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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1년 05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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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488쪽 | 510g | 134*200*24mm |
| ISBN13 | 9791130637617 |
| ISBN10 | 1130637611 |
19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1. 소개
『오베라는 남자』의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이 선보이는 기상천외한 블랙코미디 소설.
현금이 없는 은행에 들어가 총을 꺼내든 강도. 월세만큼의 돈을 훔치려는 계획은 처음부터 삐걱거리며 무너지고, 도망치려다 우연히 들어선 곳은 마침 ‘오픈 하우스’가 열리던 아파트였다.
집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 매물을 소개하던 중개인, 토끼 탈을 쓰고 화장실에 앉아 있는 연극배우. 그 평범하고도 기묘한 공간은 순식간에 기상천외한 인질극의 무대로 변한다.
2. 불안하다는, 그 불편한 마음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
균형을 잃고 권력에 기울어진 불안, 과거의 치부에서 벗어나지 못해 짓눌린 슬픔, 현재의 문제를 차분히 풀어내지 못하고 잘못을 범하는 불안. 작품은 이들의 마음을 장면마다 컷! 하고 잘라낸 듯, 대사와 사건으로 생생히 드러낸다.
책을 읽으며 나의 지난날이 겹쳐졌다. 벽장 속으로 숨어들던 인물처럼, 나 또한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고, 내 잘못을 가볍게 넘기며 쉽게 잊으려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기억은 꼬리표처럼 남아 나를 초라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그 불안이 내 안을 갉아먹다 못해 삼켜버리기도 했다. 작품 속 사라가 죽음을 그리워하면서도 죽기를 바라는 장면은 불안의 극한을 압축해 보여준다.
“우리가 혼돈을 혼돈으로 치료하려고 한다는 점이에요. 남들이 벽에 부딪히는 걸 보면서도 정작 우리는 그 벽을 무사히 관통할 수 있길 기대해요.” (P.296)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혼란을 또 다른 혼돈으로 덮어버리려는 나의 조급한 마음을 작가가 대신 고백해주는 듯했다. 거울에 비친 듯, 내 내면의 방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또한, 인간관계의 문제 역시 이 작품이 놓치지 않는다. 불안과 두려움, 자책의 못에 빠진 인물들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며 불안을 함께 견디는 법을 배워가는 모습은 곧 나의 자아 성장에 대한 은유처럼 다가왔다.
“다리는 사람들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존재하는 건데…” (P.365)
다리는 뛰어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나 사이를 좁히는 지름길이라는 대목을 읽는 순간, 내 마음에도 단단한 다리가 하나 놓였다. 사물을 단순한 기능이 아닌 치유의 상징으로 서술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서술이 독자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고 위대하게 다가왔다.
『불안한 사람들』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그림자이며, 그것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불안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다리를 놓을 수 있다면, 우리는 절망이 아니라 연대로 향할 수 있다. 불안은 파국의 징후가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는 출발점일 수 있다.
3. 다리의 연결
10년 전, 다리에서 뛰어내린 남자를 구하지 못해 괴로움 속에 살아온 경찰 야크. 그는 그날의 무력감을 잊지 못한 채 매일 다리를 찾았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 자기 자신에 대한 속죄의 마음이 그를 다리 위로 이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한 여자를 붙잡아 구해낸다. 그 장면을 본 사라는 끝내 다리에서 뛰어내리지 못한다. 야크의 행동은 단순히 한 사람을 구한 것이 아니었다. 절망 끝에서 발을 떼려던 또 다른 한 사람의 마음을 붙잡은 것이다. 결국 그는 다리 위에서 두 사람을 구한 셈이었다.
인간의 불안과 무력함은 혼자의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작은 용기, 누군가의 의연한 행동은 다른 이의 삶을 지탱하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다리가 될 수 있는 작은 용기를 내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오픈 하우스에서 인질들이 서로 위로하고 칭찬을 건네며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순간들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다리 위에서 사람을 구한 것과 다름없다. 소설 속 인물들이 들려주는 달콤한 칭찬 한마디는 불안의 못을 편안하고 아늑한 연못으로 바꾸어주었다.
4. 서로에게 기대어 선 존재
“항구에 머무는 배는 안전하지만 배가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게 아니잖니.” (P.301)
정박한 배는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머무는 것만을 택한다면, 배는 존재 이유를 잊게 된다. 인생도 그러하다. 항해가 두려워 항구에 머무는 삶은 어쩌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일지 모른다.
사람 인(人)에 둘을 더하면 어질 인(仁)이 된다. 우리는 기대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혼자가 아닌, 서로에게 기댈 때 비로소 어질게 살 수 있다. 불안은 그런 관계 속에서 견딜 수 있는 것이며, 함께 항해할 때에만 삶의 의미가 더해진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가장 호기롭고 슬기로운 방법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되었다. 두려움에 머무르지 않고, 불안 속에서도 다리를 놓으며, 타인과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 곧 살아가는 일의 본질이라는 결론에 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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