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안전’을 이야기할 때마다 여전히 무겁게 침묵하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물류센터 화재, 그리고 크고 작은 산업재해까지… 우리는 매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반복하지만, 그 약속은 쉽게 잊히고 맙니다. 바로 그 반복되는 망각의 사이에서, 이 책 『우리는 왜 아직 안전하지 않은가?』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체 우리는 왜 아직 안전하지 않은 걸까요? 저자는 수십 년간 산업안전보건 현장을 연구하고 실천해 온 대표적인 전문가로, 학문과 현장을 꿰뚫는 시선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산업재해를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반영으로 봅니다. 노동정책, 기업경영, 국가책임의 틈새에서 안전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났고, 그 결과 노동자의 생명과 시민의 안전은 ‘비용’으로 계산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현실을 통계와 제도의 언어로,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로 촘촘히 드러냅니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역사적 통찰과 정책적 제언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해방 이후 산업안전 행정의 태동기부터 군사정권 시절의 제도 형성, 노무현 정부의 참여적 안전정책, 그리고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흐름에 이르기까지 70여 년의 정책 변화를 자세히 추적합니다. 각 시기의 사회적 배경, 제도의 성격, 그리고 그로 인한 현장의 변화를 균형 있게 분석하면서, 한국의 산업안전보건사가 곧 한국 민주주의 성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감수자인 최관병 국장은 고용노동부 실무 경험과 학문적 식견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정책의 현실적 제약과 개선의 길을 더 깊이 있게 보완했습니다. 그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비판서가 아니라, 정책 담당자·노동조합·기업·시민사회 모두가 참고할 수 있는 실질적 지침서로 완성되었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3부 구성은 책의 핵심 문제의식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과거의 제도와 경험을 되짚어 현재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안전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재해 제로’라는 구호 대신 ‘공존과 돌봄의 안전’이라는 새로운 가치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 『우리는 왜 아직 안전하지 않은가?』는 단순한 산업안전 백서가 아닙니다. 이는 한 사회가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어디까지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사회적 선언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안전’이 기술이나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정치’의 문제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노동자 한 사람의 존엄을, 시민 한 사람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며,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함께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저자는 안전은 곧 인간의 존엄이라는 단순하지만 절실한 진리를 우리에게 다시 일깨웁니다.
“이 일은 왜 이렇게 위험해야만 하나요?”, “언제쯤이면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까요?” 녹색병원과 전태일의료센터는 늘 현장에서 이런 질문을 마주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 오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모두 함께 써 내려가야 할 다음 장의 서문이기도 합니다. 저자와 감수자의 연구와 실천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이 책이 모든 이에게 안전의 의미를 새롭게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그 변화의 물결이 일터와 지역사회를 넘어 우리나라의 모든 현장까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임상혁 (전태일의료센터·녹색병원 원장)
산업안전과 노동자 건강은 한 사회의 윤리적 수준과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직업병,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지는 고통을 온전히 받아 안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제도 개선과 정책 발표가 있었음에도,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더디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 『우리는 왜 아직 안전하지 않은가?』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응답합니다. 저자는 산업안전 행정과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한 실무가로서, 제도와 현실 사이의 구조적 간극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이 책은 단순한 법령 해설이나 사고 통계의 나열이 아닙니다. 사고가 되풀이되는 조직의 관성, 안전을 비용으로 환산하는 산업의 사고방식, 책임이 희석되는 구조적 맹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왜 우리는 같은 사고를 반복하는가?”라는 질문은, 산업안전을 단순한 규제 강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의식의 문제로 다시 사유하게 합니다.
직업건강 분야에서 오랫동안 현장을 보며 확인한바, 노동자의 건강은 질병의 유무만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안전하게 일하는 작업환경, 존중과 참여가 보장되는 조직문화, 위험을 줄이는 실질적 시스템이 함께 갖추어질 때 비로소 건강은 유지되고 삶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의 역할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현장 중심의 안전보건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통합적 관점의 회복을 강하게 요구하며, 그렇기에 산업안전과 노동자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모든 이가 함께 읽고 논의해야 할 책입니다. 안전은 선언이나 단속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 노동을 조직하는 방식, 책임을 공유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 책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으로 나아가는 데 이정표가 되길 기대합니다.
- 정혜선 (가톨릭대학교 교수,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
『우리는 왜 아직 안전하지 않은가?』는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깊은 통찰과 실천적 지침을 제공하는 귀중한 도서입니다. 오랜 기간 산업안전에 종사해 온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이런 도서의 출현은 지나치게 때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 책은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이전의 여명기부터 오늘날까지의 변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특히 군정 시기의 초기 법령부터 시작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의 제정과 개정,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의 제도적 기반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왔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나아가 단순한 연대기적 서술을 넘어 정부 간 비교·분석과 국제협력 및 민간 활동까지 포괄적으로 다뤄, 독자는 산업안전보건이 규제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협력의 가치로 확장되어 왔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책이 미래의 산업안전보건을 조망하는 데도 탁월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디지털화, 자동화, 고령화, 기후변화 등 새로운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ILO 및 유럽의 사례를 통해 국제적 흐름과의 접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첨단 기술과 관련된 안전보건 이슈 역시 심도 있게 다루어 향후 정책 수립과 기술 개발에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산업안전보건의 과거를 되짚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나침반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산업안전보건을 단순한 법령이나 규정의 집합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 중심의 안전문화 형성과 지속가능한 노동환경 구축을 위한 통합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산업안전보건 관계자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연구자, 정책 입안자, 기업의 안전관리자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단 교수, 국회 재난안전정책포럼 사고조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