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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4년 09월 20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04쪽 | 392g | 135*210*20mm |
| ISBN13 | 9791193166659 |
| ISBN10 | 1193166659 |
5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강추) 전시회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 그림이 말을 걸어 잠시 멈추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 예술이 밥 먹여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끌리는 책, 그리고 예술에 대해 그 어떤 마음의 동요로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추천!
『예술 도둑』이라는 제목에 끌리듯 책을 잡았다. 부제처럼 붙은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는 담백하고 슴슴한 정통 평양냉면에 MSG를 살짝 넣은 듯 이야기의 통속적인 재미까지 암시한다. 소설을 이렇게 쓰면 너무 상상력이 약한거 아니냐고, 이리 허무맹랑하게 쓰냐고 했을지도 모를, 재미 그리고 예술 작품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예술 작품을 훔쳤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품을 훔친, 기묘한 한 남자의 실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200여 회에 걸쳐 이어진 예술품 절도 도난 된 물품은 300점 이상, 금전적 가치는 약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이 한마디로 이 책은 이미 내 마음을 훔쳤다.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가슴이 뛴다. 이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므로. 다리가 아파 더 이상 서 있을 기력이 없을 때까지 전시장에서 나오지 못했던, 전시장을 나와서도 발길이 안 떨어져 아트숍에서 서성이다 50만 원을 오로지 포스터 사는데 썼던 그날들이 떠올라서다. 물론 지금 그 포스터 들은 대부분 손상되고 처치 곤란이 되어 겹겹이 쌓여 있거나 아직 그림통에서 나오지 못한 아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브라이트비저가 눈을 뜨면 곧바로 <아담과 이브>가 보인다. 그렇게 하려고 일부러 침대 옆 탁자에 두었다. 이브의 물결치는 머리카락, 뱀의 비늘, 올록볼록한 나무 질감을 천천히 손끝으로 쓰다듬는다. 조각가가 하나하나 손으로 빚던 과거의 어느 순간을 생각한다.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다. _29p.
작가 마이클 핀클은 미국 저널리스트로 8년간에 걸쳐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에서 300점이 넘는 작품을 훔친 브라이트비저에 대해 10년 넘게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한 내용을 소설처럼 기막히게 써낸다. 읽는 동안 마치 소설인 듯 착각이 들 정도로 극적이어서, 작품에 대한 정보를 다시 찾아보고 실제 있었던 일임을 확인하게 된다.
브라이트비저와 연인 앤 캐서린이 게오르크 페텔의 상아로 만든 '아담과 이브'를 벨기에 앤트워프 루벤스의 집에서 훔치는 것으로 시작되는 『예술 도둑』은 '이 작품을 보고는 마법에라도 걸린 듯 마음을 빼앗겼다. 40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상아 특유의 독특한 빛을 발하고 있어 마치 이 세상 물건이 아닌 듯했다._22p.'처럼 예술 작품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은 황홀한 상상을 펼치게 만드는 묘사와 22살의 어린 연인이 대담하게 이어가는 예술 절도 행각을 추리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친다.
작가인 마이클 핀클이 확실한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다. 영화처럼 두 연인의 행적과 무수한 예술작품과 박물관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브라이트비저의 마음이 되었다가 앤 서린이 되기도 하고, 때론 도난당한 박물관장, 그를 쫓는 인물이 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의 감정으로 읽게 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로운 경험 '스탕달 증후군'
브라이트비저에 몰입하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1817년 일기 형식으로 쓴 이탈리아 여행기 《로마, 나폴리, 피렌체》에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성당에서 있었던 일이 나온다. 거대한 성당 구석에 자리한 작은 예배당에서 스탕달은 아치형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감상하기 위해 머리를 뒤로 젖혔다가 '천상의 감동'과 '열띤 관능'에 압도되어 '깊은 황홀경'을 경험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급히 예배당을 빠져나온 스탕달은 어지러워 비틀거리며 벤치에 드러누웠고 조금 지나자 곧 괜찮아졌다._57p.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느끼는 경이로운 감정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을 보고 느끼거나, 브라이트비저가 <아담과 이브>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이다. 여기서부터는 브라이트비저에 심하게 몰입하게 된다. 브라이트비저처럼 심장을 강타할 만큼은 아니어도 나 역시 전시회에서 마리 로랑생의 자화상을 처음 봤을 때, 책 속에만 봤던 피카소와 르네 마그리트, 뭉크의 그림들을 마주하고선 순간 숨이 탁 멎는 듯한 강한 울림을 경험했었다. 이건 그 작품들의 아름다움보단 선망했던 무언가를 실물로 봤을 때의 충격 같은 경이로움이라 해야 할까? 
이번에 훔친 작품은 얀 반 케셀의 1676년 정물화다. 나비가 꽃다발 주변을 날아다니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으로, 정물화인데도 전혀 정적이지 않은 획기적인 작품이다... (중략)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백열등을 켠 듯한 색채였다. 두 사람은 신기루처럼 빛나는 색조에 이끌려 전시실로 들어갔다. 가까이서 보니 이해할 수 없던 색감의 비밀이 풀렸다. 얇은 구리 화판에 그려져 있다._118p
브라이트비저의 마음을 훔친 작품들은 내 마음도 훔친다. 브라이트비저의 시선이 나의 시선이 되고, 브라이트비저의 두근거림이 느껴져 자연스레 브라이트비저의 절도를 숨죽여 지켜보게 된다. 과연 이런 작품이라면? 나의 보고 싶은 열망이 어쩌면 브라이트비저의 갖고 싶은 열망과 같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랑은 죽음을 이긴다. 상아 조각상 컬렉션이 뿜어내는 천상의 광채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니, 이보다 가슴 벅찬 것이 또 있을까?_29p.
브라이트비저의 다락방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의 행복한 눈을 따라 나도 미소가 퍼진다. 내 방안의 모습이라면? 상상해본다.
도둑질을 마치면 작품마다 봉투를 하나씩 만들어서 서류함에 넣어둔다. 봉투에는 참고 도서에 나온 작품 설명 복사본과 브라이트비저가 어린아이 같은 글씨체로 휘갈겨 쓴 색인 카드, 그리고 직접 스케치한 그림에 세부 사항과 작품 크기를 적어놓은 메모 등이 들어 있다. 다락에는 자신만의 미술 도서관도 있는데, 역시 외조부모의 힘을 빌려 만들었고 나중에는 500권이 넘는 책을 소장했다._84p.
많이 읽고 연구할수록 원하는 것도 많아진다._85p.
'알면 사랑한다'는 예술작품에는 더 적용된다. 요즘 말로 하면 예술 작품 덕후일 수 있었던 브라이트비저의 너무 큰 열망이 그를 예술 도둑으로 만든 것이리라 변호도 해 준다. 초중반부까지는 브라이트비저의 예술에 대한 소유욕을 공감하기도 하며 그의 행적을 경이롭게 지켜본다. 절도 과정이 너무 과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유럽 소규모 박물관이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그의 욕망이 너무 지나치다 싶으면서도 마음을 움직인 예술작품들을 언제든 볼 수 있다는 면에선 부러움까지 느꼈다고 할까? 예술을 너무도 사랑한 예술 도둑, 아직까진 그 마음이 훨씬 더 와 닿았다.
"예술은 영혼의 식량"이지만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과하면 탐욕이 된다. "예술을 향한 브라이트비저의 열정은 모든 것을 넘어셨어요.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이루어지지도 않고 잊을 수도 없는 고통스러운 사랑이지요."_116p.
예술 역사는 절도의 역사?
예술 작품에 대한 씁쓸착잡한 불편한 진실
브라이트비저는 자신의 도둑질에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략)
<산마르코의 말>은 결코 훔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훔쳐야 했다. 구리로 만든 실물 크기의 네 마리 말이다.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유명한 조각가 리시푸스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초반의 역사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이 네 마리 말은 약 400년 후 네로 황제의 군대가 약탈해 로마로 옮겨졌다.(중략) 그러다 1202년 무자비하기 이를 데 없던 제4차 십자군 전쟁에서 다시 약탈당해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대성당앞으로 옮겨졌다. (중략) 1797년 나폴레옹이 아탈리아 원정에서 다시 강탈해 사방이 뚫린 마차에 싣고 파리 시내를 행진한 뒤 루브르 박물관 앞 개선문 위에 고정했다. (중략) 이후 워털루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군이 조각상을 압수해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기로 결정한다. 그리스가 될 수도 있고 튀르키예나 로마가 될 수도 있었지만 <산마르코의 말>은 결국 베네치아로 돌아갔다._162p.
그리스 조각가 리시푸스가 만든 <산마르코의 말>이 그리스에서 로마, 이탈리아, 프랑스를 거쳐 마침내 이탈리아에 있게 된 경위, 제자리를 찾아준다는 것이 결국은 그리스가 아닌 이탈리아인 이유를 읽고 있자니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많은 예술 작품 중 원래 자리에 보존되어 있는 작품이 과연 얼마나 될지, 작품의 소유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예술의 역사는 절도의 역사와 맥을 함께한다고 브라이트비저는 이야기한다. 인류가 기록을 시작한 초창기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도굴꾼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있다.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 역시 예루살렘에서 언약궤를 빼왔고 페르시아는 바빌로니아를, 그리스는 페르시아를, 또 로마는 그리스를 약탈했다. 반달족은 로마의 부를 탐했다. 16세기 초 에스파냐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에르난 코르테스는 각각 잉카와 아스테카를 파괴하고 강탈하지 않았는가.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은 1648년 프라하에서 그림 1,000점을 빼앗아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들에게 하사했다.
나폴레옹은 루브르 박물관에 기증하기 위해 훔쳤고 스탈린은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채우기 위해 훔쳤다. _102~103p
아... 나... 브라이트비저한테 설득당했다. 몰입감 최고의 부분이기도 하다. <산마르코의 말>에서 시작된 예술 약탈의 역사에 대한 마이클 핀클의 글은 라임을 맞춘 랩을 듣듯 쉼 없이 읽게 된다. 브라이트비저의 흥미롭던 예술 작품 절도의 이야기에서 이런 씁쓸한 이야기가 나올 줄 생각도 못 했다. 간혹 뉴스에서 우리나라 문화재가 몇 백 년 만에 반환된다는데, 때론 반환이 아닌 대여로 돌아온다는데... 하는 기사를 조금은 마땅찮게 생각하면서도 그저 무심하게 넘겼던 시간을 떠올린다.
브라이트비저의 궤변이 결코 궤변으로만 여겨지지 않았다.
지난 2,000년간 음침한 사람들이 훌륭한 작품을 내다 팔아왔다. (중략)
원하는 것을 내가 갖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 미술상에게 돈을 내고 작품을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브라이트비저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사용한다. _104p.
사랑이 소유욕이 되었을 때
간절함이 남아있을 때 아름다움은 계속된다
한때는 아름다움을 숭배하며 작품 하나하나를 귀한 손님처럼 대하던 브라이트비저였지만, 이때부터는 마치 사재기를 하듯 그저 무엇이든 끌어모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중략)
한때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실 하나를 따온 것 같던 두 사람의 다락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쓰레기장이 되었다. 끝도 없는 물건이 줄지어 들어올 뿐인._199p.
브라이트비저가 그저그런 도둑이 되는 순간이다. 이 작품의 반전이기도 하다. _나에게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_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않았다. 뭔지 모를 실망과 함께 허탈하기까지 하다. 아무튼 마음이 그랬다. 그래서, 현실인 것인가? [델마와 루이스] 같은 극적이면서, 어쩌면 '끝까지 예술을 사랑해 작품을 지킨 도둑'이라는 픽션을 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참 전의 일이 떠오른다. 출장이 조금 일찍 끝나 서울역에서 내리자마자 롯데백화점 본점을 갔다. 모처럼 사람이 없는 없는 평일 오후에 쇼핑을 한다는 기대감으로 택시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서는데 양손 가득 명품 쇼핑백을 든 여자가 백화점 앞에 세워진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간다. 평일 오후에 자신이 사고 싶은 걸 마음껏 살 수 있는 저 여자는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 그 여자의 무표정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저 일상인 듯한 그런 표정. 평일 오후에 백화점에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나와는 대비되었던 그 표정이 왜 지금 생각나는 걸까?
사실 그는 2019년에 체포되기 몇 달 전, 삶에서 가장 강렬했던 예술과의 조우를 경험한다. (중략)
21년 만에 처음으로 루벤스의 집에 들어간다. (중략)
<아담과 이브>는 운하에 잠겼다 구출됐는데도 상태가 나쁘지 않다. 뱀은 여전히 선악과 나무를 불길하게 감싸고 있고 태초의 인간 두 명도 똑같이 관능적이다. 이브는 머리카락을 등까지 늘어뜨리고 있다. 브라이트비저가 눈을 크게 뜨고 이마를 찡그린다. 이미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을 목격한 듯한 느낌이다. 몇 년을 포스터 침대에서 손을 뻗어 어루만지던 <아담과 이브>다. _287p.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 있다면? 소유가 일상이 된다면? 행복할까?
작년 새해 인사 중 유행하던 게 있었다 '올해는 사고 싶은 거 다 사는 해가 되길.' 그 말이 너무 좋아, 아는 사람들한테 덕담이라고 해 주곤 했었다. 그래,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저 말이라도 행복한 순간이다. 하지만 이것이 일상이 된다면 어떨까?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가 소유욕이 되었을 때 가장 큰 비극은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을 느낄 수도, 그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할 수 없게 된다는 것. 브라이트비저에게 내려진 벌은 그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예술작품에 대해 더 이상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 그가 그토록 혐오했던 여느 예술작품 도둑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아직도 보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이 다행인 건가 싶기도 하다. 장바구니에 무수히 쌓인 책, 노션에 쌓여가는 전시회 목록, 가고 싶은 곳 메모, 다 할 수 없어 갈망하고 그 적절한 간절함이 나를 지탱하고 있는 건가?
하지만, 그래도 느껴보고, 가 보고 싶긴 하다. 스탕달이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성당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보고받았던 '천상의 감동'과 '열띤 관능'이란 무엇인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을 보고 사람들이 두 시간 이상 어지러움을 경험한다는 그 순간이 과연 어떤 것인지, 브라이트비저의 온몸에 전율을 흐르게 했던 그림과 조각들이 있는 유럽의 작은 박물관들이 보고 싶긴 하다.
브라이트비저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예술품을 훔쳤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지금까지 미학을 논한 예술품 도둑은 없었다._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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