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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2년 06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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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 파일/용량 | PDF(DRM) | 7.84MB 파일/용량 안내 |
| 페이지 수 | 약 452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 ISBN13 | 9791159351204 |
2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비밀'이라는 단어에는 신비한 힘이 있어요. 지켜야 하지만, 누군가는 알았으면 하는. 감춰져 있어야 할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들여다보고 싶은. 그 자체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예요. 더욱이 화원이라니.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이 반겨줄 것 같은 그곳은 왜 비밀스러운 공간이 되었을까요. 그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나이가 같은 사촌 메리와 콜린. 하지만 메리는 인도에서, 콜린은 영국에서 자랐기에 열 살이 될 때까지 서로 만난 적이 없어요. 떨어져 자랐지만 둘은 놀라울 만큼 닮았어요. 부모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고,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어른도, 함께 뛰어놀 또래 친구도 없었지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가르쳐주는 사람 대신 주변 사람들은 아이들의 눈치만 보거나 피하기 바빴어요.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제멋대로이고 심술궂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특히 메리를 보며 마음이 아팠던 것은 부모를 잃고도 슬퍼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상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아이였으니까요.
"다른 아이들은 자기 어머니와 아버지의 자식인 것이 분명해 보였는데, 메리는 누구의 딸이던 적이 없는 것 같았다." (P. 26)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래 마음이 머물렀어요. 먹을 것과 입을 것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메리를 진심으로 바라봐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부족함 없는 환경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돼요. 어른도 한때는 어린아이였는데, 우리는 왜 그 마음을 자꾸 잊어버리는 걸까요.
메리는 미셀스웨이트 저택에 오면서 조금씩 달라져요. 마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동물들과 친구인 디콘을 만나고, 버려진 비밀의 화원을 자신의 공간으로 가꿔 나가면서요. 흙을 만지고 마음껏 뛰어놀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동안 메리의 몸과 마음도 함께 자라나요. 비밀의 화원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메리가 삶의 기쁨을 되찾아 가는 공간이었어요.
반면 콜린은 방 안에 자신을 가둔 채 살아왔어요. 아버지가 등이 굽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 믿었고, 곧 죽게 될 운명이라고 생각했죠. 누구도 그 두려움을 바로잡아 주지 않았고, 주변 어른들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눈치만 보며 그런 믿음을 더욱 굳게 만들었어요. 그런 콜린을 변화시킨 것은 메리였어요. 자신과 닮은 듯 다른 메리는 콜린을 방 밖으로 이끌었고, 디콘과 함께 자연 속에서 뛰놀며 세상을 마주하게 했어요. 그러자 콜린은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고, 절망 대신 희망을, 두려움 대신 가능성을 믿게 돼요. 그제야 비로소 어린아이다운 웃음과 호기심을 되찾아 가요.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말이 있어요.
"하루에 다 자라는 게 아녜유. 기다려야 자라쥬." (P. 102)
꽃도 나무도 사람도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아요. 기다림 없이 이루어지는 성장도 없고요. 결과를 빨리 확인하려다 보면 그 과정에서 조금씩 피어나는 변화를 놓치게 돼요. 사람을 이해하는 일도 마찬가지예요.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이 본 일부만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그 편견 속에 자신을 가두게 되는지도 모르겠어요.
또 하나 오래 마음에 남은 말은 마사의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였어요.
"넌 널 어떻게 생각하는디?" (P. 100)
타인을 흉보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는 짧은 한마디예요. 단순한 말이지만 오래 생각하게 했어요.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는 일에는 익숙하면서도 정작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얼마나 인색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어요.
메리와 콜린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버넷은 왜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를 '비밀의 화원'이라는 공간에 담았을까요. 버넷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고, 성인이 된 뒤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어요. 상실을 누구보다 깊이 경험한 사람이었지만, 그녀가 작품에서 이야기한 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었어요. 자연과 사람의 따뜻한 마음은 상처 입은 이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이 《비밀의 화원》 곳곳에 스며 있어요.
무엇보다 이 책이 말하는 '마법'이 좋았어요. "어쩌면 멋진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하는 게 첫 시작일지도 몰라." (P. 363) 마법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인지도 모르겠어요. 희망을 품고 한 걸음 내딛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 어쩌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바로 그런 믿음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신기했어요. 계절이 바뀌는 것도, 작은 꽃이 피어나는 것도 마법처럼 느껴졌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런 감각은 익숙함에 묻혔어요.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어느새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었어요. 다행히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마음을 조금씩 되찾고 있어요.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계절의 변화도, 이름 모를 들꽃 하나도 새롭게 다가와요.
이 책이 말하는 마법은 거창한 기적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 그리고 사람은 언제든 다시 자라고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 그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평생 간직해야 할 마법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비밀의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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