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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5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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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39.61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5.6만자, 약 5.1만 단어, A4 약 9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86686515 |
7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책은 더디게만 읽혀졌다. 눈으로는 읽히는데 머리로는 무슨 내용인지 겉돌기만 했다. 평소 독서 습관이 읽기 시작한 책은 완독을 해야만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는 내게 이번에 읽게 된 《나는 나》는 중도에 독서를 포기하고 다른 책을 읽을까 고민을 던져 준 책이었다. 그만큼 처음에는 이 책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그동안 나의 무의식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게 원인이었다. 70여 페이지를 읽는 도중 아직도 와닿지 않는 내용에 그동안 읽은 시간이 아까웠지만 오기가 생겨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두번째로 읽기 시작해서야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내 무의식을 지배하는 심리 원형들을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융 학파의 심리학자 캐럴 피어슨이 융의 원형 심리학을 바탕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공통된 여섯 가지 심리적 원형을 소개하는 책이다. 여섯 가지 심리적 원형은 고아 원형, 방랑자 원형, 전사 원형, 이타주의자 원형, 순수주의자 원형, 마법사 원형으로 책은 총 8장에 걸쳐서 인간의 무의식 속 여섯 가지 원형을 여러 사례와 주요 작가들의 작품 속 주제를 토대로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 캐럴 피어슨은 심층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로 CCSA(원형연구소) 소장을 하며 칼 융의 원형 이론 연구에 평생을 바쳤고 저서로 『내 안의 영웅 만들기』, 『지금 나는 누구인가』 등이 있다.
번역은 시인이자 명상 서적 번역가로 유명한 류시화가 했다.
현자는 말한다. 우리는 저마다 인생의 대본을 써 내려가는 작가이며, 삶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은 지나서 보면 어떤 분명한 이야기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인간 마음의 심층을 탐구한 심리학자 칼 융은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 바로 우리 내면의 원형이라고 보았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원형에 해당하는 자아가 있으며, 이 미성숙한 자아가 성숙한 자아로 나아가는 것이 삶의 여정이라는 것이다. - p.9 |
서두에 밝혔지만 처음에 이 책을 읽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마음 속 나(자아)를 제대로 살펴보며 살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인생의 이야기를 뒤돌아보면 내가 주인공인 대본이 아니라 싫든 좋든 남이 써 준 대본을 가지고 연기자처럼 삶을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의 자아라는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고 보조석에 앉아서 남이 운전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면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일종의 '마음 사용 설명서', 혹은 영웅의 여행에 필요한 지도라며 이 여행을 도와줄 내면의 안내자들인 우리 자신 안의 '여섯 가지 원형'을 소개해 주고 있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과 그의 친구들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르도르를 향해 여정을 떠나는 반지 원정대처럼 여섯 가지 원형의 도움을 받아 진정한 나의 자아를 완성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라는 이야기다. 내가 이 여행의 영웅이 되어...
"삶은 종종 잔인하지만 언제나 아름답다. 최소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삶 속에 충분히 존재하는 것."
- 애니 딜러드 『티커 크리크의 순례자』 중에서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은 거대한 용과 싸움에서 승리를 해 공주를 구해오거나 삼국지에서 촉의 조자룡이 적진에서 유비의 아들인 유선을 구하는 일화 등을 떠오르며 자신을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을 왠지 부끄럽고 낯설게 느낄 수 있지만 꼭 신화나 문학 속 영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삶의 주인공이 되어 무기력한 삶 대신 생기 넘치는 삶을 선택하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영웅의 여행을 떠난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하고 버림받은 듯한 외로움으로 가득한 심리적 추방자인 고아 원형, 자신이 삶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이상적인 곳을 찾아 떠나는 방랑자 유형,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 전사 유형, 자신보다 숭고한 무엇인가를 위해, 혹은 세상을 더 나은 장소로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자세를 지닌 이타주의자 유형, 삶을 낙관하고 보다 큰 선에 대한 믿음을 가진 순수주의자 유형, 자신의 미래를 마법처럼 변화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지닌 마법사 유형, 이 여섯 가지 원형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평생 동안 한 가지가 지배하기도 하지만, 단계적으로 나타나 그 시기의 자아를 형성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여러 원형이 활성화되어 다양하게 자아의 모습을 구성하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추방을 겪은 고아가 할 수 있는 진정한 영웅적인 행동은 자신의 아픔, 실망, 상실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느끼는 것이다. 즉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 p.63
전 생애에 걸쳐 크고 작지만 추방을 경험하곤 한다. 헌신한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거나 열심히 일한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믿었던 친구에게 금전적 사기를 당하는 등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하기 보다는 고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더 영웅적인 행동이 된다.
물론 삶이 늘 우리의 대본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자신의 계획과 다르게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에서 우리는 배움을 얻고, 이 경험들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믿으며,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배워 나간다. 지금까지의 틀에 박힌 생활을 그저 계속한다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성장하기 위해 어느 정도 방랑의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04
틀에 박힌 일상에 젖어 그 자리에 안주하며 살아간다면 결코 자아는 성장할 수가 없다. 때로는 어떤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자기 자신에게 전적으로 집중하고 헌신해야 한다. 때로는 직장, 친구들을 잃을 각오를 하고 자신의 가슴과 신념을 따름으로써 방랑자 원형을 더 깊이 경험해야 한다.
전사 원형은 우리를 근본적인 욕망과 연결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돕고, 그것을 얻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 p.131
전사 원형은 인간이 수렵과 채집에 의존해 하던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수렵시절 사냥꾼에서 시작된 전사 원형이 왜 그토록 능력과 성취를 중시하는지는 사냥을 하거나 무기 만드는 데 무능력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죽음을 의미했던 당시 시대상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쌓아 두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우리가 한 일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깊이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이면 기꺼이 포기하는 일이다. 가진 것을 기꺼이 내준다는 것은 곧 주는 대로 받겠다고 우주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중략) 우리가 아무 대가 없이 나누어 준다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또한 아무 대가 없이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이타주의자들의 길이다. -p.188
20년동안 하루 50억 원씩 기부하고 있는 미국의 억만장자 빌 게이츠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타주의자들에게 돈은 일을 잘 해낸 것에 대해 개인이나 사회로부터 받은 감사의 표시로 여긴다. 그때 그 돈은 다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위해 사용되거나 기부가 된다.
지혜로운 순수주의자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자신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을 안다. - p.209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가 언제나 통제할 수는 없지만, 일어난 일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우리는 자신이 살아갈 현실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에겐 때로는 삶에서 비극을 맞고 그에 따라 고통이 따르지만 순수주의자는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유혹을 이겨내고) 그 고통으로부터 배우고 나아가 새로운 방식으로 기쁨과 힘을 얻는다.
우리 안의 마법사는 우리가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상태에서 벗어나 자기 운명의 운전대를 잡고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삶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 p.239
마법사는 자신이 가진 힘을 남에게 내맡기지 않는다.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하며 자신이 삶을 직접 운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행동에 나선다.
《나는 나》는 융의 원형 심리학을 바탕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공통된 여섯 가지 심리적 원형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날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책이다. 책을 읽는동안 그동안 살아온 나의 삶에서 한 가지 또는 단계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원형을 발견하기도 하고 아직까지 작용하지 않고 잠재(?)되어 있는 원형도 확인하면서 나의 내면과 만나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나는 나》에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M. 아우얼의 연작 소설 <동굴곰족>,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등 다양한 문학 작품들과 함께 저자가 경험한 여러 사례 등을 통해 여섯 가지 심리적 원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나의 내면을 찾아가는 여행을 제대로 떠나본 적이 없어서 "나를 찾는 무의식 속 영웅의 여행"이 쉽지는 않았지만 저자가 준비한 "영웅의 여행에 필요한 지도(마음 사용 설명서) "를 통해 앞으로 내 생애에 걸쳐 완성해 나갈 자아 속에 존재하는 여섯 가지 심리적 원형을 알게 된 것은 이번 독서에서 얻은 큰 소득이었다. 이번 독서를 계기로 앞으로 나의 자아를 완성하기 위한 여행을 계속 떠나야겠다.
"나의 전 생애는 무의식이 자기실현을 해 나간 이야기이다."
- 융의 자서전 『기억, 꿈, 회상』에 쓴 첫 문장
지금의 나는 방랑자의 원형에 가깝다. 삶이 나를 어느 한 공간에 가두고 버텨볼테면 버텨보라며 시험하듯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갇혀있는 것처럼 여겨진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일이 년 동안 생각만 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만 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았다. 오랜 고민끝에 결정했다. 눈물을 흘리며 내면의 나와 대화한 덕분이다. 나는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였고, 이로 인해 나에게 닥쳐올 세상이 두려웠지만 과감하게 결정했다.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부터 내가 방랑자의 원형의 상태에 있다고 여겼다. 아마도 내가 그걸 원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현재는 방랑자의 원형에 있다. 방랑자의 원형에서 탈피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방랑자 편을 꽤 오랫동안 읽었었다. 다른 원형들을 읽다보니 내면의 나의 모습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의 모습이 혼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심층심리학자이자 심리 상담가, 칼 융의 원형 이론 연구가이기도 한 캐럴 피어슨의 『나는 나』는 원제는 『내 안의 영웅 Hero within』으로 인간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여섯 가지의 원형들을 통해 삶의 영향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말하는 책이다. 이 여섯 가지의 원형들은 강한 자아를 갖도록 도우며, 자아의 경계를 넓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돕는다. 또한 자신 안의 원형을 이해하여 자신의 삶과 화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인간 내면의 원형을 알아차림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여섯 가지의 원형들은 고아, 방랑자, 전사, 이타주의자, 순수주의자, 마법사로 구분된다. 고아 원형은 엄마 없는 아이 같다고 느끼고, 버림받고, 방치되고, 학대받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삶에서 자주 무력감을 느끼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 없다면 고아 단계를 통과하도록 심리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심리 치료나 정신분석,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고통의 원인이 외부에 있음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 원형의 특징은 고통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여기지 않게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방랑자는 고아와는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버림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삶이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 같고,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데 지친 사람을 가르킨다. 저자는 이를 가리켜 방랑자의 부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앞서 말했듯 방랑자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 홀로 길을 떠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창조한 외로움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성장을 돕는다.
전사는 삶과 자신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성취하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이는 원형을 가리킨다. 자기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뼛속 깊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음을 던질 용기가 있을 때 집중력과 기술과 추진력을 준다.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값진 보상이 된다.
영웅은 모든 것을 다 갖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상을 돕는 사람이 아니다. 영웅은 남을 배려하는 모습과 진정한 자신의 모습 둘 다를 통해 죽어 가는 세상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 다만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기꺼이 내줄 마음이 되어 있어야 한다. (169페이지)
이타주의자는 고통과 상실을 존재의 변화를 위한 계기로 삼는다. 자신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마음이다. 손해를 보는 것같이 느껴질 때에도 타인에게 베풀고 돌볼 수 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며 고결한 자선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가족이라 믿는 이타주의자는 우리에게 풍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 차고, 삶이 꼭 힘들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가? 그러면 순수주의자다. 여행의 경험을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감사히 받아들이게 되었던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처럼 순수주의자는 자신의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도와준다. 변화가 필요한 사람들, 변화시켜야 할 상황에 둘러싸여 있으나 그럼에도 기적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건 마법사다. 저자는 마법사의 원형을 가리켜 자유로운 선택을 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능력,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결단력과 관계가 깊다고 하였다.
그동안 읽어왔던 심리학 서적에 비해 내면의 나에 대하여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상황을 비교하여 그 원형을 파악할 수 있게 했고, 그 원형에서 미래를 향항 성장의 동력을 제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아파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진정한 자유는 대부분 자신이 깨우치는 것이지 가르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라고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하고도 단순한 심층 심리다. 우리는 고아를 거쳐 방랑자가 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아울러 저자는 모든 사람의 여행을 존중하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원형을 억압할 필요는 없으며 우리 안에 원형들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내 안의 심리적 원형을 파악해 내가 몰랐던 나를 파악하며 삶이라는 여행의 파도에 몸을 맡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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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내가 낯설어지는 적이 있다. 그럴때면 우선은 마음을 가다듬고 타인을 보듯 가만히 내 마음을 응시해 본다. 남이 알새라 도대체 왜 내가 그랬는지 생각해보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삶은 내가 만든 이야기 속의 한 장면이어야 하는데 느닷없이 끼어든 낯선 장면이 이야기를 헝클어 놓는 것 같은 느낌만 든다. 이처럼 내가 생각하는 ‘나’가 아닌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모르는 ‘나’가 있다는 것이 괜히 찝찝한 마음이 들게 만들기도 해서다. 심리학자들은 우리 모두는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에서 인생의 대본을 쓰고 그 대본대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따라서 삶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도 지나고 나면 어떤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칼 융은 이런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 바로 우리안의 원형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원형에 해당하는 자아가 있으며, 이 미성숙한 자아가 성숙한 자아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들이 써내려가는 삶의 이야기 즉 삶의 여정이라고 한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이 책은 심리학자인 저자가 칼 융의 원형심리학을 바탕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원형을 통해 또 다른 ‘나’가 만들어가는 내 삶의 이야기에 대해 쓴 책이다.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 즉 내 삶의 이야기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깊이 뿌리내려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원형과 관계가 있다. 우리의 내면은 이러한 원형들로 인해 놀라운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는 사람들은 없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 안의 원형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원형의 도움을 받아 자아를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해줄 안내서, 즉 내 안의 ‘나’를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내 인생의 셀프심리학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 안에 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며, 그 ‘나’를 이해할 때 자신의 삶과 화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 마음 안에는 내가 모르는 ‘나’가 있고, 그 ‘나’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그 탐험여행을 떠날 때라고 알려준다. 그는 그러한 원형들을 원제인 [The Hero Within] 마냥 내안의 영웅들이라 부른다. 영웅은 무기력한 삶 대신 생기 넘치는 삶을 선택하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스스로 여행을 떠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의 유형들은 수없이 많지만 삶의 여행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섯 가지라고 말한다. 자신이 홀로 남겨졌다고 느끼는 고아 원형,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싶어 하는 방랑자 원형,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위해 싸우는 전사 원형,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때 행복을 느끼는 이타주의자 원형, 긍정하고 신뢰함으로써 자신을 정의하는 순수주의자 원형,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고 변화시키는 마법사 원형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원형들은 각자의 내면을 평생 동안 한 가지가 지배하기도 하지만, 시기와 상황에 따라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그 당시의 자아를 형성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써내려가는 삶의 이야기는 한 가지 원형이 쓰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 있어서 고아이고, 방랑자이고, 전사이고, 이타주의자이고, 순수주의자이고 마법사이기 때문에 삶의 이야기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자신 안에 활성화된 원형과 일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의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어떤 길을 선택하든 진정한 길인지 알려면 그 길이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지 보면 된다. 유일한 출구는 그 길을 통과하는 것이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아는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뿐이다.’(45쪽)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삶의 여행에서 만나는 그 길을 알 수 있도록 여섯 가지 원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혹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길을 잃지는 않을까하여 곳곳에 다른 원형들과의 비교를 통한 이정표를 세워 놓기도 한다.
우리가 자신의 마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삶에 질서가 없는 것은 무의식 속 원형들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충고한다. 고아 원형이 너무 지배하면 자신을 환경의 희생자로 여기고, 방랑자 원형이 너무 활성화되면 삶과 세상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며, 전사 원형이 너무 강하면 지나친 성취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타주의자 원형에 치우치면 다른 이들의 일에 자신의 삶을 내주고, 순수주의자 원형에 너무 지배당하면 문제를 예상하지 못하고 걸려 넘어지며, 마법사의 원형이 너무 강하면 자신의 한계에 대한 감각이 약해진다고 한다. 즉 한 가지 원형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그 원형의 관점에서만 자신을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고아 원형을 통해서 고통을, 방랑자를 통해서 외로움을, 전사를 통해서는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또 순수주의자 원형을 통해서 믿음, 사랑, 기쁨을, 이타주의자를 통해서는 베푸는 방법을, 그리고 마법사 원형을 통해서는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서 여섯 가지 원형이 모두 깨어난다면 우리는 이제 세상에서 변화의 중심이 될 준비가 된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우리 모두가 불완전하며 따라서 필연적으로 타인과 상호의존적임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가진 다양한 재능과 목소리를 함께 나눌 수 있고, 이것이 우리가 성장하는 방식이라고 역설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잠든 내가 모르는 ‘나’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어느 날 불현듯 나를 낯설게 만드는 원형은 아마 활성화되지 않은, 그렇지만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위해 깨어나려는 원형이 아니었을까? 내 안의 또 다른 ‘나’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앞으로 씌여질 이야기가 아직 남았다고 깨어나는 원형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야말로 지금이 탐험 여행을 떠날 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진짜 내 삶의 이야기에 대한 대본을 쓰고 싶다.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하겠지만 그 때마다 셀프 심리학이라는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대개 우리는 극적인 불행 때문에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덕을 가장한 자기 배반적인 행동을 계속하면서 진짜가 아닌 삶이 쌓여가기 때문에 절망하는 것이다.’(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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