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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강력추천 푸른숲 어린이 문학-023

속 좁은 아빠

김남중 글/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05월 25일 평균 별점9.7 (51)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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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355g | 152*226*20mm
ISBN13 9788971846575
ISBN10 8971846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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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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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2명)

1972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고,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에 소년소설 『기찻길 옆 동네』로 제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을 받았다. 동화집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바람처럼 달렸다』로 제1회 창원아동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동화집 『동화 없는 동화책』 『공포의 맛』, 장편동화 『불량한 자전거 여행』 『싸움의... 1972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고,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에 소년소설 『기찻길 옆 동네』로 제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 대상을 받았다. 동화집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으며, 2011년에는 『바람처럼 달렸다』로 제1회 창원아동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동화집 『동화 없는 동화책』 『공포의 맛』, 장편동화 『불량한 자전거 여행』 『싸움의 달인』 『나는 바람이다 1~7』, 청소년소설 『보손 게임단』 등이 있다.

"여행과 모험이 가장 좋은 공부라고 믿는 동화작가입니다.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하고 ‘불량한 자전거 여행’(전 3권)을, 범선으로 바다에 나가 ‘나는 바람이다’(전 11권)를, 반달곰이 사는 지리산 아래 마을에서 『산속 작은집 벽장에』를 쓰고, 쇄빙선으로 북극 여행을 다녀와 ‘남극곰’(전 2권)을 썼습니다. 불곰 이야기를 쓰고 싶어 러시아에도 다녀왔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뭘까요?"
나무가 많은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난꾸러기 하얀 개, 어른스러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내 멋대로 뽑기〉 시리즈, 〈똥볶이 할멈〉 시리즈, 〈낭만 강아지 봉봉〉시리즈, 《하늘 마을로 간 택배》, 《크리스마스 날, 하늘 마을에서 온 택배》, 《천하제일 치킨 쇼》, 《별똥 맛의 비밀》 등이 있다. 나무가 많은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난꾸러기 하얀 개, 어른스러운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내 멋대로 뽑기〉 시리즈, 〈똥볶이 할멈〉 시리즈, 〈낭만 강아지 봉봉〉시리즈, 《하늘 마을로 간 택배》, 《크리스마스 날, 하늘 마을에서 온 택배》, 《천하제일 치킨 쇼》, 《별똥 맛의 비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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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동네 망신 정대면 씨
우리 엄마와 친하면서도 은근히 경쟁을 하는 강철이 엄마가 놀러 와서 공부 잘하는 나와 책을 좋아하는 민두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가 한껏 우쭐해 하고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처량하게 울린다.

“양심보다 돈! 사랑보다 돈! 사람보다 돈! 돈이면 다 되는 이 더러운 세상! 정말 싫다! 정말 싫어!”
귀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저 혀 꼬인 소리가 정말 싫다. 정문 슈퍼 앞 인도에 내놓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남자가 보였다. 와이셔츠 자락이 허리띠 위로 다 빠져나온 배불뚝이 아저씨.
아빠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칠 때마다 플라스틱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병이 아슬아슬 흔들렸다.
“나, 인간 정대면, 이 세상을 떠날 거야. 세상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세상을 버릴 거란 말이야. 아쉬울 거 하나 없어! 아까울 거 하나 없어!”
아빠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치자 맥주병이 쓰러졌고, 쓰러진 맥주병에서 맥주가 흘러 아빠 바지를 적셨다.
“뭐야, 이거!”
아빠가 흐르는 맥주를 피하려다가 의자에 앉은 채로 뒤로 넘어졌다. 아빠 뒤에는 정문 슈퍼에서 펼쳐 놓은 생선과 야채 좌판이 있었다. 아빠가 스티로폼 상자 위에 쓰러지자 상자가 부서지면서 얼음과 오징어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슈퍼 아줌마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왔다.
“아이고, 아저씨. 이러니까 내가 술 안 드린다고 했잖아. 어떡해, 이걸!”
슈퍼 아줌마는 아빠가 쓰러져 허우적대는데도 오징어만 주워 담았다. 아빠한테 달려가려는데 엄마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엄마 눈이 토끼처럼 빨갰다. -10~11쪽에서

부활 금주 클리닉
아빠는 술을 마시면 변신을 한다. 얌전하고 말 없는 정대면 씨에서 철면피 막무가내 술고래 동네망신 정대면 씨가 된다. 도대체 술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세 시 오십오 분이 되자 밤색 가죽 가방을 든 할아버지가 제과점 안으로 들어왔다. 머리칼도 턱수염도 은빛에 가까운 흰색이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았지만 깔끔한 양복을 입었고 구두도 깨끗했다. 할아버지가 거침없이 우리 앞으로 걸어오더니 물었다.
“진정란 고객님이십니까?”
엄마가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손등으로 재빨리 닦고 대답했다.
“네, 맞는데요.”
“처음 뵙겠습니다. 부활 금주 클리닉 원장 주태백입니다.”
엄마와 할아버지가 서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더니 엄마한테 말했다.
“지금부터 드릴 말씀은 저희 클리닉의 극비 사항입니다. ……우리 클리닉의 금주 프로그램을 이용하신 고객들은 모두 금주와 금연에 성공했습니다. ……부활 금주 클리닉의 금주 프로그램은 특별합니다. 소수의 선택받은 분들만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계약금을 내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사십팔 시간 안에 잔금을 입금하셔야 합니다. 환불은 없습니다. 저희는 고객님의 비밀을 백 퍼센트 지키기 때문에 고객님도 반드시 비밀을 지키셔야 합니다. 비밀 누설 시 손해 배상을 청구합니다.”
할아버지가 계약서를 펼쳐 놓고 그 옆에 금빛 펜을 올려놓았다. 엄마가 펜을 들었다. 나는 불안했다. 엄마는 느리다 싶을 만큼 신중하다.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꼼꼼히 따져보고 정보를 모아 보고 며칠이 지나야 결정을 한다. 김치 냉장고를 바꾸는 데도 이 주일이 걸렸다. 배달시켜 먹는 우유를 결정하는 데도 나흘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 이 계약을 십 분 만에 하겠다고? -28~30쪽에서

좋은 거짓말
금주 클리닉의 작전은 이랬다. 아빠를 병원으로 데려가서 건강 검진을 받는 척한다. 물론 금주 클리닉에서 정해 준 병원이다. 검사했더니 암이 발견되었다고 겁을 준다. 암은 어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이니까 아빠는 충격을 받아서 당장 술과 담배를 끊는다. 수술을 하러 입원시켜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지방 흡입 수술도 한다. 아빠는 그게 암 수술인 줄 안다. 그렇게 해서 아빠가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정대면 님, 들어오세요.”
아빠가 주춤주춤 일어나 진료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지 않고 한 뼘 정도 열렸다. 나는 문 옆으로 가서 안을 훔쳐보았다. 아빠 등이 보였고 의사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다.
“스트레스가 많은 일을 하십니까?”
“안 그런 일이 어디 있나요? 검사 결과가 안 좋은가요?”
“조금 그렇습니다.”
아빠가 목덜미를 긁적였다. 아빠는 조금이 진짜 조금인 줄 알 거다. 하지만 나는 극본을 알고 있다. 의사 선생님 다음 대사가 뭔지 알고 있다. 어디선가 두구두구두구 작은 북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간이 상당히 안 좋습니다. ……평소에 가끔 불붙은 것처럼 속이 아프지 않던가요?”
“예, 제가 좀 잘 참는 편이라서요.”
“너무 참룀셨네요. 가장 심각한 건 조직 검사 결과, 위 아래쪽에 악성 종양이 확인되었어요.”
악성 종양? 이름이 어려웠다. 그게 뭐지? 아빠도 궁금했나 보다.
“악성 종양이라니요?”
의사 선생님이 잠깐 말을 멈췄다가 말했다.
“너무 놀라거나 절망하실 필요 없습니다. 요즘은 의료 기술이 발달해서 치료율이 많이 높아졌어요. ……여기 보이시죠, 이 부분.”
아빠가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사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 부분입니다. 암이라고 하지요.”
드디어 나왔다. 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면 피아노 소리가 따다다다단 울리지만 실제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충격이 컸나? 못 들었나? 엄마가 나한테 손을 흔들었다. 어떻게 되가는지 궁금한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47~48쪽에서

하느님, 왜 그랬어?
엄마는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의사도 엄마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간호사들도 표정이 진지했다. 나는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판을 바라보았다. 입원실 환자들 이름과 나이가 보였다. 우리 아빠 이름도 있었다. 아빠가 진짜로 암이었던 것이다.

“환자분 성함이 정대면 씨 맞으시죠? 올해 42세. 주민등록번호도 맞고요.”
“예.”
“삼 주 전에 오박사 내과에서 위 내시경 받으셨고 조직 검사도 하셨죠?”
“그게 다 연극이었다니까요.”
“검사 결과는 연극이 아닌데요. 내시경으로 위암이 확인되었고 조직 검사 결과도 그렇습니다. 저희 병원에서 수술 전 검사한 결과도 확실히 위암으로 나왔습니다. 예정대로 수술 받으셔야 됩니다.”
“진짜 위암이라고요?”
“네, 여기 보이시죠? 여기 혹처럼 생긴 하얀 덩어리가 암입니다.”
모니터에 내시경 사진이 보였다. 외계 생물체처럼 생긴 위속에 하얀 덩어리가 보였다. 화면 구석에는 아빠 이름과 나이, 성별이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 아빠가 확실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엄마가 이마에 손을 얹더니 비틀거렸다. -80~81쪽에서

일주일 같은 일곱 시간
나는 아빠를 응원하고 싶었다. 큰 수술을 앞둔 아빠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내가 민두도 아닌데 언제까지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언제까지나 병실 문틈으로 아빠를 훔쳐보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있으면 아빠가 수술실에 실려 간다. 지금이 말짱한 아빠를 볼 마지막 기회였다. 수술이 끝나고 나면 지금의 아빠와는 다른 아빠가 될 것 같았다.

모든 게 꿈 같았다. 아빠가 왜 여기 누워 있는지 아는데도 남의 이야기 같았다. 엄마와 내가 아빠를 속였듯, 아빠도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 환자복을 벗으면 넥타이를 멘 아빠가 짠! 나올 것 같았다.
……엄마는 아까부터 고개를 끄덕이며 자꾸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다.
“울지 마. 나을 거야. 괜찮을 거야. 겁내지 마. 내가 있잖아. 여기서 기다릴게. 아무데도 안 갈게. 대면 씨도 가지 마. 우리 놔두고 가지 마. 이겨야 돼. 버텨야 돼. 제발 그래야 돼. 우릴 위해서라도 그래야 돼. 제발! 제발! 제발!”
엄마는 아빠를 달래고 있었다. 하얀 벽 너머에 누워 있을 아빠. 배를 열고 누워 있을 아빠, 사람들이 위를 잘라 내도 아프다는 말을 못 하는 아빠, 죽은 사람처럼 꼼짝하지 못할 아빠한테 엄마가 자꾸 말을 걸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옆에서 듣고 있는지도 모르고 계속 입술을 달싹 거렸다.
화면에 표시된 수술 시간이 다섯 시간을 넘어갔다. 나는 좀 불안했다. 시간이 길어지는 건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다는 거 아닐까? 아빠는 왜 나오지 않는 걸까? 혹시 아빠 수술이 실패한다면? 그래서 아까 본 아빠 모습이 마지막이 된다면?
아빠를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미칠 것만 같았다. 아빠와 친했던 시간보다 미워했던 시간이 더 긴데 왜 이렇게 가슴이 미어지는지 모르겠다.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도 못 했다. 제대로 화도 못 냈다. 복수도 못 했다. 화해도 못 했다. 이게 마지막이어서는 안 된다. -89~94쪽에서

싸움꾼의 부활
아빠는 2기 B 단계였다. 엄마는 유기농과 무농약 재료만 써서 아빠용 식사를 만들었다. 유기농 전문 가게에서 파는 재료는 정문슈퍼에서 파는 것보다 값이 훨씬 비쌌다. 술값이 안 드는 대신 밥값이 부쩍 늘어났다. 엄마는 논술 수업을 반으로 줄였다. 아빠 옆에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밤마다 아빠 몰래 내 방에 와서 계산기를 두드렸다. 아빠가 항암 치료를 마치고 다시 일을 시작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데 답이 잘 안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덕분에 엄마는 계산기 선수가 되었다. 옆에서 듣고 있으면 타다닥! 탁! 탁!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키보드 소리처럼 경쾌했다.
“엄마, 나 학원 쉴까?”
고민 끝에 엄마한테 말했더니 엄마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엄마가 말리면 우겨야겠다고 생각하고 훀는데 엄마가 말했다.
“그럴래? 몇 달만 쉴래?”
엄마 목소리 끝이 젖어 있었다.
……학원을 그만둔 이유는 돈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빠를 혼자 놔두고 싶지 않았다. 멀쩡한 나도 혼자 방 안에 있으면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낫지 않고 암이 다시 생긴다면? 아빠가 돌아가신다면? 우리 셋만 남는다면? 낮만이 아니라 밤에도 그랬다. 자다가 나쁜 꿈도 많이 꾸었다. 울다가 잠이 깨기도 했다. 눈을 떠 보면 새벽이었다. 어두운 방안에 앉아 꿈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꿈이었지만 단순히 꿈만은 아니었다. 30%란 엄청나게 높은 확률이다. 3%도 안 되는 작은 구멍으로도 욕조 물이 다 빠져나간다.
그래서 나는 아빠 옆에 붙어 있으려고 노력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그런데 몸도 마음도 약해진 아빠는 더할 것 같았다. 가끔 아빠는 새벽에 내 방에 들어와서 조용히 내 발을 만지고 머리에 손을 얹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더듬더듬 아빠 손을 쥐었다. 아빠는 지금 무서운 거다. 혹시 아빠 없는 아이가 될지도 모를 내 걱정을 하고 있는 거다. 잠결에도 아빠 마음을 알 수 있었다. -123~125쪽에서

질긴 뿌리
아빠가 갑자기 기차 여행을 가자고 했다. 엄마가 말렸지만 아빠가 우겼다. 우리 가족은 기차를 탔다. 기찻길은 강을 따라 길게 뻗어 있었다. 어제 비가 와서 흐려진 강물이 힘차게 흘렀다. 기차는 군데군데 작은 역에 들려가며 열심히 달렸다. 한 시간쯤 뒤에 기차에서 내렸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산속 길을 올라갔다. 산속에 있는 폭포가 아빠 목표였다.

아빠가 손가락을 들어 폭포 가운데를 가리켰다.
“저 나무, 보이지?”
폭포 가운데 작은 소나무가 있었다. 바위틈에 구불구불 자라는 작은 소나무였다. 소나무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겨우 피해 나 있었다. 물줄기는 피했지만 물방울까지 피하지는 못해서 초록색 솔잎이 흠뻑 젖어 있었다. 아빠가 말했다.
“옛날에 ……여기로 혼자 여행을 온 적이 있었어. 되는 일도 없었고 희망도 보이지 않았어.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지. 그때도 비 온 다음 날이었을 거야. 혼자 여기 앉아 있는데 문득 저 소나무가 보였어.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더라. 저 소나무는 왜 저렇게 살까? 어차피 오래 살 것 같지도 않는데 구질구질하게 매달려 있지 말고 확 떨어져 버리지. 물풀도 아닌 것이 물 뒤집어쓰고, 저렇게라도 살아 보겠다고 버티고 있을까? 비만 오면 저 꼴일 텐데 계속 저렇게 살고 싶을까? 그런 생각을 했지.”
이해할 수 있었다. 폭포 속은 나무에게 최악의 조건일거다. 햇빛이 잘 들지 않고, 흙도 거의 없다. 비만 오면 쏟아지는 폭포 때문에 바다 속 미역처럼 살아야 한다. 소나무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고민에 빠졌을 것 같았다. ‘나, 소나무 맞아?’ 하고.
“소나무도 살아 보려고 했을 거야. 그러니까 버텼겠지. 그러다가도 너무 힘들어서 삶을 그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거야. 다 놔 버리면 되는데, 그럼 땅에 뚝 떨어져 이 고생도 끝나는데 그런 생각을 했겠지. 아마 실제로 그렇게 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때 말이야.”
아빠가 손가락을 뻗었다.
“살아 보겠다고 그동안 몸부림쳐서 뻗은 뿌리가 소나무를 잡았을 거야. 소나무는 그만 살고 싶은데, 꽃잎처럼 뚝 떨어져 버리고 싶은데 뿌리가 소나무를 안 놔줬을 거야. 그래서 소나무는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 있을 거야. 저 뿌리 보이지?”
보였다. 구불구불 바위틈에 소나무가 내린 뿌리가 불끈 솟아 있었다. 파고 들어갈 흙이 없어 뱀처럼 바위 위에 길게 뻗어있는 뿌리였다. 아빠가 민두와 나를 안으며 말했다.
“너희가 내 뿌리야. 아빠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어. 이제는 절대 잊지 않을게. 고맙다, 얘들아. 나도 너희의 든든한 뿌리가 되어 줄게.” -158~161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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