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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11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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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용량 | EPUB(DRM) | 24.61MB 파일/용량 안내 |
| ISBN13 | 9791188366484 |
5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멸종 위기의 사고』, 에릭 사댕![]()
한 달 전쯤, Ray-Ban 메타(Gen 2) AI 안경을 비롯한 스마트 안경이 이번 수능 시험일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시험장까지 침투한 AI라니, 낯설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무언가를 쓰거나 답을 찾을 때 챗GPT나 Gemini부터 켜는 모습을 너무도 쉽게 보게 된다. 나 역시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켠이 늘 불편했다. 분명 유용한 도구인데, 이 편리함 뒤에서 우리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조금씩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막연했던 불안의 언어를, 나는 이 책에서 찾았다.
에릭 사댕은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분 짓는 것은 "사유와 자유를 행사하는 일인칭 주체자로서의 발화 능력"(p.15)이라고 말한다. 책의 첫 장이 '언어'에서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계가 대신 쓰고 말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질수록, 인간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저자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를 언급하며 학생들의 읽기와 사고 능력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배움의 과정 자체를 점점 회피하게 되는 현실을 짚는다.
"더 넓게 보면, 노력과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즉 게으름과 경솔함이 만연한다는 말이다."(p.229)
책을 읽으며 특히 와닿았던 대목은 이 부분이었다.
"AI는 우리가 무슨 질문을 던져도 극도로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답변을 찾으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 영구적인 자기만족과 태만이 우리의 어리석음을 전체적으로 퍼지도록 만드는 데 매우 튼튼한 기반이 된다."(p.238)
교육자로서도, 엄마로서도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편리함이 어느 순간 '성장의 생략'이 될 수 있다는 것. 쉽게 얻은 답은 쉽게 잊히고,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은 문장은 결국 자신의 문장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 책이 AI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AI는 이미 우리 삶에서 떼어놓기 어려운 도구가 되었고, 잘 활용한다면 배움의 폭을 넓혀줄 수도 있다. 다만 답을 너무 빨리 얻는 데 익숙해질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헤매고 문장을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함께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싶다. 틀려도 좋으니 먼저 자기 생각을 말해보고, 오래 읽고,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 앞에 조금 더 머물러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책은 마지막에 일곱 가지 선언문을 제시하며, 우리가 지금 무엇을 지켜야 하고 어떤 태도로 행동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대로 빈껍데기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요구하고 행동하여 고유성을 지킬 것인가?"
결국 AI 시대에 지켜야 할 것은 정답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AI 시대에 무엇을 가르치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다.
- <멸종 위기의 사고>를 읽고 : AI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사람에 대하여
AI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은 창의성이나 감정을 떠올리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시간'이라는 단어를 오래 붙잡게 됐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확률 높은 답을 만들어 낸다. 반면 인간은 시간을 들여 경험하고, 실패하고, 수정하며 자기 생각을 만들어 간다. 비효율처럼 보이는 그 시간이 결국 한 사람만의 사고를 만든다.
<멸종 위기의 사고>는 AI를 비판하는 책이라기보다, 인간이 스스로 사고하는 일을 얼마나 쉽게 기술에 넘겨주고 있는지를 묻는 책에 가깝다. 지난번 읽었던 <읽기의 위기>보다 훨씬 천천히 읽혔다. 여러 번 책을 덮고 생각을 멈추게 만드는 책이었다.
계속 남아 있는 한 가지 질문, 우리는 지금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질문을 붙잡고 있다 보니, 발터 벤야민이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구분했던 세 가지 인간상과연결해 보게게 되었다.
벤야민은 19세기 자본주의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경꾼, 관찰자, 그리고 산책자라는 서로 다른 태도로 설명했다. 세 사람 모두 같은 도시를 걷지만,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구경꾼은 눈앞의 자극에 쉽게 이끌린다. 수많은 볼거리와 정보 속에서 자신의 기준보다 순간의 흥미를 따라 움직인다. 결국 생각하기보다 소비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관찰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멈춰 서서 살펴보고, 기록하고, 현상을 이해하려 한다. 눈앞의 정보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사람이다.
산책자는 조금 더 다르다. 군중 속을 걷지만, 군중에 휩쓸리지 않는다. 자신의 속도로 거리를 거닐며 서로 무관해 보이는 풍경과 경험을 연결해 스스로 의미를 만든다. 도시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시를 읽어내는 사람이다.
AI를 사용하는 우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누군가는 그 답을 검토하고 비교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AI를 하나의 재료로 삼아 자신의 경험과 질문을 더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연산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답을 제시한다.
하지만 인간은 조금 다르다.
AI는 가장 높은 확률을 계산하지만, 인간은 실패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다.
효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선택.
때로는 돌아가는 길을 택하고, 정답보다 자신의 기준을 믿어 보는 일.
어쩌면 사고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AI는 완성된 형상을 빠르게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 형상에 어떤 의도를 담을지, 왜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삶과 연결할지는 대신 결정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AI를 잘 사용하는 방법보다 AI 시대에도 산책자로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 책처럼 읽혔다.
우리가 몸을 사용하는 방식은 결국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이며, 생각과 경험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결국 인간의 사고는 머리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몸으로 살아낸 시간, 실패를 감수하며 내린 선택, 그리고 그 경험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아는 능력이 아니라,
구경꾼처럼 소비하지 않고, 관찰자처럼 기록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산책자처럼 자신의 기준과 속도로 세계를 해석하는 힘.
그리고 AI가 계산한 가장 높은 확률보다, 자신이 믿는 하나의 가능성을 선택하는 용기.
어쩌면 그것이 AI 시대에도 인간의 사고가 멸종되거나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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