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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위스키

[ 양장 ]
에릭 오 | 민음사 | 2026년 06월 17일 리뷰 총점9.1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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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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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6월 17일
판형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128*188*20mm
ISBN13 9788937449505
ISBN10 893744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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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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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UCLA 영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픽사 스튜디오에 합류해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도리를 찾아서」 등의 작품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했으며, 독립 이후에는 영화, 전시, 문학 등 매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대표작 「오페라」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 작품들 또한 선댄스, 트라이베카,...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UCLA 영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픽사 스튜디오에 합류해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도리를 찾아서」 등의 작품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했으며, 독립 이후에는 영화, 전시, 문학 등 매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대표작 「오페라」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 작품들 또한 선댄스, 트라이베카, SXSW, 안시, 오타와, 자그레브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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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64

줄거리

등껍질
퇴근 후 여자친구 집으로 향하던 지완은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발길이 닿는 대로 들어간 동네 수족관에서 등껍질 속으로 웅크리는 거북을 마주하고, 자신의 등에 붙은 껍질을 떠올린다. 거북의 등껍질은 뚜렷한 용도가 있는데 인간의 등껍질은 왜 쓸모없이 붙어 있을까. 그 물음은 해부학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외면해 온 자기 삶을 향한 질문이다.

바늘의 끝
해수는 매일 밤 난임 치료를 위해 아내 지원의 배에 주사를 놓는다. 아이를 갖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아내 곁에서 해수는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끊임없이 정당화한다. 그의 논리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아내의 배를 찌르는 바늘의 끝이 실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독자는 해수보다 먼저 알게 된다.

천사의 위스키
한때 촉망받는 젊은 감독이었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영화계에서 완전히 퇴출된 오십 대 독신 남자 정식이 심야 드라이브를 하다 고속도로 갓길에서 천사를 만난다. 개량한복 차림의 천사와 종이컵에 위스키를 나눠 마시며 삶과 죽음, 세대와 욕망, 균형과 순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정식의 마음속에 여전히 가득했던 억울함은 서서히 다른 무게로 바뀐다.

무주, 숲속의 생활
서울 근교 장례식장. 열네 살 노견 무주는 주인의 장례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꾹 참아온 배를 부여잡고 있다. 조문객이 늘어날수록, 찬송가 합창이 울릴수록, 배 속의 압력도 함께 올라간다. 평생 인간의 존엄과 자연의 본질을 가르쳐 온 철학자의 마지막 유언은 “본능만이 진짜 진실”이었다. 무주는 그 유언을 가장 충실하게 실천한다.

운이 사라진 밤
빅테크에서 동시에 해고된 현우와 윤아는 AI 기반 운명 예측 플랫폼 루미나를 함께 개발한다. 철저히 결단과 논리로 세상을 보는 현우, 운과 흐름을 믿는 윤아. 출시 직전 새벽, 완성된 앱에 각자의 데이터를 돌려보던 중 현우의 미래 항목만이 텅 비어 있다. 운이 먼저일까 의지가 먼저일까. 하나의 선택이 모든 것을 혼돈에 빠뜨린다.

두 번째 그림자
정민은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후에도 아버지의 서재는 공포의 공간으로 몸에 새겨져 있다. 소설은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천천히 압력을 쌓아 가다 서재 안에 단 하나의 그림자만 남는 순간 모든 것을 수렴시킨다. 위협도 무게도 없는, 그저 누구에게나 있는 평범한 그림자 하나. 폭력의 종식이 해방이 아니라 상실에 가깝다는 것은 이 소설이 도달한 우울한 진실이다.

타고난 이야기꾼
성공한 작가 소현은 비행기 안에서 빈 화면의 커서를 바라본다.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글과 자신의 글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자신보다 늦게 등장해 더 큰 인기를 얻은 동료 작가를 질투하며 뭐라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런 그녀의 눈에 자꾸만 거슬리는 사람이 있다. 그를 향한 시선과 그가 생각해 온 창작의 원칙이 자꾸 어긋난다. 작자라는 존재에 대한 내밀한 보고서.

웨스털리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웨스털리. 연희는 아들 선재의 피아노 연주회장에 직접 만든 프리지어 꽃다발을 들고 선다. 6월의 초여름 햇살이 교실 안으로 스며들지만 연희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다. 교실에서 유일한 검은 머리카락의 아이, 아버지 없이 엄마의 사랑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는 선재를 바라보며 연희는 이민과 이혼과 모성이 한꺼번에 쌓인 자리에 조용히 서 있다.

연어와 케일샐러드
어떤 날 아침, 화자는 눈을 뜬다. 방 안에는 거북이가 든 수조, 반쯤 비워진 위스키 병, 빛을 반사하는 주사 바늘, 미완성 이야기가 가득한 공책이 있다. 냉장고에서 꺼낸 머리 없는 연어를 손질하며 방향과 기억을 잃은 연어와 자신을 겹쳐본다. 방 안의 모든 사물이 하나의 신호처럼 놓여 있고, 독자는 그것을 스스로 읽어내야 한다.

추천평

에릭은 오래전부터 섬세한 시선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삶을 포착해 온 창작자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일상의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평범한 순간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Pete Docter (픽사 CCO,「업」, 「인사이드 아웃」, 「소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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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천사의 위스키]_에릭 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w*******9 | 2026-08-02 | 신고

예스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등껍질을 달고 사는 세계, 교통사고 후 천사를 만난 남자, 고인이 남긴 영상이 재생되는 장례식장에서 똥을 싼 개. 이 책에는 몇 줄만 읽어도 그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한 편만 읽고 덮으려 했는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잘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여러 편을 차례로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저자가 픽사 애니메이터라는 소개 글을 봐서 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장면은 선명하게 그려졌고,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질문이 뒤따라왔다.

 

감출 수 없는 세계는 더 다정할까

 

「등껍질」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등껍질을 달고 살아간다. 몸의 일부이면서 한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한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등껍질마저 비교하지 않을까.

 

얼굴과 몸, 옷과 집을 비교해온 것처럼 등껍질의 모양에도 기준을 세우고 서열을 매길 것 같았다. 남과 다른 껍질은 개성이 되는 동시에 감추고 싶은 결함이 될 수도 있다.

 

아니다. 반대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껍질이 있고 그것을 숨길 수 없다면, 자신의 모습에 조금 더 당당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차이는 또 다른 비교의 기준이 되겠지만, 적어도 서로에게 함부로 완벽을 요구하지 않는 너그러운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천사와 마시는 마지막 위스키

 

표제작 「천사의 위스키」를 읽는 동안에도 장면들이 스토리보드처럼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죽은 남자가 자신을 다시 살려줄 수 없는 천사와 밤하늘 아래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천사는 기적도 구원도 주지 못한 채 곁에 앉아 위스키 한 잔을 나눌 뿐이다. 그 동행에는 묘한 낭만이 있다. 마지막이 될 밤에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지나온 삶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 장면에서 한동안 잊고 지낸 질문이 떠올랐다.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서른이 넘은 직장인인 내게 꿈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슨 일을 하는지, 돈은 얼마나 모았는지, 어디에서 사는지는 물어도 무엇을 꿈꾸느냐고 묻지는 않는다. 무언가를 간절히 이루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지도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되고 싶은 것이 있었을 텐데. 이야기는 꿈을 되찾으라고 압박하지 않는다. 밤하늘 아래에서 자신이 살던 방을 바라보게 한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남겨둔 물건들을 내려다보면서 오래전의 꿈이 아니라, 지금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희망을 생각하게 한다.

 

예측된 미래는 운명인가

 

「운이 사라진 밤」은 재미있었지만 조금 무서웠다. 인공지능이 충분히 발달하면 한 사람의 운명을 어디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기질과 반복되는 행동을 모두 패턴화하면 한 인간의 미래도 읽을 수 있을까.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하게 망설이고, 익숙한 두려움 앞에서 같은 방향으로 물러난다. 그런 선택이 오랫동안 쌓인다면 미래에 가까운 무언가를 계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운명이 신비한 힘이 아니라 데이터가 가리키는 가장 가능성 높은 경로라면,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 사람의 삶이 그렇게 쉽게 예상되지는 않았으면 했다. 우리는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에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하고, 우연히 읽은 책 한 권 때문에 오래 믿었던 생각을 버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래를 완전히 알 수는 없지 않을까.

 

물론 인공지능은 그런 변화까지 확률로 계산하려 할 것이다. 내가 어떤 책을 집을지, 누구의 말에 흔들릴지, 예상하지 못한 사건 앞에서 어떻게 움직일지까지.

 

그러나 그 예측이 당사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계산에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다. 그것 역시 삶에 들어온 하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예측을 피하려다 오히려 그쪽으로 갈 수도 있고, 이미 정해졌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선택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예언은 미래를 발견한 것일까. 아니면 미래를 만들어낸 것일까.

 

가해자가 늙어도 기억은 늙지 않는다

 

「두 번째 그림자」에는 장성한 아들과 이제는 늙고 약해진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가 휘두르던 폭력은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아들은 여전히 그 시간 속에 산다. 눈앞에는 노인이 된 아버지가 있는데, 몸은 자신을 위협하던 사람 앞에 서 있는 듯 반응한다.

 

늙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한때 자신을 두렵게 했던 사람이 작고 약해진 모습을 보면 연민이나 부모를 방치했다는 죄책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다친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연민한다고 해서 용서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용서하고 싶다고 해서 원망과 공포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가해자가 노쇠했다고 해서 피해자의 기억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두 사람에게 똑같이 흘렀지만, 폭력이 남긴 시간은 같은 속도로 지나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를 용서하는 일일까. 아니면 더는 용서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일까.

 


가장 좋았던 한 편을 고르려고 목차를 다시 보았다. 하나를 고를 때마다 바로 다음 작품이 생각났다. 등껍질과 천사, 운명을 계산하는 인공지능처럼 기발한 설정에서 출발한 이야기들은 결국 비교하고, 꿈을 잊고, 두려워하고, 용서 앞에서 머뭇거리는 평범한 사람에게로 돌아왔다. 읽는 동안에는 즐거웠는데, 책을 덮고 나니 몇몇 장면 앞에서 자꾸 멈추게 된다.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천사의 위스키』는 금세 읽었다. 다만 그 안에 남겨진 질문들에 답하는 데에는 조금 더 오래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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