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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저/김현우 | 반비 | 2016년 02월 11일 | 원서 : The Faraway Nearby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6점
편집/디자인
4.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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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2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56g | 130*205*30mm
ISBN13 9788983717733
ISBN10 8983717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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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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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2명)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멀고도 가까운』, 『걷기의 인문학』, 『길 잃기 안내서』, 『마음의 발걸음』, 『야만의 꿈들』, 『어둠 속의 희망』, 『이 폐허를 응시하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등이...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멀고도 가까운』, 『걷기의 인문학』, 『길 잃기 안내서』, 『마음의 발걸음』, 『야만의 꿈들』, 『어둠 속의 희망』, 『이 폐허를 응시하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등이 있으며, 『그림자의 강』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래넌문학상, 마크린턴역사상 등을 받았다. 『멀고도 가까운』으로 2013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2010년 미국의 대안잡지 《유튼 리더》가 꼽은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역 : 김현우 (金玄佑)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EBS PD로 일하며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건너오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스티븐 킹 단편집』 『멀고도 가까운』 『행운아』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G』 『로라, 시티』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A가 X에게』 『벤투의 스케치북』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브래드쇼 가족 변주곡...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EBS PD로 일하며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건너오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스티븐 킹 단편집』 『멀고도 가까운』 『행운아』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G』 『로라, 시티』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A가 X에게』 『벤투의 스케치북』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브래드쇼 가족 변주곡』 『그레이트 하우스』 『우리의 낯선 시간들에 대한 진실』 『킹』 『아내의 빈 방』 『사진의 이해』 『스모크』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초상들』, 삼부작 ‘그들의 노동에’ 『끈질긴 땅』 『한때 유로파에서』 『라일락과 깃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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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너와 나를 이어 주고, 삶의 고비들을 건너게 해 주는 이야기의 힘


“나는 나쁜 이야기의 독소를 정화시켜 끝내 아름다운 이야기의 강물로 흘러가게 만드는 더 큰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솔닛은 더 강력한 이야기를 창조함으로써 자신에게 강요된 나쁜 이야기의 마법과 싸워 마침내 승리하는 이야기의 전사다.” 정여울(문학평론가)

“제가 읽은 가장 구체적인 잠언이에요. 허공에 뜬 구절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글은 노동하는 여성만이 쓸 수 있어요. 지성과 통찰은 약자가 가질 수 있는 힘입니다. 읽기가 사는 고통을 덜어 준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외로움도, 죽고 싶은 마음고 진정시켜 줍니다. 읽기만으로 연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정희진(『정희진처럼 읽기』 저자)

‘맨스플레인’의 작가 리베카 솔닛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본격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은 리베카 솔닛의 신간이자 전미도서상 후보작, 전비비평가협회상 최종후보작으로 오른 주저이다. 솔닛은 2010년 한 칼럼에서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로 21세기에도 만연한 젠더 불평등의 핵심을 명쾌하게 요약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 단어는 《뉴욕타임스》 ‘2010 올해의 단어’에 선정되고, 솔닛은 같은 해 《유튼리더》 선정 ‘세계를 바꿀 25인의 사상가’로 선정되었다. 2015년에는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 온라인판에 등재되었고, 이 글을 수록한 칼럼집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한국에 소개되어 대부분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 외에도 『걷기의 역사』 『이 폐허를 응시하라』 『어둠 속의 희망』 등 작가의 다양한 관심과 면모를 보여주는 책들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데, 특히 『멀고도 가까운』은 그런 다양한 면모를 가장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본격 저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주요한 주제는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병과 돌봄, 삶과 죽음, 어머니와 딸, 아이슬란드와 극지방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프로이켄의 『북극 모험』,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그리고 『백조 왕자』 『룸펜슈틸츠헨』 『눈의 여왕』 같은 구전 동화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활용해 솔닛은 주변의 여러 삶들을 바라보고 사유하고 마침내 이해한다. 그것은 누군가를 변명하거나 누군가의 잘못을 덮어주는 것, 혹은 작가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해이다. 작가는 이를 용서이자 사랑이라고 부른다. 작가는 이런 따뜻하고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내고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세밀하게 관찰한다. 내밀한 회고록이지만 읽기와 쓰기가 지닌 공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유려하게 웅변하는, 솔닛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에세이이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나와 우리를 이루는 이야기들의 힘

이 책의 다양한 주제를 하나로 엮는 큰 주제는 이야기하기의 힘이다. 우리는 이야기들을 엮어서 정체성을 형성해낸다. 솔닛의 말대로 자아는 우리의 삶이 만들어내는 중요한 작품이자, 만인을 예술가로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가령 많은 동화들은 문제 해결을 다루는데 동화 주인공들은 그 문제 해결 와중에 ‘자신’이 된다. 이것은 이야기하기의 기본 원칙이다. 이야기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우리의 한계를 알아차리고 넘어서며 또 다른 누군가가 되어간다.

우리의 이야기들은 도중에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만남으로써만 가능하다. 이는 ‘자아’를 만들어내는 일에 근본적으로 ‘듣기’와 ‘읽기’의 능력, 타인에게 감정이입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고전이나 『백조 왕자』 같은 원형적인 서사뿐 아니라 극한의 추위에서 남편과 아이의 시체를 먹고 살아남은 에스키모 여인의 이야기, 그리고 전 세계가 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우물에 빠진 여자아이를 구하고 그 후유증으로 자살한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북극곰을 잡아먹는 북극곰 이야기, 무엇보다 『신데렐라』의 음울한 버전이라 할 법한 솔닛 어머니의 이야기 등 수많은 이야기들이 호출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솔닛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다시 우리 자신의 삶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친다. 솔닛의 이야기인 이 책은 물리적인 거리를 넘어서 그녀의 삶과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연결시킨다.

동화에서 힘 자체가 살아남기에 적합한 수단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힘없는 이들이 연합하여 성공을 이룰 때가 많은데, 이는 종종 서로에 대한 친절한 행위에서 비롯된다. 망가뜨리지 않은 벌집, 죽이지 않고 풀어 준 새, 존경의 마음으로 맞아준 노파 같은 존재들이 그 행위를 되갚아준다. 미약한 존재에게 씨앗처럼 뿌렷던 친절이 동화헤서 그리고 가끔은 현실에서도, 위기의 순간에 결실을 맺는다.(28)

작가가 된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책 속으로 사라지곤 했다. 마치 숲 속으로 달려 들어가듯 그 안으로 사라졌다. 나를 놀라게 했고, 지금까지도 놀라게 하는 것은 이야기의 숲과 고독 그 너머에 건너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건너편으로 나가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직업의 특성상 고립되며, 또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 가끔 재능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재능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희귀하지 않다. 오히려 그 재능은 많은 시간 동안의 고독을 견디고 계속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작가는 작가이기 전에 독자이며, 책 속에서, 책을 가로지르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또한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서, 매우 친밀하지만, 지극히 외롭기도 한 그 행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96)

우리가 책이라고 부르는 물건은 진짜 책이 아니라, 그 책이 지닌 가능성, 음악의 악보나 씨앗 같은 것이다. 책은 읽힐 때에만 온전히 존재하며, 책이 진짜 있어야 할 곳은 독자들의 머릿속, 관현악이 울리고 씨앗이 발아하는 그곳이다.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100)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혹은 지금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훗날 독자가 될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행위이다. 너무 민감하고 개인적이고 흐릿해서 평소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른 이의 귀에 닿지 못했던 그 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적어서 보여 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썰물 때의 단단하고 축축한 모래 위로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다시 밀물이 들어와 지나온 흔적들을 깨끗하게 지우기 전까지는 그렇게 남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각자 뒤에 남긴 그 긴 선을 바라보는 걸 나는 좋아한다. 가끔은 나의 삶도 그런 식으로 상상해 본다. 마치 한 걸음 한 걸음이 바느질의 한 땀 한 땀인 것처럼, 마치 내가 바늘이 되어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내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세상이 꿰매지고 있는 것 같은 상상. 다른 이들이 만들어 내는 길과 교차하기도 하면서, 비록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방식으로 그 모든 길이 누비이불에서 보는 것처럼 하나로 엮인다. 마치 그 걸음이 바느질이고, 바느질은 곧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며, 그 이야기가 바로 당신의 삶인 것 같다.(192)

감정이입(empathy)이란 자신의 테두리 밖으로 살짝 나와서 여행하는 일, 자신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진정으로 타인의 현실적 존재를 알아보는 일이며, 바로 이것이 감정이입을 탄생시키는 상상적 도약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286)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이 지닌 매력 중 하나는 게르다가 카이를 눈의 여왕으로부터 구출해서 다시 우정을 되찾는다는 점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많은 미국 원주민 이야기는 도무지 끝나는 법이 없다. 동물 세계로 들어갔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고, 조상이나 창시자, 무언가 베푸는 이가 되어 여전히 어떤 힘으로 작용한다. 부유하고 풍족하고 사랑받고 보호받고 특혜를 받던 싯다르타가 그 모든 것을 떨치고 나가는 과정은, 마치 이야기를 거꾸로 진행시키는 것만 같다. 그는 마치 모범답안처럼 태어나서, 그 안전한 항구를 버리고 끝나지 않는 질문들과 일들이 있는 바다로 나아갔다.(363)

질병과 고통에의 감정이입, 그리고 돌봄과 성찰이라는 노동을 통해 성취한
아름다운 인격의 기록


이 책은 무엇보다 어머니와 딸에 관한 이야기이다. 딸이 어떻게 어머니를 사랑하고 증오하고 넘어서고 이해하는지에 관한 서사다. 딸이 어떻게 자라나 마침내 뜻깊은 존재론적 성취를 이루는지 보여주는 서사다. 조금 과장하자면 여성주의적 성장 서사의 전범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에게 압도당하고 아버지와 경쟁하고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차지하는 근대적인 남성적 성장 서사의 전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대안적인 성장 서사라 할 만하다.

다른 사람(혹은 동물)을 돌보고 다른 이야기들을 읽고 듣고 또 글로 써내는 일은 이 책에서 아주 긴밀하게 연결된 노동이다. 그것은 ‘감정이입’이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능력을 요하는 노동이자 정직한 땀방울을 요하는 노동이다. 이런 노동을 통해 형성된 솔닛의 ‘자아’는 “궁전, 부자, 복수 같은 관습적인 것”들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풍요롭고 특별한 것일지도 모른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프랑켄슈타인』을 쓰면서 성취한 것만큼이나 말이다. 거기엔 진짜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신적인, 예술가다운, 부모다운 힘이 담겨 있다.

그 시기에 어머니의 상태는 어떤 것으로도 풀 수 없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동화 속의 저주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살구는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대상이었다. 과일 자체를 처리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무언가 오래된 유산과 임무를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비유 같았다. 하지만 무엇에 대한 비유였을까?(29~30)

나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여러 여인에게서 들어 왔던 이야기의 또 하나의 변주이다. 그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듯, 모든 이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자신을 내어 준 다음, 딸에게서 자신을 되찾으려 노력했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36~37)

여성이 거의 아무런 권력도 가지지 못했던 시절에 젊고 가난한 여성이었던 메리는, 자신의 작품 안에서 전지전능한 지위에 오른다. 자신의 용어로 세상을 묘사하고, 잘못돼 버린 세상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그리고, 집단적 상상력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이라는 면에서 다른 낭만주의 시인 모두를 작아 보이게 만들어 버리는 걸작을 써 낸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마치 전설이나 동화처럼, 상상력을 이야기할 때 꼭 떠오르는 어떤 원형이자, 인간 조건의 일면을 축약해 보여 주는 상징이 되어 버린, 예외적인 작품이다.(79~80)

부모, 예술가, 신이라는 세 부류는 뭔가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소설은 창조자가 자신의 피조물에 대해 가지는 책임이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를 제시한다. 그것은 또한 인간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는 책임이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프랑켄슈타인』은 사실 보수적인 작품인데, 관습적 규범을 옹호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개인적 목표의 추구보다 의무감과 애정으로 묶인 유대감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그 안에는 작가의 남편이자 고집 세고 활동적이며 종종 이기적이었던 시인을 향한 보이지 않는 원망도 담겨 있었다.(81)

질병은 또 다른 방식으로,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가 홀로, 자족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깨뜨림으로써 외로움을 달래 주기도 한다. 당신은 타인의 골수나 혈액이 필요하다. 전문가와 사랑하는 이들의 보살핌도 필요하다. 당신이 병에 걸린 이유는 모기에 물렸다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거나,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혹은 이런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병에 걸린 사람은 자신이 생물학적인 존재라는 사실, 유한하며, 타자와 상호 의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191)

몇 인치에 불과한 가닥들이 서로 꼬여 한 줄의 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치 단어들이 모여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그 실이 한없이 길어질 수도 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은 거미줄이나 지푸라기, 쐐기풀 등을 가지고 살아남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낸다. 셰에라자드는 끊어지지 않는 실 같은 이야기들을 이어감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미연에 방지한다. 그녀는 자아내고 또 자아내며, 새로운 조각들, 인물들, 사건들을 자신만의 끊어지지 않는, 끊을 수 없는 서사의 실에 덧붙여 간다. 그와 반대로 페넬로페는 몰려드는 구혼자들과의 결혼을 피하고자, 낮 동안 짰던 시아버지의 수의를 밤이면 다시 풀어 버린다. 실을 잣고, 천을 짜고, 다시 그 천을 풀어 버리는 과정을 통해 이 여성들은 시간 자체를 정복했다. 비록 ‘정복자’라는 단어 자체가 남성명사이기는 하지만, 이 정복은 여성적인 것이었다.(194)

‘스핀스터(spinster)’라는 단어가 ‘노처녀’라는 경멸적인 의미를 가지기 전에, 물레 가락이 곧 집 안에서 여성의 영역을 상징하던 시절에, 모든 여성은 곧 스핀스터, 즉 실을 잣는 사람이었다.(194)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늙음과 병, 죽음을 완전히 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일부러 혹은 다른 이유로 어느 정도는 그것을 잊고 지낸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그 사실을 생생하게 실감하거나 상상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단 그것을 실감하고 나면 그게 우리든 당신이든, 모든 것이 달라진다. 나이 든 어머니가 아프고, 곧이어 나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친구 앤이 죽어가고, 넬리의 딸이 위험한 상태로 태어났던 그해 살구 수확기에, 나는 그 점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222)

물론 내가 당신의 어머니인 것 같다는 어머니의 농담에는 날이 서 있기도 했다. 한편으로 어머니는 이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진 건지,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늘 헷갈려 하셨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겐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데, 그 점을 감안하면 내가 어머니의 어머니였을지도 모른다. 정말 나는 가끔씩 엄마 역할을 맡아야 했다.(329)

아이슬란드로의 여행, 나를 떠나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여행

이 책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 서부 출신의 한 작가가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다녀오는 과정을 그린 여행 에세이기도 하다. 장소와 공간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지닌 저자 덕분에 이 책은 특별한 깊이감과 공간감을 지닌다. 솔닛은 미국 서부의 친숙한 장소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머나먼 장소들에서 다른 이야기와 다른 자아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좋은 여행자다. 자아를 깊이 파고드는 일만큼이나 자신에게서 빠져나오는 일이 중요하듯,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더불어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려는 마음도 필요하다는 것, 양쪽 방향 모두로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자신의 여행을 통해 효과적으로 납득시킨다. 가끔은 밖으로 나가는 일을 통해 붙잡고 있던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이국적인 정경에 대한 관찰과 묘사는 그곳의 여러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과 어울려 더 빛을 발한다. 아이슬란드에서 솔닛은 독특한 시선으로 어둠과 빛, 그리고 냉기와 온기에 대해 사유한다. 그리고 그런 사유는 자연스럽게 동족을 잡아먹는 북극곰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우리가 살 수 없을 곳으로 만들고 있는 인간의 오만과 무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어진다. 에세이스트이자 역사가, 예술 비평가이자 환경 운동가, 그리고 누군가의 딸이자 형제, 혹은 친구로서의 다양한 면모가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나는 친구나 스승을 발견하기 전에 책과 장소를 먼저 발견했고, 사람이 주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들은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어린 시절에 나는 문제가 있을 때면 밖으로 튀어나오곤 했다. 그렇게 안과 밖이 뒤집힌 세상에서는 집만 아니면 어디든 안전했기 때문이다. 행복하게도 그곳엔 참나무들이 있었고, 언덕, 시내, 작은 숲, 새, 오래된 목장과 마구간, 툭 튀어나온 바위가 있었다. 그렇게 열린 공간이 나에게 개인적인 것에서 튀어나와 인간이 없는 세상을 껴안으라고 부추겼다.(54)

그때 “안 갈래요.”라고 대답했더라면,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영원히 궁금해했을 것이다. 우리의 것이 될 수도 있었을 보물을 거절한 듯한 느낌,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한 것 같은 느낌을 계속 지닌 채 살아야 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험에 대해, 미지의 것과 가능성에 대해 “네”라고 대답했다는 점이다.(59)

마치 책이 하나의 문이 된 듯했다. 사람들이 책을 통해 들어와 내 삶에 발을 들이고 나를 그들의 삶으로 이끈다. 예상도 못 했던 표가 생긴 셈이었다. 실제로 그곳에 발을 디디기까지 7개월 동안, 아이슬란드는 내게는 하나의 부적이자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창이었다. 내게 벌어진 모든 문제에서 멀리 떨어진 어떤 곳이 있다는, 나 또한 머지않아 이 문제들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115)

거의 20여 년 전부터 자웅동체의 북극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식이 불가능한 변종이었다. 이런 변화 때문에 북극곰은 멸종 위기에 처한 상태다. 조류에 떠밀려 오거나 철새가 옮겨 온 오염 물질이 체내에 쌓여서 생긴 결과였다. 이어서 곰이 익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삶의 터전이었던 얼음이 녹아 사라졌음에도 그 주변을 떠나지 못하던 곰들이 그 희생자였다. 메리 셸리의 소설에서 비정상적인 자연은 예외였을 뿐, 나머지 세계는 대부분 야생이나 질서 정연한 곳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녀는 우리 모두가 프랑켄슈타인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주변 풍경이 모두 괴물이 되어 쫓고 쫓기는 상황, 오염 물질이 우리 몸 안에서부터 세상 끝까지 모든 곳에 퍼져 있는 이런 상황 말이다.(230)

어둠 속에서는 여러 가지가 하나로 섞인다. 그렇게 열정은 사랑이 되고, 사랑을 나누는 행위의 결과로 모든 자연과 형체가 생겨난다. 섞이는 것은 위험하다. 적어도 자아를 규정하는 경계의 차원에서는 그렇다. 어둠은 무언가를 낳고, 그렇게 생겨나는 것은 그것이 생명이든 예술이든, 미지의 것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요구한다. 그것은 당신 스스로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어떤 영역, 다음에 무슨 일이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일어난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은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을 때만 일어난다. 빛이 비치면 생각의 구체적인 생김새나 그림자가 드러나고 다른 이들도 알아보겠지만, 그것이 만들어지는 곳은 그 빛 속이 아니다.(272)

그 안에서 나는 집에 온 것처럼 편안했고, 아이슬란드의 다른 어떤 곳에서보다 바로 그곳에서 나 자신이 되는 것 같았다. 아이슬란드에 관한 쥘 베른의 소설 제목이 『지구 중심으로의 여정』이었는데, 바로 그 미로 속 경험이 그 ‘여정’이나 그 ‘중심’인 것만 같았다.(276)

추천사

나는 나쁜 이야기의 독소를 정화시켜 끝내 아름다운 이야기의 강물로 흘러가게 만드는 더 큰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솔닛은 더 강력한 이야기를 창조함으로써 자신에게 강요된 나쁜 이야기의 마법과 싸워 마침내 승리하는 이야기의 전사다. 정여울

제가 읽은 가장 구체적인 ‘잠언’이에요. 허공에 뜬 구절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글은 노동하는 여성만이 쓸 수 있어요. 지성과 통찰은 약자가 가질 수 있는 힘입니다. 읽기가 사는 고통을 덜어 준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외로움도, 죽고 싶은 마음도 진정시켜 줍니다. 읽기만으로 연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정희진

장르를 뛰어넘는 놀라운 책이다.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강력한 힘은 서사의 미세한 신경세포들을 배치하는 데서 나온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서정적인 산문의 대가 솔닛은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의 가족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책 읽기에 대해 써내려 간다. 그러면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낸 신화들과 사유들을 다시 음미한다. 뉴요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훌륭한 정신이 부단히 노동한 결과다. 독자들은 하나의 이야기 안으로 엄청나게 많은 가닥들을 짜 넣을 수 있으며, 그로써 우리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서로 잘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북포럼

우리가 왜 창작을 하는지, 우리가 왜 이야기를 만드는지에 대한 심오하고 감동적인 설명이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흡인력 있는 문학적 논픽션을 본 적이 없다. 아메리칸스콜라

솔닛은 우리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계속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힘들고 가장 운명적인 시기에도 마찬가지다. 오프라.com

솔닛은 우리가 더 대담하고 창조적인 사상가가 될 것을 요구한다. 겉보기에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주제들 사이의 연결고리들을 직관적으로 간파해 내고,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길을 따라오도록 격려한다. 데일리비스트

대작이다. 솔닛은 자아를 만들어내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작업에서 우리를 인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들 중 한 명이다. 닉 플린

솔닛의 책을 들고 자리에 앉으면 변화가 일어난다. 세상이 조금 더 명확하면서 동시에 조금 더 신비로워지는 것이다. 여기 우리가 아는 가장 진실한 목소리가 있다. 솔닛이 내는 책 한 권 한 권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지도가 된다. 마크 도티

올해의 책 추천평 (4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정말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heo***** | 2021.11.02
2021
좋았어요
min***** | 2021.10.25
2021
너무좋았어요
bis***** | 2021.10.25
2021
여성질병노화화해치유에관한최고의에세이
sea***** | 2021.10.25

회원리뷰 (4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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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에세이의 정수를 따라가는 발걸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민* | 2022-10-09

에세이의 정수를 따라가는 발걸음

_ 리베카 솔닛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반비, 2016, 김현우 옮김)을 읽고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예술 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 · 반핵 · 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활동가로 소개된다. 방대한 내용을 축약하기 어려워 옮긴이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본다.

 

평생 딸을 못마땅해하고, 시기하고, 불평하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후, 어머니의 집에 있던 살구나무의 살구를 모두 따서 자신의 집 안에 들여놓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는 숙제처럼 떨어진 살구 앞에서 어머니의 삶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들을 수 없다면 스스로 찾아보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많은 이야기들을 거친다. 눈의 여왕이 등장하고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고, 체 게바라의 혁명이 등장하고, 아이슬란드의 늑대 이야기가 등장하고, 남편과 아이의 사체를 뜯어먹을 수밖에 없었던 에스키모 여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을 거치며 작가는 어머니와 화해한다. 그건 어머니와의 화해이면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 자신과의 화해이기도 했다.”

 

차례는 살구, 거울, 얼음, 비행, , 감다, 매듭, 풀다, , 비행, 얼음, 거울, 살구.

살구에서 시작해 다시 살구로 돌아온다. 집에서 아이슬란드까지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는 삶의 여정과 닮았다. 제목인 멀고도 가까운도 마치 어머니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있다는 뜻으로 생각되었다. 그 말은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뉴욕에서 몇 년을 지낸 후 뉴멕시코의 시골로 이사했을 때,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에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라고 적었다고 소개하면서 그건 물리적인 거리와 정신적인 거리를 함께 가늠하는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이면 명문장과 함께 가끔, 반드시, 듣게 되는 리베카 솔닛. 그의 에세이집을 설레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와 맏딸인 리베카 솔닛. 살아오면서 사랑받지 못했고, 단호한 훈육만 기억나는 관계. 아들이 우선이었고, 권위적인 부모님. 딸의 성별과 외모까지 질투의 대상으로 삼았던 어머니였다.

병이 심해졌을 때, “그 나약함의 날 것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에어머니와 가까워 진 것 같다고 고백한다. 거의 모든 장에서 잠언처럼 외워두면 좋을 문장들이 등장하고 있어 할 수만 있다면 책을 통째로 외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1살구에서 나는 어머니가 뜯어지는 책 같다고 생각했다. 책장이 날아가고, 문단이 뭉개지고, 단어가 흘러내려 흩어지고, 종이는 순수한 흰색으로 되돌아간다. 가까운 기억이 먼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은 더해지지는 않는, 뒤에서부터 지워지는 책. 어머니의 말에서 단어가 사라지기 시작하며, 텅 빈 자리만 남았다.”고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책에 비유해 표현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물론, 어머니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안타까워하는지를 알 수 있는 문장이었다.

 

2거울에서 나의 어머니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시기에 그 모든 일을 했음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나를 먹여 주었고, 씻겨 주었고, 입혀 주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말하는 법을 배우고, 그 밖에 수천 가지 도움을 받았다. 매시간, 매일, 매년 그런 일이 반복됐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내게 주었던 것이다. 내가 어머니를 돌본 이유는 그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시간을 기리기 위해서였다이렇게 적었고, 끝까지 병든 어머니를 존중하고 보호했으며 의무를 다하고 끝내는 화해를 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느끼는 부모님에 대한 서운한 감정들을 감사의 마음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3얼음에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소개하면서 어떤 사람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내적 평안과 가정에 대한 애정을 방해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으며, 비슷한 주장이 책의 다른 곳에서도 자주 발견된다.”고 했다. 가정의 소중함을 밝히고 있는 이 문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너무나 공감이 많이 갔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셜리는 이 소설을 열여덟 살에서 스무 살에 완결했다고 한다. 부모들이 작가였으며 불행했던(이혼, 유산 등) 결혼 생활과 자신의 불행한 삶(자신을 낳다가 어머니 사망, 자신의 아이들 사망 등)이 바탕이 소설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 너무도 가련하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4비행에서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고 적었다. 이 문장은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잠언처럼 따라다니는 문장이다.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이야기글 글이라는 형식을 통해 모두에게 알리는 행위이다.

 

6감다에서 감정이입은 다른 이의 고통을 감지하고 그것을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비교해 해석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들과 함께 아파하는 일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당신 스스로에게 해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6장에서는 체 게바라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의사였던 그가 동료와 함께 오토바이 여행을 하면서 오지의 나병 환자들을 스스럼없이 대하고 치료하는 과정의 감정이입에 대한 설명이다. 또한, 고통에 대한 사유들도 많이 등장한다. 오토바이 여행을 통해 특별한 종류의 고통에 눈을 뜨게 되었고 확고한 목표 의식이 생겨서 혁명가가 되었다는 체 게바라, 나는 젊은 시절에 그의 평전을 읽으며 혁명에 대해 생각했고 그에 매료되었었다.

 

7매듭에서 이야기꾼은 또한 실을 잣는 이, 혹은 천을 만드는 이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굽이굽이 흐르며 우리들 각각을 서로에게 이어 주고, 목적과 의미, 우리가 반드시 가야만 하는 어떤 길처럼 보이는 그곳으로 이어 준다.” 글을 쓰는 사람이거나 글쓰기를 배우는 이들에게 이정표 같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이어 주고, 가야만 하는 길로 이어 준다는 말이 그런 생각을 끌어 왔다. 7장은 그가 암수술 받는 이야기와 암으로 죽어가는 지인의 이야기도 적혀 있어 아프게 읽었던 장이었다. “크게 아프거나 다치고 나면 어떤 단절이 생기고, 덕분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된다. 그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제한적이며 그것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다.”고 수술 후의 소회와 사유를 적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몸이 아픈 상태에는 왠지 모를 평온함도 있어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마음이 사라지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적고 있다. 일 중독이라는 핀잔을 늘 듣는 내게도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좋을 시간이란 매혹적이었다.

8풀다에서 태어남도 괴로움이다. 늙음도 괴로움이다. 병도 괴로움이다. 죽음도 괴로움이다. 근심, 탄식,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절망도 괴로움이다. 싫어하는 것들과 만나는 일도 괴로움이다. 좋아하는 것과 떨어져 있는 일도 괴로움이다.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이다. 요컨대, 다섯 가지 집착이 모두 괴로움이다.”고 인용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자신의 괴로움을 다스리기 위해 불교에 입문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불교의 가르침은 고통의 외적 원인을 근절하기보다 타인을 돌보고 만물에 공감할 것을 강조한다.”고 정리해주고 있다.

 

10비행에서는 새들이 땅에 거의 내려오지 않고 하늘에서만 사는 새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검은등제비갈매기 역시, 땅에 한 번도 내려오지 않은 채 적도 부근의 바다 위를 몇 년 동안이나 날아다니기도 한다고 해서 너무나 놀랍고 신기했다. 대부분 밝은 부분에서만 살아간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아이슬란드에서 생활할 때, 국립미술관의 전시실에 설치된 예술가 엘린의 작품 진로(Path)’는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미로였는데 리베카 솔닛은 일곱 차례나 찾아가 어둠의 미로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아이슬란드는 6월 중순쯤에 하루 세 시간만 밤이라서 어둠이 그리웠다고 한다. 미로 안은 어두웠으며 희미하고 낮은 베이스 소리가 심장 박동처럼 계속 울려서 편안함을 준다고 한다.

 

창조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일어난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은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을 때만 일어난다. 창조는 그렇게 어둠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빛 속에만 머물지 않음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이다. 빛이 비치면 생각의 구체적인 생김새나 그림자가 드러나고 다른 이들도 알아보겠지만, 그것이 만들어지는 곳은 그 빛 속이 아니다.”

 

그것은 분리된 시간, 상징적인 시간이었고, 미지의 것, 알아낼 길 없는 것의 한가운데로 가는 여정이었다. 의미심장한 여정이자 위험과 의심, 어둠에 나를 던져 넣는 여정이었다.”

그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독립된 주체로서의 자신이고자 했으며, 어떤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 진면목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되었다. 시위 현장에 과감히 뛰어들어 변화를 촉구하는 연대를 강조하고 실천하는 활동가의 모습과 겹쳐졌다.

 

리베카 솔닛은 책이나 역사, 지식이나 확장된 사유를 말할 때는 단호하고 분명한 어조였다가 자기의 일상으로 돌아올 때는 시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나는, 한 문장, 한 단어의 뜻이라도 놓칠 수 없어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집중하여 읽어야 했다. 하지만, 그 집중의 시간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

 

불소행찬속의 부처님 이야기, 수없이 많이 등장하는 책과 작가와 작품 이야기, 동화, 영화, 북극곰, 극지방, 아이슬란드 이야기 등을 통해 펼쳐지고 펼쳐지는 사유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 작가 자신의 암 수술,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책을 손에서 놓아야 하는 순간들이 싫었다.

 

책 한 권을 통해 여러 편의 책을 알게 되었고 이미 읽은 책을 되새김하기도 했다. 중요하고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 너무 많아 인용부분이 많았다. 꼭 다시 읽기를 해야 할 책이다. 열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380쪽의 책을 다 읽었지만, 책이 끝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나는 책을 덮자마자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은 유혹을 견뎌야 했다. 또 다른 책들이 줄지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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