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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 창비 | 2026년 09월 11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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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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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페이지 수 약 11.6만자, 약 3.8만 단어, A4 약 73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ISBN13 9788936435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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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인간의 길들여진 상상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괴물을 만드는,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 되기도 했으며, 영화화 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연출의... 인간의 길들여진 상상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괴물을 만드는,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 되기도 했으며, 영화화 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연출의 꿈이 있어 시나리오를 들고 오랫동안 충무로의 낭인으로 떠돌았으나 사십이 될 때까지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진 마흔 즈음,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소설 부문에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었으며,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고래』가 당선되었다. 이 외에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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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아코디언』벽 너머의 세상을 향하여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6-07-25 | 신고


전쟁이 일어났던 과거의 어느 날, 한 소년이 엄마의 손을 놓쳤고 고아가 되었다. 배를 타고 도착한 곳에서 소년은 살아내기 위해 거리에 섰다. 소년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앵벌이였다. 소년은 흰 피부에 팔다리가 길었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깡통에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소년이 속한 곳은 판잣집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곳이었다. 해방촌의 벽도 없는 움막에서 부모 잃은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아이들을 거둔 목사는 하루에 죽 한 그릇을 주며 착취했다.


천명관 작가가 오랜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에서 아코디언이 뜻하는 바를 찾으려 했던 것 같다. 음악은 연주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희망과 위안을 주는 장르다. 힘들었던 시절 시름을 달랠 수 있었으며 타인을 위해 연주하는 이들에게도 힘이 나지 않았을까. 흥겨워하는 사람을 보며 더 흥이 나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동이와 눈 먼 소녀 연이, 걷지 못하지만 다양한 지식이 있는 거북이, 한 팔이 없는 깜상의 사연에서 역사나 드라마에서나 있었던 일들을 상상했다. 앵벌이를 시켰던 양 목사는 아이들에게 구름탄이라는 약을 먹였다. 그 약을 먹으면 구름을 탄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연이는 약을 먹은 후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약에 중독된 깜상은 늘 외우던 주기도문을 외우지 못하였다. 왜 악인은 어디에서나 등장을 할까.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고, 아이들을 착취하는 인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소설에서 아코디언은 지나간 과거의 흔적이자 서러운 현재이며, 다가올 미래의 희망이기도 하다. 양목사가 사라진 곳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미래의 희망을 기약했던 곳. 지금 머물고 있는 장소가 비록 좁고 허름하지만 살아갈 만하다는 걸 말하는 듯했다. 아이들끼리 평화로운 삶을 사는 듯했지만,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가 배경이기 때문에 그 시절 유행했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동이가 아코디언을, 연이가 부르는 노랫가락에 깡통에 한가득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희망만 있으면 좋겠지만 새로운 악인이 등장하는 법이다. 육손이란 자가 나타나 평화로운 장소를 불안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고 만다. 조직적으로 앵벌이들을 관리하는 육손이의 지배 아래 아이들은 다시 무너진다.


동이에게 친구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 미키라는 이름을 가진 하우스 보이다. 영어를 사용하고 미군 부대를 자유롭게 다니는 아이로 동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음악가 앞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오디션을 보게 하여 앵벌이 말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미키 또한 전쟁고아로 앵벌이였기 때문에 동이에게 새로운 삶에 대하여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아코디언을 치는 동안, 슬픔과 고통은 깊은 깨달음으로 정화되고 안개처럼 뿌옇게 가려졌던 진실은 거울처럼 선명해졌다. 그렇게 동이는 글자가 아닌 소리를 통해 벽 너머의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더듬더듬 찾아가고 있었다. (226페이지)


한편의 영화 같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전쟁고아들은 앵벌이로 나서게 되고, 상이군인들은 살아 돌아왔다는 희망을 안고 있지만, 다시 고단한 삶의 한복판에 서서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앵벌이들은 서로를 돕고, 혹은 서로를 탄압하며 삶의 한 귀퉁이를 붙잡고 서 있는 모양새다. 예상한 스토리와 달라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희망의 미래를 예상했던 듯싶다. 동이가 오디션을 보고, 음악가가 되어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삶은 비정하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잃고 마는 세상이었던 걸 잊었다. 비정한 세계에서 살아남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이다.


왜 현대가 아닌 과거인가. 때로는 과거가 오히려 더 현실 같다. 벽 너머의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악사를 보며 삶이란 다음 세상으로 향하는 문 앞에 서 있는 인간의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희망을 발견하는 일이다. 어쩌면 꿈꾸었던 미래가 아닐지언정 희망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작가는 그걸 말하는 듯했다.



#아코디언 #천명관 #창비 #한국소설 #한국문학 #리딩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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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삶의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인간다움 <아코디언>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m****7 | 2026-07-14 | 신고

어떤 책은 읽는 동안 울게 만들고, 어떤 책은 다 읽고 난 뒤 천천히 마음을 적신다. 《아코디언》은 후자였다. 다 읽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주인공 동이와 아이들은 마음 한구석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처럼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총성이 멎었다고 해서 모든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폐허가 된 거리에는 부모를 잃거나 버림받은 아이들이 남겨졌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앵벌이가 되어야 했다. 그것은 그들의 처절한 생존법이었다. 

“어린 앵벌이가 엎드려 있는 발밑의 세상은 거리의 부산함과는 아무 상관없는 곳이었다. 그곳은 물속처럼 고요하고 쓸쓸했으며 소년은 물밑에 가라앉은 조약돌처럼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p.8)

세상은 분주하게 흘러가는데, 동이의 시간만은 물속 깊이 가라앉은 조약돌처럼 멈춰 있었다. 한창 뛰놀고 웃으며 세상을 배워야 할 나이에, 아이의 어깨에는 너무 무거운 삶이 먼저 올라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 어린 어깨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오래도록 애달팠다. 

그러던 어느 날, 움막 안에 처음 아코디언 소리가 울려 퍼진다. 검은 건반과 흰 건반 사이를 오가며 흘러나온 낯선 선율은 메말라 갈라져 있던 동이의 마음에 슬그머니 봄을 데려왔다. 그 뒤로 동이와 연이는 거리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들의 공연은 인기를 얻었지만, 아이들의 삶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양 목사는 아이들이 연주로 번 돈도, 하루 종일 사람들의 발끝을 바라보며 모은 동전도 모조리 빼앗았다. 아이들에게 남겨진 것은 멀건 죽 한 그릇과 끝없는 매질뿐이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질수록 현실은 더욱 잔인하게 대비되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래서 어린 홍이가 양 목사를 향해 절규하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엄마를 찾아준다고 해놓고 찾아주지도 않았잖아. 학교에 보내준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고, 천당에 보내준다고 했는데 그것도 다 거짓말이야. 그리고 나중에 죽어서 천당에 가면 뭘 해. 여기가 바로 지옥인데…….” (p.170)

홍이가 한 말들은, 부모를 잃었거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 기댈 곳 하나 없이 살아가야 했던 모든 아이들의 울음처럼 들렸다. 그들에게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배불리 밥을 먹고 두려움 없이 잠들 수 있는 오늘이어야 했다. 그 한마디에는 전쟁이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와 빼앗긴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었다.

이 책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동이와 아이들을 쉴 새 없이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 굶주림과 폭력, 배신과 이별이 끊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동이는 끝내 인간다움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누군가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고, 상처 입은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며, 절망 속에서도 마음속 작은 불씨를 끝내 꺼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려왔다. 세상이 아이에게 먼저 등을 돌렸는데도, 그 아이는 끝내 세상을 향한 마음만은 닫지 않았다. 몇 번이고 넘어지면서도 사람을 미워하는 법 대신 사람을 믿는 법을 놓지 않는 동이가 안쓰럽고도 눈부셨다. 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제발 이번만큼은 행복해졌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빌었다.

천명관 작가님의 문장은 놀라울 만큼 절제되어 있다. 슬픔을 크게 외치지 않는데도 가슴은 무너지고,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데도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비극을 과장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깊이 스며들고, 담담하기에 더 오래 남는다.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지,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삶이란 어쩌면 아코디언 같은 것이 아닐까. 아코디언은 접혔다가 다시 펼쳐질 때 비로소 가장 깊은 숨을 토해 낸다. 사람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삶은 우리를 수없이 접어 놓고, 때로는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짓누르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도 끝내 노래를 잊지 않는다.

책을 덮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는 희미한 아코디언 선율이 흐르고 있다. 그 선율은 슬프지만 아름답고, 아름답지만 끝내 슬프다.

《아코디언》은 전쟁이 끝내 빼앗지 못한 마지막 한 가지, 인간다움을 지켜 낸 한 소년의 노래였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삶의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한 편의 선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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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천명관 아코디언
평점10점 | k*******6 | 2026-06-18 | 신고

*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쓰인 서평입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불을 끈 후에도 가슴을 파고드는 구슬픈 멜로디와 짙은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작품이다. 천명관 작가님이 지닌 명성과 압도적인 필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10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이번 신작 소식은 그 자체로 거대한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마주한 책장 속에서 작가는 그 거대한 기대감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며 역시 거장의 귀환이라는 찬사를 절로 내뱉게 만들었다.

이 책은 황폐한 전쟁이 끝난 후 차가운 길거리에서 오직 아코디언 하나에 의지해 돈을 버는 앵벌이 소년 '동이'의 파란만장하고 처연한 삶을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풍요로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쉽게 접하거나 상상하기 힘든 낯설고 피폐한 환경이기에 작가가 그 시절 앵벌이들의 삶의 궤적을 과연 어떻게 그려냈을지 시작부터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작가는 특유의 사실적이고 정교한 묘사를 통해 그 시대의 공기와 인물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복원해내며 독자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소해주는 동시에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끝까지 자신에게 가족과도 같았던 앵벌이 친구들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동이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짠함과 동시에 숭고한 멋을 자아냈다. 그러나 소설은 주변 인물들의 삶의 행방은 비추어주면서도 정작 가장 애정을 쏟았던 주인공 '동이'가 마지막 순간에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이했을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다. 독자로서 동이의 미래를 너무나도 간절히 알고 싶었기에 뚝 끊겨버린 결말이 내심 아쉽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책을 덮은 후에도 동이의 삶이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을 것만 같은 더 깊은 여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동이의 손끝에서 흘러나왔을 아코디언 선율이 귓가에 맴도는 듯해 독서를 마친 후 자석에 이끌리듯 실제 아코디언 연주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화면 속 마주한 대부분의 아코디언 소리는 경쾌하고 신나는 에너지를 품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이 소설 속 동이의 아코디언은 얼마나 깊은 슬픔과 한을 품었기에 그토록 구슬프고 애절한 소리로 울려 퍼졌던 것일까. 동이가 악기를 가슴에 안고 건반을 누를 때마다 어떤 감정과 아픔을 쏟아내며 연주했을지 새삼 짐작해 보게 되며 책이 지닌 서정적인 잔상이 온 마음에 가득 차올랐다.

명성은 결코 우연히 쌓이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문학이 가진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다. 가제본이 전해준 묵직한 감동의 파편들을 넘어 천명관 작가님이 완벽하게 조율해놓은 본 책의 온전한 텍스트로 가슴 아프도록 아름다운 선율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감동과 인간애를 느끼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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