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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발행일 | 2008년 04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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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69쪽 | 212g | 120*170*20mm |
| ISBN13 | 9788949192031 |
| ISBN10 | 8949192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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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는 어떻게 사랑할까?
사랑하면 가까워지고 싶기 마련인데 다가갈 때마다 서로의 가시가 아프지는 않을까, 혹여 상처입지는 않을까. 분홍빛손톱을 읽으며 그 답이 무척 궁금해졌다.
분홍빛손톱에서 의문이 비롯되어진 것처럼 루리와 슈코의 첫인상은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였다. ‘남자에 헤픈’이란 수식어가 붙은 루리와 ‘이상하고 꺼림칙한’이 붙은 슈코. 각자 가시가 돋아난 이유는 달랐지만, 타인의 접근을 완고히 막는 그 가시는 어눌하지 않았다.
그런 고슴도치 둘이 만났다. 본연의 모습을 가리던 소문들은 대화 사이에서 흩어지고 손톱을 가꾸는 루리와 독특한 매력의 슈코만이 남았다.
루리는 슈코에게 다가가면서, 더 가까워지면서 많이 망설였다. 중학교 때 처음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사랑을 느낌을 알았을 때 스스로를 방어라는 허울 아래 고독하게 방치했고, 결정적으로 질 나쁜 소문이 돌게 된 동기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했기 때문이었다. 루리는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동년배와 가족이 할 반응과 그 결과를 두려워했고, 슈코와 또래처럼 어울리는 것 이상을 바라는 마음이 뭉글뭉글 솟아났기 때문이리라.
슈코도 남들이 가지지 않은 능력을 지녀서인지 그녀를 필두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에 서서히 고립되고 있었다. 슈코가 다른 이들을 멀리한게 아니라 다른 이들이 그녀를 멀리했다.
그렇게 가슴과 머리의 싸움을 거듭하는 루리에게 손을 내민건 다름아닌 슈코였고, 내색하지 않았지만 고독했을 슈코에게 다가온 건 루리였다. 둘은 굳이 친해지자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그들 사이의 색채는 십대소녀의 발그레한 볼처럼 소담스럽게 물들어갔다.
사람들은 당연시하며 이질적인 것들을 배척한다.
태어나면 누군가 머릿속에 틀을 박아주는 것인지, 다수에게 휩쓸리는 다수의 경향 때문인지 사회는 고정관념으로 점철되어있다. 이런 보수적인 사회에서 사실은 슈코와 루리가 고슴도치가 아니라 색안경을 낀 다수가 고슴도치가 아닌가, 보편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다수는 무심한 듯 그들에게 가시를 찔러넣지 않았는가.
더 이상 고슴도치가 어떻게 사랑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서로를 보호하듯 껴안은 그녀들은 서로의 가시로 고통받지 않았으니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다.
젖으면 곤란할 것을 잔뜩 지닌 학생으로써는 마냥 비가 반갑지 않다. 희미한 어린시절에는 노란 장화를 꺼내 신으며 비오는 날을 참 좋아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내 발은 더 이상 장화에 들어가지 않을 만큼 자라버렸다.
이렇게 무언가 계기가 되어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지면, 비 내리는 거리에서 찰박거리며 걷는 행인은 어느 새 내가 되어 슈코와 루리와 함께 걷고있다. 찰박,찰박,찰박.. 마른 길보다 장애물이 많고 불편하지만 우산 속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 정취가 있지 않는가. 나는 슈코와 루리가 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어쩐지 젖은 바짓단과 흙발보다, 웅덩이에 그려지는 동심원과 우산을 쥔 분홍빛 손톱에 여느 때보다 시선이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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