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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16년 0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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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92쪽 | 454g | 130*190*20mm |
| ISBN13 | 9791185213491 |
| ISBN10 | 118521349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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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했다. 37년간의 교직생활. 그리고 정년. 아쉬움과 미련이 많이 남았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퇴임 100일은 남겨둔 시점부터 시작된 기록은 아쉬움과 미련보다는 후련함이 더 강했다. 마치 전역을 앞둔 병사나 출옥을 앞둔 죄수의 마음처럼 후련하고, 하루하루 흘러가는 것이 너무도 기쁘고 기다려진다는 기록의 시작을 대하고는 많이 의아했다. 흔한 생각으론 40년 가까이, 그것도 다른 직장도 아닌 교직에서 정년을 맞이한 소감은 많은 미련과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년을 앞두고 이처럼 후련함을 느낀다면 그건 한 줌 미련도 남기지 않을 만큼 자신의 일에 온 전력을 다한 후에 오는 후련함인가? 아니면 속된 말로 지겨움의 끝판 왕에서 벗어남으로 인한 후련함인가? 의아함을 갖고서 그 기록을 따라가 본다.
사주명리학에 따르면 타고난 사주는 20세까지는 부모 사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기 사주대로 살지 못하고, 60세 회갑이후는 사주의 굴레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타고난 사주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20세부터 60세까지 40년이다. 이 기간이 올곧이 자신의 의지와 타고난 팔자대로 인생을 풀어나가는 시기이고 인생의 황금기이다. 그 귀한 40년의 거의 대부분인 39년(군대를 빼면 37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정년을 100일 앞둔 시점부터 퇴임 후 100일 동안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시중에 나도는 흔한 회고록은 아니다. 자신의 공치사에 치중하는 그런 회고록이 아닌 담담하니 지난 교단생활동안 인연을 맺은 10개 학교와 그곳에서 만난 학생들에 관한 소중한 기억들과 애틋함이 담겨있다. 거기에 교직생활동안 이룬 소소한(?) 성취만 수줍게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40년에 가까운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며 처음에는 잘한 듯 생각된 일들이 잘못한 일로, 섭섭했던 일들이 섭섭하지 않은 일로, 잘못한 일이 잘한 일로 변해가는 마음의 행로가 담겨있다. 지나고 보면 서운했던 것도, 누군가에게 분노했던 것도 다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저자는 토로한다. 같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번 반복되지만 동일한 사건을 두고 느끼는 회환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이 세상살이다. 그런 변화를 가감없이 솔직한 심정으로 담담하게 서술해가는 기록을 쫒아가다 보면 어찌할 수 없는 우리네 삶의 조악함을 들여다보게 된다. 지나면 다 용서가 되고, 지나면 다 이해가 되고, 지나면 다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들이 그때는 왜 그리도 분노하고, 억울해하고 섭섭해 했는지.
삶에서 성취를 이루는 가장 최고의 무기는 꾸준함이라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껏 정년을 앞둔 일반 직장인이든, 교직에서 퇴직한 이든, 퇴직을 앞두고 일정기간의 소회를 기록한 이런 책을 보지 못했다. 블로그 이웃으로서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처럼 블로그에 쓰신 글들을 보며 그 꾸준함에 경애로움을 가진 적이 여러 번이었다. 정년퇴직을 앞둔 100일과 그 이후의 100일. 200일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간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자신의 치부가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까지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그 용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지나간 시간 속 스스로의 행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음을 나타내는 자신감의 표현은 아닐까? 그러기에 정년을 앞두고 아쉬움보다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이만이 가질 수 있는 자만(?)이 마지막 결승선을 앞두고 후련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라고 했던가? 살면서 느낀 가장 큰 깨달음이다. 지금 일어난 일이 행운인 듯 보이지만 지나고 나면 불행이었고, 지금 불행한 일이 지나고 나면 행운으로 바뀌었던 경험들이 많다. 그래서 기쁜 일을 만나던, 슬픈 일을 만나던 그것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깨닫게 된 삶의 가장 큰 교훈이다. 저자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그런 깨달음이 나만의 것은 아닌 듯하다.
저자는 39년의 교직생활을 통해 수많은 제자들에게 많은 가르침의 씨앗을 뿌렸다. 그 씨앗들이 어딘가에서 무럭무럭 자라 큰 열매를 맺는 훌륭한 나무로 성장할 것이다. 아니다. 책에 이야기 된 것처럼 이미 제자들 중 저자와 같은 교사의 길을 걷는 이도 있고, 문학적인성취를 이룬 이들도 있다. 다른 어떤 길보다도 교사라는 직업을 택하고 흔히들 그러듯이 좋은 근무지나 진급에 마음을 두지 않고 평교사로 시작해 평교사로 걸어온 저자의 행로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길이다. 어찌 유혹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다른 길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한길만을 걸으며, 그 길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 그리고 그 인연들이 맺었을 수많은 결실들. 그것이 청춘을 모두 바친 저자가 삶을 통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직장생활 30년차다. 물론 분야는 다르지만, 저자처럼 언젠가는 직장을 그만둘 날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저자처럼 그렇게 후련함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잘한 일보다 아쉬운 일, 기쁜 일 보다는 섭섭한 일이 나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아니 그 모든 걸 떠나 지난 시간을 이렇게 담담하게 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39년의 교단과 200일의 글쓰기.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그 수고는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길을 인도하는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교단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하시고 싶은 일, 마음껏 하시면서 또 다른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실 것을 믿습니다. 그럼 우리네 후배들은 그 길을 안내자 삼아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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