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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김금희 | 무제 | 2025년 05월 08일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22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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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리는 일 살리는 일 박소영 저 12,150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24*182*20mm
ISBN13 9791197221989
ISBN10 119722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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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어떤 시절을 완주하면 보이는 것들
친한 선배에게 사기를 당한 주인공 손열매가 좇아가듯, 혹은 쫓기듯 선배의 고향 완주마을로 떠난다. 그곳에서 각자의 사연을 품은 사람들과 한여름을 함께 보내며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김금희 소설가의 문장이 더욱 빛을 발하는, 무제의 듣는 소설 시리즈의 첫 권.
2025.05.02.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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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1명)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저서로는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등이 있고,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저서로는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등이 있고,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등이 있다.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에 「첫눈으로」를 수록했다.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애니멀호더에게 방치되어 사람과 멀어지고 야생화된 개 ‘코코’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2019년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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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13

출판사 리뷰

추천평

오래된 이론이지만 노스럽 프라이에 따르면 네 개의 원형적 장르가 있다. 긍정적 변화인 ‘희극’과 부정적 변화인 ‘비극’, 이상에 대한 추구인 ‘로망스’와 현실에 대한 직시인 ‘아이러니’. 김금희 소설의 특별한 균형 감각은 이번 소설에서도 여전해서 그는 이야기라는 다면체의 무게중심이라고 할 만한 바로 그 지점으로 우릴 데려간다.

손열매가 배신감과 궁핍함이 겹쳐 우울증을 앓다가 완주로 떠날 때 우리는 힐링의 희극을 예상하고 소망한다. 그러나 과거에 큰 재난을 겪었고 이젠 개발을 둘러싼 갈등에 시달리는 그곳은 청정 구역이 아닌데 그래도 거기엔 강동경(‘어저귀’)이 있다. 못 하는 일도 없고 안 하는 일도 없는 슈퍼히어로 같지만 실은 그 패러디라고 해야 할 인물인데 왜냐하면 그는 가장 ‘사람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압력 때문에 그가 대변하는 이상이 퇴장하고 말 때에도 우리는 손열매가 제 삶을 비극으로 끝내지 않으리란 걸 의심치 않는다. 손열매가 강동경을 통해 경험한 것은 그저 연애이기만 한 게 아니라 일종의 회복임을, 그것이 어떤 ‘동경’의 ‘열매’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 동경 혹은 열매란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프라이는 위의 네 장르를 각기 사계절에 매칭하기도 했던가. 제목 그대로 이 소설이 다루는 건 여름이지만 우리는 사계절을 다 경험한 것 같다고 느낀다. 사계절, 그러니까 인생이라는 다면체의 다른 이름 말이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첫 여름, 완주』는 시작과 동시에 높은 채도의 개성 넘치는 문체와, 드라마와도 같은 친절한 호흡으로 등장인물들을 눈 깜짝할 새에 독자에게 소개한다. 그 속도와 리듬감은 흡사 영화 「마스크」 속 스탠리 입키스, 그러니까 짐 캐리의 춤을 연상케 한다.

춤추듯 완주 마을로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뻔뻔하면서도 어딘가 미스터리한 매력을 풍기는 마을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을과 숲을 지키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나무와 꿀벌을, 비밀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픽픽’ 웃음이 나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 슬프지 않은 장면이 하나도 없다. 반대로 나뭇잎 한 장에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고(故) 신해철 선배의 유쾌한 대사 한 줄에조차도 필연 같은 슬픔이 서려 있지만, 어저귀의 숲에 취하기라도 한 건지 희한하게도 자꾸 ‘흥흥’ 웃음이 난다.

이끄는 곳마다
왱왱 꿀벌 소리와
보드라운 흙냄새와
억센 풀 냄새가 진동하는
완평에서의 걸음걸음.

방황이라는 레이스를 씩씩하게 ‘완주’해 가는 우리의 손열매.
그녀의 보폭을 따라 골목대장처럼 그 여름의 목적을 찾으러 다니다가 그만.

그 밤 그 숲에서,
영원의 신비(어쩌면 슬픔)를 느끼고 말았다.
- 아이유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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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9.4/ 10.0

AI가 리뷰를 요약했어요!AI리뷰 안내

김금희의 "첫 여름, 완주"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완주 마을의 푸른 자연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깊은 안녕을 주며,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 소설은 독서의 경험을 제공하며, 작가의 감각적인 표현과 재치 있는 문장으로 독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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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사라지지 않으려는 마음의 온도
평점10점 | c*****9 | 2025-11-07 | 신고

사라지지 않으려는 마음의 온도   ? 김금희, 『첫 여름, 완주』를 읽고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 목소리는 활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기면 문장 사이로 스며드는 체온, 오래 묵힌 슬픔의 냄새, 한 문장을 쓰기까지 쏟았을 작가의 마음 속 리듬이 느껴진다. 좋은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종종 묘한 조용함 속에 잠기는데, 이야기가 아닌 ‘말하지 않은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

김금희의 『첫 여름, 완주』는 바로 그런 조용한 책이다. 세상의 소음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 말 대신 ‘들음’으로 서로를 감싸는 여름의 저녁 같다. 화려한 묘사나 격한 긴장보다, 삶의 결을 따라 흐르는 섬세한 숨결로 이루어져 있다. 읽는 동안 언어가 아니라 ‘공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작가는 마치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당신이 잃어버린 목소리를, 이제 들어도 괜찮아요.”

주인공 손열매는 성우였지만 더 이상 말을 못하는 사람이다. 잃은 건 단순한 직업적 능력이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잇는 가장 깊은 통로였다. 완주로 돌아가 만나는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말로 가리려 하지 않고, 조용한 온기로 감싸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말 대신 기다림으로, 설명 대신 동행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느림’에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관계와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김금희는 서두르지 않는다. 인물들은 실수하고 멈추고 오래 망설인다. 그러나 그 느린 시간 속에서 인간의 온도는 되찾아진다. 삶은 결국 사랑과 상실, 기억과 화해를 반복하며 조용히 완주해 나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이 책은 한여름의 빛과 그림자로 보여준다.

이 작품을 읽으며 “듣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우리는 사랑을 말로 증명하려 하지만, 진짜 사랑은 귀를 기울이는 데 있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들지 않고, 그의 숨결이 어디에서 떨리는지를 느끼는 일. 『첫 여름, 완주』는 그런 ‘경청의 문학’이다. 김금희는 독자에게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안의 침묵을 오래 바라보게 하고, 그 침묵 속에서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듣게 만든다.

책을 덮은 뒤 한동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남아 있었다. 누군가 내 안의 무너진 부분을 조용히 만져준 느낌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책이란 결국 사람을 듣게 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이야기의 요약이 아니라, 감정의 공명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도.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주고받는 시대에 산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말보다 ‘듣는 용기’, 판단보다 ‘머무는 시선’ 아닐까. 김금희의 문학이 그랬듯 우리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데서 출발하길 바란다. 이 책의 모든 문장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살짝 어루만지는 조용한 여름의 손길이 되기를.

1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16 댓글 14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첫 여름, 완주
평점10점 | k******5 | 2025-08-19 | 신고
평상시에는 날씨나 산, 바다, 바람 등 자연을 감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러다 요즘같이 푹푹 찌는 무더위의 한가운데 놓이게 되면 이건 뭐 날씨의 죽 끓는 듯한 변덕 앞에 인간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곤 나무 한 그루의 소중함을, 시원한 한 줄기 계곡물의 값어치를 알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여름은 가장 자연을 실감하기 좋은 계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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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라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완주가 고향인 수미라는 친구를 찾아 떠나는 손열매의 여행기. 자연을 묘사해 인물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았던 이번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 <첫 여름, 완주>는 저에게 가장 여름다운 소설이었습니다. 이제 여름 하면 제 머릿속에 떠오를 첫 번째 책은 #첫여름완주 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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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의 마음은, 그러니까 처음의 마음은 어떻게든 찾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돈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명예가 되었든 간에. 그런데 말이죠. 일상을 벗어나 찾아간 그곳에서 예기치 않은 사람들을 만나고, 바람을 만나고 햇살을 만나고 별을 만나며 내가 찾던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열매는 완주에서 수미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장의사이면서 매점인 곳에서 알바를 하며, 양미와 친구가 되고, 사랑하는 어저귀를 떠나보냅니다. 떨리고 작아진 목소리에는 힘이 생기고, 죽은 줄만 알았던 연애 세포도 살아납니다.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 것이죠. 바로 완주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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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가 찾아낸 어린 수미의 일기장에는 어저귀와의 사연이 적혀 있었고, FM 음악도시의 신해철 님의 음성 또한 담겨 있어요. 게다가 열매와 양미의 케미는 어쩜 이리도 현실적인지! 저는 김금희 작가님의 이런 감각이 놀랍고 충격적이었어요. 마왕 신해철 님의 음악 세계를 논하던 그녀는 요즘 아이들의 대화법에도 어쩜 이리도 능수능란하신지!
김금희 작가님의 작품 중에 #복자에게 를 가장 좋아하는 데요. 이번 <첫 여름, 완주>과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인공이 일상을 벗어나 타지로 떠난다는 설정, 친구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인생의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두 작품의 공통점이기도 했죠. 
저는 <복자에게>에서 복자가 영초롱이를 데리고 신령님께 인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번 작품에 등장한 어저귀도 그런 신성한 존재라는 점이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그녀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우정. 우정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웃음과 눈물, 감동이 한데 어우러진 김금희 작가님의 이번 소설, 참 좋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매년 여름이 돌아보면 꺼내 읽을 소설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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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완평에는 어디든 물이 있었다. 물을 보며 전철을 타고 오는 동안 손열매는 고향 보령의 바닷물을 떠올렸다. 바다가 누군가의 세찬 몸짓이라면 강물은 누군가의 여린 손짓 같았다.
??p.32 사람들에게 부모란 때론 온화한 태양 같기도 어느 날은 상당한 심술을 품은 태풍 감기도 한, 자식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자기 주도성을 갖기 어려운, 날씨나 계절 같은 존재인데 수미는 늘 건조하고 덤덤했다.
??p.123 여름을 왜 식히넌 겨, 여름이 여름다워야 곡식도 익고, 가을, 겨울이 넉넉해지지. 순리를 거스르믄 좋을 거 읎어. 털도 내리쓸어야 빛이 나는 겨.
??p.151 손열매_ 진실이 뭔지 알아야 대화를 하지
어저귀_ 진실은 누가 판단 내리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손열매_ 역시 흑담즙 철학자답네. 그럼요?
어저귀_ 그냥 그 순간 경험하는 거지.
??p.155 달을 비추기 위해 기꺼이 더 어두워진 연못의 물결 소리.
뾰족한 전나무 잎들이 공기 중에 긋는 투명한 빗금 소리.
흙 알갱이를 짚으며 땅벌레들이 길을 찾는 소리.
…… 그러다 어저귀와 열매 위로 내려 앉는 소리.
그렇게 밤이 존재하는 소리.
??p.169 오늘 완평군에서 사연 보내 주신 청취자분, 이런 말 무력하게 느껴져서 그렇지만 힘내시기 바라겠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몫을 또 완주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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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친 듯이 더운 요즘이지만,
이게 바로 여름인 거겠죠?
여름이 여름다워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는 요즘,
어쩌면 곧 이 여름도 그리워지는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15 댓글 12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소설] 첫 여름, 완주 | 듣는 소설
평점10점 | c********u | 2025-08-12 | 신고
어느 인터뷰에서 배우 박정민은 김금희 작가의 문장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출판사 무제의 대표란 것도, 김금희 작가도 그 인터뷰를 통해 알았다.

보는 책보다 듣는 책이 먼저 발간된다는 색다른 발상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작가의 문장과 목소리의 주인공 등 온통 궁금한 것투성이였다. '먼저' 읽고 싶다는 생각에 주문해 놓고 이런저런 개인사에 묵혀두다 먼저 읽고 뒤이어 들었다.

작가는 2009년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산문, 소설, 장편, 중편, 단편, 연작으로 여러 작품과 젊은작가상 대상을 비롯한 아주 많은 상을 수상했지만 나는 <첫 여름, 완주>가 처음이다.

"얼마나 많은 웃음이 이 여름에 깃들어 있을까." 책날개 작가 소개 옆에 그의 필체로 된 사인이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는지 이런 여름에 얼마나 웃을 수 있는지 생각한다. 뜨거운 8월에 태어난, 난 여름이 싫다. 땀이 나지 않는 여름은 생명을 위협하니까.

와, 미치겠다. 어린 열매의 이 기멕힌 멘트에 물고 있던 커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못하고 뿜어 내버렸다. 패드 화면에 세계 지도가 흐른다. 제길! 열매에게 쫓아가 귀엽다고 볼따구니를 잡고 늘려 주고 싶을 지경이다.

아, 재밌다. 무조건 재밌다. 아직 사춘기가 오기 전, 한글을 배울 시간이 없던 팔십 세 할아버지에게 열매가 <마스크> 한 편을 통째로 보여 줄(?) 만큼 열의를 보이더니 결국 공채 성우가 되고, 떨리기 시작한 목소리가 결국 종종 나오지 않는 날이 생긴 어느 날까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냥 쫙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상하게도 그냥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30대가 된 열매에게 돈 빌려 증발해 버린 고수미의 이야기가 무척 안타깝고.

"보령에서 올라와 오랫동안, 대학을 졸업하면, 서른이 되면, 경력이 차면, 듬직한 안정으로 나아가리라 믿었지만 이상하게 삶은 매번 흔들렸다. 마치 우는 사람의 어깨처럼." 15쪽

'마치 우는 사람의 어깨처럼'이란 표현에 울컥할 사람이 많겠다, 싶었다. 마치 나처럼. 대학을 졸업해도, 쉰이 한참 넘어가도, 경력을 채울 만큼 채워도 삶은 기어코 나아질 기미가 없다. 당연하지 않은, 아니 당연하면 안 되는 일상이 점점 당연해지는 게 기이해진달까.

'여름 환한 햇살을 배경으로 내리는 빗소리 같은 느낌'이란 지문을 보면서 아, 그런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한다. 후텁지근함이 피부에 내려 붙지만 살짝 시원한 바람기 같은 게 있고 또 그 사이로 따뜻함이 밀려오는 느낌일까?

문득 더위를 먹든 말든 창밖으로 돌아누워 디민 얼굴로 따뜻한 햇살을 정통으로 다 받아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게 또, 할부지와 실없는 대화에서 '얼른 늙고 싶다'라는 말 할 때 열매의 심정이 읽혀 곤란했다. 젊음이 올매나 좋은지 알면서도 시간이 삽시간에 지나버려 늙었으면 하는 마음이, 세상 어디도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해 버둥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그랬다. 그럼에도 그런 모든 것들이 다 헛소리이기를 바랐다.

"그날 밤은 큰 도화지를 척척 접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갔다. 한 번 접었을 때 손열매는 밤의 교량을 터덜터덜 걷고 있었고 한 번 더 접자 개구리 소리가 왁왁 나는 개천을 마치 하늘을 날듯이 사뿐히 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접었을 때쯤에는 늘 보는 버스 정류장 위로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목이 아플 때까지 별을 보고 있다가 손열매는 자기도 모르게 '거기 외계인이라면서요'하고 심상하게 물었다." 101쪽

마치 시간이 공간을 접어내듯 공간을 타고 넘는 열매의 얼굴이 그려져 기분이 막 좋아졌다. 완주의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어지니 말이다. 잘 정돈된 문장 사이로 자꾸 재치 넘치는 문장에 한참을 낄낄 거리게 만든다. 이런 문장력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작가도 외계인 아니삼?

당황? 허무? 허구의 세계를 동경하는 창세기 비디오 대여점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완주 매점의 공간의 의미를 알아챘어야 했나? 어쩌면 자작나무 숲속의 어저귀의 공간이었던 공소도?

어저귀 말마따나 삶은 시작과 끝을 어차피 알 수 없으니 동강난 허리통 정도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열매와 수미의 완주는 분명 희망적이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뭐, 그러고 보면 달리는 버스에서 졸 수 있는 열매의 시작으로 끝이 나는 걸 보면 희망일지도.

어쨌든 인간애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작가가 고맙고, 각자의 몫을 온전히 완주하길 바라는 박정민 배우의 끝인사도 뭉클했다. 이제 나는 내 몫의 완주가 무엇일까, 생각한다.

처음에 보는 세상에서 많은 부분 듣는 세상으로 견뎌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읽고, 듣고 나니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특정한 감각들에 머무르지 않는, 오감이 다 휘몰아치듯 즐거운 독서가 됐다. 듣는 독서의 생생함에 낭독은 쨉이 안 된다.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듣는 책을 볼 수 있다. 꼭 보고 듣고 하시길 추천한다.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 https://www.nl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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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해서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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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첫 여름, 완주》 "우리는 각자의 몫을 또 완주해야 하니까요"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m*****3 | 2025-05-09 | 신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를 빌려보던 시절이 있었다. 비디오를 빌린 뒤 케이스에서 꺼내 까만색 플라스틱 테잎을 플레이어에 넣으면 '호환, 마마' 어쩌구 하는 영상이 먼저 나왔다.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를 받은 뒤 책을 꺼내는 순간, 건너뛰기도 빠른 배속도 할 수 없던 그때 그 시절이 떠올랐다. 내게는 철길 건너의 도서&비디오 대여점이 있었는데 《첫 여름, 완주》에는 '창세기 비디오'가 있다. 

《첫 여름, 완주》로 들어가려면 경의중앙선 열차를 타고 마을버스로 갈아탄 뒤 완평의 '완주리'로 가야 한다. 가상의 공간인 '완주'는 어쩐지 내가 아는 곳을 배경으로 한 것만 같아 경의중앙선을 타고 무작정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면 수미 엄마네 장의사 겸 매점 앞에 닿을 수 있을까?

성우인 '손열매'는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룸메이트 '고수미'가 돈을 빌린 후 잠수를 타자 그동안의 우울증이 더 심각해지면서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게 된다. 돈도 사라지고 사람도 사라지고 목소리도 사라진 열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답답하기만 하다. 

열매는 수미의 소식을 알 수 있을까, 빌린 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수미의 고향인 완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미 엄마는 암투병 중에도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다. 작은 시골 마을인 완주리에는 그곳의 원주민들과 이주민, 다문화 아이들, 자연 그 자체이자 사람 그대로의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어저귀'가 있다. 마을이 지니고 있는 아픔과 재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속 시끄러운 일도. 

손열매     할아부지, 나 사랑을 잃었네.

할아버지  사람을 잃었어? 워떤 놈이 너를 차부렀어? 며감댕이(모가지)를 비틀어 젓갈을 당글 놈이네. 언놈이 내뺐어? 내가 그놈 앞에 나타나서 심장 마비를 걸리게 해 버릴 테니께.

손열매     사람이 아니고 사랑을 잃었다고, 사랑.

할아버지  사랑? 이, 사랑은 잃는 게 아니여. 내가 내 맘속에 지어 놓은 걸 어떻게 잃어? <212쪽>

《첫 여름, 완주》는 '듣는 소설'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인물들 간의 대화나 화면 전환 설명 등이 더 생생하다. 책을 읽고 있는데 듣고 있는 것처럼 인물들과 장면이 활자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글을 보기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 오디오북으로 먼저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점자 도서로도 만날 수 있다면 손이나 귀로 책을 읽는 분들께 더욱 좋을 것 같다. 

열매는 완주에서 지내는 동안 돌아가신 할아버지 꿈을 자주 꾼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나누는 둘의 대화는 더더욱 정겹게 들렸고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가 참 부러웠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꿈에 출현해서 부모나 다른 가족으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위로와 응원을 열매에게 계속 보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꽃과 나무에게 물을 주듯 할아버지는 열매에게 계속 물을 준다. 열매가 말라죽지 않고 자신만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열매는 순리를 거스르지 말라던 할아버지 목소리를 떠올렸다. 진짜 만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잊히지 않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그때 그렇게 가 버린 뒤 할아버지는 정말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이별이 이 여름에 깃들어 있는 것일까. <136쪽>

완주리의 마을 사람들도 그러고 있는 것 아닐까? 중학생 양미와 열매가, 양미와 양미의 친구들이, 이장과 마을 사람들이, 열매와 수미 엄마가, 수미와 열매와 어저귀가, 자연과 자연이, 자연과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생에 물을 주고 돌봐가며 각자의 계절을 살아낼 수 있도록, 그래서 여름이 지난 뒤 기어이 크고 작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여름, 그리고 다가오는 또 다른 계절들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각자의 계절과 서로의 계절에 물을 줘가며 잘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외롭고 상처 난 슬픈 마음이 생긴다면 잠시 넣어둘 수 있도록, 그 마음에 바람을 쐬어주고 물을 줄 수 있도록 우리만의 '완주'를 한 군데쯤 갖고 있어도 좋겠다. 

신해철 : (중략) 세상에는 드라마틱한 사고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고는 사고죠. 죽음은 슬픈 거죠. 레너드 스키너드의 「심플 맨 Simple Man」으로 문을 닫겠습니다. 오늘 완평군에서 사연 보내 주신 청취자분, 이런 말 무력하게 느껴져서 그렇지만 힘내시기 바라겠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몫을 또 완주해야 하니까요. <169쪽>

*이 글은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mjs0413/223859803295)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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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소외에서 순리로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t*********3 | 2025-05-03 | 신고
여름은 늘 나를 소외시키는 계절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직 나만 빼고 온 세상이 눈부시게 푸르른 인상이라, 그 찬란한 청춘 같음에 짓눌려 내 그늘이 더 짙어졌다. 그리고 그 가차 없는 뜨거움에 외출할 때면 눈물인지 땀인지를 항상 흘려야 했으므로, 여름은 과연 나에게 꼴찌로 좋아하는 계절이다. 이런 여름에 대한 인상을 품은 채, 먼저 <첫 여름, 완주>를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가끔 울고, 자주 웃었다. 어저귀의 시작이었던 그 녹색의 푸름에, 완주 마을에 내린 아래로부터 차오르는 비에, 여기(현실)에는 없는 그 낯선 곳에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사는 사람들로부터 나는 깊은 안녕을 얻었고, 또 자애로워 보이는 대자연이 사뭇 무서워졌고, 낯선 이들을 한 명 한 명 지금 안아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면서 울고 웃었다. 종이책을 다시 읽을 때는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보다 소설 속 한여름이 나에게 더 크게 팔 벌려 곁을 내주었다. 나무로부터 나와 내 손에 들린 종이책이라서일까. 기꺼이 큰 품을 내주어 아주 작은 나의 자리는 여기 얼마든지 차고 넘친다고 환영해 주고, 곧 함께 푸르러질 계절이 되었다. 내 그늘이 음습하기만 한 찬란함에 짓눌린 그늘이 아니라, 실은 숲 바닥에서 작은 벌레들, 그리고 버섯이며, 미생물이며, 포자며, 지류며…. 하여튼 생명력 넘치는 영양가 높은 기름진 땅의 기분 좋은 서늘함을 품은 음지로 바뀌었다.
157p. 굳이 설명한다면 친교 적 조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
그런 생명을 품은 땅이라면 살아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도 내 여름 속의 그늘(음지)로부터 나올 수 있겠다. 작은 생명부터, 동물, 사람에 이르기까지. 돕고, 돌보고, 들여다볼 마음이. 그렇다면 난 여름에게 소외당하지 않고 소외시키지도(내가 여름을 안 좋아한다고 여름이 신경이나 쓰겠냐마는) 않고 서로를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의 인상이 자꾸만 크게 펼쳐져 보여서,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게 된 문장은 열매 할아버지의 말이 되었다.
123p. 여름을 왜 식히넌 겨, 여름이 여름다워야 곡식도 익고 가을, 겨울이 넉넉해지지.
순리를 거스르믄 좋을 거 읎어. 털도 내리쓸어야 빛이 나는 겨.
 자연-스럽다, 自然-  : 꾸밈이나 억지가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데가 있거나, 본래 그대로의 특성이 있다. 순리를 거스르면 좋을 거 없다는 할아버지의 말. 털도 내리 쓸어야 빛이 난다는 말. 그냥 그 상태로 두면 좋고, 빛나고, 넉넉해진다는 말을 오래 생각했다. 돈으로 환산된 가치들과, 그것들을 향해 마음의 병을 얻어도 부단히 노력하는 청춘들(나조차도)과, 평가받는 일에 매몰되어있는 요즘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인위적으로 보인다. 직선으로, 경쟁적으로 내달려 정해진 1등이 단 한 명인 레이스보다, 동그란 원 안에서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 모두가 1등일 수 있는 삶 속에서, 물이 흘러가야 하는 길을 그냥 아는 것처럼. 억지 없이 자연스럽게, 행복하게 우리 각자의 완주를 이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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