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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년 07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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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49.44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91191383355 |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2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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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전 잊지 말아야할 것들
<박물관의 최전선>을 읽고
[관람전]
책을 집어들어 눈길은 책제목에 고정시킨 채 머릿속이 바빠진다. 박물관의 최전선, 과연 그곳은 어디일까.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의 제목치고는 어쩐지 의미심장하면서도 비장하기까지하다. 책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박물관으로 들어선다. 입구에서 나를 맞아주는 큐레이터, 아니 지금은 이 박물관 저 박물관을 방랑하는 관람객이자 이야기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가 보인다. 십여 년간 박물관에서 유물을 수집, 연구, 전시, 교육하는 일을 했던 그가 인사를 건넨다.
관람객들이 어떻게 전시를 보는지 살펴보며 박물관의 확장성에 대해 고민중이라는 그는, 요즘 관람객이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박물관을 움직이는 중요한 주체라는 걸 부쩍 느낀다고 말한다. 책에서 눈걸음을 떼자마자 참지 못하고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진다. "박물관의 최선선이 어딘가요?" 그곳은 바로 박물관의 '전시실'이라고 저자는 답한다. 전시실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면, 전시실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입체적으로 보이고 박물관 큐레이터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게 되며,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찾는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관람중]
"전시실과 가까워지는 방법이 있나요?"
전시실의 주제는 피라미드처럼 전체 주제, 중간 주제, 소주제로 이어져 있는데, 마치 책의 본문을 읽기 전에 차례를 훑어보듯이 전시실에서도 제목 훑어보기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주제를 소개하는 설명판, 유물의 이름을 알려주는 이름표를 유심히 보면, 설명판의 핵심내용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고, 이름표는 유물의 이름, 제작 연대 혹은 시기를 포함하여 유물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유물의 이름은 사람의 이름과 달리 좋은 뜻이 아니라 유물에 관련된 핵심 정보를 모아서 짓기 때문에 유물 이름을 알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시실에서 특별히 중요하거나 부각시켜야 할 유물은 진열장 한가운데 배치하는 게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만약 전시실을 꼼꼼이 둘러볼 여유가 없다면, 홀로 전시된 유물, 가운데 있는 유믈, 높이 전시된 유물을 중심으로 보는 것도 전시를 즐기는 꿀팁임을 저자는 넌지시 알려준다. 아울러 유물의 도난과 파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전시실의 진열장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전시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유물의 안전을 위해서 조명을 잘 다뤄야 하는데, 흔히들 조명발이라는 말처럼 유물을 살리고 죽이는 게 바로 조명이라는 설명이 흥미롭다. 빛에 의한 변색을 막기 위해 서화나 불화는 조명의 밝기를 낮추고, 때로는 극적효과를 주기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물도 있으며 반대로 형광등 아래에서는 관람객의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유물이 좀 더 잘 보이는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다가왔다. 전시를 연다는 건 큐레이터가 만든 작품을 공개한다는 것이고 전시를 본다는 건 이 작품을 만난다는 것이다.(82쪽)
박물관의 동선은 단지 사람이 움직이는 선이 아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선이다. 사람들은 걷고 멈추고 보고 느끼고 또 걷고 멈추고 보고 생각한다. 동선은 사람이 움직이면서 만드는 감정의 떨림과 흔적이다.(89~90쪽)
"지금 가장 머물고 싶은 전시실이 어디세요?"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의 큰 불상 전시실을 으뜸으로 꼽는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불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돌로 살아있는 듯한 불상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감탄과 함께 불상의 얼굴을 보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질 뿐만 아니라 전시실에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낀단다. 그렇지만 아마 '이것'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감동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이것은 유물이 아니라 현대의 물건인데, 바로 전시실에 있는 둥그렇고 푹신한 소파다. 어째서 박물관에 소파가 놓여 있는걸까. 그동안 지역 박물관들을 다녀봐도 소파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관람객이 쉬어가고 불상도 앉아서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박물관에서 소파를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수학의 정석》입니다."
두꺼운 책장은 넘길수록 더 무거워져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전시실을 돌아도 돌아도 계속 이어진다. 책의 1장인 집합만 수없이 공부하듯이 박물관도 앞쪽 전시실인 구석기실, 신석기실, 청동기실, 삼한실, 고구려실까지는 사람들로 복작거리고 다음 전시실로 갈수록 발길이 줄어든다는 저자의 비유에 피식 웃음이 난다. 공부 얘기가 나온 김에 학생들의 박물관 교육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는데, 그동안 학생들이 박물관에서의 관람 예절은 배웠지만 박물관을 흥미롭게 관람'하는' 교육을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떻게 하면 박물관을 잘 볼 수 있나보다는 하지 말라는 경고의 글을 먼저 만나게 되는 게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다행히 최근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설명회, 활동지, 멀티미디어와 체험활동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려는 박물관이 늘고 있는 추세다. 내가 사는 곳에 한 지역대학의 박물관도 해매다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피란시절의 역사와 유물에 대해 알려주는 '피란수도 부산야행(夜行)'이라는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행사 스태프로 활동하면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박물관을 관람하고 박물관 일대의 거리를 누비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걸 지켜본 기억이 난다. 저자가 강조하는 참다운 박물관 교육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 자체가 특별한 작품이다. 건축가는 그 안에 대지, 유물, 사람, 역사를 담는다. 넷은 서로 어우러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동과 울림을 만든다. 그래서 박물관은 명사인 동시에 동사로 존재한다. 박물관을 명사에서 동사로 만드는 사람은 건축가뿐만 아니다. 관람객이 박물관 건축을 읽어낼 때 박물관은 언제든 동사로 바뀐다.(97쪽)
"박물관은 새로움을 만나는 공간입니다."
사람들이 박물관에 가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평소 유물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즐겨 가거나 어떤 작품으로부터 위안을 얻어 다시 찾게 될 수 있다. 또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 동행했다가 박물관의 매력에 빠지거나 아이들이 박물관을 놀이터로 활보하는 동안을 휴식의 시간으로 삼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저자가 아이와 박물관에서 어떻게 보냈는지에 관한 경험은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와닿는 부분이 많다.
우선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그 뒤를 따라다니면서 아이가 멈추는 유물 앞에서 같이 멈추고 아이가 소감을 말하면 귀담아듣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라는 것이다. 대개의 부모는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알려주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때 저자는 그 욕심을 내려놓으면 아이와 더불어 부모 자신에게도 더 많은 것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구석구석 박물관1(저자 지음)>이나 <잼잼이의 박물관 탐구생활(저자 감수)>은 머지않아 초등학생이 될 아이에게 유용한 유물찾기 지도가 되어줄 것 같다.
박물관이 놀이터가 되는 상상을 해보려는 찰나, 이미 저자는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귀뜸해준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머리에 쓴 것으로 알려진 신라의 금관이 어쩌면 죽은 자의 얼굴에 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저자는 금관과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만든 종이관을 써봤다고 한다. 또한 어느 특별전에서 처음으로 대동여지도 전체를 마주하고 크기에 한 번 놀라고 온 국토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느낌에 두 번 놀랐다는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감동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동여지도를 실물 크기로 복사한 종이들을 이어붙여 여러 사람들과 함께 '대동여지도와 놀기' 이벤트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구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인 주먹도끼를 직접 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한 돌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각하는 힘'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말입니다."
1990년대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한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 낳은 최고의 문장이기도 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모르지 않는다. 저자는 이 말이 역설적으로 '딱 그만큼만 보인다.'는 말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내 눈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눈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에 자신의 안목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몽유도원도, 세한도, 반가사유상, 고려청자, 조선백자, 단원 풍속도첩 등 박물관의 슈퍼스타들로 불리는 유물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와 더불어 감상법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면 다음에 박물관의 실제 유물들을 마주했을 때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백자 달항아리는 이미 신화가 되었고 신화의 힘은 막강하지만 내 눈으로 볼 떄 신화는 깨지고 그래야 백자 달항아리는 다시 살아난다. 백자 달항아리를 말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 달 그 자체가 아니다.(238쪽)
[관람후]
유쾌했던 관람을 마치고 박물관을 나오는 길에 문득 괘불(掛佛)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괘불은 법당 밖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 놓는데 이때의 분위기는 문자 그대로 야단법석(野壇法席)일 것이다. 괘불이 전시된 박물관의 어느 전시실뿐만 아니라 어쩌면 박물관 전체가 소리없는 야단법석의 현장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바람이 현실화 된다면 다양한 음역대를 가진 박물관을 만나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책제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적과 맞서는 맨 앞의 전선은 저자에게 있어 관람객과의 최접점인 박물관의 전시실이며, 책을 통해 그곳이 가진 여러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리라. 개개의 옛 물건들을 좀 더 새롭게 감각하고, 이에 더해 박물관의 진화를 기대해보게 만들어준 저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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