

작가님의 다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거나 적어도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발견한 작가님의 신간 <빛과 실>.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아프고 감격스러웠던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과, 글 쓰는 사람, 생명을 말하는 것들을 쓰는 사람이자 식물이라는 생명을 가꾸는 사람의 사색이 담긴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혼란스러움과 함께 노여웠던 마음이 조금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작가님이 '삶과 폭력'에 대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질문하고, 치열하고 끈질기게 고민하고 찾은 답에서 다시 나아가 다음 질문을 견디며 그 안에 살아오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 그렇게 끝까지 파고들어 폭력을 마주하고 견디어 끝내 글로 써준 작가님의 글과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 누군가가 마주하는 폭력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 속에 끝까지 함께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 안에 담긴, 그 끈질김 속에 담긴 사랑 때문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그 빛나는 실을 통해 너의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 견디려 하는 그런 사랑 말이다.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식물이 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종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서로 다르기에 크고 작은 폭력이 필연적인 인간 세상에서 나는, 우리는 어떻게 가해자가 되지 않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런 삶과 세계를 끌어안고 빛과 따스함의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농담도 위트도 감사도 따뜻한 말도 필요없이 그냥 잘 있어주기만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면 그래도 조금은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게 되는 걸까? 
작가님이 거울로 나무들에게 남쪽으로 비치는 햇빛을 전해주시는 것처럼, 글로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고통 속에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에 금빛을 전달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상에 전해주는 생명. 넘겨받은 생명의 힘으로 생명을 말하는 것들을 쓰실 작가님의 다음 소설을 오래 기다리며 나도 계속해서 질문하고, 나만의 질문을 견디며 답을 찾아가봐야겠다는 힘을 받는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11 댓글 10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생명으로 나아가는, 생명을 말하는 시와 산문들
평점10점 | k**u | 2025-05-03 | 신고

이 땅의 역사 속에서 호흡하고 있는 고통과 참담한 상처는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통절하게, 그 이해를 지닐 수 있는 지극한 살핌의 능력을 일깨웠던 작품으로 나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기억한다. 그건 아마도 작가의 물음처럼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라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네의 삶에 와 닿은 고뇌어린 과제요, 각성의 문제일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답하는 듯하다. “어떤 한 순간에는 (....).혼들과 함께, 단 한 순간 삶으로 건너 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우리 둔감한 자들은 어렴풋 작가의 글을 통해 그 순간들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일 게다.


그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작별하지 않는다』 이후, 작가 내면의 풍경에 보다 다가가고 싶었다. 어쩌면 이 작은 책이 이러한 내 욕심을 조금은 충족시켜주었다고 해야겠다. 작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기(旣) 출간된 작품들을 집필하게 된 계기나 동기. 의도했던 글의 방향이나 그 여정에서 작가가 지녔던 감성과 생각들, 쓰기의 행위 자체로부터 파생되었던 사념들을 통해 작가와 작품의 숨결에 보다 더 다가가는 읽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북향 방」, 「(고통에 대한 명상)」, 「소리(들)」 등 몇 편의 시(詩)들과, 산문 「북향 정원」과 「정원 일기」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이  “구해지는 부수적 결과”였음을 말하듯, 작가의 글쓰기가 생명 쪽으로 가게 되었음의 증거들로 이해해도 될 것만 같다. 그럼에도 작가의 이 세계에 대한 인식은 ‘햇빛 아래 고요히 마주 앉아 있을 때조차 비명 소리와 신음, 울부짖음 속에 있음을, 이 세상에서 하루 더 사는 자신(詩「소리(들)」,Ⅰ 단성부에서)’을 매 순간 잊지 않는다. 어쩌면 산문 「출간 후에」에서 말하는 “생명의 힘으로 나아가는, 생명을 말하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이후의 글쓰기는 작별 할 수 없는 고통의 목소리에서 연원하는 사랑에 대한 희망이라는 고된 작업일 것 같다. 


그것은 詩 「소리(들)」 ‘Ⅱ 이성부’의 마지막 연(聯), “살아있는 한 어쩔 수 없이 희망을 상상하는 일/ 그런 것을 희망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희망은 있어”의 산 자로서 가지는 희망에 대한 상상,「정원 일기」속 벌레에 괴롭힘을 당하면서 기어이 일곱 송이 불두화를 피어내는 그 경이로움에 이르는 손길인지도 모르겠다. 하얗게 잎사귀를 마르게 하는 응애를 없애기 위해 잎사귀 하나하나의 뒷면에 약을 뿌리고, 닦아내는 손길, 그것이 곧 생명의 이야기이고, 희망이 아닐까?


열다섯 평 대지의 열 평의 집, 작은 마당(중정)이 있고, 옥잠과 불두화, 호스타, 소나무가 심겨져 있는 북향집, 그래서 빛을 주기 위해 햇빛을 반사하는 거울 여덟 개를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맞추어 각도를 조절해주며 함께 속도의 감각을 배우는 대지와 일체가 된 한 섬세한 존재를 보게 된다. 작가의 글쓰기와 닮았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계속 씀으로써 빛을 느끼는 작가의 행위가 곧 독자와 이 세계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 세계의 리듬과 일체가 되어 수시로 반사해 사각의 빛을 쬐어주는 그것일 것이다.



【산문 「북향 정원」, 97쪽에서】


그것이 곧 생명의 얘기이지 않겠는가? 완전히 죽은 줄 알았던 둥글레에서 싹이 트는 것을 보면서 꼭 죽은 것처럼 보여도 뿌리가 살아 있으면 되살아날 수 있음을 알게 되듯, 네 평 짜리 정원이지만 들어 올만한 곳이라고 새들이 생각했음에 으쓱해지는 작가의 기분처럼, 2021년 3월의 어느 날에서 2023년 5월에 이르는 정원일기는 외부, 하늘로 열려있는 작가의 내향적 집에 온전히 흐르는 평화의 기분을 공유케 된다. 처음에 들어선 순간 작가가 사랑에 빠진 집의 온화함, 그 태곳적 안전함과 고요는 시인이 말하는 ‘북향의 사람’, 바로 그만이 아는 변하지 않는 빛, “심장에서 심장으로 이어지는 금(金)실”, 바로 그것 일 것이다.


작가의 소품 집이라 표현할 이 빛 같은 책자는  “햇빛이 잎사귀들을 통과할 때 생겨나는 투명한 연둣빛, 거의 근원적이라 느껴지는 기쁨의 감각”을 우리들에게 선사한다. 작가는 남쪽으로 비치는 햇빛을 거울이 되어 우리네에게 반사시켜준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도록, 생명의 힘을 넘겨준다. “절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임을 아는(詩, 「(고통에 대한 명상)」) 시인은 그래서 “북향 창 블라인드를 오히려 내리고 어둠 속에서 꼿꼿이 기다린다.(詩, 「북향 방」) 이제 독자인 나는 생명의 힘으로 나아가는, 생명을 말하는 작품을 기다리게 되었다. 고통을 함께 앓을 수 있게 된 많은 독자들 또한 작가가 온 정성을 다해 시시각각 빛의 각도를 조절함으로써 쬐어주는 거울, 그 거울의 글을 기다릴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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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작별하지 않는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t*****j | 2025-04-17 | 신고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역사적 아픔과 슬픔을 담은 작품이기도 한 『작별하지 않는다』 


주인공 경하의 꿈 꾸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눈 내리는 벌판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 묘지인가 싶었다가 어느 틈에 차오르는 물. 이미 잠긴 무덤을 어쩔 수 없더라도 묻힌 뼈들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어쩔 줄 모른 채로 깨어버린 꿈. 학살에 대한 책을 냈을 무렵 그런 꿈을 꾸었던 것이라 생각하는 경하. 제주로 내려가 어머니를 돌보고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과 꾸었던 꿈을 토대로 영상 작업을 계획한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고 겨우 회복했지만 하려던 일은 하지 못했다. 


겨울의 어느 날,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 절단 사고가 나고 경하에게 제주 집에 있는 새를 구해달라 부탁한다. 인선의 간절한 부탁에 거절하지 못한 경하는 서둘러 제주로 내려간다. 하지만 때마침 강풍에 폭설에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 와중에 고질적인 두통으로 힘들어하던 경하는 겨우 버스를 타고 인선의 마을로 향한다.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인선의 집으로 가던 경하는 폭설과 어둠에 갇혀버린다. 


이상하지 눈은, 하고 병실 창밖을 향해 중얼거렸을 때 인선이 떠올린 것도 그런 것들이었을까.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창 너머의 안 보이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항의하는 듯 그녀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물었다. 눈의 아름다움이란 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오래전 세밑의 밤에도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던 것같이. (p.94~95)

겨우겨우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70여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보게 된다. 

가족을 잃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감옥에서 십오 년이나 보내야 했던 아버지, 부모와 동생을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는 채로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 그 학살 사건 이후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쏟았던 인선의 어머니. 폭설로 고립된 집에서 떠오르는 그리움. 담담하게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는 장면들. 어떻게 이렇게 고. 요. 하. 게- 작별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와 화해를 묻는지.. 과거의 기록으로 남아 두기 전에 기억해야 할 제주 4.3 사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와 체념, 슬픔과 불완전한 화해, 강인함과 쓸쓸함은 때로 비슷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짓에서 그 감정들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고, 어쩌면 당사자도 그것들을 정확히 분리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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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어 본 <작별하지 않는다> .. 눈 밟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바람 소리, 성냥에 불 붙이는 소리, 인선과 경화의 차분한 대화.. 정적인 듯했지만 섬세한 묘사 때문일까.. 문장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비극적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제주 4.3' .. 정치적 갈등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아픔에.. 마음이 먹먹하고 숙연해졌다. 가라앉은 묵직한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은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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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작별하지 않음으로써 작별할 수 있게 되는 우리
평점10점 | l*******3 | 2025-02-27 | 신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최근에 읽어서 그런지 인물들의 혼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환상적 구성 방식에 익숙했던 것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이 사건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이후에 한반도에 닥친 제주 4.3사건을 중점으로 하고 있는데 근현대사 교과서 등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보는데에도 꽤 도움이 되었다. 제주도와 같은 섬의 고립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같은 민족끼리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폭행과 살인을 일삼으며 더 나아가 그 사망자들을 처리하는 악랄함에 읽는 내내 치를 떨었다. 소설 초반에 한강 작가 본인이면서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 우리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인 경하는 제주에 살던 친구 인선이의 부상 소식에 병원을 찾아가고 인선이의 잘린 손가락의 신경을 이어주기 위해 요양사가 3분마다 계속 바늘로 찌르는 고통스러운 장면을 보며 눈을 찌푸리게 된다. 이렇게 신체 훼손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소년이 온다>를 통해서도 보여준 한강의 기법으로 고통을 직접 겪지 않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감정을 극대화시켜 공감을 자아내게 유도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인선이가 잘린 손가락을 포기하고 없이 사는 방법에 대해 의사와 논의했을 때 없어진 손가락에서 환상통을 겪게 되고 그것 또한 괴로운 일이니 다시 붙이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의사의 부분에서는 제주 4.3사건처럼 끔찍한 일을 겪은 제주도민들 그리고 그 이후 세대들이 경험하는 트라우마와 정신분열에 대해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경하야.  인선이 나를 불렀다.  내가 디딘 데만 딛고 와.
1부에서 인선이가 본인의 앵무새 아미가 곧 죽을 수도 있으니 얼른 제주도로 내려가 먹이를 챙겨달라는 황당무계할 수도 있는 부탁에 경하는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인선이가 사는 곳까지 가는 길이 휘몰아치는 눈으로 인해 고되어 추위와 어둠의 공포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는 경하는 아미를 구하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 경하의 폭설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우리가 회피해왔던 과거와 역사를 마주보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왜 인선이는 콕 집어서 경하가 가야한다고 고집했을까 고민해보면, 경하는 계속해서 악몽을 꾸고 있었기에 그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인선이와 프로젝트를 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흐지부지되며 경하는 본인이 잘못 생각해왔다며 변명을 하게 되고 프로젝트 진행을 포기하기로 한다. 이런 경하는 즉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독자인 우리는 3분마다 손가락의 신경이 찔려 고통스러워하는 인선의 그 장면처럼 불편해할 수밖에 없는 상처투성이로 가득한 역사적 과거를 다시 마주보도록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또한 인선이가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생명체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 고양이 등이 아닌 새 특히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앵무새였을까도 고민해보면 누군가에겐 하찮을 수 있는 존재 그렇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이유를 주는 존재,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존재, 즉 역사적 사건으로 볼 때 제주도민들을 상징하는 것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미가 죽어있음을 발견하고 아미를 묻어줘야겠다는 경하는 좀 더 궂은 날씨가 잠잠해지길 기다려도 될 법한데 굳이 그 추운 눈보라가 치는 밤에 상자에 꽁꽁 싸매 나무 아래에 봉분을 만들어준다. 이 점 역시 제주 4.3사건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끝맺음과 예의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하얀 눈은 사실 굉장히 중요한 소재다. 소설 초반 경하가 어렸을 때 책에서 읽은 눈의 속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하나의 눈송이가 태어나려면 극미세한 먼지나 재의 입자가 필요하다고 어린 시절 나는 읽었다. 구름은 물분자들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고, 수증기를 타고 지상에서 올라온 먼지와 재의 입자들로 가득하다고 했다. 두 개의 물분자가 구름 속에서 결속해 눈의 첫 결정을 이룰 때, 그 먼지나 재의 입자가 눈송이의 핵이 된다. 분자식에 따라 여섯 개의 가지를 가진 결정은 낙하하며 만나는 다른 결정들과 계속해서 결속한다. 구름과 땅 사이의 거리가 무한하다면 눈송이의 크기도 무한해질 테지만, 낙하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수많은 결속으로 생겨난 가지들 사이의 텅 빈 공간 때문에 눈송이는 가볍다. 그 공간으로 소리를 빨아들여 가두어서 실제로 주변을 고요하게 만든다. 가지들이 무한한 방향으로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어떤 색도 지니지 않고 희게 보인다."
나는 이 문단이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제를 관통하는 부분이라고 보는데, 이 순환하는 물이 눈송이가 되기 위해 "결속"하는 형태, 즉 연대의 과정이 우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또 다시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그래서 한강이 말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이지 않을까. 역사적 아픔을 같이 느끼며 잊지 않기로, 또한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기에 "작별하지 않"아야함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의 신중함은 두말 할 것도 없고. 한강 작품은 늘 여운이 오래 남는다.
돌아가자, 나는 말했다.  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인선이 말했다.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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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역사의 재조명; 제주 4.3사건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1*******l | 2025-01-24 | 신고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깊은 슬픔과 아픔을 담은 작품으로,

 역사적 배경을 통해 상처와 치유,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작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한 개인의 고통이 아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그려내며, 

그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의 길을 찾아가는지를 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작별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떠나간 이들과 그 흔적이 우리 삶에 끊임없이 머물러 있는 여정을 뜻함을 알게 될 것이다.

소설을 쓰는 주인공 경하의 꿈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무덤에 물이 차오르고, 무덤들이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지 못하면서 꿈에서 깬다. 이런 꿈을  꾸는건 자신이 쓰고 있는 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하.

경하는 사진작가 인선에게 자신의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며 영상 작업을 할 계획을 세우지만 돌연 영상 작업을 멈추겠다고 한다. 하지만 인선은 그 의견을 듣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나가게 된다.

어느날 병원에 있는 인선에게 연락이 온다. 인선은 통나무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이 잘려 봉합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도 집에 홀로 남겨진 새, 아마가 물과 먹이 없이 보낸 며칠 때문에 죽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 인선은 경하에게 지금 당장 제주도 집으로 가 새 먹이주기를 부탁한다.

 경하는 거절하지 못하고 제주로 향한다. 제주는 폭설로 인해 앞을 내다볼 수도, 한발짝 내딛기도 힘든 상황. 그런데다가 인선의 집은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정말 그 새가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지켜야 할 존재인지 스스로도 의문을 갖게된다.

무엇이 그녀를 폭설과 강풍이 몰아지는 위험한 순간에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는지... 왜 거절하지 못했는지... 인선은 왜 자신에게 그런 무리한 부탁을 했는지...

이런 눈에 인선은 익숙할까, 나는 문득 생각한다. 이런 눈보라가 그녀에게는 놀랍거나 특별한 일이 아닐까. 어디까지 구름이고 안개이고 눈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일렁이는 회백색 덩어리가. 자신이 태어나 자란 돌집이 저 거대한 덩어리 속에 분명한 좌표로 존재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새 한 마리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p.71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

p.152

새는 단순히 인선의 애완동물이 아니라, 그녀의 외로움과 상처를 대변하는 존재로, 그녀의 내면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에 도착할 무렵 입원 중인 인선에게 전화를 걸지만 다급한 조무사의 대답만 남은채, 인선의 행방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끊긴다. 인선이 끝내 완전한 회복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계속 의문이 남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상처와 회복이 결코 단순히 끝이 나는 과정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 같다. 치유의 여정과 불확실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지를 준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잔을 들고 작업대에 기대서며 인선이 활짝 웃었다. 그 미소가 가시지 않은 입술이 찻잔에 닿는 걸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뜨거운 것을 혼이 마실 수 있나.

p.193,194

제주도 인선의 집에서 알게되는 인선의 가족사, 그리고 제주 4.3 사건의 전말.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대규모 학살과 찾지 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찾아낸 그날의 기록들.

그 기록들을 모으며 더 아파했을 날들...

물론 추측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면 어떻게든 이후에 섬으로 돌아왔을 거라고...... 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p.291

개인의 상처와 고통뿐만 아니라, 집단이 함께 겪은 역사의 상흔을 다루며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의미를 묻는다.

 이 책은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서로의 삶에 깊숙이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진정으로 작별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인선의 가족사가 얽힌 제주 4.3 사건은 우리 사회의 집단적 아픔과도 맞닿아 있다. 인선이 떠안고 있는 상처는 그녀 개인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4.3 사건은 국가의 탄압 속에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무참히 희생된 비극을 담고 있으며, 여전히 그 상처와 후유증은 한국 사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인선과 경하가 함께 알아가는 이 사건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잊혀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더이상 알 수 없게 되었어. 오랫동안 애써야 가까스로 기억할 수 있었어. 그때마다 물었어.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이제 내가 누군지.

p.317

작별은 단순히 과거와 단절하는 일이 아니라, 그와 함께 걸어가는 일임을 이 책은 시사한다. 인선의 삶 속에 남아 있는 고통과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경하의 삶 속에도 그러한 흔적이 남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기억을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는 여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듯, 작별하지 않는다는 상처와 기억, 치유의 의미를 담아내며 우리의 삶 속에서 작별이란 단순히 어떤 관계의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 걸어가야 하는 무언가임을 가슴 깊이 새기게 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렇다. 불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p.325


우리는 때때로 완전한 작별이 불가능한 상처와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명에 놓여있다. 이를 어떻게 담담히 받아들이고 그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 갈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먹먹함을 남기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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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 또 다른 제주가 왔다
평점10점 | c********u | 2025-01-13 | 신고
사전에서 작별을 찾는다. 문득 이별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둘 다 헤어지지만 작별은 ‘인사’를 한다. 헤어질 수 없어서 인사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 작가 한강이 직면하는 제주 4·3의 시간을 함께 간다. 사건은 끝나도, 상흔이 지속되는 한 누가 작별할 수 있을까. 광주의 일에서도 장례를 치렀어도 다시 살아남은 장례가 시작되는 것처럼. 작가의 두 작품을 연달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광주의 기억이 그를 잠식하고 있음을 알게 되자 감정이 얼마간 일렁였다. 제주 바닷가, 사방에서 총알처럼 쏟아붓는 눈을 검은 나무들이 사람처럼 웅그리고 서서 죄다 받아내고 있는 모습이 그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홀린 듯 그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춥다. 몸도 마음도. 나는 어쩌다 보니 올 초부터 수강생이 끊긴 교실을 지키고 있다. 사람의 온기가 끊긴 교실은 히터를 틀어도 난방이 잘되지 않는다. 상상 그 이상으로 춥다. 목을 감고 후리스를 껴입고 그 위에 빵빵하게 부푼 파카를 입어도 박음질 사이를 찬 공기가 파고든다. 여기에 그의 책은 더 많은 추위를 몰고 온다. 인선과 경하의 대화를 듣는 것일 뿐인데 왜 내가 눈 덮인 허허벌판에 서있는 착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센 곳이라 그렇대, 어미들이 이렇게 짧은 게. 바람 소리가 말끝을 끊어가버리니까."

73쪽_새_폭설

기억한다. 정말 제주도의 바람은 정말 억셌다. 출근길, 아파트 입구에서 고작 20m 남짓 떨어진 주차장에 세워진 차로 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발을 떼려 해도 금세 중심이 허물어져 넘어질 것 같았다. 급히 내려온 아내의 부축을 받고서야 주차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길가의 쓰레기통은 바람개비처럼 빠르게 돌고 있고 내 키보다 큰 물탱크가 종잇장처럼 바람에 실려 떠다녔다. 그 바람이 그들일지 모른다는 작가의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몰랐다.

"이상하다, 살아 있는 것과 닿았던 감각은. 불에 데었던 것도,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닌데 살갗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전까지 내가 닿았던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큼 가볍지 않았다.

109쪽_새_새

이 감각적인 문장에서 가벼운 것들, 그러니까 눈이거나 새거나 혹은 더 이상 흘릴 것이 없을 만큼 쏟아져 버린 그 도시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약간의 피를 흘리거나 목이 말라도 생명이 위험해지는 새로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것인지 기한 없이 미룬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그럴 마음이 용기가 없던 것인지 생각한다. 경하의 작별은 무엇이었을까.

192쪽_밤_작별하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옷가지 한 장 신발 한 짝도 없었어요. 총살했던 자리는 밤사이 썰물에 쓸려가서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이렇게 하려고 모래밭에서 죽였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226쪽_밤_바람

찌릿한 전율이 손가락 끝부터 천천히 머리끝까지 타고 올랐다. 몰라서 더 그랬을까? 제주에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정도의 텍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감각들이었다. 한데 단 4줄의 문장이 온몸의 세포를 흔들어 깨운 느낌이 들었다. 무서운 일이겠다,고 생각 하는 순간 그 아름답던 제주가 참혹한 곳으로 뒤바뀌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악랄하고 잔혹함만 남은 이들을 군과 경찰로 둔갑시켰을까. 그리고 광주를 쓸고 간 그들과 마찬가지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까. 후손들들은 자신이 학살자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무섭지 않을까. 여전히 피학살자들의 유족들에게 이 끝나지 않는 고통이 학살자에게도 이어지는지,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220쪽_밤_바람

인선의 엄마가 고향을, 불타버렸던 집을 벗어나지 않았던 이유를, 평생 그러모았던 학살의 기록을 나는 감히 짐작조차 못한다. 그리고 그 기록이 향했던 경산의 코발트 광산 이야기는 처음 알았다. 그때 학살이 전국으로 번졌다는 걸 몰랐다. 나는 사실 타인에 대해 관심이 많지도 않지만 몸이 불편해진 이후 사회에서 얼마간 비켜난 자리에 있다 보니 무심한 감각들에 익숙해져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지지른다 해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316쪽_불꽃

개인적으로 <소년이 온다>는 일정 부분 내 경험이나 부모의 고향이 그곳 그 도시였어서 분노가 더 많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부들부들 떨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인선의 이야기에 더욱더 동요되고 말았다.

317쪽_불꽃

인간이 그토록 잔인해지는 이유가 뭔지, 왜 그래야 했는지 물을 수 없다는 게 짜증이 났다. 극심한 두려움에 내몰려 대항 한번 못하는 나약한 이웃들을 임산부 갓난쟁이 할 것 없이 절멸에 가까운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공포를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국가와 학살자들은 피학살자들과 제대로 작별을 했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왜 그러지 않느냐고 우리는 계속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문득 바닷가에 살며 생선을 먹지 못하게 되는 일은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한다. 그날 그 바다에 던져진 그들의 살을 뜯어 먹었을 그것들을 먹는다는 것이 끔찍하다는 노인의 말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지. 많이 먹먹했다.

10여 년 전쯤,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서 3년을 살았었다. 조천에 친구가 있어 자주 갔었다. 그곳에 4·3 기념공원이 있었다. 가보지 않았던지, 갔지만 기억에 담지 않았던지 선명하진 않지만 기억과 전혀 다른 제주가 큰 파도처럼 쓸려와 읽는 내내 힘들었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아프지만 그러해서 많이 공감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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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데일리북] 12월 독서모임 /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지음)
평점10점 | s**********r | 2024-12-31 | 신고
'소년이 온다' 작품과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알게 된 후, 한강 작가의 두 번째 책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독서 모임에서 선정하고 읽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년이 온다' 소설이 빅뱅이 터지는 듯한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다. 그런데, '작별하지 않는다' 를 읽으며 이 또한 다른 전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듯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경하는 한강 작가와 동일시 되는 느낌이었고, 경하의 친구 인선은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산 자들의 대화인지 죽은 자들의 대화인지 그들을 합친 대화인지 알송달송 하였다. 아마도 읽은 이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것 같다.  1948년에 일어났던 제주 4.3 사건은 게엄 사태에서 일반 민간인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탄압하고 무참히 짓밟았던 참혹함이 7년 7개월이나 이어졌으나 희생자의 후손들은 연좌제로 공산당이라는 누명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가슴에 묻고 살았기에 1999년 12월 국회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 될때까지 50여년이 흘렀으니 고증할 자료도 유족도 남지 않은 역사를 먹먹하지만 담대하게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고 그들을 떠나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책의 제목으로 다가왔다. '작별하지 않는다' 책 처음에 등장하는 경하는 한강 작가 자신을 투영하여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이후의 심정을 글에 담고 있는 듯 하다. 처음 시작부터 한강 작가와 작품 속 인물 경하가 오버랩 되면서 책이 심오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12쪽] 봉분 아래의 뼈들을 휩쓸어가기 위해 밀려들어오던 그 시퍼런 바다가, 학살당한 사람들과 그후의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때 처음 생각했따. 다만 개인적인 예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물에 잠긴 무덤들과 침묵하는 묘비들로 이뤄진 그곳이, 앞으로 남겨질 내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바로 지금을.
[23~24쪽] 그리고 처음 그 검은 나무들의 꿈을 꾸고 일어나, 두 눈 위로 차가운 손바닥을 덮고 누워 있던 그 밤이 있다. 깨어난 뒤에도 어디에선가 계속되고 있을 것 같은 꿈들이 가끔 있는데, 그 꿈이 그랬다. 밥을 먹고 차를 끓여 마시고, 버스를 타고,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여행 가방을 꾸리고, 지하철 역사의 끝없는 계단들을 딛고 올라가는 한편에서, 한 번도 가본적 없는 그 벌판에 눈이 내린다. 우듬지가 잘린 검은 나무들 위로 눈부신 육각형의 결정들이 맺혔다 부스러진다. 발등까지 물에 잠긴 내가 놀라 뒤돌아본다. 바다가, 거기 바다가 밀려들어 온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 광경에 마음이 쓰여 그해 가을 생각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통나무들을 심을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수천 그루가 어렵다면 아흔아홉 그루-무한으로 열리는 숫자-를 심고, 뜻이 맞는 사람들 여남은 명과 힘을 합해 그 나무들의 몸에 먹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깊은 방으로 지은 옷을 입히듯 정성스럽게, 영원히 잠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그 모든 일이 끝난 뒤, 바다 대신 흰 천 같은 눈이 하늘에서부터 밀려내려와 그들을 덮어 주길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을 짧은 기록영화로 만들자고, 한때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했떤 친구에게 나는 제안했다. 그녀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함께 실현하기로 약속했지만, 두 사람의 일저잉 꼭 맞는 때가 좀처럼 오지 않은 채 사 년이 흘러갔다. 
책은 총 3부로 되어 있다.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 이다.  1부 새에서는 유서를 남기며 삶을 마감하고자 했던 경하가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앵무새의 생명을 구하고자 도착한 제주 산간 마을인 인선의 집까지 폭설 속에서 역경을 헤치며 갈지 말지의 선택적 갈등과 여정을 너무 생생하게 그려 놓았는데, 내가 알던 눈은 깨끗하고 하얗고 아름답게만 생각되는 눈이였다면, 책에서 알게 된 눈에 대한 생각은 게엄이라는 역사 속에서 만나니 고요함 속에서  무게감이 크고 스산함 속에서 따뜻함과 웅장함이 공존하는 단어로 다가 왔다.  또한, 앵무새는 결국 구하지 못하였지만, 경하는 최선으로 정성을 다하여 새의 제의를 치루며 애도한다. 2부  밤에서는 경하 꿈에서 보았던 내용을 재현하고자 인선과 기획했던, 통나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며, 프로젝트의 이름은 '작별하지 않는다' 였는데, 인선의 가족이 제주 4.3 사건에서 겪은 시련과 고통에서도 가족애와 사랑, 희망 만큼은 잃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 찡한 감동을 준 인물이 인선의 엄마 정심이었다. 동생에게 빨리던 손가락의 감각을 잊지 못하고, 오빠의 생사를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는 마지막까지도 끈을 놓지 않고 찾았던 그 믿음처럼, 무참히 희생 당한 분들에 대한 넋을 위로하고 애도하며 '작별하지 않는' 방법은 그들을 절대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251쪽] 당숙네에서 내준 옷으로 갈아입힌 동생이 앓는 소리 없이 숨만 쉬고 있는데, 바로 곁에 누워서 엄마는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대.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그걸 마셔야 동생이 살 거란 생각에. 얼마 전 앞니가 빠지고 새 이가 조금 돋은 자리에 꼭 맞게 집게손가락이 들어갔대. 그 속으로 피가 흘러들어가는 게 좋았대. 한순간 동생이 아기처럼 손가락을 빨았는데, 숨을 못 쉴 만큼 행복했대.
[291쪽] 
그 청년이 외삼촌이었을 확률이 0은 아니야. 인선이 속삭여 말했다. 지금 갱도에 있는 유해 삼천 구 중 어떤 것도 외삼촌일 수 있는 것처럼. 동의를 구하는 듯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추측할 수 있어, 그 사람이 외삼촌이었다면 어떻게든 이후에 섬으로 돌아왔을거라고.......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지옥에서 살아난 뒤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서택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그때부터 엄마 안에 분열이 시작된 건지도 몰라. 두 개의 상태에 그날 밤의 오빠가 동시에 있게 된 뒤부터 갱도 속에 쌓인 수천 구의 몸들 중 하나. 동시에, 불 켜진 집들의 대문을 두드리는 청년. 그곳에서 옷을 얻은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사람. 이건 얼른 태워버리십시오. 피투성이 수의를 마당에 남기고 암흑 속으로 달려 사라지는 사람.
3부 불꽃에서 경하와 인선은 통나무 프로젝트가 이루어져 나무들이 심어질 땅에 함께 촛불을 들고 간다. 그리고, 그   눈밭에 함께 나란히 누워 꺽인 마지막 성냥개비의 불꽃이 솟으며 이야기는 끝이 났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 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나는 아픈 역사를 응시하고 마주하여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같은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문학 작품으로 아픈 역사를 마주할 수 있게 도와 주신 한강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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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주간우수작 깊어지는 고통, 마음에 깊이 박이는 여운 “작별하지 않는다”
평점10점 | a****x | 2024-11-02 | 신고

Q. 소설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제주 4.3을 다루고 있다는 배경지식만 가지고 읽기 시작한 소설. 그러나 소설 초반에는 제주 4.3보다는 막 5.18에 관해 글을 쓰고 이를 책으로 엮어낸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되었고, 이는 곧 한강의 또 다른 작품인 <소년이 온다>를 떠올리게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주인공 자체가 한강 작가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죠. 소설의 초반은 주인공의 고통에 초점을 두는듯 했지만, 그 고통은 주인공에게서 주인공 친구에게로 그리고 점차 서서히 제주 4.3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소년이 온다>만큼 역사적 상황에 직접 투영된듯한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 사실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과 고통은 여실히 독자에게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Q.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겨울서점에서 김겨울 작가가 이 책에 대해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의 정반합을 이룬 책인 것 같다, 라는 표현을 했었는데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 두 소설에서 진득하게 읽고 느꼈던 부분들이 <작별하지 않는다> 곳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죠. 역사적 소재에 대해 전체가 아닌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은 마치 <소년이 온다>, 그리고 마치 꿈인듯 환상인듯 아련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채식주의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의 책 중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가장 처음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 권하였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년이 온다> - <채식주의자> - <작별하지 않는다>의 순서대로 읽어본다면 그 내용이나 표현에 공감하기 더 용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 고통의 수치가 커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설 초반 주인공의 정신적 괴로움도 힘들었지만, 이후 친구의 신체적 괴로움은 정말.. 소설을 읽는 내내 저도 같이 속으로 ‘윽..윽’대며 읽어갔거든요. 하지만 제주 4.3에 대한 증언을 들으면서는 친구의 그 고통조차도 머릿속에서 희미해졌을 정도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괴로움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주 4.3에 대한 영상도 찾아보고 글도 새롭게 찾아보았습니다만, 그동안 저 혼자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제주 4.3은 정말 반의 반도 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에 여러번 가보았음에도 왜 제주 4.3 평화 기념관 한 번 가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마음 아픈 사건을 제대로 마주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너무 무지했고, 알려하지 않았던 제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Q. 소설의 미래 독자에게

A. 여운이 깊었던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소설의 초반만 조금 읽고는 그저 짧은 생각으로 ‘재밌어요, 잘 읽혀요’하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책을 다 덮은 지금은 그저 그런 추천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나의 생각이 너무나도 짧았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장면 하나 하나 깊이 남아서 책을 덮은 이후에도 여운이 길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일독을 꼭 한 번 권해드리고픈 그런 소설입니다.

유리문 밖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육체가 깨어질 듯 연약해 보였다. 생명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그때 실감했다. 저 살과 장기와 뼈와 목숨들이 얼마나 쉽게 부서지고 끊어져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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