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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08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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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78.43MB 파일/용량 안내 |
ISBN13 | 9788950982867 |
2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일본 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명문으로, 문학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도입부로 꼽히는 문장이라는 그 문장 하나에 끌려 <설국>을 읽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저자에 대한 정보는 단 하나, <설국>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만난 설국은 어려웠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여인을 묘사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외에는 '기승전결'이 없다는 표현을 썼을만큼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한 인간을 알고 나면 <설국>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저자는 해외 연수로 떠나게 된 일본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티미터>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특히,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사진을 보고 읽었던< 설국>에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묘미를 드디어 알게된 저자. <설국>의 매력에 빠지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하나의 작품에 빠지고, 그 작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1장은 [설국의 세계로]라는 타이틀 아래 오롯이 <설국>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라는 첫 문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눈이 많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설국의 무대가 되었던 니가타현의 에치고유자와를 찾은 저자는 그곳으로부터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만나는 여정을 시작했다. < 설국>을 구상했다고 전해지는 신사 (소설 속에도 등장), 작품의 배경이자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실제로 묵으면서 집필했던 '다카한 료칸' (현대적인 건물로 바꼈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방이 재현되어 있다.) 을 찾았다.
이 장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설국>을 왜 제대로 읽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것, 그 말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설국>은 일종의 '암시 소설'이다. <설국>에는 사건과 그 사건들이 결합해 결말로 향해 가는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게다가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감정 표현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설국>은 줄거리의 소설이 아니라 이미지의 소설이다. - p 62
견자의 입장으로 <설국>을 읽으면 우리는 <설국>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p 65
사실 <설국>을 가장 잘 읽는 방법은 한 행 한 행, 시를 읽듯 이미지를 읽어나가는 것이다.읽으면서 소설 전체의 인과관계를 찾거나 그것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그냥 나열된 이미지 하나하나를 감상하듯 읽어야 한다. 그렇게 읽어가다 보면 독자 스스로 어떤 '종합'에 이르게 된다.-p 84
<설국>의 문장들을 인용하면서 어떻게 작품을 읽어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니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만났던 문장들이지만 생각지 못했던 관점을 알게 되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림을 볼때도 그냥 내가 느끼는 대로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배경 지식을 알고나면 또 다른 것이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문학 작품도 마찬가지인듯하다. 저자의 의견이 100%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 스스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저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삶을 찾아 고향인 오사카로부터 그가 사랑했던 도시 교토, 도쿄를 거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을 맞이했던 가마쿠라로의 여행을 했다. 그의 삶은 너무 안타까웠다. 15살이 되었을때 아빠, 엄마, 할머니,누나, 할아버지를 전부 잃고 고아가 되었다. 사랑했던 여인에게서조차 이유도 알지 못한채 파혼을 당했던 그. 그런 개인사를 알고나니, "고독과 죽음에 대한 집착으로 삶을 살았고 글을 썼다." , "작품을 통해 죽음을 미화하고 인간과 자연과 허무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했다."라는 고백이 이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유서 한장 없이 자살로써 생을 마감했다. 작가로서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후 좋은 작품을 써낼 수 없었던 것, 건강상의 문제, 아끼던 제자이면서 문학적 동료였던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의 저자) 의 자살등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자신이 이름난 무용평론가이자 무용애호가여서 '무용'을 소재로 한 소설이 종종 등장을 한다는 것, 그리고 작품 속에서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설국>에서 주인공 시마무라의 직업이 무용평론가였다. 그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유럽의 허무주의, 미래파, 표현주의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받아 신감각파를 형성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예술 지상주의자였다. 절대미를 찾아 헤매는 그에게 전쟁이나 이념, 국가주의는 어울리기 힘든 세계였을 것이다. - p 213
어떤 주제에 도달하려고 하지 않고, 누군가를 계몽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모든 작품은 허무를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설국>을 읽으면서 문장들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처럼, 다른 작품에서도 마음을 꿰뚫는듯한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예술 지상주의'라는 표현을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개인사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작품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 <설국>을 읽으면서 낯설었던 것들이 저자의 이 여행을 통해서 많이 편해졌다. 생소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다시 <설국>을 만나게 된다면 작품의 맛을 처음보다는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 일본판 소나기'라고 불리는 <이즈의 무희>,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고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품고 있던 죽음에 의식이 드러나는 소설이라고 하는 <산소리>등 알지 못했던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허무주의, 그의 문학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 작품들 또한 궁금해졌다.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설국>의 세계에 한 발 다가선 느낌이 들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덧붙여,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한 작가를 제대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은 더 큰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에치고유자와의 눈 덮인 모습, 교토의 삼나무숲, 내가 좋아하는 문학작품들의 배경이 되어 좋아하고 있는 가마쿠라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어서 여행서를 한 권 읽은 느낌도 들었다. 허연 작가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함께 하는 …… 여름으로 가는 길에 눈이 가득 담긴 이 책으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설국>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보는 것은 어떨까?
내 삶의 기념으로서
무엇을 남길 건가
봄에 피는 꽃
산에 우는 뻐꾸기
가을은 단풍 잎새
료칸 良寬
이 글이 계속 맴돈다.
ps ) 클림트, 헤밍웨이, 모차르트, 푸치니, 가와바타 야스나리까지 다섯 권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만났다. 그 중 이 책이 가장 좋았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마 <설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쉬움을 풀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작용해서였는지도. 한 사람을 깊이 알아가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계속 읽어나갈 수밖에 없겠다.
<고도>의 결정적 모티브가 된 삼나무숲
리뷰여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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