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맛의 과학 대중서
신맛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볍고, 단순한 분자
단맛, 짠맛, 감칠맛을 선명하게 해주는 섬세한 맛
세계 유명 셰프들…
왜, 발효식초를 직접 만들어 요리할까?
다루기 어렵지만, 최고의 풍미 향한 급소의 맛
오미(五味) 중 가장 알쏭달쏭, 지루하지 않는 맛
초산(식초), 젖산, 구연산, 사과산, 주석산, 석신산, 푸마르산
식초는 식욕 돋우고, 소화흡수 도와주는 건강 물질
『요리의 방점, 경이로운 신맛 _셰프를 유혹하는 신맛과 산미료의 과학』(헬스레터, 25,000원)은 오미(五味)의 섬세한 맛을 모두 드러나게 해서 풍미를 넉넉하게 하는 신맛과 음식에 신맛을 더하는 산미료의 과학적 원리를 밝힌 ‘신맛 대중서’다. 음식에 신맛을 부여하는 것은 수소이온(H+)이다. 수소이온은 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볍고, 단순한 물질이다.
최낙언 필자는 “오미(五味) 중 신맛은 그 물질이 가장 다양해요. 초산(식초), 젖산, 구연산, 사과산, 주석산, 푸마르산 등 유기산은 식품과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분자이지요. 식품첨가물 중 신맛(산미료)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생명 현상 자체를 느끼는 맛입니다.”라며, “유기산의 기원을 추적하면 생명의 핵심 기작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식초의 톡 쏘는 신맛은 잃었던 식욕을 돋워 주고,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흡수를 돕는다. 더위나 피로로 입맛이 없고 면역계 기능이 떨어질 때면 식초와 싱싱한 채소를 듬뿍 넣은 오징어무침이나 오이냉국을 먹게 되면, 입맛이 돌고 온몸에 활기가 생긴다. 또 식초는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며 식초에 들어 있는 유기산은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생선요리를 하거나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는 채소 요리를 할 때는 식초를 많이 사용한다(123쪽).
식초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 피로 회복기능이 있고, 칼슘 흡수도 돕는데,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가 유명하다. 조개껍질은 탄산칼슘으로 돼 있고, 진주도 탄산칼슘이다. 로마 시대의 실력자인 안토니우스가 이집트를 방문하자 클레오파트라는 식초가 담긴 잔속에 자신의 진주 귀고리를 담근다. 가장 아름답고 귀한 진주 귀고리는 서서히 녹아들었고, 그녀는 단숨에 ‘진주 귀고리’를 마셔 버렸다. 그녀의 대범함에 안토니우스는 마음을 뺏겼다. 진주가 식초에 녹는 건 사실이다. 진주 뿐 아니라 달걀껍질 같은 칼슘염은 pH가 낮을수록 잘 녹 는다. 하지만 식초에 진주가 다 녹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클레오파트라의 이벤트는 눈속임이거나 과장된 이야기였을 것이다.
위산의 역할 중에 이런 기능이 있는데, 식초도 칼슘의 용해도(흡수도)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식초는 위궤양이나 위산과다 등 위에 문제가 있거나 신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초산이나 유기산이 위벽을 자극해 속 쓰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맛’인 단맛, ‘생존의 맛’인 짠맛과 달리 신맛은 오미의 특성을 섬세하게 잘라준다. 음식의 풍미를 넉넉하게 ‘럭셔리한 맛’을 낸다. 신맛은 다른 맛을 휘어 감는 역할을 하는 알쏭달쏭한 신비의 맛이다. 세계 유명 셰프들이 요리의 정점에 신맛을 두는 이유도 같다. 맛의 균형을 잡아서 요리가 훨씬 맛있게 느껴지게 하거나, 섬세한 맛을 모두 드러내게 하여 풍미가 단조롭지 않고 풍부하게 해준다. 맛이 지루하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신맛은 인류의 음식 역사와 스토리를 자양분으로 먹고 성장해 왔다. 유명 셰프와 음식 장인의 손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정점을 향해 길러지는 중이다. 이렇듯, 소수의 손에 의해 키워지다보니, 신맛의 발전 속도는 더디기만 했고, 일반 대중에 기술이 전수되기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세계적인 음식점인 덴마크 레스토랑 노마(Noma)에서는 셰프가 발효식초를 직접 만들어 요리에 사용한다. 국내 유명 셰프들도 최근에는 식초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신맛은 발효 식초와 기원을 같이했고, 식품산업은 산미료와 발전을 함께 했다. 신맛 가치의 무궁무진함과 경이로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과학적 성찰에 대한 욕구는 최근 분출됐다. 식품산업에서 신맛과 산미료, 알칼리 물질의 이해는 중요한 개념이다. 건강한 식품을 만들어내는 핵심 정보이다. 식품산업 종사자이면 신맛과 산미료 이해가 필수 지식이 된 것이다.
최근 입맛을 사로잡은 발효식초와 사워도우, 사워비어, 신맛커피, 내추럴 와인 등의 인기는 신맛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신맛은 단맛과 짠맛, 매운맛과 쓴맛, 감칠맛 특징의 모호함을 혀가 잘 느낄 수 있게 분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신맛은 다른 맛들의 조합을 디테일하게 잘라주는 몫을 하고 있어 ‘럭셔리한 맛’으로 표현된다.
〈각 장별 내용 소개〉
1장에서는 신맛과 산미료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신맛과 산미료의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유기산의 전체적인 역할을 알고 나면 왜 신맛이 5가지뿐인 기본 맛의 하나인지 알게 될 것이고, 신맛(pH)을 감각한다는 것이 단맛과 짠맛에 비해 결코 그 역할이 작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장은 질산, 황산, 인산, 염산 같은 무기산(또는 미네랄산)을 다루었다. 보통 염산, 질산하면 흔히 위험하고 생명과는 전혀 무관한 물질로 생각하지만 우리 몸의 위산이 염산이고, 나머지는 식물의 필수 미네랄 산이다. 질산은 식물이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핵심 질소원(N)이고, 인산(P)은 DNA와 에너지 대사의 핵심 미네랄이고, 황산은 식물이 황(S)함유아미노산을 만들 때 필수 성분이기도 하다. 식물이 자라는 땅도 규산이라는 무기산이다. 무기산은 화학 산업의 시작이자 생명의 시작인 셈이다.
3장에서는 식품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발효나 에너지 대사에서 핵심이 되는 유기산에 대해 다루었다. 많은 사람이 탄산하면 몸에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물질이기도 하다. 우리 몸에 흡수된 유기물은 최종적으로는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혈액에 탄산의 형태로 녹았다가 폐로 배출된다. 그리고 유기 물을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중간과정의 물질이 피루브산, 젖산, 구연산 같은 유기산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주목적이 바로 우리가 살아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원(ATP)을 얻기 위함이다. 유기산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먹는 주목적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말인 셈이다.
4장에서는 통상의 산미료의 관점에서 벗어난 좀 더 다양한 유기산을 다루었다. 그 중에는 감칠맛을 내는 유기산도 있고, 보존성을 높이는 유기산, 그리고 좀 더 특별한 기능을 하는 유기산도 있다. 이런 유기산이 식품과 요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