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제너레이션(Grand Generation)
: 이들은 누구인가?
서 용 구 | 한국 상품학회 회장
한국 사회는 지금 그 어떤 시대보다 급속도로 구조적인 인구 변화를 겪고 있다. 합계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장기간 1.0명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고, 기대수명은 꾸준히 증가하며 평균 83세에 도달했다.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부터 20%를 넘어 가장 높은 단계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40년 이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60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그러나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고령층 내부의 구성과 성격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많으면 노인이고, 노인은 소비가 줄어드는 존재’라는 전통적 상식은 더 이상 한국 사회에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의 중·장년층은 이전세대 시니어와는 전혀 다른 삶의 패턴과 가치
관, 소비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가 바로 GG(Grand Generation)이다.
1. GG의 탄생과 시대적 의미
액티브시니어, 뉴그레이, 영시니어, 오팔세대, Third Agers 등은 전통적 시니어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시니어인 그랜드 제너레이션을 지칭하는 용어들이다.
불리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공통된 특징은 기존의 돌봄 대상으로만 이미지화되는 시니어를 부정하며 MZ세대 못지않은 영마인드로 무장한 ‘뉴 노멀 시니어’라는 점이다.
이들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는 과거의 수동적 노인이 아니다.
연령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기준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자기취향과 자기서사를 중시한다.
둘째 강한 소비파워이다.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자산·연금·퇴직금을 보유해 실질적인 소비파워를 형성하며 기존의 패션, 뷰티, 여행 등 젊은 층이 중심이던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셋째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재취업, 평생학습을 통해 제2, 제3의 인생을 지향하며 MZ세대와 갈등과 협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
美시카고 대학교의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 교수는 ‘은퇴를 앞두고 시니어가 되는 사람’을 프리시니어(Pre-Senior), ‘은퇴 후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소비활동을 영위하는 사람’을 액티브시니어(Active-Senior), ‘경제력이 약하고 소비수준이 낮은 사람’을 아더시니어(Other-Senior), ‘자녀에 의존하는 쇠약한 사람’을 실버(Silver)라고 칭하여 시니어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기존의 시니어에 대한 이미지가 아더시니어나 실버중심의 부정적 이미지였다고 하면 최근 시니어 마켓에서는 프리시니어나 액티브시니어를 타겟으로 한 긍정적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적극적 마케팅 활동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GG는 대략 1950년대 초반부터 1979년 사이에 태어난, 오늘날 기준으로 48세에서 77세 연령대에 있는 인구집단을 일컫는다. 하지만 단순히 연령만으로 규정되는 개념은 아니다. 산업화와 도시화, 민주화와 정보화, 디지털 혁명까지 한국 근대사의 거의 모든 지각 변동을 몸으로 겪어낸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중심축이며, 동시에 지금의 10~30대가 누리고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교육 혜택의 토대를 만든 세대이기도 하다.
한국의 역사와 경제의 굴곡을 거의 전부 경험한 세대라는 점에서 GG는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분류되는 고령층이 아니라,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의 집단적 성장 경험을 응축한 ‘문화재급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다.
GG의 감정관리
주 경 미 | 고려대 약학대학 특임교수
노년기를 살아가는 GG의 감정은 종종 모순적으로 보인다. 어떤 이들은 ‘나이 들면 감정이 둔해진다’고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나이 들수록 더 감정이 여려지고 눈물이 많아진다’고 표현한다.
흥미롭게도 현대 뇌과학은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임을 보여준다. 즉, 노년기의 감정은 ‘감퇴’와 ‘심화’라는 서로 다른 방향을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변화이다.
이 변화의 실마리는 뇌의 정서 조절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편도체의 즉각적인 정서 반응 기능은 점차 줄어든다. 특히 부정적 자극-위협, 분노, 상실-에 대한 반응성이 낮아지는 것이 관찰된다.
이른바 ‘편도체의 노화’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그 결과, 격한 감정이 갑자기 치솟거나 감정 폭발이 일어나는 빈도는 젊은 시절보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감정이 무뎌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긍정 정서와 감사, 평온의 의미는 오히려 더 깊어진다. 전전두엽과 보상 회로가 활발하게 작동하며, 삶의 사건을 의미 중심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Carstensen의 사회정서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 SST)은 노년기가 유한한 시간감을 기반으로 ‘정서적 균형과 의미’를 우선하는 단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감정의 폭은 줄어들고, 감정의 결은 더욱 정교해진다. 이것이 GG 세대 감정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1. 노년기 감정의 뇌과학적 변화
감정의 변화는 정서 회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지 기능 변화는 감정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기 기억력 저하가 진행되면 감정 사건을 빠르게 정리하고 의미화 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작은 서운함이나 고립감이 쉽게 ‘정서적 잔향’(emotional echo)처럼 오래 남는다.
또한 주의력과 실행 기능의 저하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감정을 언어화하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많은 시니어들은 스스로에게 “왜 이렇게 예민해졌지”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감정이 예민해진 것이 아니라 인지조절력이 줄어든 것에 더 가깝다. 특히 전전두엽과 편도체 사이의 조절 회로가 약해지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반응’이 ‘조절’을 앞질러 나오기 쉽다. 나이가 들수록 “뜻하지 않은 감정이 먼저 튀어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인지와 정서 조절 회로의 변화는 치매의 초기 신호와도 맞닿아 있다. 흔히 치매를 기억력 장애로만 생각하지만, 정서적 변화가 오히려 더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성격의 미묘한 변화다. 평소보다 화를 잘 내거나,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반대로 무기력하거나 정서적으로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또한 ‘노력해야 유지되는 관계’를 점점 피하며 정서적으로 단순하고 익숙한 환경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전전두엽 변화로 인해 관계 유지에 필요한 인지적 에너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표정은 무표정한데 말은 감정적이거나, 그 반대의 모습이 나타나는 ‘감정-언어 불일치’도 초기 신호가 될 수 있다. 감정 표현의 미세한 변화가 기억력 감소보다 훨씬 먼저 나타나는 이유는 정서 조절 회로가 인지 회로보다 더 민감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노년기 감정 변화를 해석할 때 가장 간과되기 쉬운 요인이 있다. 바로 수면, 통증, 약물의 변화이다. 이 세 가지는 인지 기능 뿐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수면 부족은 감정 조절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시니어는 깊은 수면 단계가 줄어들고, 수면이 파편화되며, REM 수면이 감소한다. 이러한 변화는 전전두엽의 조절 기능을 약화시키고 편도체의 과활성을 유발해 감정적 충동성을 높이고 부정적 정서 민감도를 증가시킨다. 즉, ‘잠을 못 자면 감정이 휘청인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정확한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