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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08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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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용량 | EPUB(DRM) | 52.89MB 파일/용량 안내 |
| ISBN13 | 9791175774056 |
29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이 게시물은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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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은 사람을 구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를 건드리는 감정이기도 하다는 것.
아나 황의 《뒤틀린 사랑》은 겉으로 보면 ‘얼음 같은 남자와 햇살 같은 여자’가 서로에게 끌리는 전형적인 다크 로맨스처럼 보인다. 복수에 사로잡힌 남자 알렉스와 사랑과 선의를 믿는 여자 에바. 서로 정반대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만나고, 거부할 수 없는 끌림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하지만 내게는 사랑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사랑의 방법을 다시 배워 가는 이야기에 더 가까웠다.
에바를 설명하는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역시 ‘선샤인’이다.
에바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세상의 선함을 믿는다.
사람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호의를 베풀고, 누군가를 믿으려 한다.
상처가 없어서 밝은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가지고도 밝음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에바라는 캐릭터를 특별하게 만든다.
🔖“인생의 쓴맛, 단맛, 순전히 추한 맛까지 모두 맛봤으면서도 선함을 믿는 것은 에바가 자신을 나타내는 방식이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밝은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세상이 늘 친절하기 때문에 밝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때로 잔인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선함을 포기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짜 강함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알렉스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에게 세상은 사랑보다 복수가 먼저였고, 믿음보다는 의심이 익숙했으며, 감정보다는 목적이 중요했다. 가족을 잃은 충격과 복수심은 그의 삶을 한 방향으로 몰아갔다.
그런 알렉스 앞에 에바가 나타난다.
그에게 에바는 처음부터 너무 밝아서 오히려 불편한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밝음이 알렉스가 오랫동안 닫아 놓았던 마음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다.
알렉스가 정말 원하는 것은 복수였을까
알렉스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이 없는 남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 속 문장을 보면 그의 내면은 오히려 감정으로 가득하다.
🔖“너는 온 우주가 네가 피도 눈물도, 아무 감정도 없는 인간이라고 여기길 바라지. 하지만 진실은 말이야, 네 마음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지. 마음은 꽁꽁 언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얼음 아래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해.”
그는 사랑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했기 때문에 너무 큰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 이후 사랑 대신 복수를 선택했다. 감정을 없애버린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시 느끼는 것이 두려워 마음 전체를 얼려버린 것에 가깝다.
알렉스는 에바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복수 이외의 것을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질투하고, 함께 웃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 복수를 위해 살아온 사람에게 그런 감정은 오히려 낯선 감정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알렉스는 과거의 기억을 너무 선명하게 가지고 있다.
반면 에바는 자신의 가장 큰 상처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한 사람은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한 사람은 기억 속에 묻힌 진실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구원하는 구조가 아니다.
알렉스는 에바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에바는 알렉스에게 자신이 잃어버린 감정과 사랑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둘 모두 상대를 통해 자신이 외면했던 것을 마주한다. 이런 의미에서 ‘쌍방구원’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다만 내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구원(사랑)이 모든 상처를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처가 있었던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그 상처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뒤틀린 사랑’이 아니라 ‘뒤틀려 버린 사랑’
책을 읽고 난 뒤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뒤틀린 사랑》이라는 제목은 처음에는 집착과 욕망, 비밀과 복수가 뒤엉킨 관계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이 처음부터 뒤틀린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배울 기회를 빼앗긴 사람들이
사랑을 뒤틀린 방식으로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알렉스에게 사랑은 상실과 복수의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에바에게 사랑은 자신을 받아들여 줄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둘 다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이들의 관계에는 집착도 있고, 불안도 있고, 소유하려는 마음도 있다.
특히 알렉스의 사랑은 상당히 강압적이고 위험한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안에서 그가 점차 깨닫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 ‘소유한다는 것’이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그는 계속 흔들린다. 그리고 바로 그 흔들림이 알렉스라는 캐릭터를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든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알렉스의 소유욕은
이 작품의 다크 로맨스적인 성격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에바는 나의 것이었다. 에바가 아직 그 사실을 몰랐을 뿐.”
이 한 문장만 놓고 보면 상당히 위험한 사랑이다.
아직 관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상대를 자신의 것으로 규정해 버리니까.
그런데 이 작품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알렉스는 말로는 에바를 밀어내면서 행동으로는 누구보다 집요하게 에바를 신경 쓴다. 에바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반응하고, 다른 남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질투하고, 위험이 닥치면 과할 정도로 보호하려 한다.
그의 감정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을까.
머리로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그래서 알렉스가 에바를 ‘선샤인’이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둘 사이의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고 느껴지는 것도 재미있었다.
자신이 싫어하던 빛을 결국 가장 필요로 하게 된 사람이니까.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알지 못했던 면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죽어도 알 수 없는 법이었다.”
이 작품의 관계성을 꽤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전부 아는 것이 아니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마찬가지다.
특히 상처를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개의 얼굴을 만들어 살아가기도 한다.
알렉스에게는 복수에 미친 냉정한 사업가라는 얼굴이 있고,
그 아래에는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다.
에바에게는 누구에게나 다정한 ‘선샤인’이라는 얼굴이 있지만
그 안에는 어린 시절의 공포와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상대가 숨기고 있던 가장 어두운 부분까지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랑이 더 위험하고, 동시에 더 깊게 느껴진다.
사랑한다고 해서 갑자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가진 방식 안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에바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에바를 다치게 하느니 에바를 포기하는 쪽을 택할 거야.”
이 작품에서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의외로 뜨거운 로맨스보다 이 부분이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이 사랑할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인생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두려워하며 평생을 보내기보다 믿음을 갖기로 했다. 두려움이 나를 쥐락펴락하며 내가 한없이 움츠러들게 만드는 일이 진절머리가 났다.”
나는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과거의 상처를 가진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로도 읽혔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라는 것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때로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까지 지배한다.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또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이 가장 안전해진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은 상처받지 않는 대신 새로운 것을 얻을 기회도 잃어버린다.
페이지가 두꺼워도 속도는 오히려 빨랐던 소설!
《뒤틀린 사랑》은 상당히 많은 요소를 한꺼번에 끌어안고 있다.
앙숙에서 연인으로 이어지는 관계, 강한 집착, 다크 로맨스, 복수, 가족의 비밀, 트라우마, 기억과 진실, 배신과 구원까지.
그럼에도 이야기가 쉽게 늘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궁금증을 계속 만들어 내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한다고 해서 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처가 없었던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그 상처를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어둠을 가진 사람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상처받은 사람도 다시 누군가를 믿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제목인 ‘뒤틀린 사랑’이 마지막에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사랑은 자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 깊이 숨겨 두었던 모습을 꺼내 주는 것일까.
책을 읽고 가장 오래 남는 여운은 에바가 말한 그 한 가지였다.
두려움 때문에 움츠러든 채 살아가기보다,
두려움이 있어도 제대로 살아가는 것.
알렉스와 에바가 서로에게 준 가장 큰 선물도
어쩌면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사랑할 용기.
믿을 용기.
그리고 과거가 아닌 앞으로의 삶을 선택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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