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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05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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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536g | 138*210*30mm |
| ISBN13 | 9791194966449 |
| ISBN10 | 11949664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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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놀라울 만큼 정직하다는 점이다. 시대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지만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이 품고 있는 욕망과 두려움, 후회와 사랑은 지금을 사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노우폭스북스에서 출간된 『톨스토이 단편집』은 그런 톨스토이의 시선을 21편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이 단편집에는 전쟁도 있고 죽음도 있으며 사랑과 배신, 가난과 신앙, 인간의 허영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모든 작품이 결국 하나의 질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이 질문에 대해 직접적인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수많은 인물들의 삶과 선택을 보여주며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었다. 판사로 성공했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으며 살아온 이반 일리치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지극히 평범했다. 그래서 지극히 끔찍했다." (182쪽)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었다. 하지만 작품을 읽을수록 그 의미가 선명해진다. 문제는 평범함 자체가 아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한 번도 진지하게 묻지 않은 채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힌다. 특히 죽음 앞에서조차 진실을 외면하려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는 더욱 씁쓸하다.
"이반 일리치를 가장 괴롭힌 것은 속임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두가 받아들여진 그 속임.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픈 것이며 조용히 치료받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거짓말." (192쪽)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과연 지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되묻게 된다.
전쟁을 다룬 작품들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세바스토폴 전투에 참전했던 톨스토이는 전쟁을 낭만적인 영웅담으로 그리지 않는다. 「세바스토폴 이야기」에서 그가 보여주는 전쟁은 영웅과 악당이 대립하는 무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죽음과 마주하는 공간이다.
"전쟁이 어떤 것인지를. 그것이 책에서 읽은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책에는 영웅이 있고 적이 있고 승리가 있고 패배가 있지만, 여기에는 한 사람이 있고 또 한 사람이 있으며, 그들이 자기 몫의 일을 하다가 죽어 갈 뿐이다. 그뿐이다. 영웅도 없고 적도 없고 승리도 없고 패배도 없다. 다만 그 자리에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49쪽)
특히 「하지 무라트」는 정치와 권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쉽게 소모되는지를 보여준다. 거창한 명분 뒤에 가려진 개인의 비극을 바라보는 톨스토이의 시선은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작품은 「루체른」이었다. 거리의 악사가 노래를 부르지만 아무도 그에게 동전을 건네지 않는 장면에서 화자는 인간이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시대의 가장 큰 죄는 가난한 사람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는 것이란 사실이었다. 학대는 적어도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무시는 그 존재 자체를 없는 것으로 지워버린다. 그것이 비교할 수 없이 더 잔인하다." (106쪽)
그리고 악사가 남긴 한마디는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제가 따질 위치에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노래가 아닙니다. 거래가 됩니다.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지 거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102쪽)
이 문장을 읽고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해내는 태도, 대가를 계산하지 않는 삶의 자세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부 세르기우스」에서는 거룩함과 자기만족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평생 수도생활을 하며 수행에 매진했던 세르기우스는 결국 자신이 신을 위해 살았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과 존경을 원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거룩함이란 자기가 거룩하다는 의식이 없을 때 비로소 거룩함이 된다는 것, 자기를 내려놓은 곳에만 참된 자리가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244쪽)
이 역설은 단편집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통찰처럼 느껴졌다. 진짜 선함은 스스로를 선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멀어지고, 진짜 사랑은 사랑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의 행복」은 사랑이란 감정의 뜨거움보다 함께 시간을 견디고 지나가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임을 보여준다.
"가족의 행복이라는 것은 처음의 그 황홀함이 아니라 둘이 함께 시간을 통과하고 그 사이에 짧은 흔들림이 있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는 과정임을 말이다. 그 평온함이 그 어떤 황홀함보다도 깊다는 사실을, 결혼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140쪽)
짧은 문장이지만 오랜 관계의 본질을 담고 있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 단편집에는 수많은 죽음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죽음들은 끝이 아니라 질문으로 기능한다. 삶이 무엇이었는지를 죽음이 비로소 드러내기 때문이다. 「세 죽음」, 「악마」,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 여러 작품을 읽다 보면 톨스토이가 죽음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21편을 모두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자연스럽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타인의 아픔을 알아보는 마음, 보상 없이 건네는 선의, 자신만으로는 완전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태도 같은 것들을 여러 이야기 속에 흩어 놓는다. 그리고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만든다.
"진짜로 사랑한 사람은 잊히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람의 모습은 더 선명해진다." (118쪽)
『톨스토이 단편집』은 삶의 정답을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우리가 잊고 지냈던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으로 살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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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집』 독후감 ? 작은 이야기가 건넨, 가장 따뜻한 위로
어떤 책은 읽는 동안 마음 한구석을 가만히 두드린다. 『톨스토이 단편집』이 내게 그랬다. 두껍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이 작은 책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더 깊은 곳을 어루만져 왔다. 마치 오래된 친구가 난로 앞에 앉아 나직이 들려주는 옛이야기처럼, 톨스토이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던 밤을 잊을 수 없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 세묜이 길에서 만난 헐벗은 낯선 이에게 망설임 끝에 자신의 외투를 벗어 주는 장면에서, 나는 한참을 멈춰 있었다. 자기도 추운 사람이 다른 이의 추위를 먼저 걱정한다는 것. 그 작고 서툰 손길 하나가 천사를 살리고, 결국 한 인간의 영혼까지 구원한다는 이야기는 오래도록 가슴에 머물렀다. 천사 미하일이 마침내 깨달은 진리,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그 한마디가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귓가에 맴돌았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서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더 많이, 더 멀리, 더 넓게. 끝없이 달리던 바흠이 결국 얻은 것은 자신이 누울 두어 평의 무덤뿐이었다. 나는 그 마지막 장면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쩌면 나도 매일같이 무언가를 향해 그렇게 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토록 숨 가쁘게 살아왔던 걸까.
「바보 이반」 속 묵묵히 땅을 일구는 이반의 모습은 또 어떤가. 영리하지도, 욕심내지도 않는 그가 결국 가장 평화로운 사람으로 남는다는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똑똑함만을 좇아온 나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 주는 것 같았다.
톨스토이의 문장은 결코 꾸미지 않는다. 농부의 말처럼 투박하고 정직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문장들 사이로 사랑과 용서, 죽음과 영원이라는 거대한 것들이 잔잔히 흘러나온다. 화려한 수사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책을 덮고 창밖을 한참 바라보았다. 나는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손에 쥔 것들을 세느라, 정작 곁에 있는 사람의 따뜻한 손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톨스토이는 백 년의 시간을 건너 내게 속삭여 주었다.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사랑이라고, 그 한 가지뿐이라고. 작은 책 한 권이 이토록 오래 마음에 남을 수 있다니. 오늘 밤은 누군가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싶어졌다.
#톨스토이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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