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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 발행일 | 2007년 10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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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429쪽 | 673g | 153*224*30mm |
| ISBN13 | 9788954604185 |
| ISBN10 | 8954604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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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30일 ~ 2026년 08월 17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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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만으로 고구려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책을 읽고 나니 고구려사를 세세한 부분까지 알게 된 반가움을 느끼게 된다. 고구려는 용맹할 뿐만 아니라, 북쪽에서 시시각각 생겨났다 멸망하는 유목민족들과의 관계를 자국의 이익으로 삼기 위해 머리를 쓰는 영악한 나라로 보였다. 선비족과 함께 중국인들의 납치와 인신매매를 했다는 내용은 조금은 의외이긴 했어도.
고구려는 주변의 여러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 나라였으므로 책에서도 중국과 북방민족, 그리고 고구려와 적대관계에 있었으므로 중국의 힘을 빌어서라도 고구려의 위협을 떨치려고 했던 백제와 신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역사를 알아야만 고구려와의 관계 속에서 역사를 설명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주변 나라들의 역사 또한 큰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긴 세월동안 고구려를 괴롭히던 모용씨, 고구려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광개토대왕, 고구려와의 관계를 자신의 권력 유지에 이용했던 풍태후 등의 내용 등은 고구려사를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백제 개로왕이 처형되던 아차산 자락의 사진을 보니 역사의 순환 속에서 그 모든 사연을 담아둔 우리 국토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피어난다. 소금장수 미천왕, 온달과 평강공주의 얘기, 안시성 싸움 등 짧게만 알고 있던 일화들이 책 속에서 꽤 자세하게 설명되어 역사 공부에도 좋다.
수나라와의 전쟁에서 을지문덕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내용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전투 방법이나 전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오래 전의 이야기를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전달받을 수 있었다. 재차 당의 침입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주변국들의 생성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당은 방효태 군단을 총알받이로 남겨두고 철륵 제 부족의 반란을 막기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는 고구려의 철륵 제 부족에 대한 성공적인 공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당 고종때 고구려는 그토록 용맹했던 역사도 소용없이 멸망의 길을 걷게 되는데, 책에서는 큰 원인으로 당시 손을 잡을 수 있는 유목민이 없었던 점을 꼽는다. 고구려가 북방 민족들과 동업하고 조종하며 중국에 대항했던 것으로 보는 관점의 연장이다. 그 외에도 연개소문 이후의 어지러웠던 정치분쟁과 백제를 통한 당의 통로 확보가 고구려 멸망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었고, 이로서 정복되지 않는 나라로 중국인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나라 고구려는 아쉽게도 긴 왕조의 문을 닫게 된다.
오래 전 우리 역사의 일부분을 이렇게 책으로 자세히 만나게 된 것은 반갑고 뜻깊은 일이었다. 저자의 치밀한 역사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되며, 우리 고대사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역사의 본질은 무엇일까. 요즘 같을 때 보면 역사란 것이 다소 헤픈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나 보고 실실실 웃는 그런 사람을 우리는 헤프다고 한다. 역사도 해석하기 나름으로 그 의미가 달라지곤 한다. 그 차이가 너무 현격해서 해석된 역사상들의 경쟁구도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기도 하고 역사라는 것의 진실성에 회의를 품고 결국 역사를 혐오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고대사로 갈수록 심해진다. 이른바 소설쓴다는 말이 딱 여기에 해당된다. 나는 왜곡이라는 단어 이전에 현재의 우리가 과거에 대해 느끼는 공감각들이 얼마나 시대의 간격을 고려하고 존중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 단순하고 의도적인 왜곡이라면 잘못된 근거를 밝히면 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감각으로 만들어낸 과거의 모습들은 혼미하고 그 경계의 끝과 시작이 어디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어떻게 역사를 보는 정직한 감각을 기를 수 있을까.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그 감각들이 단단해지고 다채로워질 수 있는 맞는 단추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내리게 되는 결론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먹는 것, 자는 것, 사랑하는 것, 화내는 것, 질투하는 것, 기뻐하는 것, 공포심을 느끼는 것 바로 이런 것이 인간의 가장 1차적인 본능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본능이라 하면 먹고싸는 것만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의 본능은 매우 다차원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본능에 충실하게 역사를 바라봐도 결코 시각이 단순화되지 않는다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전쟁이라는 장르는 역사에 다가가는 제1의 간선도로라고 할만하다. 전쟁은 인간의 본능이 가식을 버리고 힘을 겨루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가식적인 것이다. 현재와 반대되는 것, 현실을 미화하는 것이 바로 문화이다. 척박한 현실에서 위대한 천국을 그려내는 예술가의 혼은 존경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당시의 현실은 아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무얼 느끼는가. 고흐의 보리밭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김정희의 세한도나 말의 부랄을 까는 풍속화 같은 것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바로 현실과 가상이 미묘하게 습합되어 종합된 예술가의 내면풍경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러한 예술적 감흥을 어떤 우월한 이데올로기와 연결시켜서 고대사회의 일차원적 사회구조 속으로 침투시키는 경향이 있다.
<고구려, 전쟁의 나라>는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은 고구려에 대한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의 기본적인 인식은 매우 건강하다. 그리고 역사를 느끼는 구체적인 감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저자의 관점들은 사실 서구의 역사서술의 장면들에서 끌어온 것이 많다. 전부 창발적인 것은 아니다. 르네 그루쎄나 노태돈 교수 같은 분들이 전부 밝혀놓은 것을 잘 조합해내었다. 왜 그런가. 고구려만이 유목민과의 동업과 경쟁구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 로마도 그랬고 중국 본토의 제국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로마나 중국의 역사는 예전부터 그렇게 봐왔는데, 고구려만 그렇게 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저자는 어쩌면 당연한 걸 말했을 뿐인데 그러한 시각은 우리에게 너무나 새롭게 다가온다. 그만큼 우리가 고구려라는 나라를 객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오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진 않을까.
내가 볼 때는 고구려를 한민족의 적자이자 장자로 놓고 수사학적인 만족을 누리려는 그런 시각 자체를 버리고 동아시아 고대사의 역사를 문명권적인 시각에서 재구축하는 작업이 가장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첫발을 뗀 이 논쟁적인 책의 등장에 내가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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