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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5년 01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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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372쪽 | 134*200*30mm |
| ISBN13 | 9791168342569 |
| ISBN10 | 1168342562 |
7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제목이 큰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책을 고르는 기준에서 작가와 제목은 중요하다. 끌리는 제목의 책이 있으면 잘 모르는 작가의 책도 구매한다. 정보라의 소설집 또한 제목을 보고 작가가 추구하는 SF 세계가 궁금해서 구입했다. 이 책을 계기로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너의 유토피아』는 2021년에 출간된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으로 데모하는 여성, 일하는 여성, 나이 든 여성의 평등을 위한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SF소설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린 작품으로 진취적인 여성상을 비추었다.
단편은 총 여덟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작품은 「영생불사연구소」다. 직장인의 애환일 거로 여겼다. 소설의 결말을 보고는 깜짝 놀라 달리 평가하게 되었다. SF 소설의 즐거움을 알게 한 소설이었다. 살아있는 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밥줄에 대한 걱정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피할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귀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이 글의 표제작이기도 한 「너의 유토피아」에서 생명이 있는 존재는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발걸음이라는 것을 일깨웠다. 멸망한 근미래의 지구, 살아있는 인간은 찾아볼 수 없고 AI만 남은 세상에서 인간을 위해 일했던 로봇은 다른 로봇 일련번호 314가 묻는 ‘너의 유토피아는?’이라는 질문에 지금 남은 에너지의 숫자를 말한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의 남은 양 말이다. 전력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고, 314와 대화도 할 수 있다. 근미래의 지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에너지 비축량도 부족해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 만약 더 큰 존재가 태양열 패널과 전지를 제공해 달라고 하면서 그의 시스템은 유지된다고 해도 그를 이용할 뿐이다. 인간의 형상을 한 314가 뒷좌석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위안이 된다고 표현한 장면은 감동이다. 인간이든 로봇이든 폐허에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의지가 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치명적이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떠오른 「여행의 끝」에서 좀비는 매우 이성적이다. 한 가족으로부터 발병된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소설 속 좀비는 인간을 먹잇감으로 볼 뿐이다. 인간의 모든 것을 먹어 뼈만 남겨두고 형체를 없앤다. 다음 대상자가 나타날 때까지 정상적인 인간으로 행동하며, 필요할 때 그 정체를 드러낸다. 만약 실제로 좀비가 나타난다면 혼란에 빠지고 말 것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두리번거리다가 결국에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맬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 존재할 리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신해 있다가 다른 해결 방안이 나올 때 돌아오려고 노아의 방주 즉 과학자들을 태운 우주선을 띄웠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선택했으나 어떤 장소에서든 바이러스를 묻혀 왔을 터, 우주선 내부에서도 전염병이 발병하여 사람들을 해치웠다. 언어학자가 우주선에서 알게 된 유일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불온함을 느낀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상치 못한 결말에 놀라며 다른 한편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주 보통의 결혼」은 제목부터 보통의 결혼을 뜻하지 않는다. 처음 만났던 순간, 우연히 마주치게 된 순간을 운명이라며 결혼하게 된 남자. 남편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전화하는 아내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아파 누워있던 새벽에도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아내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누군가 있을 거라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마음을 엿보인다. 아내의 고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SF소설이기에 가능한 에피소드다. 몇십 년을 함께 살아도 배우자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본래 인간은 나 외에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배우자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그저 인간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100살까지 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미래의 상상력일 뿐이라고 여겼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80세 만기 보험 적용 기간이 이제는 100세 만기로 바뀐 것처럼. 미래의 인간 수명은 100세 이상 그 너머를 바라볼 것이다. 이러한 상상력으로 구현된 소설이 「그녀를 만나다」가 아닐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던 여성은 바로 뒤에 줄 서 있던 젊은 남자로부터 성추행을 떠올리는 말을 들은 후 줄 앞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줄 서 있던 사람 중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폭발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테러 용의자가 되었다. 120살이 되는 시점에 말이다. 용의자를 찾기 위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에 이른다. 전투적인 여성상을 나타냈다. 차별 반대에 관한 투쟁을 말하는 소설이었다.
차별 반대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던 작가의 외침이었다. 이러한 작품이 많아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었다. 아무튼 시리즈로 나온 『아무튼, 데모』가 궁금하다. 어떤 마음으로 데모했을지 그 내력을 파악하고 싶다. 『너의 유토피아』가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였다고 한다. 이 작품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작품이 외국에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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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의외로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결합이었다. 식물과 한 몸이 된 인간은 밤이면 영양이 풍부한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잠을 자고 해가 뜨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음식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한편 식물은 인간의 팔과 다리를 얻었으므로 환경이 적합지 않으면 쉽사리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너의 유토피아>를 읽으며 나는 미래를 여행했다.
번역서들의 SF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현실의 문제들과 감정들을 유독 우리나라 작가들의 SF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그건 정말이지 우리의 미래가 암울함과 동시에 어떤 희망을 자꾸 내포하는 기분이었다.
마치 나무들이 어떻게든 꽃가루를 날려서 암울한 미래를 숨 쉬지 못하게 만들면서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정보라 작가의 작품은 세 번째다.
<저주 토끼>에서는 온갖 환상특급을 맛보았고, <지구 생명체는 항복하라>에서는 평소 와닿지 않았던 현실의 문제를 요모조모 이해하게 되었는데 <너의 유토피아>에서는 그저 또다시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정보라 작가의 이야기엔 현실이 담뿍 담겨있다.
나와 상관없어 보이는 현실의 문제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경각심을 일깨운다.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마음은 <영생불사 연구소>를 읽고 나면 그렇게 오래 살 것도 못 되는구나 싶고,
이동하는 존재의 <너의 유토피아>를 읽으면서 먼 미래 인간이 놓쳐버린 인간적인 마음이 기계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고,
<여행의 끝>에서 인육 바이러스로 인간이 살지 않은 지구에 홀로 남은 존재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게 되고,
사랑스런 아내가 매일 나 모르게 알지 못하는 언어로 전화를 하는 <아주 보통의 결혼>을 읽으며 오만가지 상상의 끝을 보게 되고,
인간의 로맨스보다 더 진하게 느껴지는 기계의 짝사랑에 가슴이 시려 <One More Kiss, Dear>를 찾아 듣게 되고,
<그녀를 만나다>를 읽으며 잊었던 그녀의 죽음을 되새겨 보게 되고,
기억을 축출당하며 죽어가는 그녀를 위해 나도 같이 <Maria, Gratia, Plena>를 읊어보며,
<씨앗>을 읽으며 식물들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테러(?) 행위를 정보가 작가가 눈치 없게 글로 쓴 거 아닐까란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보라 작가는 현장에서 직접 온몸으로 체험하는 작가다.
이미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에서 알아챘지만 <너의 유토피아>를 보면서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들을 SF 속에 녹여내는 탁월함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했다.
8편의 짧은 이야기엔
우리 현실의 불편함이 담겼다.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곧 나와 상관있는 일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저런 종류의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저 모양이었던 걸까? 이제는 모두 생명공학을 통해 유전자 조작된 상태로 태어나는 걸 보면 아마 수정란 상태에서부터 저런 사람들로 엔지니어링되는 모양이다.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닌 세상의 맛을 보고 나니 이 문장 앞에서 그냥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읽어가며 하나씩 떠오르는 어떤 사실들이 가끔 발목을 잡고, 가슴을 두드리게 한다.
그래서 잊혔던 이야기들이 다시 소환된다.
우리가 사는 게 바빠서 신경 쓰지 않았던 우리의 모든 것들에 시선을 닿게 하는 힘을 지닌 <너의 유토피아>속 이야기들...
나는 다시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걸까? 란 생각을 곰곰이 해본다.
미래를 보여주면서 현실의 문제를 제기해 주는 정보라 작가님이 있어서 우리는 복받은 독자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대를 살면서 내 삶에 닿지 않은 문제들을 비슷한 시선에서 바라보게 해주는 작가님이 있어서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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