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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08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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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 파일/용량 | EPUB(DRM) | 18.30MB 파일/용량 안내 |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9.1만자, 약 3만 단어, A4 약 5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 ISBN13 | 9788937449512 |
2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예스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등껍질을 달고 사는 세계, 교통사고 후 천사를 만난 남자, 고인이 남긴 영상이 재생되는 장례식장에서 똥을 싼 개. 이 책에는 몇 줄만 읽어도 그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한 편만 읽고 덮으려 했는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잘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여러 편을 차례로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저자가 픽사 애니메이터라는 소개 글을 봐서 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장면은 선명하게 그려졌고,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질문이 뒤따라왔다.
감출 수 없는 세계는 더 다정할까
「등껍질」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등껍질을 달고 살아간다. 몸의 일부이면서 한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한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등껍질마저 비교하지 않을까.
얼굴과 몸, 옷과 집을 비교해온 것처럼 등껍질의 모양에도 기준을 세우고 서열을 매길 것 같았다. 남과 다른 껍질은 개성이 되는 동시에 감추고 싶은 결함이 될 수도 있다.
아니다. 반대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껍질이 있고 그것을 숨길 수 없다면, 자신의 모습에 조금 더 당당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차이는 또 다른 비교의 기준이 되겠지만, 적어도 서로에게 함부로 완벽을 요구하지 않는 너그러운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천사와 마시는 마지막 위스키
표제작 「천사의 위스키」를 읽는 동안에도 장면들이 스토리보드처럼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죽은 남자가 자신을 다시 살려줄 수 없는 천사와 밤하늘 아래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천사는 기적도 구원도 주지 못한 채 곁에 앉아 위스키 한 잔을 나눌 뿐이다. 그 동행에는 묘한 낭만이 있다. 마지막이 될 밤에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지나온 삶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 장면에서 한동안 잊고 지낸 질문이 떠올랐다.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서른이 넘은 직장인인 내게 꿈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슨 일을 하는지, 돈은 얼마나 모았는지, 어디에서 사는지는 물어도 무엇을 꿈꾸느냐고 묻지는 않는다. 무언가를 간절히 이루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지도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되고 싶은 것이 있었을 텐데. 이야기는 꿈을 되찾으라고 압박하지 않는다. 밤하늘 아래에서 자신이 살던 방을 바라보게 한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남겨둔 물건들을 내려다보면서 오래전의 꿈이 아니라, 지금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희망을 생각하게 한다.
예측된 미래는 운명인가
「운이 사라진 밤」은 재미있었지만 조금 무서웠다. 인공지능이 충분히 발달하면 한 사람의 운명을 어디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기질과 반복되는 행동을 모두 패턴화하면 한 인간의 미래도 읽을 수 있을까.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하게 망설이고, 익숙한 두려움 앞에서 같은 방향으로 물러난다. 그런 선택이 오랫동안 쌓인다면 미래에 가까운 무언가를 계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운명이 신비한 힘이 아니라 데이터가 가리키는 가장 가능성 높은 경로라면,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 사람의 삶이 그렇게 쉽게 예상되지는 않았으면 했다. 우리는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에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하고, 우연히 읽은 책 한 권 때문에 오래 믿었던 생각을 버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래를 완전히 알 수는 없지 않을까.
물론 인공지능은 그런 변화까지 확률로 계산하려 할 것이다. 내가 어떤 책을 집을지, 누구의 말에 흔들릴지, 예상하지 못한 사건 앞에서 어떻게 움직일지까지.
그러나 그 예측이 당사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계산에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다. 그것 역시 삶에 들어온 하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예측을 피하려다 오히려 그쪽으로 갈 수도 있고, 이미 정해졌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선택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예언은 미래를 발견한 것일까. 아니면 미래를 만들어낸 것일까.
가해자가 늙어도 기억은 늙지 않는다
「두 번째 그림자」에는 장성한 아들과 이제는 늙고 약해진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가 휘두르던 폭력은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아들은 여전히 그 시간 속에 산다. 눈앞에는 노인이 된 아버지가 있는데, 몸은 자신을 위협하던 사람 앞에 서 있는 듯 반응한다.
늙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한때 자신을 두렵게 했던 사람이 작고 약해진 모습을 보면 연민이나 부모를 방치했다는 죄책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다친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연민한다고 해서 용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용서하고 싶다고 해서 원망과 공포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가해자가 노쇠했다고 해서 피해자의 기억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두 사람에게 똑같이 흘렀지만, 폭력이 남긴 시간은 같은 속도로 지나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를 용서하는 일일까. 아니면 더는 용서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일까.
가장 좋았던 한 편을 고르려고 목차를 다시 보았다. 하나를 고를 때마다 바로 다음 작품이 생각났다. 등껍질과 천사, 운명을 계산하는 인공지능처럼 기발한 설정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은 결국 비교하고, 꿈을 잊고, 두려워하고, 용서 앞에서 머뭇거리는 평범한 사람에게로 돌아왔다. 읽는 동안에는 즐거웠는데, 책을 덮고 나니 몇몇 장면 앞에서 자꾸 멈추게 된다.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천사의 위스키』는 금세 읽었다. 다만 그 안에 남겨진 질문들에 답하는 데에는 조금 더 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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