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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
| 발행일 | 2024년 02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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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 파일/용량 | EPUB(DRM) | 66.17MB 파일/용량 안내 |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28.3만자, 약 8.4만 단어, A4 약 177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 ISBN13 | 9791139716573 |
3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괴테가 스물 몇 살에 시작해 여든두 살, 죽기 한 해 전에야 마침표를 찍은 작품이다. 60년이라는 집필 기간 자체가 이 책의 성격을 말해준다. 이건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이 평생에 걸쳐 계속 되물었던 질문의 퇴적층이다.
지식으로 세계를 남김없이 알아내려다 실패한 노학자가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 조건은 유명하다.
"머물러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파우스트가 순간을 향해 말하는 그때, 영혼은 메피스토펠레스의 것이 된다. 즉 이 계약은 쾌락의 대가가 아니라 만족의 금지다. 파우스트가 파멸하는 유일한 길은 어떤 순간에 안주하는 것이며, 그가 구원받는 길은 결코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근대적 인간의 초상이 여기서 나온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결코 도달하지 못하며, 바로 그 미완성 때문에 살아 있는 존재.
1부는 읽기 좋다. 그레트헨의 비극은 지금 읽어도 잔혹할 만큼 구체적이다. 파우스트의 형이상학적 갈증이 한 평범한 여자의 삶을 어떻게 통째로 부수는지?어머니를 죽이고, 오빠를 죽게 하고, 제 아이를 죽이고, 감옥에서 미쳐가는?괴테는 봐주지 않고 끝까지 따라간다. 여기서 메피스토펠레스는 유혹자라기보다 파우스트가 이미 원하던 것의 실행자에 가깝다. 악마의 진짜 무서움은 그것이다.
2부는 다르다. 그리스 신화, 헬레네, 연금술, 지폐 발행, 간척 사업이 뒤엉킨 이 방대한 알레고리는 솔직히 통독이 고통스럽다. 서사가 아니라 상징의 백과사전에 가깝고, 주석 없이는 절반도 못 따라간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값을 한다. 눈먼 파우스트가 자기 무덤을 파는 삽 소리를 간척지 건설의 소리로 착각하며 그토록 미뤄왔던 그 말을 내뱉는 순간?인간의 모든 위대한 기획이 얼마나 웅장한 착각 위에 서 있는지가 한꺼번에 드러난다. 그런데도 그는 구원받는다. "언제나 갈망하며 노력하는 자, 그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노라." 이 결말이 관대한 것인지 냉소적인 것인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미학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재현의 문제와도 맞닿는다. 파우스트가 헬레네를 불러내 소유하려다 결국 그녀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옷자락만 남는 대목은, 아름다움이란 결코 붙잡히지 않으며 오직 사라짐으로써만 존재한다는 진술로 읽힌다. 순간을 정지시키려는 욕망이 곧 죽음이라는 이 작품의 논리는 이미지와 시간에 관한 사유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한국어판은 정서웅(민음사) 번역이 무난하고, 전영애(길) 판은 주석이 압도적으로 상세해서 2부를 제대로 읽으려면 이쪽이 낫다. 대부분의 독자는 1부만 읽고 덮는데,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2부를 건너뛰면 이 작품이 왜 괴테의 필생의 과업이었는지는 끝내 알 수 없다.
멈추지 않는 것이 저주인 동시에 구원이라는 명제. 이건 200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무언가를 계속 만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이야기로 읽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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