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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발행일 | 2012년 03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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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82g | 140*210*20mm |
| ISBN13 | 9788901143132 |
| ISBN10 | 8901143135 |
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생각해보면 살아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의심이 들었을 때가 진정 살아 있는 순간이 아니었던가 싶어. 난 요즘 살아 있다는 게 의심이 들지 않아. 그냥 살아 있는 거야. 의심없이. (39쪽)
차가 막힌다. 운전하는 수많은 차량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저 많은 사람들이 사고도 내지 않고 저렇게 인내하는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시골에 명절을 보내러 갈때도 차가 무척 막힌다. 고속으로 쌩쌩 달려야 할 고속도로고 무한정 정체되어 거북이 기어가듯 가기도 한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빠르면 4시간이면 갈 거리를 12시간 13시간 걸려 가기도 한다. 그럴때 차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결혼전엔 이런 삶이 부러웠다. 명절이라 시골에 다녀왔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친정엄마는 우리도 시골에 사시는 이모님댁에 놀러갔다오면 안되냐고 해도 엄마는 안된다고 하곤 했다. 그래서 시댁이 시골이라 얼마나 기뻣는줄 모른다. 그런데 막상 시골에 내려가는 길 차가 막히면 머리에서 모락모락 무엇인가 올라오면서 돌아버릴 지경이다.
답답해서 제정신으로 앉아있는 내가 신기할 정도다. 고속도로에서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고 커다란 하늘 하래 펼쳐진 일렬로 늘어선 고속도로에서 숨막혀 죽을 것만 같다. 고속도로가 외부가 아닌 마치 예전 가공된 삶을 살아가는 [트루먼 쑈]가 연상되면서 어서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늘위로 장막이 열리며 그곳으로 나가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든다. 그런데 남자들은 시골이 어려서부터 시골이 집인 사람들이 꽉 꽉 막히는 차안에 얌전히 앉아있는 모습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보통은 우락부락 하고 화도 잘내는 툭하면 싸우는 사람들이 이렇게 질서정연하게 안전 운전을 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가끔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그건 극히 드문일이니 말이다.
그렇게 자신이 처한 처지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놀랍기만 하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형님네가 우리 집에서 두 시간 거리에 사시는데 차가 막히다보니 가려면 답답할때가 많다. 그많은 차들의 행렬을 보며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하나 '야! 답답해!' 하고 이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그 대열에서 잠깐 멈추었을때의 심정이란? 말할수 없는 정막감과 세상이 뻥 뚫인 듯한 시원함이 들기도 하고 나혼자만 정상적인 세상이 아닌 무엇가 위험지역으로 이탈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끔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 근처를 걸을때 사람이 없이 적막할때의 느낌이란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있는 두려움을 갖게 하곤 한다.
그런 생각들이 송글송글 올라오게 하는 그런 책 [존재인 척 아닌 척]. 예전에 봤던 영화도 생각난다. 아 그 영화 제목이...아! [프라하의 봄]이었던가?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영화가 떠오르는 소설이다. 현실속에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현실속에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인지하고 그 부분에 막연히 침몰하게 되는 상황.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주인공은 어디론가 길을 떠난다. 계획적인 떠남이 아닌 자신도 인지 하지 못하는 어떤 여행이 시작된다.
정착해서 절대 자신의 집을 떠나서는 안되는 아이는 어쩌면 떠나고자 하는 엄마와 아빠의 상태를 간절히 대변하는 듯도 하다. 넌더리 나는 얼그러진듯한 삶을 버리고 자연속으로 본래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얽매이지 않으려는 모습과 그런 무보가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처럼 부모가 내 삶은 온전히 지지해주는 기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절대 집이 아닌 곳에서는 자지 못하는 불안감을 가진 딸아이.
아이를 키우다보니 신기한걸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극도로 소극적인데 아니는 그렇지 않다. 아주 적극적이다. 물론 완전이 적극적이야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나와는 다른 적극성을 띠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갖지 못한 모습을 마치 아이가 이거야? 하고 말하는 듯하다. 반면에 적극적인 부모들 밑에 자라나는 마치 나인것처럼 소극적인 아이의 출현.
무언가 정체된 삶을 극도로 혐오하는 듯한 진진은 돌고 돌아서 삶의 진정성을 찾는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남편 병호 역시 아내가 떠남으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채우려하기보다는 어쩌면 자신을 열어놓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현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하는 여성으로 아이도 잘 키우고 자신도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아내 진진. 그러다 불현듯 아이와 남편을 떠나 자신이 갈구하는 모습을 찾아 드디어 원하는 것을 찾았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결코 하고 싶어하지 않던 밥하고 빨래하는 일을 하면서 이제야 비로서 자신이 원하는 평안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진진. 삶은 모순 투성이고 지지부진하고 알수 없는 수수께끼다.
집을 떠나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들은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이 책속의 병호에게 동조할까? 글이란 이렇게 조각조각 난 삶들을 분석하고 모색하고 탐색하는 작업이다.
진진이 아주 느리게 걸었다. 그는 그녀가 걷는 속도로 걸었다. 그녀는 예술에 의지해 상처를 돌보려 하는 것으로 보였다. 느린 것이 모두 아름답지는 않지만 빨라서 완성시키는 아름다움에 비하면 느리게 완성되는 그것은 월등하고 유구했다. 칼질, 총질, 삽질. 그런 질들은 빠르지만 아름답지 못했다. (227쪽)
도시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목장 마을에서 살 수 있었다. 불행이 있어야 행복이 있듯이. (270족)
이 대목에서도 삶의 양면성을 볼수 있다. 도시가 있기에 목장 마을이 존재할수 있다는 이야기.
매사에 이유가 있다고 믿는 건 아주 가혹한 일이다. 그가 자신의 몸을 노숙과 방랑의 중간 영역에 있는 자신만의 소요 세계로 떠밀어 넣은 지 오래되었을 때, 그는 문득 진진이 그때 왜 그 그림을 보고 싶어 했을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진진은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왜 자기가 그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지. 마찬가지로 그는 자기가 왜 떠나왔는지, 무엇으로부터 떠나왔는지, 자신에게 있는 자유가 왜 이렇게 부담스러운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대답은 한 가지였다. 원래 나는 이런 인간이었어.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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