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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발행일 | 2000년 11월 30일 |
|---|---|
| 쪽수, 무게, 크기 | 175쪽 | 148*210*20mm |
| ISBN13 | 9788949180076 |
| ISBN10 | 8949180073 |
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주 독자 층을 어린이들로 잡았을 것 같은 많은 이야기들이 기실 어린이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동과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이 책, 이 이야기도 어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여럿 남겨준다. (내가 어린이의 관점에서 이 글을 읽는 것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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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소년이 되고 싶기도 하며 때로는 작가가 되어 자기 마음대로 글을 쓰고 싶기도 한 소녀 라켈은 가족 중 어느 누구로부터도 이해 받지 못하다가 어느 날 브뤼닐다 아줌마에게서 온 선물 중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노랑 가방을 갖게 된다. 라켈은 그 가방에 자신의 욕망을 숨겨두게 되고 이야기는 질주한다.
마치 어린 왕자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을 모자라고 하던 어른들처럼 라켈의 언니를 포함한 어른들은 노랑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어떤 것을 넣을 수 있는지 그 실체에는 무관심할 뿐이다. 라켈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라켈을 무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왜 라켈은 어른이 되고 싶고 소년이 되고 싶어 했을까? 아마도 그 욕망들이 그렇지 못한 상태에 있는 자신이 겪는 불편,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였을 거라고 추측해본다. 가장 최근에 생긴,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은 어른이 되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소년이 되기는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욕망으로 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동화는 라켈이라는 소녀의 단순한 성장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에 의해 차별을 이겨내는 소녀의 씩씩한 자아 발견 이야기가 되고 페미니즘 이야기가 된다.
맹렬이의 이야기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슬픈 자화상으로 다가와 가슴을 아리게 했다. 뭘 하는지도 모르고 세상이 내모는 대로 목표 의식만 가지고 달려들다 어느 순간 자기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혀 주저앉아 버리고 자신을 상실하는 모습.
맹렬이라는 투계처럼 죽을 둥 살 둥 세상에 부딪혀보지만 남는 것은 죽음 뿐이고 그가 살아 생전 싸워서 번 돈을 판만 벌린 인간들이 갖는 모습은 노동을 통해 생성된 잉여가치를 자본이 독차지하고 그 가치를 만든 노동자들은 삶의 구석에서 생존을 위해 버둥거리게 버려두는 자본주의의 냉엄한 실상에 대한 묘사로 보였다. 작가는 누구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세상의 구조적인 문제점까지도 느끼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적어도 그런 세상이 있음을 알려주려는 의도를 투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노랑 가방 안에 넣었던 라켈의 욕망들은 알퐁소와 우산처럼 노랑 가방을 떠나기도 하고 옷핀처럼 남아있기도 한다. 사는 동안 어떤 것들은 - 비록 소중한 것들이라고 해도 - 버리게 되고 어떤 것들은 간직하게 되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글의 마지막 부분은 큰 모험을 거친 라켈의 마음 속에도 또 그 모험을 지켜본 내 마음 속에도 따뜻한 희망과 삶의 의지를 전하지 않았을까 싶다. 라켈은 욕망의 무게를 덜어 내고는 그렇게 스스로 훌쩍 성장하여 하나의 주체가 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알퐁소와 라켈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 “넌 이제 네 욕망들을 노랑 가방 안에 감추어 두지 않을 거니?”
“응, 그들은 내가 자기들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걸 알고서 내 허락을 구했어. 난 좋다고 했지”
“글 쓰고 싶은 욕망은?”
‘아, 그 욕망은 놓아 주지 않을 거야. 그치만 그 욕망은 거의 무게가 없어. 인제는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쓰거든. 그 욕망은 커질 시간이 없을 거야.”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룰 수 없는 바램이겠지만 세상의 어른들 모두가 라켈처럼 환하게 열린 마음을 지니고 나머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게 된다. 몸이 다 자랐다고 마음이 더 자라지 말라는 법은 없을 테니.
소박한 그릇(책의 모양새)에 양(책의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게 담아 내어온 A la carte를 받았는데 코스 요리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풍성하고도 다양한 맛을 즐기고 깊은 감동까지 느끼는 경험을 했다고나 할까? 노랑 가방은 그런 넉넉함을 남겨주었다.
아울러 발레주의 삽화가 매우 인상적일 뿐 아니라 글의 내용과 잘 어우러져서 읽는 재미를 늘려준다. 책 표지에 그려진 노랑 가방의 모습을 대입해서 읽으면 가방의 상황을 잘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겠다.
이제 여태 꺼내지 못한 내 욕망들이 담긴 노랑 가방이 어딘가에 있는 것은 아닌지 찾아봐야 할 때인 듯 하다.
P.S. 1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하여 별 다섯 개, 편집/구성은 아래의 P.S. 3 및 P.S. 4의 관점을 반영하여 별 네 개를 부여한다.
P.S. 2 처음에는 계속해서 등장하는 욕망이라는 낱말이 지나치다, 적정한가 싶고 많이 거슬렸는데 - 바램 정도로 변형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음 ? 쪽을 넘겨가게 되면서 정당한 낱말 선택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P.S. 3 작가와 옮긴이에 대한 소개가 책 표지에만 짧게 나오고 옮긴이의 글 같은 것도 없는데 좀 더 많은 소개가 제공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뛰어난 작가의 책 중 한국에 나온 것이라고는 이 노랑 가방 밖에 없기 때문에도 그런 소개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P.S. 4 다만 작가는 브라질 분이라 포르투갈 어로 글을 썼을 것 같고 옮긴이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니 브라질에서 나온 원문을 옮긴 것이 아니라 프랑스어 중역본을 옮긴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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