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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발행일 | 1997년 03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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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23쪽 | 크기확인중 |
| ISBN13 | 9788985548151 |
| ISBN10 | 8985548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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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읽기의 혁명
저자 손석춘
출판사 개마고원
출판연도 1997
이 책은 동아일보 기자였고 현재는 한겨레 신문 논설위원인 손석춘씨가 저자이다. '신문'이라는 언론이 편집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신문들을 어떻게 올바른 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지를 경험자의 입장에서 알려준다. 언론이 여론을 만드는 요즘, 신문을 보는 이라면 누구든지 한번쯤은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손석춘 기자책의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문이 제작되는 과정 즉 편집의 과정, 편집에 미치는 영향(정치, 광고 등), 편집에 의해 왜곡된 신문 바로 읽는 방법 등이 수록돼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신문은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해야 하며 매일매일 나온다. 이 점을 생각해 보면 각각의 신문들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기사의 머리인 '표제'를 보면 신문들의 입장이 얼마나 다른가를 알 수 있다.
본문에 나와 있는 예를 들어 살펴보자. 남북한 빙구 경기와 관련하여 90년 3월 14일자 조선일보 기사의 표제는 '한국 빙구 북한 꺾었다' 이다. 반면 같은 날 동아일보 기사의 표제는 '남북한 빙구 명승부 연출'이다.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나온다. 조선일보는 한국이 북한을 '꺾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스포츠 경기를 두고 남과 북의 '대결'에만 집중하였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명승부'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대결' 보다는 스포츠 경기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
두 신문 모두 보수 신문의 대표로 뽑히는 데도 동일한 사건을 보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느 기사가 더 적절한 기사일까? 답은 본문에 인용돼있는 동아일보 낙수기사(토막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중요한 부분만 보자면
"60분간의 경기에서 양팀은 9개의 반칙을 했는데(남한6, 북한3) 이는 북한과 일본 경기에서 나온 34개에 비하면 25개나 적은 것이다. ... 경기가 끝난 뒤 양팀선수들은 링크 중앙에 모여 일일이 악수를 나눠 양측 응원단의 박수를 받았다."
토목 기사가 말해 주는 것처럼 당시 빙구 경기는 남북한의 치열한 대결이 아닌 다소 평화로운 상황속의 경기였다. 게다가 본문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당시 기사에 '한국팀의 필승의 정신력'이 당초 열세가 예상되었던 '남북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당시 북한팀은 주전 선수 2명이 남한과의 경기 전에 있었던 일본과의 경기에서 난투극을 벌여 출전금지를 당한 상황이었다. 수적으로 봤을 땐 남한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신문기사가 항상 사실만을 전달하진 않으며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 수 있다.
기자의 주관적인 생각뿐 아니라 정치 또한 기사를 왜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월 항쟁의 바탕이 되었던 5.3사태에 대해 정부는 언론에게 과격한 시위인만큼 '비판적 시각'으로 기사를 쓰라 하였고, 조선일보 등의 언론들은 전경이 시위대에게 맞고 있는 사진까지 실어서 당시 민주화 항쟁을 과격하고 폭력적인 시위로 비판하였다.
물론 이때 당시엔 정부의 언론통제가 워낙 심하였기 때문에 이 같은 왜곡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가 당연시 여겨지는 지금, 조선, 중앙, 동아 등의 보수적인 신문들은 아직까지도 정부에 빌붙어 왜곡기사를 써내고 있다.
가령 2007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및 PD수첩 허위보도에 관련된 가사에서 조중동의 기사들은 모두 촛불시위 참여자들을 비판하며 PD수첩 관계자들의 유죄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이 내세운 주장들은 대부분 왜곡돼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촛불집회 이후 김지하 시인이 낸 '못난 시집'에 대한 기사를 쓰며 김지하 시인이 촛불집회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으며, 촛불집회가 폭력적 시위로 변절됐다는 등의 비판적 기사만을 실었다. 그러나 정작 '못난 시집'은 촛불집회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조선일보 기사에선 "촛불은 할머니가 손자 감기 낫게 해달라고 정화수 갖다 놓고 하얗게 태우는 것인데, 자칭 민주화 운동가들이 '촛불'을 '숯불'과 횃불로 이용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정작 실제 인터뷰 내용은 이렇다.
...(김지하 시인은)일부 시민단체와 이익단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촛불집회에 개입하는 것은 ‘횃불’과 ‘숯불’이라며 비판했다. “고기 구울 때 자기 고기 챙기려고, 이익 챙기려고 피우는 게 ‘숯불’이고 홍길동이 부잣집 습격할 때 들고 들어가는 게 ‘횃불’이라면 촛불은 할머니가 손자 감기를 낫게 해달라며 정화수 떠놓고 비는 다소곳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촛불을 횃불로 이용했다며 비판했지만 김지하 시인은 '일부 시민단체와 이익단체'가 숯불과 횃불을 들었다고 비난했을 뿐 모든 촛불시위자들을 비난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촛불은 ... 다소곳한 마음'이라며 긍정적으로 말한 인터뷰 내용을 촛불이 횃불로 변했다며 비난한 것처럼 말하였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김지하 시인이 지난해 촛불 시위 이후 1년 동안 쓴 연작시들을 모은 시집 '못난 시들'을 펴내면서 초기 촛불 시위의 순수성을 훼손한 폭력 운동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라는 기사를 실어 유명 시인인 김지하씨의 시집이 마치 촛불집회를 비난하고 있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과연 사실은 어떨까
“촛불이/ 혹시는/ 후천개벽인지도 몰라// 촛불이/ 혹시는/ 남북통일의/ 참 시작인지도 몰라// 촛불이/ 온 지구 생명의 구원인지도 몰라”(‘못난 시 9’ 부분)
“6월10일 이후로는 촛불이 횃불로 변질되어 버렸지만, 첫 번째 촛불이 제게 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촛불은 우주적 사건입니다. 정권은 촛불을 원천봉쇄하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꺼질 촛불이 아닙니다. 대운하니 집시법이니 촛불 켤 일이 오죽 많습니까. 촛불은 또 켜지고 또 켜지고 또 켜질 겁니다. 저부터가 오늘 저녁에도 촛불을 켤 거예요. 물론 저는 거리에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보당국이 도청하는 저희 집 전화에 대고 촛불을 켜겠다는 겁니다. 촛불을 켰다고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지요.”-한겨레
답은 나왔다. 김지하 시인도, 그의 시집도 촛불집회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시집이 '촛불시위를 ... 신랄하게 비판했다'며 어이없는 기사를 실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기사를 왜곡하는 이유가 뭘까? 과연 이 기사를 실어서 누가 이득을 볼까? 역시 답은 나왔다. 이명박 정권이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말고도 신문기사에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 바로 '광고'이다. 신문수입 중 광고수입의 비중이 70%미만인 신문이 없으니(본문기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디어법이 고개를 들어 신문들도 방송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지금 이 문제는 결코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본문에 나와있는 문화일보 96년 7월 13일자 신문을 예로 들어보겠다. 1판에서는 경제면에 신세계 백화점 불법매장 사진과 기사, 그리고 제약회사 광고가 있었다. 하지만 2판에서는 불법매장 기사와 사진이 해외여행 러시 관련 기사로 바뀌며 제약회사 광고가 신세계 백화점 세일 광고로 둔갑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도 삼성, 쌍용등의 비리 혐의 기사를 광고를 받고 삭제하거나 축소시킨 사례가 많다. 중앙일보는 이건희의 처남인 홍석천이 회장이니 사실상 삼성 소유나 마찬가지이므로 말할 것도 없다.
만약 이런 신문들이 미디어법 통과 이후 방송에 진출한다면 이들의 왜곡은 TV 광고 등에 의해 더욱더 심해질 것임이 틀림없다.
고맙게도 이 책에서는 이런 왜곡된 기사를 바로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독자들에게 편집된 신문의 표제와 단에 따라 읽지 말고 스스로 주체적이 되어 신문을 읽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실험삼아서라도 신문을 '재편집' 해 볼 것을 권한다.
즉 신문을 모두 펼쳐놓은 다음 자신이 편집장이라 생각하며 어느 기사를 머리로 올리고 어느 기사를 1단으로 줄이거나 뺄 것인가 생각해 보며 읽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신문사 주최의 마라톤 대회와 같은 것은 객관적으로 봤을 땐 그리 중요한 기사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해당 신문사는 아마도 이 기사를 앞쪽에 혹은 크게 배치해 놓았을 것이고 이것을 스스로 재편집해 보면서 이 기사가 중요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줄이거나 빼버릴 것이다.
또한 서로의 성격이 확연하게 다른 두 신문을 동시 구독하는 방법과 '미디어 오늘'과 같은 언론비판지 등을 구독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논리적이고 실제적인 글들을 통해 뭔가 막연했던 언론에 대한 의심들이 많이 해결되었다. 나아가 동아일보라는 주류 신문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비주류 신문으로 직장을 옮기며 왜곡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힘쓰는 저자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새삼스레 언론의 힘을 느끼게 되었고 주류언론들의 왜곡된 사실들을 판별해 내고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힘을 어느 정도 길러 주었다.
한편 한국의 '주류' 신문들이 이렇듯 많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를 느끼기도 하였다. 지면상으로 옮겨야 하는 한계로 인해 그리 많지 않은 이 책의 예들은 실제로 왜곡된 기사에 비하면 九牛一毛일 것이다. 이 책에 예로 인용된 이 기사들이 무려 10년도 넘은 것을 볼 때 더욱더 분노를 느낀다. 시간이 갈 수록 진보해야 정상인데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흔히들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은 오히려 주류 신문들에 적용되어야 할 말인 것 같다.
닫는 글에서 20세기 초에 로망 롤랑이 "오늘날의 신문은 거짓말의 소굴"이라 말했다고 알려준다. 이 책이 발행된 지 10년도 넘은 지금까지 그 말은 적어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는 말이다. 드레퓌스 사건 당시 드레퓌스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근거 없이 드레퓌스의 유죄를 주장한 당시 프랑스의 주류 언론들처럼 현재 한국의 주류 언론들도 이런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의 2005년 발표에서 한국은 34위를 기록해, 아시아 국가로서는 1위를 기록했고 2006년 발표에서는 이보다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어 31위에 랭크되어 역시 아시아 국가로서는 1위의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직후인 2008년에 47위, 2009년 69위로 본격적으로 추락하였다. UN가입국이 192개(2006년 기준)인 것을 감안할 때 전세계에서 반이 약간 넘는 수준인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점점 후퇴하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독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주체적인 신문읽기를 한다면, 그리고 적절한 개선을 요구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적으로만 보더라도 독자들은 신문들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소비자가 수요자에게 당해서야 되겠는가. 잘못된 영수증을 보고 환불을 요구하듯이 잘못된 기사를 보고 수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언론에 관심이 있는 깨어있는 지식인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히 권한다. "신문을 볼 때 편집을 읽어야 한다는 이 책의 주제도 결국 다윗이 골리앗에게 던졌던 돌멩이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서였다."라고 저자는 알려준다. 저자의 주장처럼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은 '언론기관' 앞에 무기력한 존재이지만 그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신문을 올바르게 읽어 나간다면 독자들은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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