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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5년 01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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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66쪽 | 284g | 124*188*17mm |
| ISBN13 | 9788932043470 |
| ISBN10 | 8932043477 |
9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오아시스는 보통은 사막같은 고통의 끝에 있는 희망을 뜻하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상실과 부재가 일어나는 바로 그 장소, 혹은 그 시간을 견뎌내는 일상 자체를 의미합니다.
삶과 일상의 내면을 사막 위의 신기루가 아닌 늪 위를 떠다니는 가벼운 비눗방울처럼 바라보며, 관찰자이자 주인공인 '나'를 둘러싼 두 가지 커다란 결핍이 일상의 풍경과 묘하게 뒤섞여 비극적 상황임에도 감각적이고 담담한 묘사가 돋보입니다.
"아프지 않는 법을 모르는 사람"인 엄마의 병실
엄마는 특별히 치명적인 불치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몸 여기저기가 고장나서 '아프지 않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법을 잊어버린 모습입니다.
'나'는 엄마의 간병을 위해 병실을 드나들지만 이곳은 슬픈 공간이 아니라 엄마와 군대식 암호를 주고받거나 병원 밥에 대해 품평을 하는 등 기묘할 정도로 일상적이고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공간입니다.
외삼촌의 실종, "어느 날 증발해버린 존재"
병실에서의 평화로운 대화 속에서, 엄마의 남동생이자 '나'의 외삼촌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외삼촌은 평소에도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인물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사라졌습니다.
엄마를 대신해 외삼촌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그가 살던 고시원이나 주변을 배회하지만 실종 신고를 하거나 울부짖는 대신 외삼촌이 남긴 사소한 물건들을 관찰하며 그의 삶이 왜 '실종'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무심하게 더듬어 나갑니다.
서울의 풍경, "비극 속의 오아시스"
'나'는 병원과 외삼촌의 거처를 오가는 길 위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응시합니다.
길가에 핀 꽃, 편의점의 진열대, 계절마다 바뀌는 과일 매대 같은 풍경들이 세밀하게 묘사됩니다.
가족의 투병과 실종이라는 거대한 불행이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거리는 여전히 활기차고 아름답게 돌아갑니다. '나'는 이 지점에서 괴리감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무심한 풍경 속에서 일종의 정서적 휴식(오아시스)을 얻습니다.
'슬픔의 거리두기'
가족이 아프거나 사라졌는데도 주인공은 마치 남의 일을 관찰하듯 차분합니다. 현대인의 방어기제이자 너무 큰 슬픔 앞에서는 오히려 일상이 비현실적으로 평온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포착한 기분입니다.
"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하는 궁금증과 "그런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예쁘고 아기자기하지?"하는 모순된 감상을 불러일으키며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ㅡ "엄마는 아프지 않는 법을 잊어버린 게 아니라, 아픈 채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몰랐다."
병을 고쳐야 할 불행으로만 보지 않고, 삶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려는 주인공의 독특한 시선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ㅡ "서울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법은 간단하다. 가장 슬픈 순간에 가장 맛있는 과일을 먹는 것."
거창한 구원이 아니라, 일상의 아주 작은 감각적 즐거움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작품의 핵심 주제(주제의식)를 관통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상실을 다루는 세련된 태도는 관조적 분위기 속에서도 삶의 한 순간에 떠올리는 평온한 내면의 일상으로 승화한 것입니다.
거창한 연대보다는 "아군끼리는 아는 암호"처럼 사소하지만 따뜻하고 확실한 유대가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점을 강조해 주는 것 같네요.
비극적인 서사 구조를 피하고 감각적이고 가벼운 필체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 속의 어두운 그림자를 서울의 '평범한' 오아시스를 통해 내면화하고 대체한 것 같아 때론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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