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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발행일 | 2007년 02월 20일 |
|---|---|
|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 쪽수, 무게, 크기 | 295쪽 | 426g | 크기확인중 |
| ISBN13 | 9788925504018 |
| ISBN10 | 8925504014 |
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토요일 아침 일찍 도착했다. 봉투를 뜯지도 않고 밀어두었다가 깊은 밤이 되어서야 책을 열었다. 검은 바탕에 꽃분홍 글씨로 제목을 써 넣고 무색 돋을 새김으로 그림을 그려넣은, 유심히 보면 시사하는 바가 많은 그 그림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처리된 표지는 자극적, 내용 또한 상당히 자극적일 것이라는 짐작이 들게 했다. 과연 그랬다. 그럼에도 야하다거나 선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그만큼 사랑의 행위라는 것이 실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성애, 사랑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행위, 그 행위는 경우에 따라 선정적이 되거나 정겨운 행위가 되거나 성스러운 행위가 된다. 사랑하는 이가 쿤닐링쿠스를 했거나 항문 애무라는 그보다 짙은 행위를 했다면 그건 사랑의 짙음을 말하는 것이요 두 사람의 전부를 알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단순히 하룻밤을 보내는 상대가 그러한 행위를 했다면 그건 육욕의 상징이 된다. 하룻밤 부나비처럼 육욕을 좇는 이들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여주인공, 소녀처럼 귀여운 느낌을 주는 마야는 아르바이트 가게, 유레카라는 조그만 가게 주인인 노로와 사랑에 빠진다. 그 노로는 한때 의사였던 남자, 산부인과 의사로 마야를 진찰했던 적이 있다. 의사라는 직업을 과감히 팽개치고 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직관적인 남자로 일견 바람둥이지만 나름대로 추구하는 바가 있어 냉정하면서도 건조한 그의 삶 철학에 많은 여인들이 빠져들고 몸을 맡기고 그리고 괴로워한다. 마야는 그에게 빠져 한동안 황홀하게 지내다가 다른 여인에게 그를 빼앗기는 과정을 밟는다. 위에 말한 쿤닐링쿠스와 그외 성애는 그 과정에서 묘사되고 있는 것, 마야가 느끼는 그 성애과정은 전혀 야하거나 지저분하지 않다.
이미 유부남이고 아이가 있던 노로는 연상의 다른 여인에게 빠져 일본을 훌쩍 떠난다. 그를 잊지 못하는 마야는 그에게서 빠져나오기 위해 여러 남자에게 몸을 맡기는 길을 택하게 되고 마음은 여전히 그를 그리면서도 결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책. 그것이 사랑한다는 것, 사랑이 이루어지고 빠져나가고 그 아픔을 견뎌내는 과정. 그래서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이 이해가 가는 책. 흔히 우리가 말하는 성숙해가는 과정인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어디서 본 것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일어인 탓일게다. 일어 특유의 묘사들. 그리고 그들이 사랑의 과정에서 묘사하는 표현들. 일어 소설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실락원>에서부터 <상실의 시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노르웨이의 숲><라라피포> 간혹은 짙고 간혹은 옅은 파편들이 빙글거리면서 맴도는 듯한 허구. 진실의 한 조각이 들어 있는 그 파편들. 틀림없는 현실이 드러나 있는 일본소설의 힘. 그리고 여전히 수동적인 여성. 매혹적인 남성.
아주 빨리 읽어내린 책. 비오는 날 오후 배깔고 엎드려 뒹굴면서 읽기 좋은, 이십대의 끝자락에서 멈칫거리고 있는, 사랑에 울었을만한 여인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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