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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발행일 | 2017년 1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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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 파일/용량 | EPUB(DRM) | 1.69MB 파일/용량 안내 |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6.6만자, 약 5.4만 단어, A4 약 104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 ISBN13 | 97911315846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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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목적이 섞인 시작이었던 것 같다. 예린에게 파리는 우연히 향했다가 반한 도시이기도 하고, 그녀가 공부하는 미술을 위해 머물 곳이 되기도 했다는 게 좀 아이러니이지만, 어쨌든 '파리'라는 단어와 장소가 주는 우아함이나 로망을 포함하지 않을 수는 없을 듯하다. 우연이 계속되어 세 번을 채우고,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예린과 닉이 만난 것은 마치 운명처럼 이 소설을 채워나간다.
음이 틀린채로 피아노를 치는 동양인 여자, 길가에 널린 개똥을 밟고 투덜거리는 모습마저 잃을까 아쉬운 여자, 애인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아쉽게 했던 여자. 닉 미쇼는 우연히 본 이 여자를 잊지 못한다. 그 우연은 한 번에서 세 번까지 이어지고, 결국 네 번째 만남에서 닉은 예감한다. 이 여자를 놓칠 수는 없다고, 스스로 찾아와준 이 여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한편 예린은 닉의 이런 시선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오직 미술에 관한 열정으로 학위 논문을 위한 지도교수로 닉을 선택한다.
동상이몽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건가 싶다. 여자와 존경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남자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교수에게 학위 논문의 스승으로 삼으려는 여자. 교수의 직위가 주는 중후함이 닉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젊고 잘생긴 교수로 설정된 닉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막상 강의실에서 보는 교수를 떠올려보면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한국과 파리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분명한 답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있었다. 예린과 닉이 친해지고, 조금씩 사적인 감정이 더해지면서 가까워지는 순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오해와 추문. 어쩌면 학생이라는, 교수에게 점수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나란히 선 사람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 어딜 가나 비슷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비슷한 생각으로 오해를 먼저 하게 되는 상황들은 발생한다. 전쟁터 같은 삶을 이뤄나가야 하는 존재들이기에 그러하겠지... 어쨌든 이런 상황은 예린에게 고백한 닉의 애간장을 태우게 되는 이유가 된다. 예린은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닉의 고백을 거절하고, 조용한 학교생활을 이어가려고 하니까.
그런데 참, 사람 마음이 그렇다. 누군가의 진심을 듣게 되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거절하게 되었지만, 마음 밑바닥에 깔린 솔직한 감정까지 거부할 수는 없는 건가 보다. 예린은 자신의 거절을 번복하고 닉에게 다가간다. 교수와 제자라는 예민한 관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미래의 어떤 관계보다 현재의 사랑에 충실한 것만이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전부이자 최선이리라. 그렇게 사랑만 우선으로 하다가도 조금 얕은(?) 산도 곧 등장하더라마는, 사랑 앞에 우선시 되는 건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또 한 번의 긍정적인 시선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이 이렇게 하나가 되어 관계를 이어갈 때마다 조금은 두렵고 궁금하기도 하다. 몇 십 년을 다른 문화권에서 살다가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와 사고방식이 혹시 둘 사이의 관계를 갈라놓을까봐서... 문화의 차이는 성격 차이만큼이나 누군가와 친해지고 가까워지는데 큰 방해요소가 될 것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그게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더라는 게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 닉 교수가 예린이에게 반해버리는 것도 한순간이어서 닉의 시선을 평정해버렸고(사람이 누군가에게 반하는 게 이렇게 빠를까? 번개 치는 속도 같구만...), 닉이 지도교수가 아니라 남자로 다가가는 것도 거리낌 없이 보여서 조금 놀랐고(아마도 이건 프랑스가 한국 사회보다 덜 보수적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으로 진정되었고...), 서로의 사랑 말고는 갈등의 요소가 없어서 행복해 보였다는 결론(아, 세상의 모든 사랑이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응?).
예술과 낭만의 도시에서 이뤄지는 로망스는 아름다웠으나, 로망에서만 머물렀다는 게 아쉽다. 현실의 사제지간에서는 볼 수 없는 분위기에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가, 그래, 이래야 로맨스소설이지 하는 '답정너'를 부르면서 혼자 묻고 답하는 짓을 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전쟁통에서도 사랑은 있다고 하니, 공부하러 간 외국에서 지도교수와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로맨스소설로 즐기기에는 충분한 낭만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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