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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발행일 | 2008년 0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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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90쪽 | 444g | 크기확인중 |
| ISBN13 | 9788984988514 |
| ISBN10 | 8984988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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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가 중단될 때, 그리고 쓴 것을 지울 때, 새로운 사고가 생겨납니다. 지우개를 머리에 단 연필, 이것이 창조적 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형입니다.
연필처럼 유연한 사고여야 한다는 겁니다. 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잉크펜이나 볼펜 같은 경직된 사고형에서는 결코 창조적인 생각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고정관념을, 편견을, 그리고 일상성에 토대를 둔 도구적 사고를 지울 수 있는 하나의 지우개. 연필과 함께 붙어 있는 지우개. 이것이 앞으로 다가오는 젊은이들이 필요로 하게 될 새로운 사고의 틀일 것입니다. 쓰고 지우고, 지우고 또 쓰십시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지우개가 달린 연필로 사고해야 합니다.
6 연필에서 벌집, P.154-155
난 "상대적으로" 라는 말이 싫었다. 진리는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 진리를 찾기만 하면 더이상 이 지긋지긋한 "상대적으로"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흔들리지 않고 변하지 않는 그것만 붙잡는다면! 그래서 언제부턴가 내안에 하나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길은 좌우에 천길낭떠러지가 있는 좁고 아슬아슬한 외길이었다. 한발작 한발작이 너무나 조심스럽고 내가 실수하는 순간 나는 그 무시무시한 수렁으로 떨어져 버릴것 같았다. 더이상 앞으로 전진할 수 없을만큼 두려운 길이 내가 그렇게 찾던 진리의 길이라는 사실이 슬펐다. 하지만 어느순간 그 길은 변했다. 나는 앞으로 가기가 겁났었는데 그 길이 사실은 양옆으로 벽이 있는 튼튼한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좁고 벽이 나를 짓누르는 듯이 숨이 막혔다. 이제는 안전하기는 하지만 너무 꽉조여서 앞으로 걷기가 힘이 들었다.
요즘 들어서는 이 길이 다시 변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앞으로 달려갈 수 있을 만큼 넓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직까지는 그 길이 확실히 보이지 않지만 전보다 수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 전에는 마냥 싫기만 했는데 요즘에는 새로운 해석을 해보게 되었다. 내가 두려운 것은 아직 말랑말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내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가?'라고 자문해 봤을때 그 길이 옳지 않다는 사실이 발견된다면 너무 슬프고 화가나고 싫긴 하지만 아직은 되돌아갈 마음이 있다. 돌이킨 다는 것은 패배자가 되는 것같고 쓸쓸하고 결정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지만 나는 돌이킬 것이다. 왜냐하면 옳은 일이란걸 깨달을 때는 그것이 "오리라 기대된 주인"처럼 오기 때문이다. 화가 나는 것은 아직은 어쩔 수 없이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을 숨기려는 감정상태인것 같았다. 이성적으로는 내가 잘못한것이 명백한 일에 대해서도 나는 늘 화가나는 마음을 막을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구제할 수 없는 앙심을 품어야 된다는 사실이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 같다. 나는 돌이켜야 하는 부끄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를 낼 자신이 두려운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뒤에는 더 낳은 삶이 있다는 걸 안다. 나는 그걸 알고 언젠가는 느껴보기도 했던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에는 그런날이 오리란 걸 상상할 수도, 믿을 수도, 기억해낼 수도 없다. 그것을 극복해야만 그 뒤에 올 놀라운 가벼움을 느낄 수 있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것이 내가 생각하는 옳은 길이라는 것을 의식적으로 인식한 순간은 한 사람의 숭고한 삶을 보면서 였다. 그 사람은 자유로웠고 치우치지 않은 삶을 살았다. 나는 이 눈으로 보고서야 그 길이 내가 원하던 길이 아닐까 하고 의식하게 되었다. 의식하게 되자마자 그동안 잡을 수 없이 맴돌기만 했던 사실들에 대해서도 어떤 해석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확고한 것 같은 사람이 의외로 모든것을 용납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것이 옳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모든것을 판단하나 모든것에 판단을 받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돌이켜 보니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랬다.
내가 이어령 선생님의 『 젊음의 탄생』을 보면서 느낀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어떤 것에 대한 두가지 차원을 볼 수 있는것, 쓰고 다시 지울 수 있는 유연한 사고는 진정으로 창조적이며 젊음의 특권이었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젊다. 그들은 변할 수 있다. 나도 두렵고 거리끼는 마음이 나를 짓누르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그리고 잘못 왔을때는 되돌아 갈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고 다시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이런 처지에 놓인것 같다.
밀크와 실크의 이지선다형 문항처럼 아예 먹고 입는 물질적 선택으로만 그 대답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역사라는 큰 이야기의 작은 토시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절망할 때도 있겠지요.
7 <따로따로> <서로서로>, p.162
지금까지 나의 물음표와 느낌표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새로운 깨달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늘 원래 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어떤 새로운것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꿈을 가졌지만 결과는 좌절뿐이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내안에 무언가 차올라서 창조적 아이디어가 솟아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배우고 또 배울 것이다. 그것이 현재 나의 젊음이다.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아직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이 덩어리가 나의 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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