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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09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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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 파일/용량 | EPUB(DRM) | 52.64MB 파일/용량 안내 |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6만자, 약 1.9만 단어, A4 약 3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 ISBN13 | 97911679038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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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울고, 기도하고,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빌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실은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필요한 서류를 챙겨야 하고, 돈을 마련해야 하고,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도 산더미처럼 밀려온다.
장강명의 『서성이다』는 바로 그 순간을 이야기한다.
아내가 갑작스럽게 쓰러지고,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뒤 남겨진 남편의 3일. 아내의 생사를 걱정하면서도 대출과 집, 일처럼 현실적인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주인공은 자신이 너무나 태연하게 현실적인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의심한다.
‘내가 지금 이런 걱정을 하는 게 맞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신이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너무 무서워서 다른 감정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부분이 특히 아프게 다가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순간에도 우리는 완벽하게 슬퍼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병원비를 걱정하고,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려운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아내의 등을 떠밀었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자신을 자책한다. 자신이 너무 강하게 등을 밀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그 때문에 아내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나 역시 사랑하는 가족이 아팠을 때 가장 먼저 ‘내가 뭘 잘못했을까’를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아프게 다가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무력감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다.
그래서 주인공은 계속 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믿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언가라도 붙잡고 싶어서.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먼저 죽기 때문에 신을 발명한 것이다. 무언가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빌고 싶어서.
이 문장이 오래 남았다.
나 역시 사랑하는 존재가 아팠던 순간에는 평소에는 믿지 않았던 무언가라도 붙잡고 싶었던 적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사람은 정말 간절해진다.
한편으로는 ‘신의 뜻’이라는 말에 화를 내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 장면을 읽으며 과거 가족의 투병을 겪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힘겹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신이 데려가려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들었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기에..
그래서 『서성이다』 속 주인공이 신에게 분노하는 마음도 낯설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비극 자체보다 비극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너무나 솔직한 모습이었다.
사랑한다고 해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아프다고 해서 현실적인 걱정을 모두 내려놓을 수도 없다.
때로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제목이 『서성이다』인지 알 것 같았다.
아내의 곁을 떠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순간. 주인공은 그저 그 주변을 서성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 한참 그 자리를 서성이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조금씩 앞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그 시간을 멈출 수 없지만 잠시 서성일 수는 있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서성이다가 다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서성이다』는 불행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소설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그 시간을 견디는 사람의 이야기에 가까웠다.
사랑과 무력감 사이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한 사람의 아주 아픈 3일. 쉽게 위로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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